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4856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김종수 목사.jpg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인연이 있다. 한 순간, 한 마디의 말, 한 사람이 인생전반에 은은한 잔영으로 남아있게 마련이다. 어느 날 문득 삶을 되돌아보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무언가가 끊임없이 나에게 에너지를 주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고등학교 3학년, 예비고사가 끝난 직후 3을 위한 부흥회”(미션스쿨)가 열렸다. 강사는 포스가 남달랐다. 희끗희끗한 머리에 까만 두루마기를 입고 등단하셨는데 새하얀 동정은 목사님의 자그마한 얼굴을 돋보이게 했고, 독립운동가 같은 강렬한 인상으로 분위기를 압도하였다.

 

 약간은 허스키한 목소리가 답답함을 느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며 그분의 설교는 고3들의 가슴을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성함은 김종수 목사님태능 근처 영세교회를 담임하고 계셨다. 그 분은 목사님의 아들이었다. 곱게 자라던 그는 사춘기에 접어들며 비뚤어지기 시작하였고, 급기야 신앙을 버리게 된다. “연희전문학교”(, 연세대학교)에 입학을 하고 응원단장을 맡으면서 그는 실로 기고만장한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그렇게 한창 세상길을 가고 있던 종수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진다. 어머니가 암에 걸려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는 전갈이었다. 하지만 그는 어머니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향락에 젖어있었다. 결국 결정적인 하나님의 손길을 체험한 이후에야 집을 생각하게 된다. 어머니를 찾아 향한다. 그의 집은 과수원 한복판에 있었다. 배꽃이 만발한 동산을 지나 싸릿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서자 어머니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아파, 너무 아파, 주님, 주님!” 가슴이 저며 왔다. 방문을 살며시 열자 어머니는 힘겹게 고통을 참아내며 돌아누워 계셨다.

 

 “어머니, 저예요. 종수가 왔어요!” 놀란 어머니가 힘없는 눈동자로 아들을 쳐다본다. “종수가 왔다구요.” “, 아들아 네가 왔구나! 내가 너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종수가 다가가 어머니를 안는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몸이 닿아오자 아들은 오열한다. “어머니, 용서하세요. 잘못했어요. 저를 용서해 주세요.” 그때 어머니가 아들의 얼굴을 만지며 입을 연다. “얘야, 괜찮아. 다 모르고 그랬는걸 뭐.” 이 한마디에 아들은 통곡하며 방을 뒹군다. 결국 어머니는 아들의 품안에서 숨을 거둔다. 그는 목사가 되어 배꽃동산에 교회를 짓고 목회를 하게 된다.

 

 부흥회 둘째 날, 신앙부장인 내가 사회를 맡게 되었다. 설교가 끝나갈 무렵, 강사 목사님은 제가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고 싶습니다. 오늘 사회를 보는 학생이 여러분을 대표하여 제 기도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당황하며 단에 오르자 목사님은 성경책을 펼치더니 오른 손을 성경에 올려놓으라.”고 하셨다. 나는 그렇게 축복기도를 받았고 놀랍게도 훗날 목사가 되어 성직의 길을 가게 된다. 그 한순간의 기도가 나를 이끌어 갈 줄이야.

 

 그렇게 세월이 흘러가고 1994년 여름, <수동기도원>으로 전교인수련회를 가게 되었다. 밤늦게까지 설교를 하고 교인들을 위해 기도를 하다 보니 자정이 훨씬 넘어갔다. 배정받은 <목사관>에 들어갔다. 시즌이 피크여서인지 내 방에 누군가가 잠을 자고 있었다. 기도원 원목에게 이미 들은 바라 더듬거리며 방에 들어서는 순간 어슴프레 불빛에 비춰진 얼굴을 보고 깜짝놀랐다. 고교시절 단에 섰던 그 목사님이 그곳에 누워계셨다. 인기척에 눈을 뜨신 목사님은 그리도 그리던 김종수 목사님이셨다. “아니, 목사님. 웬일이십니까?”

 

 놀란 것은 김 목사님이셨다.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 인사를 하니? 그것도 새벽 2시에. 그분은 나를 기억하지 못했다. 설명을 듣고서야 얼마나 반가워하시던지? 이후 우리 가족은 종종 목사님 댁에 드나들며 사랑을 받았다. 우리가 도착할라치면 이미 아파트 입구까지 나와 서계셨다. “형님, 어서 오구려!” 세상에 어리디 어린 나에게 형님이라니? 그분은 누구든 그렇게 섬기며 멋지게 사셨다. 마지막 남긴 어머니의 말 한마디를 사랑과 섬김으로 승화시키셨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목사님의 목소리와 특유의 제스처는 내 가슴에 깊이 새겨있다. 이제 한해의 말미이다. 부족하다. 실수가 많다. 돌이켜보면 후회뿐이다. 그런 우리를 향해 주님은 말씀하신다. 얘야, 괜찮아. 다 모르고 그랬는걸 뭐.”


  1. 톡 쏘는 느낌을 갖고 싶어~~

    미혼 시절에는 이성에 반하는 타입이 다채롭다. 남자들은 공히 곱게 빗어 넘긴 생머리에 청순가련형의 인상을 가진 여성들에게서 시선을 놓지 못한다. 반면 여성들은 과묵한 남자에 끌린다. 촐싹대고 말이 많은 남자보다는 묵직한 인상으로 분위기를 주도하는...
    Views47301
    Read More
  2. 슬프고 안타까운 병

    초등학교 시절. 방학을 손꼽아 기다렸다. 포천 큰댁으로 달려갈 생각에 가슴이 설레었다. 드디어 방학을 하고 시골에 가면 집안 어른들에게 두루 다니며 인사를 하고 후에 누이와 가는 곳이 있었다. 바로 외가댁이었다. 걸어서 30분이면 외가에 도착을 했고 ...
    Views41448
    Read More
  3. 어머니∼

    누구에게나 마음의 고향이 있다. 바로 어머니이다. 나이가 들어도 안기고 싶은 곳은 어머니 품이다. ‘남자는 평생 엄마의 품을 그리워하며 산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결혼을 위해 많은 교제를 하다가도 결국은 어머니 같은 여인과 결혼을 하...
    Views49500
    Read More
  4. 손을 보며

    손을 들여다본다. 손등이 눈에 들어오고 뒤집으면 바닥이 매끄럽게 드러난다. 각각 다른 길이의 손가락이 조화를 이룬다. 손가락을 구부려 움켜쥐면 금새 동그란 주먹이 만들어 진다. 손가락마다 무늬가 새겨있는데 지문이라 부른다. 지문이 같은 사람이 없다...
    Views42537
    Read More
  5. 있을 때 잘해!

    한 부부가 차에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에 들어왔다. 주유소 직원은 기름을 넣으면서 차의 앞 유리를 닦아준다. 기름이 다 들어가자 직원은 부부에게 다 되었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런데 남편이 “유리가 아직 더럽네요. 한 번 더 닦아주세요.”라...
    Views47287
    Read More
  6. 저는 휠체어 탄 여행가입니다

    장애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여행이다. 장애인들은 내달리는 차에 올라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무척이나 즐긴다. 일명 휠체어 여행가가 있다. 홍서윤. 그녀가 주인공이다. 자신을 휠체어 탄 여행가라고 소개하면 주위 사람들은 다들 깜짝 놀란 얼굴...
    Views47749
    Read More
  7. 그 분이 침묵 하실 때

    하이웨이에 차량들이 제 속도를 내며 원활하게 소통될 때 시원함을 느낀다. 누구와 하며 공감대를 느낄때에 통쾌함을 느낀다. 야구 경기의 흐름이 빨라지면 흥미진진함을 느낀다. 드라마를 볼 때도 스토리를 신속하게 풀어나가는 작가를 사람들은 좋아한다. ...
    Views47207
    Read More
  8. 사투리 정감(情感)

    서울 전철 안에서 경상도 사나이들이 너무도 큰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켠에 승차한 여성 두 명이 두 사람을 쳐다본다. 하는 말이 “아니, 왜 저렇게 시끄럽게 떠들지?” “외국사람 같은데” “아냐, 우리나라 사람이야&rd...
    Views44668
    Read More
  9. 내 옷을 벗으면

    사람들은 모두 옷을 입는다. 아침에 샤워를 마치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무슨 옷을 입고 나갈까?’를 고민한다. 여성들은 남성들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옷에 예민하다. 옷 입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성향과 추구하는 삶의 방향을 엿볼 수 있다....
    Views46965
    Read More
  10. “성일아, 엄마 한번 해봐. 엄마 해봐…”

    나이가 들어가는 장애인들의 소망은 결혼이다. 문제는 장애인과 장애인이 부부가 되었을 때 그 사이에서 태어나는 2세를 생각해야 한다. 선천 장애인들끼리의 결혼은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다. 여기 장애에 대물림으로 아파하는 사람이 ...
    Views47839
    Read More
  11. 2018년/ 이제 다시 시작이다!

    대망의 새해가 밝았다. 세월의 흐름 속에 사연을 안고 새해의 품안에 안긴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곧 익숙해 질 것이다. 우리는 당연한 마음으로 새해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지만 세상을 떠나간 사람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내년이 2018년이다. 영어로 선...
    Views51807
    Read More
  12. 참, 고맙습니다!

    2017년이 단 이틀 남았다. 돌아보면 은혜요, 일체 감사뿐이다. 고마운 분들을 그리며 금년 마지막 칼럼을 쓰고 있다. 그때그때마다 다가와 위로해 주던 많은 사람들, 여전히 그 자리에서 사역에 힘을 실어주는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어린...
    Views52432
    Read More
  13. 깡통차기

    초등학교 시절, 학교를 나서며 찌그러진 깡통 하나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장난삼아 ‘툭툭’치고 가다가 시간이 지나며 ‘사명감’(?)에 차고 나가고, 나중에는 오기가 발동하면서 집에 올 때까지 ‘깡통차기’는 계속된다. 잘...
    Views50216
    Read More
  14. 특이한 언어 자존심

    사람은 말을 해야 사는 존재이다. “언어가 통한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아무리 재미있는 ‘조크’도 알아듣지 못하면 전혀 효과가 없다. 우리는 대한민국 사람이다. 따라서 한국말을 쓴다. 그런데 우리가 ...
    Views52689
    Read More
  15. 울고 싶을 때는 울어야 산다

    인생을 살다보면 억울하고 답답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솟구치는 순간을 맞이할 때가 있다. 내 불찰과 잘못으로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순항하던 내 삶에 난데없는 사람이나, 사건이 끼어들면서 어려움을 당할 때가 있다. 그런데 정작 울려고 하는데 눈물이...
    Views50706
    Read More
  16. 얘야, 괜찮아. 다 모르고 그랬는걸 뭐!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인연이 있다. 한 순간, 한 마디의 말, 한 사람이 인생전반에 은은한 잔영으로 남아있게 마련이다. 어느 날 문득 삶을 되돌아보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무언가가 끊임없이 나에게 에너지를 주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고등학교 3학년, 예...
    Views48562
    Read More
  17. 살아있는 날 동안

    아르바이트 면접에 합격한 아들은 곧장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 엄마는 “공부하라”며 아들의 아르바이트를 말렸다. 아들은 ‘어려운 가정형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기쁨이 앞섰다. 그러나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
    Views46616
    Read More
  18. 공항의 두얼굴

    1970년대 공항에 대한 노래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공항 대합실” “공항에 부는 바람” “공항의 이별” 가수 ‘문주란’은 굵고 특이하면서도 구성진 창법으로 연속 히트를 쳤다. 그때만 해도 특권층만이 국제 ...
    Views52309
    Read More
  19. 꼰대여, 늙은 남자여!

    사람은 다 늙는다. 여자나 남자나 다 늙어간다. 나이가 들어가는 서러움을 달랠량으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소리쳐 보지만 늙어가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젊은이들에게 나이든 남자의 이미지를 물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
    Views53033
    Read More
  20. 아미쉬(Amish) 마을 사람들

    사람들은 유명하고 소중한 것이 가까이에 있으면 그 가치를 모르는 것 같다. 우리로 말하면 “아미쉬 마을”이다. 아미쉬는 푸르른 초원을 가슴에 안은 채 특유의 삶을 이어간다. 아미쉬의 특징은 전기, 자동차, 텔레비전 같은 문명의 이기를 철저...
    Views5450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