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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4 09:40

낙도전도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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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도.jpg

 

  대학 동기가 병역을 필하고 복학을 하더니 적극적인 총학생회 활동을 펼치기 시작하였다. 그사이 나는 이미 대학원 과정에 있었기에 친구와는 학년차이가 꽤나 나있었다. 어느 날 만나자고 하더니 총신 <2기 낙도전도단>에 총무로 일해 달라.”는 제의를 해왔다. 다리도 불편하고 고된 일정이 될 것이 빤한 낙도전도에 나는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다. 워낙 무엇이든 마음을 먹으면 밀어붙이는 친구의 강청에 못 이겨 결국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우리 팀이 가는 코스는 남해 일대로 통영(당시, 충무)” 앞바다였다.

 

  대학원생 20, 대학생 40명이 팀을 구성하며 훈련이 시작되었다. 담당은 홍치모 교수가 맡아 평상시 부러지는 말투로 조언을 해주셨다. 단장은 친구였지만 실질적인 업무는 총무인 내가 주관해야했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많은 추억거리를 만들었다. 밤늦게 까지 캠퍼스의 불을 밝히고 파안대소하며 의견을 나누던 그때가 새삼 그립다. 그렇게 준비하며 젊은 가슴들은 들떠있었다. 드디어 월요일 새벽, 학교 버스로 총신 본관을 출발했다. 그런데 사전에 전혀 보고도 없던 외국인 2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단장에게 물으니 홍 교수님의 강력 추천으로 금번 <낙도전도>의 합류하게 되었단다. 당시 분위기는 교수님의 권위를 절대 존중하던 때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얀 피부의 백인 학생들은 그렇게 우리 팀과 56일의 전도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오후 5시가 훨씬 넘어서야 우리는 충무교회에 여장을 풀었다. 저녁은 나중에 먹기로 하고 일단 전도지를 챙겨들고 거리로 나섰다. 첫날은 찬양집회를 열기로 하였기에 중 · 고등학생들을 접촉해야 했다. 하지만 아뿔싸! ‘야자’(야간수업)가 발목을 잡았다.

 

  천신만고 끝에 늦은 밤 시작된 집회는 충무교회의 커다란 예배당을 가득 메운 학생들로 열기가 가득했다. 피곤함을 잊고 젖어들었던 찬양집회의 여운은 몇 십년이 지난 지금도 내 신앙의 에너지이다. 그렇게 시작된 낙도전도는 셋째날 사량도를 거쳐 4팀으로 갈라 각 섬에서 12일 전도 집회를 갖게 되었다. 목요일 오후에 팀을 섬에 내려놓으면 다음날 오후까지 알아서 숙식을 해결하고 전도를 해야만 했다. 내가 팀장인 15명은 욕지도에 투입되었다. 공교롭게도 백인학생들은 우리 팀과 합류하게 되었다.

 

  나는 그때 알았다. 이장의 권세가 그리 쎈지를. “이장님, 서울에서 좋은 노래를 들려줄 대학생 팀입니다. 도와주십시오.” 이장이 움직이니 먹고 자는 것은 단번에 해결되었다. 오후에 온 동네를 다니며 전도를 하고 밤에는 초등학교 마당에서 여름성경학교를 열며 온갖 날벌레들과 씨름하던 기억이 새롭다. 섬 아이들의 심성은 순수했고, 섬 주민들의 인심은 우리의 마음을 넉넉하게 했다. 여름 밤, 멍석에 앉아 똘망똘망한 눈으로 응시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장성하였을 것이고, 그때 우리가 들려주던 찬양과 말씀을 어렴풋이나마 기억해 주기를 바라고 싶다.

 

  낙도전도의 마지막 여정은 소록도 방문이었다. 한센병 환자들이 살고 있는 섬에 들어가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두려웠다. 어릴 때부터 그분들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을 하도 많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소록도 중앙교회에 가득 모인 한센병 성도들과의 감격스러운 예배, 그 후의 만남, 기도를 통하여 나는 영적인 충격을 받았다. 죽음 앞에서 초연하게 처절한 기도를 드리며 하루를 시작하는 삶. 주어진 시간을 너무도 소중하게 품고 사는 그들의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지만 감동이었다.

 

  일그러진 얼굴과 뭉그러진 손으로 품어주던 사랑의 여운은 지금도 내 가슴에 살아있다. 낙도전도를 통해 목회의 새로운 시각이 열렸고, 복음의 능력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머나먼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낙도에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순박한 섬사람들의 정서가 때 묻은 우리를 정화시켜 주었다. ‘사서라도 고생은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낙도전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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