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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음식.jpg

 

 

  갑자기 어떤 음식이 땡길 때가 있다. 치킨, 자장면, 장터국수, 얼큰한 육개장, 국밥등. 어린 시절 방학만 하면 포천 고향 큰댁으로 향했다. 나이 차이가 나는 사촌큰형은 군 복무 중 의무병 생활을 했다. 그래서인지 동네에서 응급환자가 생기면 큰댁으로 달려와 치료받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의료시설이 열악한 때라 가능하던 일이었다. 간단한 약품과 의료장비가 들어 있는 찬장이 마루에 놓여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활명수가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먹고 싶어졌다. 소화가 잘되는 상황에서 달라고 하기는 그렇고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한 병을 따서 마셔버렸다. 하지만 그 장면을 목격한 조카의 고발로 곤욕을 치렀다. 인자하던 큰엄마는 아프지도 않은데 활명수를 왜 마셨느냐?”고 다그쳐 댔다.

 

  당시 아버지는 양평 서종지소에 근무(경찰)하고 계셨다. 포천에서 신설동 버스터미널로, 그곳에서 양수리까지 와서는 다시 서종면으로 들어가는 버스로 갈아타야 집에 갈 수 있었다. 어느 해인가 양수리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꽁치통조림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먹고 싶던지? 그때는 간스메라고 불렀다. 엄마에게 그것 사달라고 했다가 야단만 죽어라고 맞고 밤늦게 주린 배를 움켜쥐고 집에 들어가야 했다. 많고 많은 음식 중에 왜 하필 그것이 먹고 싶었는지? 지금도 활명수, 꽁치통조림만 보면 큰엄마, 울엄마 얼굴이 떠오르며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사람에게는 오감이 있다. 촉각, 미각, 시각, 청각, 후각. 감각을 통해 사람은 불안감을 느끼기도 하고 최고의 즐거움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중에 식도락은 가장 강력한 욕구일 것이다. 결국 음식은 생명이다. 먹어야 살고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주어진 생을 충실하게 살겠다는 소리 없는 약속인지도 모른다. 때문에 식사를 잘한다는 것은 건강의 증표요. 삶을 의욕적으로 살아간다는 증거이다. 나의 오랜 친구인 밥퍼 최일도 목사(다일공동체)는 만나기만 하면 밥에 대한 이야기를 힘주어 피력한다. 어쩌다 노숙자에게 밥을 퍼주는 목사가 아니라 그 친구는 밥에 대한 확실한 철학이 있다.

 

  하나님도 로뎀나무 아래에 쓰러져 죽기를 구할 정도로 탈진한 엘리야에게 밥부터 주시며 회복을 경험하게 하신다. 예수님은 자신을 배반하고 옛 직업으로 돌아간 베드로와 제자들을 갈릴리바닷가로 찾아가 숯불에 구운 떡과 고기를 먹이며 위로하셨다. 영성훈련에 들어가면 식사 때마다 음식을 보며 묵상하는 시간을 가진다. 색깔, 냄새, 모양을 살피고 그것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깊이 생각한다. 어디서 키워졌는지도 모르는 생물이 오늘 내가 대할 밥상에 놓여있는 것이 얼마나 신기한지 모른다. 식사기도를 마치고 첫 숟갈을 떠넣으면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사가 밀려온다.

 

  오늘부터 밥상에 놓인 음식을 가만히 바라보고 나서 식사를 시작해 보라! 수많은 생명체가 나를 살리기 위해 밥상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고귀한 생명인 음식 앞에서 맛을 따지는 것 자체가 참 도리를 모르는 짓이다. 생명이 생명을 존중할 줄 모른다면 스스로 자신을 천하게 여기는 것이다. 해월 선생은 하늘(음식)이 하늘(음식)을 먹고 산다는 이식천식(以食天食) 사상을 주장했다. , 사람이 음식을 먹는 것을, 하늘인 사람이 하늘인 곡식을 먹는다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신기하지 않은가?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다양한데 오장육부에 속속 빨려 들어가 피가 되고 몸 곳곳에 필요한 영양소로 공급되어지는 것이 말이다. 그런데 가끔 생뚱맞게 평상시 생각지도 못했던 음식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특히 임산부의 변화무쌍한 입맛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하필, 이때, 그 음식을? 엔돌핀 이상구 박사는 무언가 먹고 싶은 것은 내 몸에서 필요하기에 생기는 욕구라고 했다. 실로 음식이 들어가면 행복하고 그 음식이 나를 평생 살게 하는 것 신비롭기 그지없다.

 지금 어떤 음식이 당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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