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324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월급봉투.png

 

  서민들에게 월급봉투는 생명 줄과 같다. 애써 한 달을 수고한 후에 받는 월급은 성취감과 새로운 꿈을 안겨준다. 액수의 관계없이 월급봉투를 받아드는 순간의 희열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안다. 세대가 변하여 이제는 온라인으로 급여를 받는다. 편리할지는 모르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손맛이 사라진 것이 못내 아쉽다. 월급이 통장에 오래 머물러 주면 얼마나 좋을까? 많이 벌면 어찌 그리 지출항목은 많고 많은지. 실로 월급은 통장을 스쳐지나갈 뿐이다. 야속하기 그지없지만 한 달 만에 또다시 찾아오는 월급을 받아들며 삶의 시름을 잠시 잊는다.

 

 나의 아버지는 경찰공무원이셨다. 멋진 제복에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가 그려진 모자를 쓰시면 그 누구보다 보무당당하고 멋지셨다. 매달 말이 되면 아버지는 거나하게 취한 모습으로 퇴근을 하셨다. 가슴팍에 노오란 봉투를 담고 말이다. 마중하는 어머니를 향해 아버지는 그 봉투를 내어 미셨고 살림 잘해요라는 말을 덧붙이셨다. 봉투를 받아들고 어머니가 항상 하시는 말 이 월급가지고 할 살림이 어디 있어요?” 그래도 월급봉투를 받아드는 어머니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나는 어릴 때부터 알았다. 여자는 돈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어머니는 안방에 들어가셔서 봉투에 든 월급을 쏟아놓고서 외상값 계산부터 하셨다. “이것은 쌀집에 주고, 가게에, 이것은 계돈내고 등등그러다가 어머니 입에서는 한숨이 나왔다. “애고~ 이것 갖고 어떻게 살아야지?” 어린 내 눈에는 저렇게 많은 돈을 앞에 두고 근심 섞인 표정을 짓는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었다. 호기심 많은 나는 엄마 옆에 앉아 아버지가 가져온 월급봉투에 적힌 명세서를 읽어 내려간다. 봉급, 수당 조항부터 뜻 모를 항목이 깨알 같이 박혀있었다. 그 당시에는 월급봉투를 어머니에게 건네는 아버지가 꽤나 존경스러웠다.

 

  대학에 떨어진 후 한동안 백수로 살아야 했다. 장애가 있어 남들처럼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재수할 형편도 못되어 기타와 라디오를 벗 삼아 긴긴 하루를 보내야 했다. 아마 그때가 내 생애 가장 더디 간 긴 시간으로 기억된다. 고교 동창 절친 장배는 일찌감치 아버지가 다니는 대한항공에 취업을 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참 부러웠다. 그 친구의 월급날이 되면 내가 오히려 바빴다. 모처럼 맛있는 저녁도 먹고 술 한 잔도 기울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백수인 나를 여전히 챙기는 친구의 의리가 행복했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 살고 있을 그가 가끔은 그래서 그립다.

 

  22살 하나님의 강권적인 섭리로 신학대학에 들어갔다. 신학공부를 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지만 내가 갑자기 성자가 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학년이 올라가며 유년주일학교 전도사 임명을 받았다. ‘내가 전도사님이라고?’ 열심히 한 달을 사역 한 후 담임 목사님이 교역자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그리고 내어 민 노오란 봉투. 사례비였다. 내 생애 처음으로 받아보는 봉급이었다. 집에 와서 세어보니 7만원이었다. 그때 기분은 하늘을 날았다. 성직이기에 사례비이지 월급이었다. 미국은 주급이 익숙하지만 월급봉투를 기다리며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스텔라 장이라는 가수가 있다. 중학교 때 프랑스로 유학을 갈 정도로 음악의 귀재이다. 얼마 전에 그녀가 발표한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이라는 노래가 가슴에 들어왔다. “어서 와요 곧 떠나겠지만 잠시나마 즐거웠어요 잘 가세요 하지만 다음엔 좀 오래오래 머물다가요/ 난 매일 손꼽아 기다려 한달에 한번 그댈 보는 날 가난한 내 마음을 가득히 채워 줘/ 눈 깜짝하면 사라지지만 난 그대 없인 살 수 없어 왜 자꾸 나를 두고 멀리 가 가난한 내 마음을참 요사이 젊은이들의 감성은 천재적이다.

 

  받아들 월급을 기대하고 오늘도 삶의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그대가 있어 세상은 오늘도 순조롭게 순항되고 있다. 스치는 월급이 아니라 한동안 머물러줄 때가 오기를 고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래서 행복하다.

 


  1. 혹시 중독 아니세요?

    사람은 누구나 무엇엔가 사로잡혀 산다. 문제는 “얼마나 바람직한 것에 이끌려 사느냐?” 하는 것이다. 사로잡혀 사는 측면이 부정적일 때 붙이는 이름이 있다. 바로 중독이다. 중독이란 말이 들어가면 어떤 약물, 구체적인 행동을 통제할 수 없어...
    Views1131
    Read More
  2. 겨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봄이 성큼 다가서고 있다. 미주 동부는 정말 아름답다. 무엇보다 사계절이 뚜렷한 것이 커다란 매력이다. 서부 L.A.를 경험한 나는 처음 필라델피아를 만났을 때에 숨통이 트이는 시원함을 경험했다. 계절은 인생과 같다. 푸릇푸릇한 봄 같은 시절을 지내면 ...
    Views1237
    Read More
  3. 가위, 바위, 보 인생

    누구나 살아오며 가장 많이 해 온 것이 가위 바위 보일 것이다. 누가 어떤 제의를 해오던 “그럼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하자”고 손을 내어민다. 내기를 하거나 순서를 정할 때에도 사람들은 손가락을 내어 밀어 가위 바위 보를 한다. 모두를 승복하...
    Views1619
    Read More
  4. 절단 장애인 김진희

    인생을 살다보면 벼라 별 일을 다 겪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일이 현실로 닥쳐올 때에 사람들은 흔들린다. 그것도 불의의 사고로 뜻하지 않은 장애를 입으면 당황하고 좌절한다. 나처럼 아예 갓난아이 때 장애를 입은 사람은 체념을 통해 현실을...
    Views1388
    Read More
  5. 별밤 50년

    우리는 라디오 세대이다. 당시 TV를 소유한 집은 부유의 상징일 정도로 드물었다. 오로지 라디오를 의지하며 음악과 드라마, 뉴스를 접하며 살았다. 내 삶을 돌아보면 가장 고민이 많았던 때가 고교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때 다정한 친구처럼 다가온 것이 심...
    Views1374
    Read More
  6. 아이가 귀한 세상

    우리가 어릴 때는 아이들만 보였다. 어디를 가든 아이들이 바글바글했다. 한 반에 60명이 넘는 학생이 오밀조밀 앉아 수업을 들어야만 하였다. 복도를 지날 때면 서로를 비집고 지나갈 정도였다. 그리 경제적으로 넉넉할 때가 아니어서 대부분 행색은 초라했...
    Views3365
    Read More
  7. 동화처럼 살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동화를 품고 산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평생 가슴에 담고 싶은 나만의 동화가 있다. 아련하고 풋풋한 그 이야기가 있기에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늙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철이 나고 의젓한 인생을 살줄 알았다. 하지만 나이...
    Views1572
    Read More
  8. 환상통(幻想痛)

    교통사고나 기타의 질병으로 신체의 일부를 절단한 사람들에게 여전히 느껴지는 통증을 환상통이라고 한다. 이미 절단되었기에 통증은 사라졌을 법한데 실제로 그 부위에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통증뿐 아니라 가려움증도 있고 스멀거리기도 한단다. 절단 ...
    Views2005
    Read More
  9. 종소리

    세상에 모든 존재는 소리를 가지고 있다. 살아있는 것만이 아니라 광물성도 소리를 낸다. 소리를 들으면 어느 정도 무엇인지 알아차리게 되어 있다. 조금만 귀기우려 들어보면 소리는 두 개로 갈라진다. 무의미하게 나는 소리가 있는가하면 가슴을 파고드는 ...
    Views2229
    Read More
  10. 누구나 가슴에는 자(尺)가 들어있다

    사람들은 다 자신이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의롭고 정직하게 산다고 자부한다. 사건과 사람을 만나며 아주 예리하고 현란한 말로 결론을 내린다. 왜 그럴까? 성정과정부터 생겨난 자신도 모르는 자(尺) 때문이다. ‘왜 저 사람은 매사에 저렇게 ...
    Views2481
    Read More
  11. 땅이 좋아야 한다

    가족은 토양이고 아이는 거기에 심기는 화초이다. 토양의 질에 따라 화초의 크기와 향기가 달라지듯이 가족의 수준에 따라 아이의 크기가 달라진다. 왜 결혼할 때에 가문을 따지는가? 집안 배경을 중시하는가? 사람의 성장과정이 너무도 중하기 때문이다. 미...
    Views2439
    Read More
  12. 목사님, 다리 왜 그래요?

    어린아이들은 순수하다. 신기한 것을 보면 호기심이 발동하며 질문하기 시작한다. 아이는 솔직하다. 꾸밈이 없다. 하고 싶은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다. 상황과 분위기에 관계없이 아이들은 속내를 배출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무섭다. 한국에서 목회를 ...
    Views2464
    Read More
  13. 가상과 현실

    고교시절 가슴을 달뜨게 한 노래들이 멋진 사랑에 대한 로망을 품게 했다. 70년대 포크송이 트로트의 흐름을 잠시 멈추게 하며 가요판세를 흔들었다. 템포가 그리 빠르지 않으면서도 서정적인 가사는 청춘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
    Views2810
    Read More
  14. 여자가 나라를 움직일 때

    내가 결혼 했을 즈음(80년대) 대부분 신혼부부들의 소망은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아 부모님께 안겨드리는 것이었다. 이것은 당시 최고 효의 상징이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딸 둘을 낳으면서 실망의 잔을 거듭 마셔야 했다. 모시고 사는 어머니의 표정은 서...
    Views2600
    Read More
  15. 백년을 살다보니

    새해 첫 KBS 인간극장에 철학교수 김형석 교수가 등장했다. 평상시 즐겨보는 영상은 아니지만 제목이 눈에 들어왔고, 평소 흠모하던 분의 다큐멘터리이기에 집중해서 보았다. 김 교수는 이미 “백년을 살다보니”라는 책을 97세에 집필하였다. 이런...
    Views2817
    Read More
  16. No Image

    <2019년 첫 칼럼> 예쁜 마음, 그래서 고운 소녀

    새해가 밝았다. 2019년 서서히 항해를 시작한다. 짙은 안개 속에 감취어진 미지의 세계를 향해 인생의 노를 젓는다. 돌아보면 그 노를 저어 온지도 꽤나 오랜 세월이 지나간 것 같다. 어리디 어린 시절에는 속히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만큼 어른들은 할 수 ...
    Views3241
    Read More
  17. No Image

    새벽송을 그리워하며

    어느새 성탄을 지나 2018년의 끝이 보인다. 기대감을 안고 출발한 금년이 이제는 과거로 돌아갈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22일) 첼튼햄 한아름마트 앞에서 구세군남비 모금을 위한 자그마한 단독콘서트를 가졌다. 내가 가진 기타는 12줄이다...
    Views3268
    Read More
  18. No Image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서민들에게 월급봉투는 생명 줄과 같다. 애써 한 달을 수고한 후에 받는 월급은 성취감과 새로운 꿈을 안겨준다. 액수의 관계없이 월급봉투를 받아드는 순간의 희열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안다. 세대가 변하여 이제는 온라인으로 급여를 받는다. 편리할지는 모...
    Views3248
    Read More
  19. No Image

    “오빠”라는 이름의 남편

    처음 L.A.에 이민을 와서 유학생 가족과 가까이 지낸 적이 있다. 신랑은 남가주대학(U.S.C.)공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고, 세 살 된 아들이 하나 있었다. 아이 엄마는 연신 남편을 향해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지금과 달라서 그때...
    Views3593
    Read More
  20. No Image

    영웅견 “치치”

    미국에 처음 와서 놀란 것은 미국인들의 유별난 동물사랑이다. 오리가족이 길을 건넌다고 양쪽 차선의 차량들이 모두 멈추고 기다려주는 장면은 감동이었다. 산책하는 미국인들의 손에는 반드시 개와 연결된 끈이 들려져있다. 덩치가 커다란 사람이 자그마한 ...
    Views334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4 Next
/ 24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