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312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청각장애.jpg

 

 

 나는 지체장애인이다. 어릴 때부터 온몸을 흔들고 다니는 것이 수치스러워 힘든 시간들을 보내며 살아왔다. 이제 내 나이 스무살. 모든 것이 예민해지는 세대를 살고 있다. 요사이 아는 누나와 ‘썸’아닌 ‘썸’을 타고 있다. 누나는 청각장애 2급이다. 나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지체장애 5급이다. “장애”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사람인데 사람이 아닌 것처럼 취급당할 때가 있다. 장애는 그냥 단지 몸이 좀 불편한 것뿐인데. 그것 외엔 우리랑 다를 게 뭔데. 몸이 좀 불편하다고 사랑도 못하나? 장애가 있다고 아무것도 못하느냐 말이다.

 

 오늘 그 누나랑 영화를 보러갔다.(청각장애라 한국영화는 못보고 자막 있는 영화로만 봄) 우리가 말도 안하고 계속 폰으로 글씨 하나하나적어서 보여주고 이러니까 주변에서 이상하게 보더라. 이상하게 쳐다보고 '쟤네 뭐야?' '아, 불쌍해 말을 못하나봐' 조롱 섞인 말을 한다. 심지어는 영화를 본 후에 식당에 들어갔는데 사람들 전부다 그런 눈으로 보더라구. 얼마나 열이 올라오는지? 사람들의 시선과 수근거림이 우리를 너무 힘들게 했어. 장애인이라고 무시하는 사람들의 처사가 이해가 안 간다. 다들 장애인으로 만들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하기야 그 사람들이 장애인들의 고통을 알 리가 없지. 우리들이 겪는 건 니들이 생각하는 그이상이다. 시각장애인들을 생각해 보자! 보이지 않아서, 볼 수가 없어서 하고 싶은 것도 못하며 사는 그들의 고통을 사람들은 아는가? 부모님 얼굴도 못보고, 사랑하는 사람 얼굴도 못 보고....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들은 어떻고?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고통을 사람들은 짐작도 못할 거야. 들리지 않기에 글자하나하나로 대화를 해야 되고 자기감정표현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몰라. 그보다 더 힘든 건,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거야.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지 못하는 것까지.

 

 그러기에 사람들은 알아야 한다. 내 귀로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 특히 아름다운 음악을 감상 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소중하다는 사실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 같은 지체장애인들 이야기를 해보련다. 몸이 불편하기에 마음속으로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한 줄 아냐?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는데 조그만 흠이 있어 “장애인”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아야 하는 이 아픔이 얼마나 큰지 몰라. 사람들은 “장애인, 장애인”하면서 건성으로 불러댄다. 그 아픔에 동참하려는 생각은 아예 접고 말이다. “장애인”이라는 말을 듣는 사람은 얼마나 힘이 드는 줄 아냐? 이렇게 말하면 마땅한 다른 수식어가 없다고 변명들을 하지.

 

 나는 이제 “장애인”이라는 소리는 물론이고, 비슷한 말도 듣기가 싫다. 이제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지금 내가 하는 것에 최선을 다한 다음에 장애인이라는 수식어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증명해보일거야. 그리고 나보다 더 힘들게 살아가는 장애인들을 최선을 다해 보살펴 주고 싶다. ‘장애인먼저’, ‘장애인을 사랑하자’는 말잔치 이젠 듣기도 싫고 역겹고 구역질난다. ‘도움을 준다.’는 동정의 말도 시끄럽다. ‘불쌍하다’는 말은 더더욱 듣기 거북하다. 다만 있는 그대로 놔두고 봐 주었으면 좋겠다.

 

 한편, 장애인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장애를 마음속에 담아두는 것은 한을 눈덩이처럼 키우는 어리석은 짓이다. 장애를 장애로 품어 키우는 것이 아니라 어둡고 쓰라린 상처를 딛고 영롱한 아름다운 진주로 키우는 조개의 모습에서 우리는 한을 극복하는 교훈을 찾고, 지혜를 얻어야 한다. 응어리를 키우며 한에 파묻혀 사는 사람에겐 소망도 희망도 없기 때문이다. 상처를 진주로 바꾸는 지혜와 의지를 지닌 조개처럼 한을 극복하는 사람에겐 행복과 기쁨이라는 큰 선물을 얻게 되고, 진주보다 더욱 영롱한 찬란한 희망을 길어 올릴 수 있으리라.

 

 내가 세상을 떠나가는 시간이 온다면 “장애는 슬픔이고, 고통이고, 엄청 불편한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가련다. 저 세상에 가서 하나님을 만날지 못 만날지 모르지만 만에 하나 만날 수 있다면 “장애는 엄청 고통이고, 무지 슬픔이고, 견디기 벅찬 것이고, 피 눈물 나게 불편한 것”이라고. 가감 없이 모두 털어놓을 참이네.

 


  1. 여기가 좋사오니

    사람은 누구나 안정된 환경과 분위기를 원한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그랬다. 예수님과 변화산(헬몬산)에 올라 예수님의 형상이 변화하고 황홀경을 경험하며 베드로는 외쳤다. “주님, 여기가 좋사오니!” 그 고백은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욕구인지...
    Views59578
    Read More
  2. 가는 길 다시 묻고, 묻고 물어

    “니이체”는 인간의 의식 발전을 세 단계로 이야기한다. 첫째. 낙타의 단계: 낙타는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짐승이다. 시키는 대로 하고 입력된 대로 산다. 물음이 없다. 저항도 없다. 평생 하라는 대로만 하는 영성지수 100-150의 단계이다. 둘째...
    Views61973
    Read More
  3. 야구 몰라요!

    매우 친숙한 목소리, 걸쭉한 입담, 야구인다운 외모. 수십 년간 야구해설가로 명성을 날리며 모두에게 친숙하게 다가온 남자. 그는 야구해설을 하다가 종종 외쳤다. “야구, 몰라요!” 상상을 초월하는 역전극이 벌어질 때나 경기흐름이 예상을 벗...
    Views59399
    Read More
  4. 행복한 부부생활의 묘약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 결혼을 한다. 그런데 “행복”이라는 것이 말처럼 쉽게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님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는다. 실로 결혼은 “종합 예술”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세상에서 남녀가 만나 한 가정을 이루며 산다...
    Views64926
    Read More
  5. 어느 장애인의 넋두리

    나는 지체장애인이다. 어릴 때부터 온몸을 흔들고 다니는 것이 수치스러워 힘든 시간들을 보내며 살아왔다. 이제 내 나이 스무살. 모든 것이 예민해지는 세대를 살고 있다. 요사이 아는 누나와 ‘썸’아닌 ‘썸’을 타고 있다. 누나는 청...
    Views63122
    Read More
  6. 여름을 만지다

    지난 6월 어느 교회에서 주일 설교를 하게 되었다. 예배를 마치고 친교시간에 평소 안면이 있는 집사님과 마주앉았다. 대화중에 “다음 주에 한국을 방문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외쳤다. “여름에 한국엘 왜가요?” 잠시 당...
    Views60290
    Read More
  7. 남자는 애교에, 여자는 환심에 약하다

    “애교”란? “남에게 귀엽게 보이는 태도.”이다. ‘애교’는 여성의 전유물처럼 보이지만 이제는 애교 있는 남자가 인기 있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사람들에게 “귀여운 여자”라는 별칭을 얻으려면 몇 가지 특...
    Views101445
    Read More
  8. 전철 심리학

    한국에 가면 가장 편리하고 눈에 띄는 것이 대중교통 수단이다. 특히 전철노선은 서울뿐 아니라 지방 속속 까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있다. 전철의 좌석배치는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서인지 양쪽 창가 밑에 일렬로 배열되어 있다. 전철을 타면 어쩔 수 ...
    Views79678
    Read More
  9. '쉼'의 참다운 의미

    어느 무더운 여름, 한 목사님께서 하와이 소재 교포 교회에서 부흥회를 인도하는 중에 잠시 해변을 거닐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담임하는 교회에 노 장로님 부부를 그곳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목사님은 너무도 반가워 두 손을 잡았더니 장로님 부부...
    Views70994
    Read More
  10. 사랑의 샘 밀알 캠프

    매년 여름이 되면 미주 동부에 흩어져있던 밀알선교단 단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은혜의 장을 연다. “캐나다(토론토), 시카고, 코네티컷, 뉴욕, 뉴저지, 필라, 워싱턴, 리치몬드, 샬롯, 아틀란타 밀알”까지 10개 지단이 모여 사랑의 캠프를 여는 것...
    Views58722
    Read More
  11. 소금인형

    인도의 엔소니 드 멜로 신부가 쓴 ‘소금 인형’이야기가 있다. 소금으로 만들어진 인형이 하나 있었다. 인형은 어느 날 자신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곳’을 향해 소금 인형은 무작정 길...
    Views68809
    Read More
  12. 철수와 영희가 사라졌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면 국어시간에 만나는 첫 인물이 “철수와 영희”이다. “철수야 놀자, 영희야 놀자!”로 문장은 시작된다. 아마 지금도 한국인중에 가장 많은 이름이 남자는 “철수”, 여자는 “영희”일 것이...
    Views79329
    Read More
  13. 15분 늦게 들어선 영화관

    이미 영화가 시작된 극장에 들어서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더듬거리며 자기가 예약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은 고역이다. 그런데 이미 극장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이 볼 때는 그런 사람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환히 보이는 극장 안을 ...
    Views82909
    Read More
  14. 음악은 발이 없잖아!

    여름방학은 누구에게나 무한한 꿈을 안기며 시작된다. 그 추억을 회상하게 만드는 영화가 “순정”이다. 1991년,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곳곳에 흩어져 유학(?)을 하던 소꿉친구들이 고향인 전라남도 고흥. 섬마을 “청록도”에 모여 든다....
    Views61360
    Read More
  15. The Day After

    인생을 살다보면 행복에 겨워 소리치며 흥분에 들뜰 때가 있다. 그런 날들이 언제까지나 지속되면 좋으련만 인생은 하향곡선을 그리며 정신이 혼미해지고 삶의 무게를 지탱하기에는 너무도 버거울 때를 만나게 된다. 1983년 KBS TV에서 “이산가족을 찾...
    Views66186
    Read More
  16. 산 사람 소식으로 만나자!

    아이가 처음 태어나면 가정이라는 요람에서 꿈을 꾸며 자란다. “엄마, 아빠”를 부르며 입을 열고 두 분의 애정 어린 보살핌 속에서 성장 해 간다. 조금씩 커가며 만나는 것이 “친구”이다. 엄마, 아빠만 찾던 아이가 친구를 사귀게 되...
    Views59433
    Read More
  17. 남자여, 늙은 남자여!

    세상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가장의 위치는 대통령이 안 부러웠다. “어∼험”하며 헛기침 한번만 해도 온 집안이 평정되었으니까. ‘가족회의’라고 가끔 소집을 하지만 대부분 아버지의 일장연설이 이어지는 시...
    Views72159
    Read More
  18. 맥도날드 할머니

    인생은 참으로 짧다. 하지만 그 세월을 견디는 순간은 길고도 지루하다. ‘희희락락’하며 평탄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반면 ‘기구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험난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일명 ‘맥도...
    Views60164
    Read More
  19. 아, 필라델피아!

    나는 Philadelphia에 살고 있다. ‘필라델피아’라는 이름은 희랍어로 “City of brotherly love(형제애의 도시)”라는 의미이다. 북으로 두 시간을 달리면 “뉴욕”이 반기고 남쪽으로 세 시간을 내달리면 “워싱톤&rdqu...
    Views72411
    Read More
  20. 밀당

    어디나 문은 미닫이와 여닫이가 있다. 미닫이는 옆으로 밀면 되지만 여닫이는 ‘밀고 당기기’가 분명해야 한다. 대개 음식점이나 일반 가게에는 출입문에 “Push” 혹은 “Pull”이라고 쓰여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
    Views5878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