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사역을 하면서 가장 가슴이 아플 때는 희귀병을 앓는 장애인을 만날 때이다. 병명도 원인도 모른 채 고통당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와 가족들은 커다란 멍에를 지고 가는 듯 한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 2개의 희귀질병 앓고 있는 김새봄 양. 대학입학 기쁨도 잠시 아빠에게 하소연을 한다. “아빠, 난 아직도 학생인데 내 몸은 할머니 같아….” 낭랑 18세의 꿈 많은 소녀, 김새봄 양의 몸은 이처럼 고단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시작된 병마와의 싸움. 그로인해 겪어야 했던 투병생활과 삶의 무게는 대학 합격증마저도 환한 미소를 건네주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새봄이 아빠는 목사님이다. 목회자 가정에 아이가 어려운 고통을 당하는 모습은 성도들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김종엽 목사는 차녀 새봄이가 하루빨리 회복되는 것이 가장 절박한 기도 제목이다. 그럼에도 김 목사의 속사정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어려움을 알리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곧 완쾌될 것이라는 작지만 분명한 믿음의 확신이 있었기에 기도해 왔을 뿐이었다. 그러나 연이은 수술과 새봄이의 대학입학으로 인한 등록금 마련 등, 녹록치 못한 환경이 노회에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김 목사가 지인들 사이에서 '바쁜 목사'로 알려진 이유는 사실 8년간 계속돼 온 새봄이의 병 구환 때문이었다. 새봄이의 병 앓이는 중 1때부터 본격화 됐다. 고열과 혼절 상태의 반복으로 인해 찾게 된 병원에서 받은 첫 진단은 '열성 류마티스 관절염'이었다. 특정 부위의 관절이 아닌, 몸 전체에 열이 오르는 희귀병의 발견은 새봄이가 겪게 될 불운의 서곡이었다. 관절염 치료를 받아 오던 새봄이에게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배가 갑자기 부어오르자 찾게 된 병원에서 새봄이는 '난소암'이라는 진단을 들어야 했다. 청천벽력의 소리였지만 어린 여중생에게는 이해하기조차 힘든 생소한 병명이었다. 주로 성인에게 발병되는 난소암이 소아에게서 발견됐기에 새봄이는 연구대상자가 되었고 한쪽 난소를 제거하는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은 잘 마쳤지만, 새봄이의 불운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엔 정상인의 두 배 이상 되는 비장이 문제였다. 중3때 비장을 수술한 뒤 새봄이는 수능시험을 한 달 앞둔 작년 10월, 정기검사에서 간에 전이된 암세포를 발견했고 또다시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2개의 희귀병. 그것도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1년에 한 번씩은 대수술을 받은 셈이다. “새봄이는 내성적인 아이에요. 그래서 몸이 아파도 일일이 표현하지 않을 만큼 속이 깊어 부모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합니다.” 아플 때마다 홀로 그림을 그려왔다는 새봄이는 투병 중에도 입시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화실의 배려로 간이침대에 누워 가면서 하루 10시간씩 실기 준비를 했다. 그 결과, 단국대 서양화가에 합격하는 결실을 거두게 됐다. 새봄이는 애니메이션에도 관심이 많아 어린이를 위한 성경 만화를 책으로 내는 것이 꿈이다.
이처럼 김 목사 가정은 대학합격을 이룬 딸이 기특하고 예쁘지만, 기뻐하고만 있을 상황이 아니다. 병원에서 당장 휴학할 것을 권면할 정도로 새봄이의 상태가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닐 뿐더러 김 목사는 결핵으로, 사모는 류마티스로 오랜 시간 불편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랜 투병생활로 인한 재정상의 어려움이 커 적지 않은 채무도 해결해야만 한다. 그러나 김 목사는 인터뷰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엷게나마 기대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랜 시간 자식의 병 구환을 하다 보니, 기도의 협력이 참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일을 통해 뜻있는 분들께서 기도를 보태 주신다면 저희 가정에 큰 은혜가 될 것입니다.”
김 목사의 가정에 하나님의 특별한 사랑과 기적이 임하기를 바랄 뿐이다. 희망은 이럴 때에 붙잡아야 할 횃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