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7.11.24 13:11

살아있는 날 동안

조회 수 4824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행복.jpg

 

 

 

 아르바이트 면접에 합격한 아들은 곧장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 엄마는 공부하라며 아들의 아르바이트를 말렸다. 아들은 어려운 가정형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기쁨이 앞섰다. 그러나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몇 번이고 걸었지만 신호음만 되돌아왔다. 아들은 오랜만에 나들이 간 부모가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2명이 숨졌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때까지도 아들은 사고의 피해자가 자신의 부모인 줄 몰랐다.

 

 경기 수원시 팔달구의 한 병원 장례식장. 검은 상복 차림의 이모 군(16)은 부모의 영정 앞에서 고개를 떨궜다. 옆에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여동생(12)이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남매의 부모는 하루 전 천안논산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고속버스 추돌사고로 숨졌다. 사고는 천안논산고속도로 하행선에서 일어났다. 서울을 떠나 전남 고흥으로 가던 고속버스가 앞서 서행하던 싼타페 승용차를 들이받은 것이다.

 

 숨진 이 씨 부부는 2000년 결혼했다. 이 씨는 건설현장에서 전기설비담당 근로자로, 엄 씨는 7년째 피자가게 직원으로 일했다. 이 씨는 올 3월 아버지를 여의었다. 아내 엄 씨는 수년간 지병을 앓던 시아버지를 정성스럽게 보살폈다. 이 씨는 고생한 아내에게 둘만의 나들이를 약속했다. 이날 낮까지 일한 뒤 아들과 딸에게 날이 좋아 여수에 바다 보러 다녀올게라고 말한 뒤 집을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이정필”, 나의 중학교 동창이다. 그는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엄마와 단둘이 살았다. 보건소에 근무해서 그랬는지 평범한 엄마와는 포스가 달랐다. 세련되고 매너가 훌륭했다. 우리가 어울려 다니는 것을 보면 잔소리가 많으셨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혹 잘못 될까봐서 였던 것 같다. 그런데 정필의 삶에 반전이 일어났다. 고교에 진학할 때 쯤, 아버지가 나타난 것이다. 상세한 이야기는 생략을 하고 그의 부친은 상당한 고위공직자였다. 우리 모두는 입이 벌어졌다. 그때부터 친구의 삶이 달라졌다. ‘이 통하는 시대인지라 친구는 전수학교에서 일반 고등학교로 전학을 했고, 나중에 군대생활도 황제처럼 했다.

 

 거기까지가 내가 알고 있는 친구의 삶이었다. 그런데 30대 후반, 내가 목회를 하고 있던 교회에 정필이가 나타났다. 내가 그리 싫어하는 금목걸이를 하고 말이다. 그의 은 살아있었고, 덕분에 잊고 살았던 양평중학교동창들을 만나 추억을 되새기는 귀한 시간을 함께했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부유한 집 자녀들의 모습을 나는 그를 통해 볼 수 있었다. 목사인 나에게 태도는 각별했다. 친구가 목사라는 사실이 가슴이 뿌듯했던 듯싶다. 이상한 것은 가족을 소개하지 않는 것이었다. 어느 날, 속내를 털어놓았다.

 

 두 아들을 둔 자신이 지금 아내와 별거중이라는 것을. 돌발적으로 올라오는 감정을 참지 못하여 아내에게 폭력을 휘둘렀고, 그 일 때문에 아내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했다. 이후로도 종종 만나 우정을 나누며 상담형식의 대화가 이어졌다. 그러다가 나는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그 당시에 한국의 지역번호가 바뀌며 연락처가 흐트러지는 바람에 소식이 끊어져버렸다. 영주권이 나와 한국에 가자마자 친구를 찾았다. 아뿔싸! 이럴 수가?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몇 해 전, 심장마비로 숨을 거둔 후였다. 너무도 아쉬웠다. 중간다리 역할을 하던 친구의 죽음으로 그렇게 중학 동창들의 소식은 묘연해져갔다.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은총이다. 주어진 하루를 그래서 우리는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리차드 백스터는 말했다. “사람들은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것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허겁지겁 살고 있다.”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삶의 의미를 음미하며, 가을 끝자락 저만치 뒹굴며 떠나가는 낙엽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1. 그 애와 나랑은

    갑자기 그 애가 생각났다. 아무것도 모른 채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진학의 꿈을 향해 달리던 그때, 그 애가 나타났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서 전근을 자주 다니던 아버지(경찰)는 4살 위 누이와 자취를 하게 했다. 그 시대는 중학교도 시험을 쳐서 들어가던...
    Views17401
    Read More
  2. 창문과 거울

    집의 경관을 창문이 좌우한다. 창문의 모양과 방향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장면은 시야로 흡수되고 느낌을 풍성히 움직인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통유리가 있는 집에 살고 싶었다. 창을 통해 시원하게 펼쳐진 정원을 바라보는 것이 ...
    Views17936
    Read More
  3. 나무야, 나무야

    초등학교 1학년. 당시 아버지는 경기도 양평 지제(지평)지서에 근무중이셨다. 이제 겨우 입학을 하고 학교생활에 흥미를 가지게 될 5월초였다. 방과 후 집에 돌아와 친구랑 자치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나타나셨다. 그 시간이면 한창 근무할 때인...
    Views18019
    Read More
  4. 컵라면 하나 때문에 파혼

    팬데믹으로 인해 결혼식을 당초 예정일보다 5개월 늦게 치르게 된 예비 신부와 신랑. 결혼식 한 달을 앞두고 두 사람은 신혼집에 거주하면서 가구와 짐을 정리하며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주말에 신혼집을 찾은 예비 신부가 집 정리를 끝낸 시간은 자...
    Views18021
    Read More
  5. 우리 애가 장애래, 정말 낳을 거야?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 것은 모든 부부의 바램이다. 임신소식을 접하며 당사자 부부는 물론이요,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이 다 축하하며 즐거워한다. 그런데 태아에게 장애가 발견되었을때에 부부는 당황하게 된다. ‘낳아야 하나? 아니면 다른 선택을 ...
    Views17893
    Read More
  6. 반 고흐의 자화상

    누구나 숨가쁘게 삶을 달려가다가 어느 한순간 묻는 질문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애를 쓰며 살아왔을까?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화가들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면 자화상을 그린다. 뒤...
    Views18022
    Read More
  7. 버거운 이민의 삶

    교과서에서 처음 배운 미국, 스펙터클 한 허리우드 영화, ‘나성에 가면’이라는 노래로 그리던 L.A. ‘평생 한번 가볼 수나 있을까?’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뒹굴던 친구가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떠나버린 날, 강주와 나는 자취방에서 ...
    Views18116
    Read More
  8. 기찻길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자란 동네에서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접하는 것이 있다. 바닷가 근처에 살았다면 푸른 바다와 그 위를 유유히 가르며 다니는 크고 작은 배들. 비행장 근처에 살았다면 헬리콥터로부터 갖가지 모양과 크기에 비행기를 보며 살게 된다. 나...
    Views24565
    Read More
  9. “안돼” 코로나가 만든 돌봄 감옥

    코로나 19-바이러스가 덮치면서 우리 밀알선교단은 물론이요, 장애학교, 특수기관까지 문을 열지 못함으로 장애아동을 둔 가정은 날마다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복지관과 보호센터가 문을 닫은 몇 달간 발달장애인 돌봄 공백이 생기면서 ...
    Views18849
    Read More
  10. 인생은 집 짓는 것

    어쩌다 한국에 가면 좋기는 한데 불안하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정든 일가친척들이 살고 있는 곳, 그리운 친구와 지인들이 즐비한 곳, 내가 태어나고 자라나며 곳곳에 추억이 서려있는 고국이지만 일정을 감당하고 있을 뿐 편안하지는 않다. 왜일까? 내 ...
    Views19725
    Read More
  11. 그러려니하고 사시게

    대구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절친 목사에게 짧은 톡이 들어왔다. “그려려니하고 사시게”라는 글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형교회를 목회하고 있다. 부친 목사님의 연세가 금년 98세이다. “혹 무슨 화들짝 놀랄만한 일이 생기더라도...
    Views18702
    Read More
  12. 부부는 『사는 나라』가 다르다

    사람들은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 신고만 하면 부부인 줄 안다. 그것은 부부가 되기 위한 법적인 절차일 뿐이다. 오히려 결혼식 이후가 더 중요하다. 결혼식은 엄청나게 화려했는데 몇 년 살지 못해 이혼하는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가? 왜 그럴까? 남편과 아내는...
    Views19200
    Read More
  13. 다시 태어나도 어머니는 안 되고 싶다

    장애를 가지고 생(生)을 산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일이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 살아도 힘든데 장애를 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지를 당사자가 아니면 짐작하지 못한다. 나는 장애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한다. “목사님은 장애도 아니지요? ...
    Views18630
    Read More
  14. 지금 뭘 먹고 싶으세요?

    갑자기 어떤 음식이 땡길 때가 있다. 치킨, 자장면, 장터국수, 얼큰한 육개장, 국밥등. 어린 시절 방학만 하면 포천 고향 큰댁으로 향했다. 나이 차이가 나는 사촌큰형은 군 복무 중 의무병 생활을 했다. 그래서인지 동네에서 응급환자가 생기면 큰댁으로 달...
    Views19043
    Read More
  15. 인내는 기회를 만나게 된다

    건강도 기회가 있다. 젊을 때야 돌을 씹어 먹어도 소화가 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만 과식을 해도 속이 부대낀다. 그렇게 맛있던 음식이 땡기질 않는다. 지난 주간 보고 싶었던 지인과 한식당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5개월 만에 외식이었다. 얼굴이 ...
    Views19667
    Read More
  16. 오솔길

    사람은 누구나 길을 간다. 넓은 길, 좁은 길. 곧게 뻗은 길, 구부러진 길. 처음부터 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길이 생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애씀이 있었는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길의 종류는 많기도 많다. 기차가 다니는 ...
    Views20454
    Read More
  17. 백발이 되어 써보는 나의 이야기

    한동안 누구의 입에나 오르내리던 대중가요가 있다. 가수 오승근이 부른 “내 나이가 어때서”이다. “♬어느 날 우연히 거울 속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점점 희어지...
    Views18941
    Read More
  18. 말아톤

    장애아동의 삶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만든 영화제목(2005년)이다. 제목이 “말아톤”인 이유는 초원(조승우)이 일기장에 잘못 쓴 글자 때문이다. 영화 말아톤은 실제 주인공인 자폐장애 배형진이 19세 춘천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서브쓰리...
    Views19453
    Read More
  19. 이제 문이 열리려나?

    어느 건물이나 문이 있다. 문의 용도는 출입이다. 들어가고 나가는 소통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요사이 다녀보면 문이 다 닫혀있다. 상점도, 음식점도, 극장도, 심지어 열려있어야 할 교회 문도 닫힌 지 오래이다. COVID-19 때문이다. 7년 전, 집회 인도 차 ...
    Views19967
    Read More
  20. 배캠 30년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안타깝게도 음악을 접할 기회가 쉽지 않았다. TV를 틀면 다양한 음악 채널이 잡히고 유튜브를 통해 듣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듣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대였다. 길가 전파사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Views1931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