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8.01.26 09:42

발효 인생

조회 수 186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happiness.jpg

 

 열매나 음식은 저마다 독특한 향과 모양, 맛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형체와 냄새가 바뀌며 화학적 변화를 시도한다. 일부러 하는 것이 아니다. 가만히 두었는데 전혀 희한한 향과 맛을 창출해 낸다. 노아가 그것을 경험했다. 홍수이후 탐스러운 열매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먹어보니 너무도 달고 향긋했다. 아까워 다음에 먹으려고 항아리에 잘 담아두었는데 나중에 보니 이상한 물이 고여 있었다. ‘쏘는 맛에 정신까지 몽롱해졌다. 마시고 마시다 취해버려 옷까지 벗어던지고 잠이 든다. 포도가 발효하여 술이 된 것이다.

 

  단순하게 설명하면 알코올 요소가 생기는 게 발효이다. 영어 “fermentation”소동, 흥분이란 의미를 포함한다. 한자에는 술 주()가 붙어 알코올 작용임을 알려준다. 뭔가 흥분되어 소동이 일어나는 강한 이미지가 발효에 실려 있다. 발효가 과하게 되면 둘 중 하나가 된다. 부패해 썩게 되든지, 아니면 식초로 변하는 것이다. 앞의 것은 죽음을 부르고, 뒤의 것은 건강의 길잡이가 된다. 그래서 좋은 발효식품은 값이 비싸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알고 있는 듯 한 명쾌한 단어가 등장한다. 바로 숙성”(ageing)이다. 제조 직후의 향기가 시간의 경과와 함께 화학적 · 물리적으로 변하여 색깔과 함께 총체적으로 조화되는 현상이다. 음식이 부패하지 않으면서 알맞게 분해되어 각각의 특유한 맛과 향을 갖게 만드는 과정이다. 주류는 물론이고, 우리가 매일 접하는 양념장도 그 과정을 거치면 사람들이 반하는 감칠맛을 소유하게 된다. 고기도 마찬가지이다. 가축의 도살 직후의 고기 맛 보다는 숙성을 시키면 부드러워지고 맛과 향이 좋아진다.

 

  숙성은 차고() 무르익어가는() 세월(ageing)의 이미지가 강하다. 발효에 의해 알코올이 생긴 뒤 산소를 서서히 내보내는 게 숙성이다. ‘아세트알데히드’(:알코올에 포함된 독성 물질)를 완벽히 거둬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일정시간을 기다려 줘야하고 숙성에 쓰이는 용기가 좋아야 한다. ‘바뀐다.’는 것은 둘 다 비슷한 개념인데 방식은 크게 다르다. 발효는 효소의 작용으로 분해되어 다른 유기물로 바뀐다.”는 것이고, 숙성은 시간의 경과를 강조한다. 숙성을 의미하는 영어단어가 ‘ageing’이라는 게 포인트다. 복잡해 보이지만 현장 개념으로 보면 명확하게 정리된다.

 

  ‘발효와 부패는 모두 미생물에 의한 유기물 분해현상이다. 똑같은 현상이지만 그 차이는 엄청나다. 당장 냄새와 겉모양으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발효와 부패에 사용된 미생물이 사람에게 유익한 것인지, 아니면 해로운 것인지에 따라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발효된 음식은 몸에 유익하지만 말 그대로 썩은 음식은 배탈만 일으킬 뿐이다. 음식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사람도 그렇다. 내 안의 유익함은 나를 발효인생이 되게 하여 또 다른 누군가를 돕게 만든다. 그러나, 내 안의 악한 생각과 느낌들은 나와 이웃을 부패하게 만든다.

 

  눈만 뜨면 범죄자들의 악상이 보도된다. ‘아니, 인간의 탈을 쓰고 저런 못된 짓을?’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리얼한 사람들의 악행이 우리를 전율케 만든다. 하루 밤 사이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오랜 날 가슴에 심기워져 응어리지고 꿈틀거리며 무섭게 자라온 것이다. 한계가 이르렀고 결국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고 만 것이다. 우리는 세상에 물들어 부패하고 있지는 않는가? 오염된 나로 인하여 내 가정과 공동체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는가?

 

  나는 묻고 싶다. 당신에게는 어떤 미생물이 존재하는가? 오늘 누구를 만났는가? 그 사람의 미소와 말 한마디로 내가 행복해 졌는가? 아니면 우울해지고 화가 치밀어 올랐는가? 내 안에 기쁨과 평화, 자유가 있다면 오늘 나를 만난 사람들은 그 귀한 바이러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것이 행복 바이러스이다. 발효를 넘어 숙성된 인격의 사람을 다들 갈망한다. 숙성은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이다. 그 유익함이 온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새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1.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 I have a dream! > 조지아 주의 붉은 언덕에서 노예의 후손들과 노예주인의 후손들이 형제처럼 손을 맞잡고 나란히 앉게 되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이글거리는 불의와 억압이 존재하는 미시시피 주가 자유와 ...
    Views2131
    Read More
  2. 발효 인생

    열매나 음식은 저마다 독특한 향과 모양, 맛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형체와 냄새가 바뀌며 화학적 변화를 시도한다. 일부러 하는 것이 아니다. 가만히 두었는데 전혀 희한한 향과 맛을 창출해 낸다. 노아가 그것을 경험했다. 홍수이후 탐스러운...
    Views1860
    Read More
  3. 머리의 의미

    젊었을 때에는 머리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길면 긴대로 짧으면 짧은 대로 멋이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머리는 자연스럽고 부드러웠다. 우리 시대에는 ‘상고머리’라고 해서 옆머리와 뒷머리 아래는 짧게 깎고 윗머리는 예쁘게 다듬...
    Views2044
    Read More
  4. 삶은 무엇인가?

    나의 재산 중에 하나는 친구들이다. 어떤 사람은 “작으면서도 깊게 사귄다.”고 하는데 나는 특이하게 넓고 깊게 사귄다. 그 어느 누구도 열외에 둘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친구가 많다. 한결같고 정 많은 친구들이 있어 나는 어디를 가든지 행복...
    Views2305
    Read More
  5. 2018년/ 이제 다시 시작이다!

    대망의 새해가 밝았다. 세월의 흐름 속에 사연을 안고 새해의 품안에 안긴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곧 익숙해 질 것이다. 우리는 당연한 마음으로 새해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지만 세상을 떠나간 사람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내년이 2018년이다. 영어로 선...
    Views2425
    Read More
  6. 참, 고맙습니다!

    2017년이 단 이틀 남았다. 돌아보면 은혜요, 일체 감사뿐이다. 고마운 분들을 그리며 금년 마지막 칼럼을 쓰고 있다. 그때그때마다 다가와 위로해 주던 많은 사람들, 여전히 그 자리에서 사역에 힘을 실어주는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어린...
    Views2653
    Read More
  7. 깡통차기

    초등학교 시절, 학교를 나서며 찌그러진 깡통 하나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장난삼아 ‘툭툭’치고 가다가 시간이 지나며 ‘사명감’(?)에 차고 나가고, 나중에는 오기가 발동하면서 집에 올 때까지 ‘깡통차기’는 계속된다. 잘...
    Views2715
    Read More
  8. 특이한 언어 자존심

    사람은 말을 해야 사는 존재이다. “언어가 통한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아무리 재미있는 ‘조크’도 알아듣지 못하면 전혀 효과가 없다. 우리는 대한민국 사람이다. 따라서 한국말을 쓴다. 그런데 우리가 ...
    Views2741
    Read More
  9. 울고 싶을 때는 울어야 산다

    인생을 살다보면 억울하고 답답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솟구치는 순간을 맞이할 때가 있다. 내 불찰과 잘못으로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순항하던 내 삶에 난데없는 사람이나, 사건이 끼어들면서 어려움을 당할 때가 있다. 그런데 정작 울려고 하는데 눈물이...
    Views2556
    Read More
  10. 얘야, 괜찮아. 다 모르고 그랬는걸 뭐!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인연이 있다. 한 순간, 한 마디의 말, 한 사람이 인생전반에 은은한 잔영으로 남아있게 마련이다. 어느 날 문득 삶을 되돌아보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무언가가 끊임없이 나에게 에너지를 주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고등학교 3학년, 예...
    Views2715
    Read More
  11. 살아있는 날 동안

    아르바이트 면접에 합격한 아들은 곧장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 엄마는 “공부하라”며 아들의 아르바이트를 말렸다. 아들은 ‘어려운 가정형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기쁨이 앞섰다. 그러나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
    Views2941
    Read More
  12. 공항의 두얼굴

    1970년대 공항에 대한 노래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공항 대합실” “공항에 부는 바람” “공항의 이별” 가수 ‘문주란’은 굵고 특이하면서도 구성진 창법으로 연속 히트를 쳤다. 그때만 해도 특권층만이 국제 ...
    Views3119
    Read More
  13. 꼰대여, 늙은 남자여!

    사람은 다 늙는다. 여자나 남자나 다 늙어간다. 나이가 들어가는 서러움을 달랠량으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소리쳐 보지만 늙어가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젊은이들에게 나이든 남자의 이미지를 물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
    Views3565
    Read More
  14. 아미쉬(Amish) 마을 사람들

    사람들은 유명하고 소중한 것이 가까이에 있으면 그 가치를 모르는 것 같다. 우리로 말하면 “아미쉬 마을”이다. 아미쉬는 푸르른 초원을 가슴에 안은 채 특유의 삶을 이어간다. 아미쉬의 특징은 전기, 자동차, 텔레비전 같은 문명의 이기를 철저...
    Views3379
    Read More
  15. 기다림(忍耐)

    현대인들은 빠른 것을 좋아한다. 무엇이든지 짧은 시간에 큰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배워야 할 것은 스피드가 아니라 기다림이다. 왜냐하면 기다림은 하나님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절대 조급하지 않으시다. 하나님의 백성...
    Views3176
    Read More
  16. 감성 고뇌

    가을이 왔는가보다 했는데 한낮에 내리쬐는 햇살의 농도는 아직도 여름을 닮았다. 금년은 윤달이 끼어서인지 가을이 더디 오는 듯하다. 따스한 기온이 고맙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가을 정취에 흠뻑 취하고 싶어 하는 감성적인 사람들에게는 은근히 방해가 되는...
    Views3290
    Read More
  17. 인생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유학생 부부 모임에 초대를 받았다. 보기에도 퍽 아름답고 유익한 신앙인들의 모임이었다. 먼 이국땅에서 낮선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며 사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한다. 짧은 언어로 일하면서 공부하는 유학생활은 참으로 버거운 과정이다. 같은 ...
    Views3352
    Read More
  18. Not In My Back Yard

    오래전, 버지니아에 있는 한인교회에서 전도 집회를 인도한 적이 있다. 교회 역사만큼 구성원들은 고학력에 고상한 인품을 가진 분들이었다. 둘째 날이었던가? 설교 중에 ‘어린 시절 장애 때문에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음’을...
    Views3045
    Read More
  19. 누나, 가지마!

    KBS가 UHD 다큐멘터리 ‘순례’를 방영했다. 흐르는 강물조차 얼어붙은 영하 30도, 혹독한 추위가 찾아온 인도 라다크 깍아 지른 협곡 사이로 수행자들의 행렬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외줄 하나에 온 몸을 의지한 채 순례 길을 걷는 수행자들의 모습...
    Views3155
    Read More
  20. 글씨 쓰기가 싫다

    한국에서의 일이다. 1984년, 한 모임에서 백인 대학생을 만났다. 남 · 여 두 학생은 백인 특유의 또렷한 이목구비와 훤칠한 키로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이 연인사이였는지, 아니면 그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다정다감하고 ...
    Views1322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1 Next
/ 21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