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7.05.26 09:53

신부 입장!

조회 수 5361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신랑신부.jpg

 

 

  “신부가 입장합니다. 하객들은 모두 일어서서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례자의 멘트에 따라 저만치 다가오는 사랑하는 딸의 모습이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딸의 오른손을 잡고 예식장을 걸어 들어간다. “신랑 입장”의 구호에 따라 예식장에 들어서던 때가 31년 전인데 세월은 흘러 이제 딸을 신랑에게 인도하기 위해 걸어들어 가고 있다. 언제까지나 귀엽고 앳된 모습으로 머물기를 바랐건만 아이는 자라 아내에 자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 후배 목사의 고백이 떠오른다. “해리스버그에 있는 <Penn State Uni.>에 딸을 데려다 주고, 오면서 울고 아내와 한 달을 울며 지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했다. 결혼 소식에 접한 사람들은 “축하한다.”는 말끝에 농담을 던진다. “목사님, 그렇게 예쁜 딸을 아까워서 어떻게 시집보내세요?” 결혼 리허설 때 까지는 전혀 감정의 흔들림이 없었다. 하지만 정작 “신부 입장”을 하는 이 시간 ‘울컥’하며 무언가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신랑의 성이 “이 氏”라는 사실이다.

 

 새벽기도를 드리던 내 마음에 불현 듯 생각이 스쳐갔다. ‘신부 입장을 아빠가 시켜야 하는데 내 걸음걸이가 온전치 못해 딸에게 누(累)가 되지 않을까?’ 갑자기 목이 메어왔다. 그냥 흘러내리던 눈물은 흐느낌으로 변해갔다. 스스로 놀랐다. ‘당당하던 내안에 이런 두려움이 숨어있었다.’니? 그때부터 생각이 복잡해 졌다. ‘차라리 신랑 · 신부 동시입장’을 할까?’ 아내에게 의견을 물으니 그렇게 하란다. 은근히 서운했다. 이내 원래 방법으로 생각을 굳혔다.

 

 결혼을 사흘 앞두고 아내와 단둘이 식사를 하다가 물었다. “Honey!(나는 아내를 그렇게 부른다) ‘인애’ 시집가는데 서운하지 않아?” 아내가 고개를 돌린다. 두 뺨에 눈물이 흥건했다. 이미 울고 있었다. 당황한 내가 ‘벌떡’ 일어서며 외쳤다. 예비사위가 가져다 준 ‘홍삼액’을 따서 내밀었다. “힘을 내요. 다 가는 건데. 우리가 약해지면 안 되지.” 그러면서 내 목소리도 잠겨갔다. 이 땅에 딸을 가진 부모들은 이런 묘한 감정을 넘어서야만 하는 것 같다.

 

 드디어 결혼식 날이 밝았다. 전날까지 그리 좋던 하늘은 촉촉한 봄비를 뿜어낸다. 딸의 친구 미용사가 집에 도착하자 분주해 졌다. 식구들이 돌아가며 단장을 하고 나도 준비했던 새 양복을 꺼내 입고 몸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딸이 드레스를 입고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아름답다. 내 딸이라 그런 걸까? 평소에는 그렇게 정겹던 봄비가 오늘은 왜 이리 얄미운지? 그 비를 헤치고 축하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다른 이의 결혼식에 참석할 때와는 전혀 다른 감정이다. 얼마나 소중하고 고맙던지!

 

 결혼식은 순조롭고 은혜롭게 진행되었다. 주례 목사님은 시종 윗트와 섬세한 감각으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드디어 축가를 부르는 시간. 특이하게 양가 바깥사돈들이 축가를 불렀다. “축복의 노래”를 열창했고 반응은 콘서트 장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이어 인사말을 하기 위해 단에 섰다. 그렇게 결심을 했건만 절제하기 힘들 정도로 눈물이 솟구쳐 올랐다. “장애를 가진 저에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다가온 두려움은 첫째, ‘나도 결혼을 할 수 있을까?’ 둘째는, ‘나도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셋째는, ‘나도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였습니다. 그 고비를 넘어설 때 마다 기도했고, 그 기도에 응답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분위기는 숙연해졌지만 감동이 잔잔하게 번져갔다.

 

 그렇게 결혼을 하고 딸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어미 새가 둥지에 알을 낳아놓으면 깨어나 자라나고 날아가듯이 자녀들은 장성하면 짝을 만나 둥지를 떠난다. 서운하지만 이것은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부모들의 일치된 소망이기도 하다. 그 과정이 부모에게는 견디기 힘든 고통의 시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험 속에 인생의 희락을 경험하며 나이를 먹는다.

 “딸아! 잘 살아야 한다. 행복해야 한다.” 오늘도 부모들은 자식의 앞날을 위해 두 손 모아 기도를 드린다.

 


  1. 장애인인 것도 안타까운데

    사람들이 아주 평범하게 여기는 것을 기적처럼 바라며 사는 존재가 있다. 바로 장애인들이다. 이 땅에는 장애를 가지고 힘겹게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통계에 의하면 인류의 10%가 장애인이라고 한다. ‘10명중에 한명’은 장애인이...
    Views56964
    Read More
  2. 바람이 보여주는 빛을 볼 수 있다면

    바람이 분다. 얼굴에 머물 것 같던 바람은 이내 머리칼을 흔들고 가슴에 파고든다. 나는 계절을 후각으로 느낀다. 봄은 뒷곁에 쌓아놓은 솔가지를 말리며 흘러들었다. 향긋하게 파고드는 솔 향이 짙어지면 기분 좋은 현기증이 봄이 가까이 왔음을 알게 했다. ...
    Views53371
    Read More
  3. 마음의 빗장을 열고

    한국 사람의 언어 중에 독특한 단어가 “우리”이다. ‘우리나라, 우리 학교, 우리 동네’로부터 심지어 ‘우리 아내, 우리 남편’이라고 한다. 외국사람들이 처음 들으면 기절초풍을 한다. ‘아니 아내(남편)가 저리도 ...
    Views53968
    Read More
  4. 아이를 깨우는 엄마의 소리

    새날이 밝았다. 창가로 눈부시게 쏟아지는 아침햇살이 싱그럽다. 단잠으로 쉼을 누리고 맞이하는 새아침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축복의 시간이다. 그런데 많은 가정들이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등교해야 할 아이를 잠자리에서 깨...
    Views54732
    Read More
  5. 노인의 3苦

    나이가 들어가니 어르신들을 만나면 묻는 것이 연세이다. 어떤 분은 “얼마 안 먹었습니다.”하고는 고령의 나이를 드러낸다. 분명히 나이를 물었는데 대답은 태어난 연도를 대답하는 분도 계시다. 머리로 계산을 하려면 복잡한데 말이다. 어제도 9...
    Views55175
    Read More
  6. 미라클 벨리에

    이 영화의 스크린이 열리면 주인공인 “폴라 벨리에”(루안 에머라 扮)가 자전거를 타고 한적한 프랑스 시골마을을 달린다. 분홍색 헤드폰이 인상적이다. 16세 소녀의 모습이 마냥 싱그럽다. 젊음의 강점은 바로 “건강함과 아름다움”이...
    Views52643
    Read More
  7. 신부 입장!

    “신부가 입장합니다. 하객들은 모두 일어서서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례자의 멘트에 따라 저만치 다가오는 사랑하는 딸의 모습이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딸의 오른손을 잡고 예식장을 걸어 들어간다. “신랑 입장”의 구호에 따라 ...
    Views53615
    Read More
  8. 약한자여, 그대 이름은 목사라!

    이런 이야기가 있다. 미국에서 한인 목회를 하는 어느 목사님이 선교지 방문차 태국에 가게 되었다. 현지에서 선교사님을 따라 시내 관광을 하는 중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발견한다. 가까이 가보니 코끼리가 쇼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코...
    Views53892
    Read More
  9. 독방 체험

    죄를 짓지 않고도 스스로 감옥행을 택한 이들이 있다. 감옥은 자유를 구속하는 곳이면서도 누군가에게는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통찰력을 기르는 깨달음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쇠창살만 없지 영락없는 교도소다. 5㎡(1.5평) 남짓한 독방 28개가 복도를 마주...
    Views55449
    Read More
  10. 신실한 봉사자를 기다립니다!

    한국의 입시제도가 변화하고 있다. 수능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야만 유수한 대학에 진학할 수 있기에 한국의 고교는 보이지 않는 전쟁터이다. 따라서 인격이나 인간관계, 감성은 뒷전이다. 오로지 ‘성적지상주의’가 한국교육의 현주소이다. 그...
    Views53274
    Read More
  11. 버려진 아이들

    세상은 평온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 하지만 어둠 진 곳에서는 가정에서 버려져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너무도 많다. “경호”는 17살이다. 부모는 3살 때에 이혼을 했다. 이후 경호는 아버지 손에 자랐다. 경호 아버지는 공장에서 사고를 당...
    Views51646
    Read More
  12. 바뀌어 가는 것들, 그리고…

    한국에 왔다. 감사하게도 일 년에 한번 씩은 들어올 계획이 잡힌다. 부흥회를 인도하고 전국을 다니며 주일 설교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유기적인 밀알사역 감당을 위해 한국을 방문할 수 있음이 고마울 따름이다. 게다가 매년 들어오면 만나야할 사람이 샘솟듯...
    Views50714
    Read More
  13. 두려움을 넘어가는 신비

    사람이 살면서 평생 풀어야 할 문제가 두려움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목을 놓아(?) 운다. 어렵게 태어났는데 나오자마자 웃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아이들은 울면서 인생을 시작한다. 왜 그럴까? 두려움 때문이다. 그 두려움 때문에 인생은 한날도 편안히 ...
    Views54184
    Read More
  14. 결혼 상대자로 장애인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인생의 3분지 1은 혼자서 산다. 3분지 2는 둘이서 살아야 한다. 혼자 살 때는 가끔 외로울 때가 있긴 하지만 자유로워서 좋다. 그러나 하나님이 인간을 만드실 때 혼자서는 잘 살아가지 못하도록 창조하셨다. 반드시 남자와 여자가 연합하여 Life Story를 엮...
    Views59628
    Read More
  15. 만남이 인생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것이 있다면 “만남”이다. 다른 말로 하면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잘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관계를 잘한다.”는 것이다. 가진 것이 많아도, 지식과 교양이 높아도 관계를 ...
    Views53353
    Read More
  16. 가족 사진

    “옥한흠 목사님”(사랑의 교회 원로)이 세상을 떠나 하관예배가 진행되는 중에 갑자기 옥 목사의 차남 ‘승훈’씨가 “아버지의 관 앞에서 가족사진을 찍겠다.”고 말했다. 동석한 1,000여명의 성도들은 저으기 당황했다. 집...
    Views60791
    Read More
  17. 행복을 주는 사람

    사람이 살면서 사람을 통해 감동을 받는 것처럼 행복하고 흥분되는 일은 없다. 신학대학에 들어가서 처음 나를 감동시킨 분은 “박윤선 박사님”이셨다. 풋풋한 인상의 교수님은 웃으시면 약간 입이 비뚤어지셨다. 그 옛날 “웨스트민스터&rdq...
    Views56212
    Read More
  18. 까까 사먹어라!

    어린 시절. 방학만 하면 나는 포천 고향집으로 향했다. 지금은 너무도 쉽게 가는 길이지만 그때만 해도 비포장 자갈길을 ‘덜컹’거리며 버스로 2시간은 족히 달려야했다. 때문에 승객들은 거의 차멀미에 시달렸다. 버스에는 항상 차멀미하는 사람...
    Views65501
    Read More
  19. 아, 밀알 30년!

    참으로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자그마한 밀알 하나가 심기어져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자라나 30년을 맞이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밀밭의 꿈이 세월의 한 Term을 돌아가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행복했다. 그것도 화려한 사역이 아니라 가...
    Views56299
    Read More
  20. 뒷담화의 달콤함

    갑자기 귀가 가려울 때가 있다. 그러면 이런 말이 저절로 튀어나온다. “누가 내말을 하나?”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사람은 영적 존재이기에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일찍이 나의 장인이 새로운 것을 알려주셨다. “왼쪽 귀가 가려우면 누군가...
    Views5683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