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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2 10:32

누구나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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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청받은 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예배 후 친교를 시작하면 하나둘 내 곁에 모여든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목사님, 저도 장애인입니다.”이다. 일단 거부감이 들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장애가 있다는 의미인 것 같다. 그런데 정작 누군가가 “당신은 장애인이네요?”라고 하면 인상을 찌푸릴 것이다. 심각하게 자신의 장애를 들여다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현대인들의 병리는 심각하다. 나르시시즘, 정체성을 잃고 흔들리는 “혼미 증후군”(정체성 장애), 지나치게 타인을 불신하고 사람의 의도를 나쁘게 해석하는 편집증이 그것이다.

 

  과거에는 삶이 단순했다. 농경사회는 해가 뜨면 나가서 일하고 저물면 집에 들어와 온 식구가 식탁을 마주한 후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자녀가 태어남과 동시에 그의 직업적 정체성이 정해진다. 아버지가 농사를 지었다면 그 아들도 농부가 되고, 어머니가 방앗간을 운영했다면 그 딸도 방앗간을 운영했다. 이에 따라, 진로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줄어들고 가족 단위로 뭉쳐짐에 따라 정체성 장애도 감소할 수 있었다.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보다는 가문의 명예를 위해 살아가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현대 사회를 보라! 내가 성장기에는 상상도 하지 못하던 다양한 직업과 회사가 즐비하다. 남성 헤어디자이너, 요리사, 간호조무사는 이미 오래전 일이다. 남자의 상징인 육군사관학교 수석 졸업이 여성이다. 전통 여대에 남학생들이 입학을 하여 공부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것은 이것이다”라고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이제는 나이, 성별, 태생의 선이 없는 시점이다. 젊은이들은 스스로 적성과 흥미를 발견하여 진로를 설정해야만 한다.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일지라도 정체성 혼란을 겪을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관도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농경사회에서는 사람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성실성과 도덕성이었다. 이것은 단시일이 아닌 그 사람을 오래 지켜보아야 파악이 된다. 따라서 농경사회에서는 성실한 사람이 인정을 받았다. 반면, 현대 사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 모여 살기 때문에 나 자신의 가치를 몇분 만에 어필해야 한다. 짧은 시간에 순간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외모나 능력으로 사람을 파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순간적인 인상, 외모, 학력 등은 나르시시즘이 좋아하는 영양분이다.

 

 관계가 중요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끊고 맺음을 확실히 하는 대인관계가 능력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어떤 사람과 갈등이 생기면 농경사회에서는 싸워서 합의를 보거나,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러나 21세기에는 많은 대인관계 어려움이 이별을 통해서 해결된다. 대인관계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다른 친구를 사귀는 것이 된다. 대안적 방법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화해와 용서는 사라지고 손절과 환승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건강한 대인관계가 무엇인지 배울 기회조차 사라지고 있다.

 

 우리가 젊을때는 남녀가 사귀다가 결별을 선언하면 아프지만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무서운 복수극이 눈만 뜨면 뉴스난을 채운다. 또 좋은 사람이 있으면 여러 방법을 통해 어필을 계속했다. 그래서 결국 사랑을 쟁취하는 풋풋한 미담(?)이 즐비했다. 지금은 조금만 자신의 마음에 거스리면 스토커로 신고가 들어간다. 한국의 경우 1인 가구가 전체세대의 41%를 넘어서고 있다. 1,000만을 돌파하기 직전이다. 10가구당 4가구가 혼자 사는 셈이다.

 

 사람은 함께라야 비로소 사람이 된다. 그런데 혼자 살다 보니 정신적, 육체적으로 불균형이 될 수 밖에 없다. 마음의 감기라는 ‘우울증’을 시발로 공황장애, 불안장애가 보편화되고 있다. 티가 나지 않는 장애인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것이다. 과학이 발달하며 몸이 편해진 반면 마음은 병들어 가고 있다. 심리학자들이 바쁜 시대가 도래했다. 자신의 장애를 들여다보고 진정한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장애인을 가슴으로 품는 이들이 많이 생겨나기를 기대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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