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4.07.12 10:07

“아내”라는 이름

조회 수 269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나이가 들어가며 결혼은 당연한 것으로 알았다. 주위에 친구들이 하나둘 짝을 찾아 결혼식을 올리는 와중에 ‘내 짝은 도대체 어디 있는 것일까?’ 고심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대학 동창 절친이 결혼식을 올리고 김포공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탑승구로 향할때에 신랑, 신부 친구들은 손을 흔들며 배웅해 주었다. 정장차림의 친구, 한복으로 바꿔입은 신부는 마치 동화속에 주인공 같았다. ‘나에게도 저런 순간이 올까?’ 부러운 눈으로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나 자신이 초라해 지는 것을 느꼈다.

 

 그때 내 나이 29살. 내가 처한 상황이 녹록하지 않기도 하였지만 주위에 결혼하는 사람들을 보며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재광은 교회 선배와 결혼을 했다. 교회에서 비밀 연애를 했던 것이다. 2살 연상이었다. 결혼 발표가 나자 다들 충격을 받았다. 낌새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주는 후배 광희와 결혼을 했다. 교회 앞 하숙집 딸 “광희”와는 고교 3년 동안 기거하며 조짐이 보였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누구나 여성의 미모를 우선시 한다. 거기다가 여러 가지 요구사항이 동반된다. 더구나 성직의 길을 가는 나에게는 그 선택폭이 좁아질 수 밖에 없었다. 교제를 하고, 소개도 받아 보았지만 평생 교회를 함께 섬겨야 할 사모를 찾기에는 내 기대치가 높았던 것 같다. 주제를 알지도 못한 채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정말 멋진 자매가 내 앞에 나타났고, 용기와 진정성으로 다가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아 결혼을 하게 되었다. 식을 올리고 얼마 전 친구 부부가 올라가던 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래 도열 한 친구들을 향해 손을 저으며 제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감격의 순간이었다.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라!

 

 오늘 점심. 아내를 먼저 떠나 보내고 홀로 사는 남자, 자식을 따라 한국으로 떠난 아내를 바라보며 어쩔 수 없이 홀로 사는 남자와 만나 교제를 나누었다. ‘나이가 들면 혼자가 편할 것 같다’라는 내 편견을 깨고 무척이나 외로워하는 남자들을 보며 마음이 짠해 왔다. 역시 남자 곁에는 여자, 특별히 아내라는 이름의 여자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아내”는 정겹고 마음이 놓이고, 아늑하고 편안한 이름이다. 나이가 들수록 돌아보면 항상 곁에서 함께 걷고 있는 사람이다. 평소 그렇게 자잘한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항상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다. 어떨때는 돕는 듯 하다가 모른척 해도 어느새 집안일을 말끔히 해 놓는 사람이다. 너무 흔해서 고마움을 모르는 물과 공기처럼 매일 그 사랑을 마시면서도 당연하게 여기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삐걱거리기도 하지만 어느새 누그러져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이다.

 

 어느 젊은 집사 부부가 싸움을 했다. 저녁 먹을 시간이 다가오는데 화가 난 아내는 밥도 안짓고 건넌방에 들어가 문을 잠가 버렸다. 저녁을 쫄쫄 굶고 따분하기까지 한 남편과 아이들이 문을 두드렸으나 전혀 무반응이었다. 이때 남편은 문득 아내가 교회에서 제자 훈련을 받으면서 암송하던 성경구절이 생각났다. 문 앞으로 다가가 조용히 말을 건넸다. “볼지어다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요한계시록 3:20)

 

 잠시 후 그 성경 말씀에 대한 답신 성경 말씀이 방 안에서 흘러나왔다.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요한복음 15:5) 결국 이 부부는 동시에 웃음이 터졌고 아내는 나와서 밥을 차리고 정상 일과를 살게 되었다. 부부는 이런 것이다. 별들이 밤하늘에 나란히 빛나듯 한 방향을 걸으며 언제나 곁에서 나이를 먹어간다. 순서상 남편이 먼저 만들어졌지만 하자가 많다. 그래서 하나님은 후에 만들어진 아내를 신제품인 동시에 완제품으로 창조하셨다. 남편이 남편된 것은 오로지 아내 덕이다. 그래서 이렇게 고백해야 한다. “오늘까지 내 곁에 있어 주어 고마워요”

 

 성경은 말한다. “아내를 얻는 자는 복을 얻고 여호와께 은총을 받는 자니라”(잠 18:22)


  1. No Image

    % 세상

    세상은 온통 퍼센트(%)가 지배하고 있다. 시청자들이 즐겨보는 드라마나 예능프로의 시청률부터 크게는 각 나라마다 정치지도자를 선출하기 전에 실시하는 여론조사까지. 맞는 것도 같고 그렇다고 절대적이지 않은 퍼센트에 세상은 요동치고 있다. 모든 것이 ...
    Views101
    Read More
  2. No Image

    아픈 만큼 성숙해 지고

    삶에서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것은 만남이다. 만남을 통해 사는 맛을 알아가기도 하지만 어떤 만남을 통해서는 상처를 받으며 깎이는 과정을 경험해야만 한다. 빛이 영롱한 도자기를 만난 적이 있는가? 도공들이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
    Views693
    Read More
  3. No Image

    잠시 쉬어 가세요

    2024년을 시작했는가 했는데 어느새 8월의 끝자락에 서있다. 금년 여름은 정말 더웠다. 하지만 입추와 말복을 거쳐 처서(處暑)를 지나며 아침저녁으로 소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더니 초가을의 텃텃함이 엄습하고 있다. ‘안 해야지’ 하면서도 ...
    Views1258
    Read More
  4. No Image

    마당

    어린 시절을 마당에서 보냈다. 남자아이들은 비석 치기, 자 치기를 하고 놀았고, 여자애들은 주로 공기놀이, 고무줄 넘기를 하며 한나절을 보냈다. 누가 무어라 하지 않아도 동네 아이들은 마당으로 모여 들었고, 무엇이 그리 재미있었는지 함박 웃음을 지으...
    Views1345
    Read More
  5. No Image

    눈물을 머금은 마음

    눈물은 사람의 몸에서 흐르는 고귀한 액체이다. 극한 감격 속에서도 흐르지만 대부분 고통스러울때에 배출된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시인이었던 괴테는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의 참다운 의미를 모른다”라고 했다. 여러 의미가...
    Views1614
    Read More
  6. No Image

    결혼은 예술이다

    세상에서 가장 신비롭고 아름다운 곳은 가정이다. 젊은이들은 ‘저절로 이성을 만나고 저절로 하는 것이 결혼이라’는 기대감 속에 산다.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어느날 우연히 마주친 이성에 반해서 사랑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지만 그런 일은 ...
    Views1984
    Read More
  7. 밀알 캠프의 감흥(感興)

    29번째 밀알 캠프가 막을 내렸다. 29년, 사실은 32회가 맞다. 코로나 사태로 꼬박 3년을 엄두도 못내고 기다려야 했다. 항상 7월 중순에 캠프가 개최되는데 준비는 거의 1년이 걸린다. 캠프가 마치는 날, 호텔 측과 차기 장소 계약을 맺어야 한다. 600명을 한...
    Views2170
    Read More
  8. No Image

    순수야, 푼수야?

    나는 순수한 사람이 좋다. 순수한 사람을 만나면 살맛이 나고 삶의 도전을 받는다. ‘순진’과 ‘순수’는 다르다. ‘순진’은 사실 경험하지 않음에서 오는 풋풋함이다. 세상 물정에 어두워 어수룩하다고 표현해야 할까? 어린...
    Views2909
    Read More
  9. No Image

    세월이 너무 빨라!

    나이가 들어가며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세월이 왜 이렇게 빨라!” 진정 숨을 고르기 힘들 정도로 세월이 빠르게 가고 있다. 2024년을 맞이한 것이 언제던가? 벌써 상반기를 지나 7월 하순에 와 있다. 다들 “덥다”고...
    Views3248
    Read More
  10. No Image

    “아내”라는 이름

    나이가 들어가며 결혼은 당연한 것으로 알았다. 주위에 친구들이 하나둘 짝을 찾아 결혼식을 올리는 와중에 ‘내 짝은 도대체 어디 있는 것일까?’ 고심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대학 동창 절친이 결혼식을 올리고 김포공항에서 에스컬...
    Views2698
    Read More
  11. No Image

    손발 없는 치어리더

    ‘치어리더’하면 건강미가 넘치고 균형 잡힌 몸매, 그리고 현란한 춤사위를 연상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 손발이 전혀 없는 치어리더가 있다. 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고 1년을 맞이할 때에 좌절과 불안의 일본 열도에 웃음과 용기를 전한 희망의 아이...
    Views2804
    Read More
  12. No Image

    숭구리 당당 숭당당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많은 것이 있겠지만 웃음이 아닐까? 웃음처럼 삶을 부드럽게 해 주는 윤활유도 드물다. 웃는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웃는 얼굴은 아름답다. 인간은 일생동안 50만번 정도를 웃으며 산다고 한다. 어린아이는 하루 ...
    Views4022
    Read More
  13. No Image

    삶은 위대한 선물

    누구나 그렇듯이 젊은 날에는 정신없이 달려 나간다. 그만큼 자신감도 충만한 시기이다. 밤을 새워도 좋고, 어디서든 굴러도 좋다. 낭만과 열정이 섞여 휘몰아 칠 때이니 말이다. 그때는 언제까지나 젊음이 내 곁에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
    Views3825
    Read More
  14. No Image

    ADHD

    밀알선교단은 매주 화요일 저녁 정기모임을 가진다. 장애인들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이 자리를 함께한다. 그들의 도움이 없이는 모임이 성사될 수 없다. 라이드, 식사, 부축해 주는 일까지. 따라서 젊은 봉사자들의 자녀들이 동반 참석하게 된다....
    Views3956
    Read More
  15. No Image

    소나무야, 소나무야

    작년 봄의 일이다. 집회 인도 차 한국을 방문하였다. 처음 행선지는 경기도 용인이었다. 운전하는 친구 곁에서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봄의 정취에 빠져들고 있었다. 길목을 돌아서는 순간, 탄성을 자아내는 풍경이 다가왔다. 마치 눈을 뿌려 놓은 듯 하얀 꽃...
    Views3825
    Read More
  16. No Image

    뭐가 그리 서러워?

    사람마다 세대별로 서운함을 안고 인생을 엮어간다. 아이 때는 갖고 싶은 장난감을 가지지 못한 것부터, 형제가 많은 가정에서 자라난 까닭에 새 옷은 꿈도 꾸어보지 못하고 항상 맨 위부터 물려주는 것을 입어야 했던 서러움까지. 이성에 눈을 뜨는 시기에 ...
    Views5301
    Read More
  17. No Image

    나비 효과

    “브라질 아마존강에 살고 있는 나비가 날개를 흔드는 것이 미국 텍사스 주 토네이도(tornado) 태풍의 원인이 될 수 있는가?”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놀랍게도 “그렇다”이다. 미국 MIT 대학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이런 의문...
    Views5750
    Read More
  18. No Image

    누구나 생각나는 스승이 있다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노래는 이렇게 시작된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가네♬” 홀로 선 인생이 어디 있으랴! 기억에서는 희미 해 가지만 어리디 어린 나이로부터 겹겹이 쌓여진 세월과 함께 나를 가르치고...
    Views6075
    Read More
  19. No Image

    부부의 날

    어느 강좌 시간에 교수가 한 여성을 불러낸다. 그리고는 “앞에 나와서 칠판에 아주 절친한 사람 20명의 이름을 적어보세요.” 요구를 했다. 여성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교수가 주문한대로 ‘가족, 이웃, 친구, 친척’등 20명의 이름...
    Views6125
    Read More
  20. No Image

    발달장애 가족 이야기

    작년 가을, 밀알 소풍을 가는 날이었다. Park로 출발하기 앞서 밀알선교센터에 모이기 시작했고 부모의 차를 타고 장애아동들이 당도하고 있었다. 한 어머니가 아들을 라이드하고 돌아서는 순간. 밀알에 나와 봉사하던 한 분이 놀란 눈으로 어머니의 손을 움...
    Views723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