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첫 칼럼> 예쁜 마음, 그래서 고운 소녀

by 관리자 posted Jan 0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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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슈앙 오빠.jpg

 

  새해가 밝았다. 2019년 서서히 항해를 시작한다. 짙은 안개 속에 감취어진 미지의 세계를 향해 인생의 노를 젓는다. 돌아보면 그 노를 저어 온지도 꽤나 오랜 세월이 지나간 것 같다. 어리디 어린 시절에는 속히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만큼 어른들은 할 수 있는 권세가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마음껏 사랑도 하고, 가고 싶은 곳도 어른이 되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멀리만 보이던 그 시간이 왜 이리 빨리 왔는지? 원하지 않아도 바다가 그리워 바다에 가듯이 이름이 바뀐 신년 배에 올라 나도 모르게 노를 젓고 있다.

 

  바다는 누구를 부르지 않는다. 단지 찾아갈 뿐이다. 우리 모두는 노를 젓는다. ? 물이 있으니까. 사람들은 미처 풀지 못한 수수께끼 인생을 산다. 저만치 가면 불현 듯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노를 젓는다. 정답이 없는 인생길에서 지표를 잃고 방황하며 울 때도 있다. 풀리지 않는 인생의 길목에서 노여워하기도 한다. 때로는 뜻하지 않은 기쁨에 환호하며 인생의 노를 젓는다. 험난한 생의 파도를 만날 때마다 헤쳐 나갈 힘을 주는 것은 가족이다. 노 젓는 팔에 힘이 빠질 때에 함께 구령을 붙여주고 짐을 나눠지는 원동력은 가족인 것이다.

 

  중국 윈난성 광난현의 한 시골 마을. 어린 소녀가 힘겹게 누군가를 업고 학교에 가고 있다. 이름은 딩슈앙, 나이는 9살이다. 등에 업힌 당사자는 그녀의 오빠이다. 안타깝게도 딩슈앙의 오빠는 장애를 갖고 있다. 발육이 안 되어 또래보다 작은 체구의 오빠는 손발도 불편하다. 걷는 것은 물론 자유롭지 못한 오빠를 위해 딩슈앙은 업어서 등하교를 시키는 것이다. 9살 소녀가 무슨 힘이 있으며 장애를 가진 오빠를 업고 멀고먼 학교에 가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럼에도 딩슈앙은 늘 오빠의 지팡이가 되어서, 오빠 곁을 지키며 도와줄 거예요.” 당차게 말한다.

 

  오빠뿐이 아니다. 생계를 위해 일을 나간 엄마 아빠 대신 집안일까지 감당한다. 9살 나이에 밥과 빨래는 물론, 돼지 먹이도 주고, 오빠 숙제까지 돕는다. 어린 나이임에도 장애를 가진 오빠를 늘 곁에서 돕겠다는 기특한 소녀의 마음이 중국 대륙에 번져갔다. 딩슈앙의 선행이 알려지자 학교 측도 지원에 나서게 되었다. 딩슈앙이 오빠를 잘 돌볼 수 있도록 학교 기숙사 내 한 방에 생활하게 하고 학비도 면제해 주는 파격적인 대책이 마련되었다. 인터넷에 사연이 알려진 지 하루 만에 조회 수가 백만을 넘었고, 댓글이 쇄도했다. 격려와 성금이 밀려든 것은 물론이다.

 

  9살이면 철모르고 뛰어다닐 나이이다. 그 나이에 가사 일을 전담하고 장애가 있는 오빠까지 돌보는 모습이 애처로우면서도 대견하다. 이것이 현재 중국의 현실이기도 하다. 같은 장애인으로 딩슈앙이 고마운 것은 장애를 가진 오빠를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을 뿐 아니라 업어서라도 오빠를 공부시키려는 마음이다. 나이가 어릴 때는 몰랐다. 하지만 철이 들며 깨닫는 것은 장애를 가진 나도 힘들었지만 그런 아들과 형제를 둔 우리 가족이 많이 버거워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누나와 여동생 사이에 외아들이다. 누나나 동생이 집에 친구를 데려오고 싶다가도 장애를 가진 나를 의식하면 그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한 가지 감사한 것은 우리 가족들은 나를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남모르게 뒤에서 눈물을 흘렸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내 앞에서는 그 누구도 그런 티를 낸 적이 없다. 그것이 고마우면서도 가슴이 아리다. 덕분에 항상 활기 넘치는 미소를 머금게 된 것 같다. 또한 밀알가족들의 모습이 딩슈앙처럼 그 장애를 보듬어 주며 사는 것과 흡사하기에 위대해 보인다. 힘들지만 결코 무겁지 않은, 아프지만 그 아픔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힘은 가족이다. 딩슈앙이 오빠의 힘이 되어주듯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모든 허물을 사랑으로 덮어주는 행복한 가정들이 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