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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6 20:04

때 밀어 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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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욕관리사.jpg

 

 미국에 와 살면서 내 삶의 가장 큰 변화는 매일 샤워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머리를 감거나 세수는 하지만 샤워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한국의 욕실구조의 영향인 것도 있었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여름이면 그냥 을 감고 살았고, 겨울에는 전혀 씻지 않고 살았다. 해서 일 년에 꼭 두 번은 대중목욕탕에 가야했다. 설날과 추석. 그것도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억지로 끌려갔다. 하도 때가 많아서 애를 써도 안 밀렸고 나중에는 피부가 벌개 지도록 문지른 기억이 새롭다.

 

  한국 사람은 어릴 때부터 때를 빡빡미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목욕탕에 가면 소위 이태리 타월로 때를 밀고 나와야 개운하다. 그렇게 하면 피부가 손상되어 안 좋다는데도 사람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대중목욕탕에는 언제나 때밀이 아저씨가 있었다. 다 벗고 욕탕에 들어가는데 그분만은 반바지나 검은 팬티를 걸치고 있어 티가 났다. 언강생심 때밀이에게 몸을 맡기는 사람들은 부유층이었다. 서민들은 자신이 밀거나 옆에 앉은 사람에게 부탁하여 품앗이를 했다.

 

  그런데 시대가 변했다. 통상 때밀이라고 불리우던 직업이 이제는 목욕관리사혹은 세신사”(洗身師)로 명칭이 바뀌었다. 우리가 어릴 때만 해도 목욕탕에서 때를 밀어주는 사람에겐 이름이 없었다. 이미 말 한대로 때밀이아니면 아저씨”, 어떤 이는 어이!”하며 호출을 했다.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김춘수의 시처럼, 그 많던 때 밀어주는 사람정도였다.

 

  그분들이 항의를 한 것인지? 아니면 세태가 변해서 그런 것인지? 직업이 다양화하면서 직업의 명칭도 인격화, 세련화 하는 추세인 것 같다. 예를 들면 청소부를 환경미화원”, 호텔에서 청소하는 분들을 룸메이드라고 부르지 않는가? 세상이 바뀌었다. 옛날 때밀이로 알면 안 된다. 기술도 알음알음 전수되던 흐름에서 이젠 직업전문학원이 등장했다. ‘전문목욕인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그만큼 처우개선이 되기도 하였지만 수입이 쏠쏠하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수강생들이 '전문 목욕인'이 되겠다며 강원도와 충청도 등 전국 팔도에서 기차를 타고 학원에 모였다. 목욕관리사를 꿈꾸는 수강생들이 21조로 짝을 이뤄 때 미는 방법을 실습한다. 때를 잘 밀기 위해 힘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 사람의 때를 온전하게 밀기 위해서 목욕관리사가 숙지해야 하는 연속 동작은 무려 150가지에 이른다.

 

  이 동작은 물 흐르듯 끊기지 않고 이어지며, 한 번 지나간 곳은 다시 되돌아가는 법이 없다. 목 부위를 예로 들면, 왼쪽 귀 뒤부터 시작해 왼쪽 목선, 목 가운데, 오른쪽 귀 뒤, 오른쪽 목선을 지나 막힘없이 쇄골 아래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야만 누워 있는 사람은 불편하지 않고, 때를 미는 사람은 힘이 들지 않는다. 일당이 17만원($150)이요, 능숙해지면 월 500만원($4,500)이상의 수입을 올린다고 한다.

 

  한 목욕관리사는 당당히 말한다. “일할 때는 즐겁고, 노력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는데 떳떳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그렇다. 실로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화려하고 멋있는 일을 좇기 쉬운 청춘이 목욕관리사를 업으로 삼는 결정을 하기까지 쉽지 않았겠지만 실속을 중요시하고, 주변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을 가진 젊은이들이 대거 몰린다고 한다.

 

  26세 젊은 목욕관리사는 그저 그런 목욕관리사가 아니라 엘리트 목욕관리사로 이름을 떨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엘리트라고 해서 특별한 자격이 있는 게 아니다. 즐겁게 일하고 연마한 기술로 모든 손님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유명세와 돈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의미이다. 사회 통념상 두 단어를 합친 조어가 낯설게 느껴짐에도, “엘리트 목욕관리사라고 또박또박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확신에 차 있었다. 참 멋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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