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 인생

by 관리자 posted Jan 2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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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매나 음식은 저마다 독특한 향과 모양, 맛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형체와 냄새가 바뀌며 화학적 변화를 시도한다. 일부러 하는 것이 아니다. 가만히 두었는데 전혀 희한한 향과 맛을 창출해 낸다. 노아가 그것을 경험했다. 홍수이후 탐스러운 열매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먹어보니 너무도 달고 향긋했다. 아까워 다음에 먹으려고 항아리에 잘 담아두었는데 나중에 보니 이상한 물이 고여 있었다. ‘쏘는 맛에 정신까지 몽롱해졌다. 마시고 마시다 취해버려 옷까지 벗어던지고 잠이 든다. 포도가 발효하여 술이 된 것이다.

 

  단순하게 설명하면 알코올 요소가 생기는 게 발효이다. 영어 “fermentation”소동, 흥분이란 의미를 포함한다. 한자에는 술 주()가 붙어 알코올 작용임을 알려준다. 뭔가 흥분되어 소동이 일어나는 강한 이미지가 발효에 실려 있다. 발효가 과하게 되면 둘 중 하나가 된다. 부패해 썩게 되든지, 아니면 식초로 변하는 것이다. 앞의 것은 죽음을 부르고, 뒤의 것은 건강의 길잡이가 된다. 그래서 좋은 발효식품은 값이 비싸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알고 있는 듯 한 명쾌한 단어가 등장한다. 바로 숙성”(ageing)이다. 제조 직후의 향기가 시간의 경과와 함께 화학적 · 물리적으로 변하여 색깔과 함께 총체적으로 조화되는 현상이다. 음식이 부패하지 않으면서 알맞게 분해되어 각각의 특유한 맛과 향을 갖게 만드는 과정이다. 주류는 물론이고, 우리가 매일 접하는 양념장도 그 과정을 거치면 사람들이 반하는 감칠맛을 소유하게 된다. 고기도 마찬가지이다. 가축의 도살 직후의 고기 맛 보다는 숙성을 시키면 부드러워지고 맛과 향이 좋아진다.

 

  숙성은 차고() 무르익어가는() 세월(ageing)의 이미지가 강하다. 발효에 의해 알코올이 생긴 뒤 산소를 서서히 내보내는 게 숙성이다. ‘아세트알데히드’(:알코올에 포함된 독성 물질)를 완벽히 거둬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일정시간을 기다려 줘야하고 숙성에 쓰이는 용기가 좋아야 한다. ‘바뀐다.’는 것은 둘 다 비슷한 개념인데 방식은 크게 다르다. 발효는 효소의 작용으로 분해되어 다른 유기물로 바뀐다.”는 것이고, 숙성은 시간의 경과를 강조한다. 숙성을 의미하는 영어단어가 ‘ageing’이라는 게 포인트다. 복잡해 보이지만 현장 개념으로 보면 명확하게 정리된다.

 

  ‘발효와 부패는 모두 미생물에 의한 유기물 분해현상이다. 똑같은 현상이지만 그 차이는 엄청나다. 당장 냄새와 겉모양으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발효와 부패에 사용된 미생물이 사람에게 유익한 것인지, 아니면 해로운 것인지에 따라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발효된 음식은 몸에 유익하지만 말 그대로 썩은 음식은 배탈만 일으킬 뿐이다. 음식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사람도 그렇다. 내 안의 유익함은 나를 발효인생이 되게 하여 또 다른 누군가를 돕게 만든다. 그러나, 내 안의 악한 생각과 느낌들은 나와 이웃을 부패하게 만든다.

 

  눈만 뜨면 범죄자들의 악상이 보도된다. ‘아니, 인간의 탈을 쓰고 저런 못된 짓을?’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리얼한 사람들의 악행이 우리를 전율케 만든다. 하루 밤 사이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오랜 날 가슴에 심기워져 응어리지고 꿈틀거리며 무섭게 자라온 것이다. 한계가 이르렀고 결국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고 만 것이다. 우리는 세상에 물들어 부패하고 있지는 않는가? 오염된 나로 인하여 내 가정과 공동체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는가?

 

  나는 묻고 싶다. 당신에게는 어떤 미생물이 존재하는가? 오늘 누구를 만났는가? 그 사람의 미소와 말 한마디로 내가 행복해 졌는가? 아니면 우울해지고 화가 치밀어 올랐는가? 내 안에 기쁨과 평화, 자유가 있다면 오늘 나를 만난 사람들은 그 귀한 바이러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것이 행복 바이러스이다. 발효를 넘어 숙성된 인격의 사람을 다들 갈망한다. 숙성은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이다. 그 유익함이 온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새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