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0.04.24 15:29

어쩌면 오늘일지도

조회 수 3547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소천.jpg

 

 

  전화벨이 울렸다. 뉴욕의 절친 목사 사모였다. “어쩐 일이냐?”고 물을 틈도 없이 긴박한 목소리가 전해져 왔다. “지금 목사님이 코로나바이러스 양성판정을 받고 상태가 악화되어 맨하탄 모 병원 중환자실에 들어가셨어요.” 앞이 하얘졌다. 워낙 건강하던 친구였고 일주일 전에 통화하면서 농담반 진담반 조심하라!”며 전화를 끊었는데 청천벽력이었다. 나도 모르게 목이 메어왔다. “사모님, 어떻게 해요?” “기도해 주세요. 우리 성도들 오늘부터 밤 9시마다 작정 기도 들어갑니다. 목사님도 함께 기도해 주세요.” 전화를 끊고 아내를 불렀다. 우리 부부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울먹였다. “박 목사, 어떻게 하냐?” 그날부터 간절한 마음으로 매어 달렸고 친구 목사는 천만다행으로 소생하여 회복중에 있다. 하나님은 살아계신다.

 

  그 와중에 L.A. 베델교회 손인식 목사님의 소천 소식을 접해야 했다. 평소 존경하고 가까이 지내던 목사님. 모범적인 목회를 하시며 조기 은퇴(65)를 선언하고 탈북자 선교에 온 힘을 기울이시던 목사님, 통곡기도회를 열어 북한선교의 꿈을 구체적으로 펼치시던 분. 훤칠한 키에 서글서글한 인상. 항상 명쾌하고 진취적인 메시지로 성도들은 일깨우던 모습이 생각나 마음이 무거웠다. 향년 71세라는 것이 너무 아쉽다. 사위가 필라델피아 출신이어서 평상시 사돈과도 사이가 돈독했기에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아 한참을 기도했다. 장장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장례식을 인터넷으로 지켜보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지난 10() 뉴욕 장영춘 목사님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 같은 교단에서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어려운 시기에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떠나신 것이다. 뉴욕퀸즈장로교회를 개척하여 장장 38년을 목양하신 장 목사님은 이민교회 역사에 길이 남을 귀한 목회자였다. 오직 성경, 오직 예수, 목양일념하던 노종은 88세를 일기로 저 세상으로 홀연히 떠나갔다. 교회 목회뿐 아니라, 선교대회, 문서선교를 위한 미주크리스천 신문 창간, 신학교 설립 등 그의 목양의 폭은 굵고 넓었다. L.A. 베델교회, 퀸즈장로교회는 모두 수천명이 모이는 교회이다. 하지만 때가 어려워서인지 얼핏 비춰지는 예배당에는 화환만 즐비하고 가족만이 앉아있을 뿐이었다. 그분들의 가시는 길이 너무 쓸쓸해 보여 가슴이 아팠다.

 

  부활절(12) 오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평소 형제처럼 지내던 장로님이 갑자기 숨을 거두셨다는 전갈이었다. 몇 번인가 외치며 아니 왜요? 도대체 무슨 일이예요?” 되물었지만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결국 사회적거리유지 법령에 따라 장례식도 참석하질 못했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지금도 그 우렁차던 기도 소리, 친근하게 대화하던 당찬 목소리가 귀에 쟁쟁한데 말이다. 그의 나이 63. 어떻게 한창나이에 그렇게 허무하게 떠나가는지? 한숨이 나온다. 진정 삶과 죽음의 거리는 한걸음 뿐인 것 같다.(사무엘상 20:3)

 

  내 나이 22살에 경찰 생활로 다져진 다부진 체력을 가졌던 아버지가 몹쓸 병을 얻어 시름시름 앓더니 우리 가족을 뒤로하고 먼 길을 떠나셨다. 겨우 55세에 말이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안 큰아버지는 사촌 형님을 보내 아버지를 고향 포천으로 모셔오게 했다. 마지막인 것을 아셨던가? 문설주를 붙잡고 안 가려 버티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내 가슴에 각인되어있다. 요사이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 떠나는 사람보다 남은 자의 아픔과 서러움은 견디기 힘든 무게로 짓눌러 댄다.

 

  작자 미상의 시가 생각난다. “어쩌면 오늘일지도”(Perhaps Today) <평생에 세 번 온다는 행운이 오는 날 어쩌면 오늘일지도. 내게도 첫사랑은 시작되겠지 어쩌면 오늘일지도. 훗날 후회하지 않으려면 무언가 시작해야 하는 날 어쩌면 오늘일지도. 열매를 거두기 위해 나무를 심어야 하는 날 어쩌면 오늘일지도. 보고 싶은 반가운 친구가 찾아오는 날 어쩌면 오늘일지도. 맺힌 것을 풀어야 하는 날 어쩌면 오늘일지도. 내 인생의 마지막 날 어쩌면 오늘일지도.>

 

  살아있는 날 동안 최선을 다하며 어쩌면 오늘일지도 모르는 그 날을 대비하며 살아야 한다.

 


  1. “안돼” 코로나가 만든 돌봄 감옥

    코로나 19-바이러스가 덮치면서 우리 밀알선교단은 물론이요, 장애학교, 특수기관까지 문을 열지 못함으로 장애아동을 둔 가정은 날마다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복지관과 보호센터가 문을 닫은 몇 달간 발달장애인 돌봄 공백이 생기면서 ...
    Views28788
    Read More
  2. 인생은 집 짓는 것

    어쩌다 한국에 가면 좋기는 한데 불안하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정든 일가친척들이 살고 있는 곳, 그리운 친구와 지인들이 즐비한 곳, 내가 태어나고 자라나며 곳곳에 추억이 서려있는 고국이지만 일정을 감당하고 있을 뿐 편안하지는 않다. 왜일까? 내 ...
    Views29720
    Read More
  3. 그러려니하고 사시게

    대구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절친 목사에게 짧은 톡이 들어왔다. “그려려니하고 사시게”라는 글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형교회를 목회하고 있다. 부친 목사님의 연세가 금년 98세이다. “혹 무슨 화들짝 놀랄만한 일이 생기더라도...
    Views27873
    Read More
  4. 부부는 『사는 나라』가 다르다

    사람들은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 신고만 하면 부부인 줄 안다. 그것은 부부가 되기 위한 법적인 절차일 뿐이다. 오히려 결혼식 이후가 더 중요하다. 결혼식은 엄청나게 화려했는데 몇 년 살지 못해 이혼하는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가? 왜 그럴까? 남편과 아내는...
    Views30270
    Read More
  5. 다시 태어나도 어머니는 안 되고 싶다

    장애를 가지고 생(生)을 산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일이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 살아도 힘든데 장애를 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지를 당사자가 아니면 짐작하지 못한다. 나는 장애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한다. “목사님은 장애도 아니지요? ...
    Views28397
    Read More
  6. 지금 뭘 먹고 싶으세요?

    갑자기 어떤 음식이 땡길 때가 있다. 치킨, 자장면, 장터국수, 얼큰한 육개장, 국밥등. 어린 시절 방학만 하면 포천 고향 큰댁으로 향했다. 나이 차이가 나는 사촌큰형은 군 복무 중 의무병 생활을 했다. 그래서인지 동네에서 응급환자가 생기면 큰댁으로 달...
    Views28107
    Read More
  7. 인내는 기회를 만나게 된다

    건강도 기회가 있다. 젊을 때야 돌을 씹어 먹어도 소화가 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만 과식을 해도 속이 부대낀다. 그렇게 맛있던 음식이 땡기질 않는다. 지난 주간 보고 싶었던 지인과 한식당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5개월 만에 외식이었다. 얼굴이 ...
    Views29261
    Read More
  8. 오솔길

    사람은 누구나 길을 간다. 넓은 길, 좁은 길. 곧게 뻗은 길, 구부러진 길. 처음부터 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길이 생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애씀이 있었는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길의 종류는 많기도 많다. 기차가 다니는 ...
    Views30036
    Read More
  9. 백발이 되어 써보는 나의 이야기

    한동안 누구의 입에나 오르내리던 대중가요가 있다. 가수 오승근이 부른 “내 나이가 어때서”이다. “♬어느 날 우연히 거울 속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점점 희어지...
    Views28135
    Read More
  10. 말아톤

    장애아동의 삶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만든 영화제목(2005년)이다. 제목이 “말아톤”인 이유는 초원(조승우)이 일기장에 잘못 쓴 글자 때문이다. 영화 말아톤은 실제 주인공인 자폐장애 배형진이 19세 춘천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서브쓰리...
    Views29179
    Read More
  11. 이제 문이 열리려나?

    어느 건물이나 문이 있다. 문의 용도는 출입이다. 들어가고 나가는 소통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요사이 다녀보면 문이 다 닫혀있다. 상점도, 음식점도, 극장도, 심지어 열려있어야 할 교회 문도 닫힌 지 오래이다. COVID-19 때문이다. 7년 전, 집회 인도 차 ...
    Views30253
    Read More
  12. 배캠 30년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안타깝게도 음악을 접할 기회가 쉽지 않았다. TV를 틀면 다양한 음악 채널이 잡히고 유튜브를 통해 듣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듣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대였다. 길가 전파사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Views29044
    Read More
  13. 부부의 세계

    드라마 하나가 이렇게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을까? 종영이 된 지금도 <부부의 세계>는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여운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가족 드라마라 생각하고 시청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미모와 탁월한 연기력을 겸...
    Views28858
    Read More
  14. 학습장애

    사람은 다 똑같을 수 없다. 공동체에 모인 사람들은 나름대로 개성이 있고 장 · 단점이 있다. 어떤 사람은 악보를 전혀 볼 줄 모르는데 음악성이 뛰어난 사람이 있다. 그림을 배워본 적이 없는데 천재적인 작품을 그려내기도 한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
    Views30352
    Read More
  15. Small Wedding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부부의 연을 맺고 가정을 이루게 된다. 우리 세대는 결혼적령기가 일렀다. 여성의 나이가 20대 중반을 넘어서면 노처녀, 남성은 30에 이르르면 노총각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세태가 변했다. 이제는 30이 넘어도 ...
    Views28976
    Read More
  16. 지금 나의 바람은?

    사람은 평생 꿈을 먹고산다. 꿈을 잃어버리는 순간 그는 죽은 사람과 매한가지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꿈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야지요?” “하이고, 내 나이가 지금 몇 살인데요?” “꿈은 무슨 꿈이예요? 다 배부른 소리지?&r...
    Views28778
    Read More
  17. 인생의 나침반 어머니

    5월이다. 싱그럽다. 아름답다. 온갖 꽃들이 피어나 향연을 벌이고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마주 보고 있는 5월. 추웠던 겨울과 다가올 무더운 여름 틈새에 5월은 자리하며 계절의 여왕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그 5월의 한...
    Views29502
    Read More
  18. 왜 남자를 “늑대”라고 하는가?

    나이가 든 여성들은 잘생기고 듬직한 청년을 보면 “우리 사위 삼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든 남성들은 예쁘고 매력적인 자매를 보면 다른 차원에서의 음흉한 생각을 한다고 한다. 물론 점잖은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있으시...
    Views36430
    Read More
  19. 한센병은 과연 천형(天刑)일까?

    병(病)의 종류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의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희귀병은 늘어만 간다. 지금 우리는 듣도보도 못한 바이러스로 인해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 옛날에 가장 무서운 병은 “문둥병”이었다. 표현이 너무 잔인하...
    Views37053
    Read More
  20. 어쩌면 오늘일지도

    전화벨이 울렸다. 뉴욕의 절친 목사 사모였다. “어쩐 일이냐?”고 물을 틈도 없이 긴박한 목소리가 전해져 왔다. “지금 목사님이 코로나바이러스 양성판정을 받고 상태가 악화되어 맨하탄 모 병원 중환자실에 들어가셨어요.” 앞이 하...
    Views3547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37 Next
/ 37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