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9.09.13 10:41

이혼 지뢰밭

조회 수 3725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명절.png

 

 

 어린 시절에 명절은 우리의 꿈이었고 긴긴날 잠못자게 하는 로망이었다. 가을 풍경이 짙어진 고향산천을 찾아가는 기쁨, 집안사람들을 모두 만나는 자리, 또래 친척 아이들을 만나 추억을 만드는 동산, 모처럼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미리 받아든 빔은 당일이 되어야 입을 수 있기에 그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내 고향은 경기도 포천이다. 해서 미리 표를 예약할 필요도 없고 새벽에 일어나 마장동 시외버스터미널에만 가면 언제든지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추석 당일 서울시내 곳곳에서 만나는 귀향행렬을 마주하며 어린 가슴은 절로 부자가 된 듯 했다.

 

 그런데 이제 그 명절이 이혼 지뢰밭이 되었단다. 명절만 지나면 이곳저곳에서 이혼소송이 이어진다니 이 어인 일인가? 5년 전 결혼한 직장인 여성 A(40)씨는 지난 추석 친정엄마로부터 어렵게 임신했으니 이번 추석엔 집에서 쉬라는 조언을 들었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기차 타면 금방인데 얼굴만 비추라A씨 부부를 부산 본가로 불렀다. A씨는 차례를 지내는 동안 앉지도 못하고 부엌에 서서 일만 하는 형님 동서들을 목격했다. 또 며느리들이 설거지하는 동안 거실에서 과일을 먹는 시댁 식구들을 허탈한 표정으로 지켜봐야 했다. A씨는 즉시 여동생에게 전화해 이혼보다 파혼이 낫다며 결혼 전 명절 기간에 시댁에 가볼 것을 조언했다.

 

 회사 선배와 2년 전 결혼한 대기업 대리 B(31·)씨는 작년 추석 충격적인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이번에는 전을 부치지 말자는 남편의 말에 시어머니가 며느리가 시켰느냐고 다그친 뒤 전화를 걸어 요즘 군기가 빠진 것 같다고 화를 낸 것이다. B씨는 남편은 집안 분위기가 워낙 가부장적이니 네가 좀 이해해달라는 입장인 반면 오히려 친정 부모님이 참고 살 필요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명문대를 졸업한 뒤 대기업에 취직한 딸이 시댁에만 가면 부엌데기가 되는 것에 본인보다 친정 부모가 더 울화통을 터뜨린다는 것이다.

 

 명절 이후엔 어김없이 부부 관계 파탄이란 후유증이 몰려온다. 가장 대표적인 명절 이혼 사유는 고부갈등형이다. 전문가들은 고부갈등은 주로 효도와 체면을 중시하는 중년 남성이 어머니와 아내 간 중재에 실패하면서 발생한다고 분석한다. 중년 여성의 경우 시간이 지나며 친정과 이해관계가 줄어드는 반면 중년 남성은 원가족의 의미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내에게 대리 효도를 강요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이다.

 

 과거엔 기혼 여성이 시댁과 겪는 갈등이 두드러졌다면 최근엔 기혼 남성이 처가와 겪는 갈등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출가외인이라는 개념은 옛말이 된 듯하다. 이혼 과정에서 친정 부모가 소송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명절이 이혼지뢰밭이라는 개념을 탈피하려면 어떤 경우에도 부부를 1순위에 놓는 것이 중요하다. 부부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과 배우자인데, 이를 망각하게 되면 내 부모를 순위에 놓고 배우자에게 내 부모에 대한 효도를 강요하게 되는 것이다. 평소에 하지 못한 효도를 명절이라는 이유로 배우자에게 강요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배우자와 나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명절은 명절이어야 한다. 먼 이국땅에 살고 있는 우리는 명절의 향수를 잊은 지 오래다. 물론 온 집안이 이민을 온 행복한 가문도 있지만 말이다. 바쁘게 돌아치다가도 명절이 되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잊고 있던 집안 친척을 돌아보는 모습이 우리 한국의 아름다운 정서이다. 하지만 경제우선주의, 핵가족이 일반화되면서 그 명절이 이혼 지뢰밭이 되는 비극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희생, 섬김, 우리나라 특유의 정()문화가 사라진 명절은 이제 의미가 없는듯하다. 고향집 대문을 들어서면 수줍은 미소로 다가서는 형수님의 모습이 저만치 어른거린다. 성인 89%명절은 여성에 스트레스라고 답했다니 이제 그 어린 시절에 잠못자며 기다리던 명절의 추억은 지워야 할 듯 하다.


  1. 사랑이란 무엇일까?

    오늘 우리는 왜 살고 있는가? 사랑 때문이다. 사랑을 하고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고,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은 죽지 못해 살아가게 된다. 사람은 사랑으로 태어난다. 한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
    Views35783
    Read More
  2. No Image

    이름이 무엇인고?

    사람은 물론 사물에는 이름이 다 붙는다. 10년 전 고교선배로부터 요크샤테리아 한 마리를 선물 받았다. 원래 지어진 이름이 있었지만 온 가족이 마주 앉아 새로운 이름을 지어 주기로 하였다. 갑론을박 끝에 “쵸코”라는 이름이 나왔다. “...
    Views37217
    Read More
  3. 이혼 지뢰밭

    어린 시절에 명절은 우리의 꿈이었고 긴긴날 잠못자게 하는 로망이었다. 가을 풍경이 짙어진 고향산천을 찾아가는 기쁨, 집안사람들을 모두 만나는 자리, 또래 친척 아이들을 만나 추억을 만드는 동산, 모처럼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
    Views37251
    Read More
  4. 시각장애인의 찬양

    장애 중에 눈이 안 보이는 어려움은 가장 극한 고통일 것이다. 그러나 시각장애인 중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존경의 대상이 될 만한 인물들이 속속 배출된 것을 보면 고난은 오히려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끈질긴 내성을 키워내는 것 같다. 한국이...
    Views38160
    Read More
  5. 칭찬에 배가 고팠다

    어린 시절 가장 부러운 것이 있었다. 부친을 “아빠”라고 부르는 친구와 아빠에게 칭찬을 듣는 아이들이었다. 라디오 드라마(당시에는 TV가 없었음)에서는 분명 “아빠”라고 하는데 우리 집에서는 항상 “아부지”라고 불러...
    Views38766
    Read More
  6. 늘 푸른 인생

    한국 방송을 보다보면 나이가 지긋한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것을 본다. 부부가 출연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때로는 홀로 나오기도 한다. “인생살이”에 대한 진솔한 대담은 현실적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나이 드신 ...
    Views38251
    Read More
  7. 핸드폰 없이는 못살아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 있는 시대가 되었다. 모든 세대를 초월하여 핸드폰 없이는 사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세상이 된 것 같다. 눈을 뜨면서부터 곁에 두고 사는 새로운 가족기기가 탄생한 것이다. 이제는 기능도 다양해져서 통화영역...
    Views42986
    Read More
  8. 부부의 사랑은~

    아이들은 혼자서도 잘 논다. 그러다가 친구를 알고 이성에 눈을 뜨며 더 긴밀한 관계를 알아차리게 된다. 사춘기에 다가서는 이성은 등대처럼 영롱하게 빛으로 파고든다. 청춘에 만난 남 · 녀는 로맨스와 위안, 두 가지만으로 충분하다. 눈을 감고 내 ...
    Views36067
    Read More
  9. 장애인들의 행복한 축제

    어느새 27회를 맞이한 밀알 사랑의 캠프(25일~27일)가 막을 내렸다. 실로 역동적인 캠프였다. 마지막 날은 언제나 그렇듯이 눈물을 가득 담고 곳곳을 응시하며 다녀야 했다. 철없는 10대 Youth 친구들이 장애아동들을 돌보는 모습 자체가 감동으로 다가오기 ...
    Views40264
    Read More
  10. 쾌락과 기쁨

    사람들은 만나면 인사를 한다. “요즈음 재미 좋으세요?” 재미, 복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한마디로 사는 맛이 있느냐는 것이다. 대답은 갈라진다. “그저, 그렇지요.” 내지는 “예, 좋습니다.” 사실 사람은 재미를 찾아 ...
    Views44475
    Read More
  11. 나에게 영성은…

    같은 인생을 살면서도 눈앞만 보고 걷는 사람이 있고, 내다보고 사는 인생이 있다. 중학교 동창 중에 희한한 친구가 있다. 남들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좋은 대학교에 가는 것을 목표로 살아가고 있을때에 미국을 품는다. 벼...
    Views39547
    Read More
  12. 밤나무 & 감나무

    나무마다 생긴 모양도 다르고 맺는 열매도 다양하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생김새가 다르듯 성향도 다 각각이다. 그것이 사람의 매력이다. 나무와 비교해 보자. 밤나무는 밤나무대로, 감나무는 나름대로 개성과 멋을 풍기며 자라고 열매를 맺는다. 밤나무는 ...
    Views40735
    Read More
  13. 죽음과의 거리

    지난 주간 우리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해야만 했다. 젊은 목회자 가정에 불어 닥친 교통사고 소식에 모두는 말을 잃었다. 얼마나 큰 사고였으면 온 식구가 병원에 실려가야했고, 그 충격으로 세 자녀 중에 막내 딸은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겨우 5살 나이에...
    Views41643
    Read More
  14. 생각의 시차

    한국의 지인에게 전화를 할라치면 반드시 체크하는 것이 있다. ‘지금, 한국은 몇시지?’ 시차이다. 같은 지구별에 사는데 미국과 한국과는 13시간이라는 차이가 난다. 여기는 밤인데 한국은 대낮이고, 한창 활동하는 낮이면 반대로 한국은 한밤중...
    Views37546
    Read More
  15. 냄새

    누구나 아침에 눈을 뜨면 냄새를 느끼며 하루를 시작한다. 날씨, 온도, 집안분위기를 냄새로 확인한다. 저녁 무렵 주방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를 맡으며 식탁의 기쁨을 기대한다. 아내는 음식솜씨가 좋아 움직이는 소리만 나도 기대가 된다. 나는 계절을 냄새...
    Views39924
    Read More
  16. 야매 부부?

    지금은 오로지 장애인사역(밀알)을 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목회를 하면서 가정 사역을 하며 많은 부부를 치유했다. 결혼을 하고 마냥 행복했다. 먼저는 외롭지 않아서 좋았고 어여쁘고 착한 아내를 만났다는 것이 너무도 신기하고 행복했다. 하지만 허니문이...
    Views38894
    Read More
  17. 끝나기 전에는 끝난 것이 아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평탄한 길만 가는 것이 아니다. 험산 준령을 만날 때도 있고 무서운 풍파와 생각지 않은 캄캄한 밤을 지날 때도 있다. 그런 고통의 시간을 만날 때 사람들은 좌절한다. “이제는 끝이라”고 생각하고 포기 해 버린다. 이 땅에는 성...
    Views39372
    Read More
  18. 상큼한 백수 명예퇴직

    부지런히 일을 하며 달리는 세대에는 쉬는 것이 작은 소망이다. ‘언제나 일에서 자유로워져서 쉴 수 있을까?’ 젊은 직장인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해서 내 오랜 친구는 50에 접어들며 이런 넋두리를 했다. “재철아, 난 일찍 은퇴하고 싶...
    Views39071
    Read More
  19. 봄날은 간다

    봄은 보여서 봄이다. 겨울의 음산한 기운에 모든 것이 눌려 있다가 대기에 따스한 입김이 불기 시작하면 곳곳에서 생명이 움트기 시작한다. 숨어있던 모든 것들이 서서히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실로 봄은 모든 것을 보게 한다. 아지랑이의 어른거름이 아름...
    Views39335
    Read More
  20. 어린이는 "얼인"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요, 5일은 어린이 날이다.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어린이날은 왠지 모든 면에서 너그러웠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야단치는 것을 그날만은 자제하는 듯 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어린이날은 우리에게 꿈을 주...
    Views4109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36 Next
/ 36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