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9.05.09 19:31

장모님을 보내며

조회 수 167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장례.jpg

 

 수요일 오후 급보가 날아들었다. 근간 몇 년 동안 숙환으로 고생하시던 장모님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것이다. 난감한 것은 월요일에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있었다. 장모님이기에 한국에 나가긴 해야 하는데 너무도 부담스러웠다. 월요일 뉴욕에서 열리는 행사는 내가 없으면 의미가 축소되는 위기 상황이다. 하지만 어쩌랴! 사위도 자식인데, 그것도 맏사위인 내가 멈칫거릴 틈이 없었다. 부랴부랴 표를 예약하여 새벽 비행기에 올랐다. 긴장이 풀리며 10시간을 곯아 떨어져 버렸다.

 

 금요일(3) 새벽녘 인천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하기 직전 기장의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오늘은 53일입니다. 잠시 후 비행기는 ” “, 오늘이 내 생일이네!” 그렇게 금년 생일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오며 맞이하고 사라졌다. 장례식장에 도착하자 동서들과 처제들이 놀라는 눈으로 나를 맞이해 준다. 국화로 단장된 영정 앞에 서서 머리를 조아렸다. 목사인 사위를 자랑스러워하며 사랑해 주시던 장모님이 유명을 달리한 채 사진 속에서 웃고 계셨다. “어머니~” 금새 흐느끼듯 눈물이 솟구쳤다. 내가 올 때면 너무도 반가워하며 달려 나오시던 장모님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장모님과 나는 34년 전에 처음 만났다. 당시 50대였던 어머니는 멋쟁이요, 미인이셨다. 항상 당당한 모습이었지만 장애를 가졌기에 아내의 부모님을 처음 만나는 시간은 움추러 들 수밖에 없었다. 7 남매에 맏인 아내를 두 분은 몹시도 자랑스러워하셨다. 훤칠한 키에 예쁘디 예쁜 딸이 결혼하겠다고 통보해 왔을때에 너무도 좋아하셨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상대가 장애인 이라는 사실에 당황하셨다. 며칠 후 장인은 아내를 불러 앉혔다. “우리가 이 결혼을 반대하면 그 전도사님이 실족하겠지?” 아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성사된 상견례였다. 경직된 표정으로 만난 그 자리에서 장모님은 호감도 100%로 결혼을 승낙해 주셨다. 그것이 두 분, 아니 장모님에 대해 고마워하는 커다란 이유이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들른 처가에서 장모님은 그 지방에서 귀한 손님이 올 때만 내 놓는다는 홍어를 상에 올렸다. 자신만만하게 입에 넣었던 삮힌 홍어의 자극적인 맛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나는 장모 사랑을 받으며 살았다. 2005. 장인, 장모님이 미국에 처음 방문해 주셨다. 목회의 어려움이 올 때마다 곁에서 기도하시며 버팀목이 되어 주셨던 분들. 미국에 꼭 한번 모시고 미국을 보여 드리고 싶었는데 그 작은 소망이 이루어 진 것이다. 장인, 장모님이 오시기 전날, 아내는 내 귀에 속삭였다. “내일 우리 엄마 온다!” 그날 밤 아내는 잠을 못 이루고 뒤척거렸다.

 

 아내, 아이들, 나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두 분과 함께했다. 꿈같은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공항으로 가는 길, 이제는 두 분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아쉬움에 차안에는 적막감이 흐르고 있었다. 드디어 짐을 부치고, 두 분이 검색대를 향해 들어가신다. 저만치 두 분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우리는 두 손을 흔들었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공항을 빠져 나오며 뭔지 모를 서러움에 눈물을 흘렸다. 차가 출발하고 우리 가족은 창밖을 응시한 채 흐느끼고 있었다.

 

 그때 생각했다. ‘지금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보내 드리지만 언젠가는 천국으로 보내야 하는 시간이 오고야 말겠지?’ 그런데 세월이 흘러 실로 그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16녀와 연관된 조문객들은 줄을 이어 들어오고 힘들었지만 장모님을 새기며 장례는 순탄하고 은혜롭게 진행되었다. 온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 염과 입관은 실로 잔인한 시간이었다. 화장터에서 두 시간 가까운 시간을 기다리니 한줌의 재가 되어 인계되었다. 그렇게 장모님은 주님의 품에 안겼다. 장모님을 그리며 글을 쓰고 있다.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른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는 것은 살을 에이 듯 아픈 시간이다.


  1. 어린이는 "얼인"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요, 5일은 어린이 날이다.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어린이날은 왠지 모든 면에서 너그러웠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야단치는 것을 그날만은 자제하는 듯 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어린이날은 우리에게 꿈을 주...
    Views1545
    Read More
  2. 장모님을 보내며

    수요일 오후 급보가 날아들었다. 근간 몇 년 동안 숙환으로 고생하시던 장모님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것이다. 난감한 것은 월요일에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있었다. 장모님이기에 한국에 나가긴 해야 하는데 너무도 부담스러웠다. 월요일 뉴욕에서 열리는 행...
    Views1679
    Read More
  3. No Image

    아빠, 내 몸이 할머니 같아

    장애인사역을 하면서 가장 가슴이 아플 때는 희귀병을 앓는 장애인을 만날 때이다. 병명도 원인도 모른 채 고통당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와 가족들은 커다란 멍에를 지고 가는 듯 한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 2개의 희귀질병 앓고 있는 김새봄 양. 대학입...
    Views1460
    Read More
  4. 혹시 중독 아니세요?

    사람은 누구나 무엇엔가 사로잡혀 산다. 문제는 “얼마나 바람직한 것에 이끌려 사느냐?” 하는 것이다. 사로잡혀 사는 측면이 부정적일 때 붙이는 이름이 있다. 바로 중독이다. 중독이란 말이 들어가면 어떤 약물, 구체적인 행동을 통제할 수 없어...
    Views1744
    Read More
  5. 겨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봄이 성큼 다가서고 있다. 미주 동부는 정말 아름답다. 무엇보다 사계절이 뚜렷한 것이 커다란 매력이다. 서부 L.A.를 경험한 나는 처음 필라델피아를 만났을 때에 숨통이 트이는 시원함을 경험했다. 계절은 인생과 같다. 푸릇푸릇한 봄 같은 시절을 지내면 ...
    Views1784
    Read More
  6. 가위, 바위, 보 인생

    누구나 살아오며 가장 많이 해 온 것이 가위 바위 보일 것이다. 누가 어떤 제의를 해오던 “그럼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하자”고 손을 내어민다. 내기를 하거나 순서를 정할 때에도 사람들은 손가락을 내어 밀어 가위 바위 보를 한다. 모두를 승복하...
    Views2247
    Read More
  7. 절단 장애인 김진희

    인생을 살다보면 벼라 별 일을 다 겪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일이 현실로 닥쳐올 때에 사람들은 흔들린다. 그것도 불의의 사고로 뜻하지 않은 장애를 입으면 당황하고 좌절한다. 나처럼 아예 갓난아이 때 장애를 입은 사람은 체념을 통해 현실을...
    Views1924
    Read More
  8. 별밤 50년

    우리는 라디오 세대이다. 당시 TV를 소유한 집은 부유의 상징일 정도로 드물었다. 오로지 라디오를 의지하며 음악과 드라마, 뉴스를 접하며 살았다. 내 삶을 돌아보면 가장 고민이 많았던 때가 고교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때 다정한 친구처럼 다가온 것이 심...
    Views1832
    Read More
  9. 아이가 귀한 세상

    우리가 어릴 때는 아이들만 보였다. 어디를 가든 아이들이 바글바글했다. 한 반에 60명이 넘는 학생이 오밀조밀 앉아 수업을 들어야만 하였다. 복도를 지날 때면 서로를 비집고 지나갈 정도였다. 그리 경제적으로 넉넉할 때가 아니어서 대부분 행색은 초라했...
    Views3868
    Read More
  10. 동화처럼 살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동화를 품고 산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평생 가슴에 담고 싶은 나만의 동화가 있다. 아련하고 풋풋한 그 이야기가 있기에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늙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철이 나고 의젓한 인생을 살줄 알았다. 하지만 나이...
    Views2041
    Read More
  11. 환상통(幻想痛)

    교통사고나 기타의 질병으로 신체의 일부를 절단한 사람들에게 여전히 느껴지는 통증을 환상통이라고 한다. 이미 절단되었기에 통증은 사라졌을 법한데 실제로 그 부위에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통증뿐 아니라 가려움증도 있고 스멀거리기도 한단다. 절단 ...
    Views2512
    Read More
  12. 종소리

    세상에 모든 존재는 소리를 가지고 있다. 살아있는 것만이 아니라 광물성도 소리를 낸다. 소리를 들으면 어느 정도 무엇인지 알아차리게 되어 있다. 조금만 귀기우려 들어보면 소리는 두 개로 갈라진다. 무의미하게 나는 소리가 있는가하면 가슴을 파고드는 ...
    Views2753
    Read More
  13. 누구나 가슴에는 자(尺)가 들어있다

    사람들은 다 자신이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의롭고 정직하게 산다고 자부한다. 사건과 사람을 만나며 아주 예리하고 현란한 말로 결론을 내린다. 왜 그럴까? 성정과정부터 생겨난 자신도 모르는 자(尺) 때문이다. ‘왜 저 사람은 매사에 저렇게 ...
    Views3011
    Read More
  14. 땅이 좋아야 한다

    가족은 토양이고 아이는 거기에 심기는 화초이다. 토양의 질에 따라 화초의 크기와 향기가 달라지듯이 가족의 수준에 따라 아이의 크기가 달라진다. 왜 결혼할 때에 가문을 따지는가? 집안 배경을 중시하는가? 사람의 성장과정이 너무도 중하기 때문이다. 미...
    Views2904
    Read More
  15. 목사님, 다리 왜 그래요?

    어린아이들은 순수하다. 신기한 것을 보면 호기심이 발동하며 질문하기 시작한다. 아이는 솔직하다. 꾸밈이 없다. 하고 싶은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다. 상황과 분위기에 관계없이 아이들은 속내를 배출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무섭다. 한국에서 목회를 ...
    Views2976
    Read More
  16. 가상과 현실

    고교시절 가슴을 달뜨게 한 노래들이 멋진 사랑에 대한 로망을 품게 했다. 70년대 포크송이 트로트의 흐름을 잠시 멈추게 하며 가요판세를 흔들었다. 템포가 그리 빠르지 않으면서도 서정적인 가사는 청춘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
    Views3330
    Read More
  17. 여자가 나라를 움직일 때

    내가 결혼 했을 즈음(80년대) 대부분 신혼부부들의 소망은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아 부모님께 안겨드리는 것이었다. 이것은 당시 최고 효의 상징이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딸 둘을 낳으면서 실망의 잔을 거듭 마셔야 했다. 모시고 사는 어머니의 표정은 서...
    Views3146
    Read More
  18. 백년을 살다보니

    새해 첫 KBS 인간극장에 철학교수 김형석 교수가 등장했다. 평상시 즐겨보는 영상은 아니지만 제목이 눈에 들어왔고, 평소 흠모하던 분의 다큐멘터리이기에 집중해서 보았다. 김 교수는 이미 “백년을 살다보니”라는 책을 97세에 집필하였다. 이런...
    Views3291
    Read More
  19. No Image

    <2019년 첫 칼럼> 예쁜 마음, 그래서 고운 소녀

    새해가 밝았다. 2019년 서서히 항해를 시작한다. 짙은 안개 속에 감취어진 미지의 세계를 향해 인생의 노를 젓는다. 돌아보면 그 노를 저어 온지도 꽤나 오랜 세월이 지나간 것 같다. 어리디 어린 시절에는 속히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만큼 어른들은 할 수 ...
    Views3811
    Read More
  20. No Image

    새벽송을 그리워하며

    어느새 성탄을 지나 2018년의 끝이 보인다. 기대감을 안고 출발한 금년이 이제는 과거로 돌아갈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22일) 첼튼햄 한아름마트 앞에서 구세군남비 모금을 위한 자그마한 단독콘서트를 가졌다. 내가 가진 기타는 12줄이다...
    Views378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4 Next
/ 24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