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건물이나 문이 있다. 문의 용도는 출입이다. 들어가고 나가는 소통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요사이 다녀보면 문이 다 닫혀있다. 상점도, 음식점도, 극장도, 심지어 열려있어야 할 교회 문도 닫힌 지 오래이다. COVID-19 때문이다. 7년 전, 집회 인도 차 유럽을 방문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하여 고속철 이체에(ICE)를 타고 뒤셀도르프까지 이내 목적지인 부퍼탈한인장로교회(담임:나기호 목사)에서 머무르며 부흥회를 인도하였다. 나는 목사여서인지 어디를 가든 교회부터 눈에 들어온다. 유럽의 이색적인 배경에 숲속을 뒤로하고 서 있는 예배당은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런데 강사 대접을 한다고 들어간 곳은 모양이 교회였다. 들어가 보니 묘한 분위기에 음식점이었다. 설명을 들으며 가슴 한켠이 답답해 왔다. 이전에는 분명 교회였는데 이제는 개조한 건물이었다. 유럽 교회들이 신도 수가 격감하여 문을 닫으면서 교회 건물들이 '세속적'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언젠가 신도가 떠난 교회 건물들이 상가, 체육시설은 물론 심지어는 술집으로 변한 사례들을 소개한 적이 있다. 네덜란드 아넴의 성 조지프 교회는 한때 1천 명이 예배하는 도시의 구심점이었으나 지금은 스케이트보드 연습장이 됐다. 소유자인 가톨릭교는 이 건물을 매각하려 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지난 10년간 문을 닫은 가톨릭교회 건물은 전체 1천 600곳 가운데 3분의 2로 집계되고 있다. 개신교 교회도 마찬가지여서 앞으로 4년간 700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나라도 정도만 다르지 비슷한 추세이다. 영국은 연평균 20여 곳의 성공회 교회가 폐쇄되고 있고, 덴마크에서는 지금까지 200곳 안팎의 교회에 신도의 걸음이 끊겼다. 독일에서도 지난 10년 동안 515곳의 가톨릭교회가 문을 닫은 것으로 파악됐다. 유럽의 교회들이 마을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중심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은 교회 건물을 허물기보다는 용도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유지비를 자치단체 재정으로 감당하기에는 벅찬 데다 수요를 무시하고 도서관이나 콘서트홀 등으로 개조시킬 수도 없는 난관에 봉착하자 상업적 이용을 허용하기에 이르렀다. WSJ에 따르면 네덜란드에서는 한때 교회였던 건물이 슈퍼마켓, 꽃가게, 서점, 체육관으로 변모했다. 1889년 지어진 한 교회는 건물 내부를 온통 흰색으로 칠하고 여성 의류를 파는 패션 상점으로 개장했다. 영국 브리스톨의 세인트폴 교회 건물은 서커스 훈련 학교가 됐다. 학교 측은 공중 곡예 연습에 적합한 환경을 찾다가 교회의 높은 천장을 주목했다.
영국 에든버러의 한 루터교 교회 역시 높은 천장이 주는 분위기를 살려 소설 '프랑켄슈타인' 테마 바(bar)로 바뀌었다. 주민 편의 시설로의 전환이라는 순기능이 있지만, 교회의 탈바꿈은 어쨌든 '불편한 변신'이다. 남의 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기습적으로 파고든 코로나19-바이러스는 모든 상황을 두렵게 몰아가고 있다. 적어도 한국교회 & 이민 한인교회는 전혀 그런 부정적인 영향을 안 받을 줄 알았다. 하지만 금번 사태를 겪으며 예외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단 성도들의 안전을 위해 예배를 열 수 없고 교회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자체 건물을 소유한 교회는 서서히 문을 열고 있다. 하지만 미국교회를 렌트하는 교회는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유럽에 나이가 지긋한 성도들은 한때 교회였던 건물에 들러 “웃기는 일”, “믿음을 더럽히는 것”이라는 불만을 나타내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무엇이든 시작은 미미하다. ‘전염병을 피해 문을 닫은 교회가 성도들의 신앙 열심이 식어가고 모이는 것을 게을리하다가 유럽 교회처럼 되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신앙은 흐름이다. 함께 할 때에만 역동이 일어난다. 그 함께 모여야 할 교회가 문을 닫고 있는 상황이 장기화되면 이민자들의 영적 공동체도 흔들릴까 염려된다. 교회의 문이 활짝 열릴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