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by 관리자 posted Nov 0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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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복지원에서 일하는 지인을 만나기 위해 로비에 들어섰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한참이나 누구계세요. 사람 없습니까?” 외치고 있는데 스탭인 듯한 여성이 나타난다. “, ○○○씨를 만나려고 왔는데요.” 인터폰으로 다가간 여성은 누구시라고 할까요?” 묻는다. 나는 , ? 제가 카톡으로 할께요. 됐습니다.” 그때 여성이 다시 물어온다. “어르신, 제가 호출해 드릴께요.” 갑자기 뒷통수에서 굉음이 났다. ‘. 어르신?’ 돌연 멘붕에 빠졌다. 처음 들어보는 호칭이었다. 보통 필라에서 사람들은 나를 목사님하고 알아보는데 이 여성은 나를 전혀 모르는 듯하였다. 그러면서 대번 어르신이라 부른 것이다.

 

  나는 나이보다 다들 젊어 보인다고 한다. 그것을 굳건히(?) 믿으며 나는 살고 있다. 그런데 이런 나에게 어르신이라고 부르는 최초의 여성을 만난 것이다. 그때 건물 한켠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목사님, 목소리 같아 나왔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또 다른 분이 등장한 것이다. “하이고 아직 여기 계셨군요. ○○○씨를 만나러 왔는데 저 분이 나보고 어르신이라고 하네요.” 마치 아이가 엄마에게 일러바치듯 말을 하자 그분이 되받아친다. “어르신은 어르신이지요. ?” 그날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 내가 어르신이 되어있구나!’

 

  20대 후반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집을 나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가 오기를 고대하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때 한 여성이 나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아저씨, 내가 ○○을 가려고 하는데 몇 번 버스를 타야 하나요?” ‘아저씨? 방금 나에게 한 말인가? 나는 아직 그 말을 들을 나이가 아닌데그렇게 나는 아저씨가 되었다. 그 충격 이상의 호칭이 방금 듣는 어르신이었다. 나는 주기적으로 양로원을 찾아 예배를 인도한다. 설교 중에 마땅한 호칭이 없어 어르신들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를 향해 어르신이라고?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절친 목사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마주앉았다. 20대 초반에 만나 우정을 나누는 사이라 우리의 대화는 허물이 없었다. 대화 중에 자조적인 외침이 나왔다. “나는 쉰 살은 정말 되기 싫다친구도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가파르게 50대를 가로지르더니 나이가 들수록 속도가 빨라진다고 하더니 숨을 고를 여우도 없이 나이는 숫자에 숫자를 허락도 없이 포개고 포개버렸다. 하지만 어르신은 정말 싫다. 그 호칭은 이제 60대 후반이나 70대에 접어든 분들에게 써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서 깨달았다. 젊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의 큰 착각이었다고. 젊어 보이는 것과 젊은 것은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마음은 아직 청춘이라는 것이다. 하나님은 왜 사람을 만드실 때에 육신의 나이가 더하듯이 마음도 함께 늙어가도록 지으시지 않으셨을까? 몸의 원재료는 흙이다. 나이가 드니 피부의 탄력이 떨어지고 기운도 옛날 같지 않다. 그런데 마음은 그렇지가 않다. 이유는 몸은 물질이지만 마음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인데 어른스러운 아이가 있다. 비정상이다. 너무 어릴 때부터 세파에 부딪혀 일찍 철이 난 것이다. 건강하지 않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한다. 그래야 나이가 들어도 건강하게 늙어간다. 그럼 나이가 들어가면 어때야 할까? 무게를 잡고 어른행세를 해야 할까? 그것은 아닌 것 같다. 품위는 유지하되 건강을 관리하듯이 마음도 잘 가꾸어야 한다. 어떠한 세대를 만나건 풍요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넉넉함이 있어야 한다. 가르치려하기보다 상대방에 말을 경청하는 태도를 가지고 배려해 주는 푸근한 어르신을 모두가 바라는 것 같다.

 

  나이에 걸맞는 삶을 사는 사람이 진정한 멋쟁이인 것 같다. 사람들은 몸의 영향을 받아 스스로 늙었다고 판단하는 타성을 지니고 있다. 결코 늙을 수 없는 마음을 늙었다고 생각하는 그자체도 심각한 문제이다. 몸이란 나이를 먹으면 노쇠해지고 활력이 떨어지지만 마음은 세월과 더불어 연륜이 쌓이고 지혜가 충만해진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늙지 말고 익어가자. 노년이 아닌 숙련의 삶을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