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9.06.28 15:49

생각의 시차

조회 수 3952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소통.jpg

 

 한국의 지인에게 전화를 할라치면 반드시 체크하는 것이 있다. ‘지금, 한국은 몇시지?’ 시차이다. 같은 지구별에 사는데 미국과 한국과는 13시간이라는 차이가 난다. 여기는 밤인데 한국은 대낮이고, 한창 활동하는 낮이면 반대로 한국은 한밤중이다. 시차를 계산하고 그 사람이 전화를 편히 받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기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세계를 두루 다니며 깨닫는 한 가지가 있다. 결코 치우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편협은 위험하다. 나라 간에만 시차가 있는 것이 아니다. 생각에도 시차가 있다. 내가 이만큼 생각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그런 방향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그럴 때는 기다려줘야 한다. 사람끼리는 생각의 시차가 있음을 깨닫는 것이 이래서 중요하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장점과 단점이 있다. 만나기가 부담스럽고 꺼려지는 사람이 있는가? 가만히 관점을 바꿔보면 그 사람의 장점이 슬며시 드러난다. 유독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아직 장점만을 대했기 때문이다. 그 사람에게서도 언젠가는 나를 실망시킬 단점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그래서 사람이다. 단점보다는 장점을 귀하게 보는 마음. 그것이 필요하다. 이상하게 한국 사람들은 남을 좋게 보려는 습성보다는 상대방을 삐딱하게 보는 것 같다. 칭찬하기보다는 비판부터 하는 희한한 민족성을 가지고 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 생각의 시차를 극복하는 것이 행복의 비결일 것이다.

 

 말이 많은 사람을 만났다. ‘와우, 정말 말이 많네. 피곤해라는 생각보다는 사교성이 많고 친화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생각해야 한다. 유난히 고집이 센 사람은 주관과 소신이 있는 사람으로, 아부를 잘하는 사람은 분위기를 잘 맞추고 애교가 넘치는 사람으로 보아야 한다. 나서서 설치는 사람은 적극적이어서 매력이 있고, 느린 사람에 대하여는 신중하고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다소 신경질 적인 사람을 만나면 샤프한 사람으로, 무식한 사람에 대하여 조금 터프한 사람으로 보면 어떨까?

 

 같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다른 시각에서 생각의 시차를 인정하며 대하면 달리 보인다. 어떤 면을 더 부각시켜 보느냐에 따라 극명하게 그 사람에 대한 느낌과 판단이 새롭게 조명된다. 지난 주간 내가 활동하는 중창단의 작은 음악회가 있었다. 우리 온가족이 자리를 함께했다. 집에 돌아와 우리 가족들은 칭찬일색이었다. 왜 그랬을까? 한 가족이기 때문이다. 가족이기에 그 많은 중창 단원 중에서 나만 눈 여겨 보았을 것이고, 가족이기에 다 멋져보였던 것이다. 결국은 내가 만나는 그 사람을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의 차이이다.

 

 신학대학 2학년 때인 20대 초반부터 교육전도사가 되어 열정을 불사르며 학생들을 지도했다. 그런 와중에 가장 많이 부딪친 대상이 교사들이었다. 나는 기도하며 계획을 세우는데 사사건건 따지며 반대의견을 내는 교사가 그렇게 미웠다. 때로는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사표를 던지고 싶을 정도로 교사들이 담합하여 전도사를 힘들게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연륜이 더해가며 양보의 미덕을 갖추어가기에 이른다. 그 당시에는 반대를 위한 반대처럼 보였는데 시간이 지나고나니 내 생각보다는 교사들의 중지가 더 지혜로움을 깨닫기 시작하였다. 여유를 가지고 양보를 하니 오히려 교사들이 한발 물러서며 전도사의 의견을 세우려는 단계까지 갔다. 한국에 나가면 함께 늙어가는 그 당시 교사들을 만나 웃으며 그 시절 이야기를 나눈다.

 

 시각을 달리해야한다. 생각의 시차를 서로 인정해야 한다.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한국에 전화를 하려면 적당한 시간까지 기다려야 하듯 기다려주고 인정해 주는 넉넉함이 필요하다. 누군가와 생각의 시차를 느껴서 답답하고 불편한 마음이 들 때가 있는가? 그럴 때는 각 나라마다 다른 시간의 차이를 한번 떠올려 보라. 그리고 그 나라 사람과 가장 좋은 대화의 시간을 기다린다고 여기라. 그 생각의 시차를 인정하면, 더 큰 인간 이해와 배려와 용기가 생겨날 것이다.

 


  1. 죽음과의 거리

    지난 주간 우리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해야만 했다. 젊은 목회자 가정에 불어 닥친 교통사고 소식에 모두는 말을 잃었다. 얼마나 큰 사고였으면 온 식구가 병원에 실려가야했고, 그 충격으로 세 자녀 중에 막내 딸은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겨우 5살 나이에...
    Views43318
    Read More
  2. 생각의 시차

    한국의 지인에게 전화를 할라치면 반드시 체크하는 것이 있다. ‘지금, 한국은 몇시지?’ 시차이다. 같은 지구별에 사는데 미국과 한국과는 13시간이라는 차이가 난다. 여기는 밤인데 한국은 대낮이고, 한창 활동하는 낮이면 반대로 한국은 한밤중...
    Views39520
    Read More
  3. 냄새

    누구나 아침에 눈을 뜨면 냄새를 느끼며 하루를 시작한다. 날씨, 온도, 집안분위기를 냄새로 확인한다. 저녁 무렵 주방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를 맡으며 식탁의 기쁨을 기대한다. 아내는 음식솜씨가 좋아 움직이는 소리만 나도 기대가 된다. 나는 계절을 냄새...
    Views42046
    Read More
  4. 야매 부부?

    지금은 오로지 장애인사역(밀알)을 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목회를 하면서 가정 사역을 하며 많은 부부를 치유했다. 결혼을 하고 마냥 행복했다. 먼저는 외롭지 않아서 좋았고 어여쁘고 착한 아내를 만났다는 것이 너무도 신기하고 행복했다. 하지만 허니문이...
    Views40941
    Read More
  5. 끝나기 전에는 끝난 것이 아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평탄한 길만 가는 것이 아니다. 험산 준령을 만날 때도 있고 무서운 풍파와 생각지 않은 캄캄한 밤을 지날 때도 있다. 그런 고통의 시간을 만날 때 사람들은 좌절한다. “이제는 끝이라”고 생각하고 포기 해 버린다. 이 땅에는 성...
    Views41134
    Read More
  6. 상큼한 백수 명예퇴직

    부지런히 일을 하며 달리는 세대에는 쉬는 것이 작은 소망이다. ‘언제나 일에서 자유로워져서 쉴 수 있을까?’ 젊은 직장인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해서 내 오랜 친구는 50에 접어들며 이런 넋두리를 했다. “재철아, 난 일찍 은퇴하고 싶...
    Views40775
    Read More
  7. 봄날은 간다

    봄은 보여서 봄이다. 겨울의 음산한 기운에 모든 것이 눌려 있다가 대기에 따스한 입김이 불기 시작하면 곳곳에서 생명이 움트기 시작한다. 숨어있던 모든 것들이 서서히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실로 봄은 모든 것을 보게 한다. 아지랑이의 어른거름이 아름...
    Views41236
    Read More
  8. 어린이는 "얼인"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요, 5일은 어린이 날이다.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어린이날은 왠지 모든 면에서 너그러웠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야단치는 것을 그날만은 자제하는 듯 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어린이날은 우리에게 꿈을 주...
    Views42867
    Read More
  9. 장모님을 보내며

    수요일 오후 급보가 날아들었다. 근간 몇 년 동안 숙환으로 고생하시던 장모님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것이다. 난감한 것은 월요일에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있었다. 장모님이기에 한국에 나가긴 해야 하는데 너무도 부담스러웠다. 월요일 뉴욕에서 열리는 행...
    Views42668
    Read More
  10. No Image

    아빠, 내 몸이 할머니 같아

    장애인사역을 하면서 가장 가슴이 아플 때는 희귀병을 앓는 장애인을 만날 때이다. 병명도 원인도 모른 채 고통당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와 가족들은 커다란 멍에를 지고 가는 듯 한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 2개의 희귀질병 앓고 있는 김새봄 양. 대학입...
    Views41194
    Read More
  11. 혹시 중독 아니세요?

    사람은 누구나 무엇엔가 사로잡혀 산다. 문제는 “얼마나 바람직한 것에 이끌려 사느냐?” 하는 것이다. 사로잡혀 사는 측면이 부정적일 때 붙이는 이름이 있다. 바로 중독이다. 중독이란 말이 들어가면 어떤 약물, 구체적인 행동을 통제할 수 없어...
    Views43668
    Read More
  12. 겨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봄이 성큼 다가서고 있다. 미주 동부는 정말 아름답다. 무엇보다 사계절이 뚜렷한 것이 커다란 매력이다. 서부 L.A.를 경험한 나는 처음 필라델피아를 만났을 때에 숨통이 트이는 시원함을 경험했다. 계절은 인생과 같다. 푸릇푸릇한 봄 같은 시절을 지내면 ...
    Views44467
    Read More
  13. 가위, 바위, 보 인생

    누구나 살아오며 가장 많이 해 온 것이 가위 바위 보일 것이다. 누가 어떤 제의를 해오던 “그럼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하자”고 손을 내어민다. 내기를 하거나 순서를 정할 때에도 사람들은 손가락을 내어 밀어 가위 바위 보를 한다. 모두를 승복하...
    Views47029
    Read More
  14. 절단 장애인 김진희

    인생을 살다보면 벼라 별 일을 다 겪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일이 현실로 닥쳐올 때에 사람들은 흔들린다. 그것도 불의의 사고로 뜻하지 않은 장애를 입으면 당황하고 좌절한다. 나처럼 아예 갓난아이 때 장애를 입은 사람은 체념을 통해 현실을...
    Views44445
    Read More
  15. 별밤 50년

    우리는 라디오 세대이다. 당시 TV를 소유한 집은 부유의 상징일 정도로 드물었다. 오로지 라디오를 의지하며 음악과 드라마, 뉴스를 접하며 살았다. 내 삶을 돌아보면 가장 고민이 많았던 때가 고교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때 다정한 친구처럼 다가온 것이 심...
    Views41504
    Read More
  16. 아이가 귀한 세상

    우리가 어릴 때는 아이들만 보였다. 어디를 가든 아이들이 바글바글했다. 한 반에 60명이 넘는 학생이 오밀조밀 앉아 수업을 들어야만 하였다. 복도를 지날 때면 서로를 비집고 지나갈 정도였다. 그리 경제적으로 넉넉할 때가 아니어서 대부분 행색은 초라했...
    Views46500
    Read More
  17. 동화처럼 살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동화를 품고 산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평생 가슴에 담고 싶은 나만의 동화가 있다. 아련하고 풋풋한 그 이야기가 있기에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늙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철이 나고 의젓한 인생을 살줄 알았다. 하지만 나이...
    Views43598
    Read More
  18. 환상통(幻想痛)

    교통사고나 기타의 질병으로 신체의 일부를 절단한 사람들에게 여전히 느껴지는 통증을 환상통이라고 한다. 이미 절단되었기에 통증은 사라졌을 법한데 실제로 그 부위에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통증뿐 아니라 가려움증도 있고 스멀거리기도 한단다. 절단 ...
    Views48952
    Read More
  19. 종소리

    세상에 모든 존재는 소리를 가지고 있다. 살아있는 것만이 아니라 광물성도 소리를 낸다. 소리를 들으면 어느 정도 무엇인지 알아차리게 되어 있다. 조금만 귀기우려 들어보면 소리는 두 개로 갈라진다. 무의미하게 나는 소리가 있는가하면 가슴을 파고드는 ...
    Views46626
    Read More
  20. 누구나 가슴에는 자(尺)가 들어있다

    사람들은 다 자신이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의롭고 정직하게 산다고 자부한다. 사건과 사람을 만나며 아주 예리하고 현란한 말로 결론을 내린다. 왜 그럴까? 성정과정부터 생겨난 자신도 모르는 자(尺) 때문이다. ‘왜 저 사람은 매사에 저렇게 ...
    Views5055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37 Next
/ 37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