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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7 11:59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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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jpg

 

 여름은 청춘을 닮았다. 얼어붙은 동토를 뚫고 빼꼼이 고개를 내어밀던 새순은 여름의 비와 바람을 맞으며 단단해져 간다. 따가운 햇살과 공격해 오는 해충의 위협을 의연히 견뎌낸 줄기만이 가을의 넉넉한 열매를 보장받게 된다. 여름은 싱그럽지만 그래서 아프다. 청춘을 향해 아이들은 자란다. 어느 날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에 놀란다. 얼마 전 사 입은 옷이 하루가 다르게 몸을 조여 오며 청춘이 점점 가까워 옴을 느낀다. 앳되던 목소리가 변해가고 신체의 변화가 생기며 두렵지만 청춘이 되어가는 기쁨에 세월을 잊는다.

 

  그냥 스쳐가던 아이가 눈에 들어오며 표현하기 힘든 감정에 돌입한다. 그 아이를 만나면 심장이 뛰고 귓볼이 빨개지며 절제가 힘들어 진다. 책을 펴도 떠오르고 하늘을 쳐다보면 그 아이가 어느새 미소 짓고 있다. 가슴은 울렁거리고 잠 못 이루는 밤이 시작된다. ‘내일은 고백해야지다짐을 하지만 몇 번인가 기회를 놓쳐버리고 바보라는 노래가 입가에 새겨졌다.

 

  오랫만에 그녀가 보내온 짧다란 사연 하나 이젠 다시 볼수가 없어요 당신을 떠나갑니다 설마 나를 두고 갈까 다신 못만날까 내가 그렇게도 좋아 이 세상이 모두 네꺼다 하더니 하고픈 말 아직도 많은데 언제나 전해줄까 바보같이 눈물이 뺨위로 자꾸만 흘러내리네.윤형주가 덥수룩한 머리와 뿔테 안경을 쓰고 그 노래를 부를때에 가슴은 아파왔다. 청춘앓이를 하며 어른이 되어간다. 사랑하기에 딱 좋은 나이지만 사랑은 어렵기만 하다. 다가가면 멀어지고 저만치 다가오는 사람은 부담스러운 사랑의 아이러니가 반복된다.

 

  영화 <러브스토리> 보며 울었다. 왜 사랑은 비극으로 끝나는지 안타까웠다. 뉴욕 센트럴공원에서 눈밭에 뒹구는 두 사람의 영상은 충격적이었다. 화면이 눈인지 눈이 화면인지? 흰백색에 향연이 가슴이 저리도록 아름다웠다. snow frolic의 선율은 청춘들의 가슴을 일렁이게 했다. 추운 겨울 길거리를 자나다 snow frolic만 나오면 아름다운 사랑이 찾아오길 기대하며 발길을 멈췄다. 명대사 사랑이란 미안하단 말을 하지 않는 거야.”는 영화의 감동을 한층 끌어올렸다.

 

  변변한 카페도 없던 시절. 우리는 칠성사이다 한 병을 들고 남의 집 창밑에서 넋두리를 늘어놓으며 하얗게 밤을 새웠다. 명동 튀김골목에 걸터앉아 생맥주와 막걸리로 목을 축이며 청춘의 한숨을 토해냈다. 우연히 빠져든 심야방송에 심취하며 팝송의 가사를 한글로 써서 익히며 급을 높여보려 했다. 누구를 만나러 나갈 때는 빈손으로 나가는 법이 없었다. 타임지나 원어서적을 들고 나갔다. 솔직히 잘 보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통증이 필요하다. 하물며 뱀도 허물을 벗으며 자라나지 않는가? 나방이 좁디좁은 구멍을 제 힘으로 뚫고 나와야 온전한 날개 짓을 하는 것처럼 그 과정을 감당하지 않고는 청춘 이후에 다가오는 인생의 파고를 결코 맞설 수 없다. 비록 가난하고 아팠지만 청춘은 아름다웠다. 아파하며 시와 음악이 창출되었다. 아팠기에 가슴으로 대화했고 그러기에 지금도 만나면 우리는 금세 청춘으로 돌아간다. 우리는 별빛이나 달빛을 보며 사랑에 빠지기도 했고, 외로움에 가슴을 치기도 했다.

 

  청춘은 가능성이다. 헤르만 헷세는 이렇게 외쳤다. “내 참 자아 속에서 솟아나오려고 하는 것들,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민주화를 외치며 온몸에 신나를 붓고 산화하는 청춘을 보며 괴로워했다. 진정 지식은 번뇌를 더하는가? 나이가 들어가면 청춘에 대하여 초연해 질 줄 알았다. 아니었다. 오히려 농익은 청춘이 존재함을 깨닫는다. 어설픈 20대에 청춘 때에 몰랐던 생의 열매가 이제야 알알이 영글어 감을 실감한다. 때문에 오늘도 외친다.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진정 청춘은 계속 계속 갖고 싶은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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