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0.08.21 11:27

그러려니하고 사시게

조회 수 194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파안대소.jpg

 

 

 

  대구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절친 목사에게 짧은 톡이 들어왔다. “그려려니하고 사시게라는 글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형교회를 목회하고 있다. 부친 목사님의 연세가 금년 98세이다. “혹 무슨 화들짝 놀랄만한 일이 생기더라도 그럴수도 있지 하고 사시게나, 혹 무슨 분통이 터질만한 일이 있더라도 쓸데없이 다투고 상처받고 힘들어하고 그러지들 마시게나, 이만큼 살았으면 이제 그럴때도 됐지 않은가? 이 사람아음악적인 재능에 미술 감각도 탁월하고 설교 또한 잘하며 진취적인 삶을 사는 아들을 바라보며 애비로서 염려와 사랑을 담아 보낸 글이었다. “그러려니라는 단어가 많은 상념에 젖어들게 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의 여유를 지니게 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나이가 어릴 때는 허둥대고 청년 때는 겁 없이 뛰어들던 모습에서 이제는 진득한 포용성을 가진 모습을 스스로 발견한다. 물론 체력이 옛날같지 않으니 생각과 행동이 느긋해지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지만 말이다. 나이가 들면서 받는 축복은 시야가 넓어지는 것이다.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난 세월 너무도 많이 넘어져 보았기 때문이다. 늙어가는 것이 오히려 멋있게 느껴진다. 유튜브에서 7, 80년대와 관련된 영상이 잡힐 때가 있다. ‘, 맞아. 그때는 저랬지!’ 마냥 행복해진다. 해서 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 살게되나보다.

 

  나는 신학대학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실로 자유분방한 삶을 살았다. 술과 담배, 음악, 그리고 친구. 교회를 다니기는 했지만 성탄절을 한번도 교회에서 지낸 적이 없는 실로 날라리 신자였다. 고교를 졸업한 이후부터 음악을 한다고 쫓아다니고 친구들과 어울려 술자리를 함께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틈만나면 기타를 둘러메고 친구들과 여행을 떠났다. 버너에 밥을 지어 먹고 술 한잔을 걸친 후에 석양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른다. 워낙 울림통이 좋아서 기타소리와 어우러져 내 노래는 골짜기를 타고 감미롭게 퍼져나갔다. 텐트 밖으로 고개를 내어밀고 환호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즐기며 밤은 깊어갔다. 여행을 하며 깨달은 사실은 악인이 없다는 것이었다. 여행은 그만큼 사람들의 가슴을 넓혀주고 여유롭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갑작스러운 소명(Calling), 물론 그 전에도 몇 번인가 싸인은 있었지만 22살 나는 거역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며 전격적으로 신학도의 길을 택한다. 성직을 가는 자의 평생 과제는 버리는 것이었다. 날마다 자신을 죽이고 내려놓는 훈련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목사가 되었고 지금까지 일반목회와 특수목회의 길을 걷고 있다. 목사가 된지 어언 34! 그럼 이제 성자가 되어있는가? 여전히 미숙하다. 돌아보니 실수투성이요, 함량미달이다. ‘그때 그렇게 처신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때 그렇게 처리해서는 안되었는데등등. 회한이 밀려온다. 오직 하나님의 긍휼로 지금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목회의 길은 좁은 길이다. 누릴 것을 다 누리고는 온전한 목회를 할 수 없다. 가끔 장성한 아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어린 시절에 겪은 서운함이다. 가족보다 성도, 개인의 삶보다 교회를 우선으로 살아야 하기에 당연히 들어야 하는 말일 것이다. 고 옥한흠 목사님이 변변한 가족사진이 없다는 것을 나는 이해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누리는 자유와 감격, 보람이 목회의 최대 매력이다. 만나면 상대를 마음껏 축복할 수 있다는 것은 성직자의 가장 큰 특권이요, 행복이다. 그분의 시각으로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영성이 아닐까?

 

 “‘그러려니하고 사시게기가 막힌 충언이 아닌가? 산전수전 겪고 나니 새로운 것도 없지만 그리 마음에 담아두고 살 일도 없는듯하다. 집착하고 미워하고 심상을 상하며 살 것까지 무엇이 있으랴!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이 없을 것이다. 털려 들면 먼지 없는 사람이 있을까? 누군가의 눈에 들긴 힘들어도 눈 밖에 나기는 한순간이 인생 아니던가? 그냥 이제 마음에 거슬리는 일을 당해도 그러려니하고 사시게!”

 


  1. 1회용

    바야흐로 1회용품이 상용화된 시대이다. 컵부터 시작하여 세면용품, 밴드, 도시락, 가운, 렌즈, 면도기, 카메라, 기저귀, 주사기, 다양한 모양의 그릇까지 요즘에는 일회용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없다. 실로 1회용품 홍수시대이다. 1회용품 중에는 한번 쓰고 ...
    Views48
    Read More
  2. 라떼는 말이야~

    나는 라떼를 좋아한다. 블랙은 매번 도전을 해 보지만 취향이 아니고 아직은 촌스러워서 달달한 커피가 좋다.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갈아서 만드는 라떼는 부드럽고 단맛이 혀 끝에 닿으며 기분을 up 시켜 주어 좋다. 지인들은 첨가물 없이 커피를 즐기며 한마...
    Views219
    Read More
  3. 미묘한 결혼생활

    가정은 소중하다. 천지창조 시 하나님은 교회보다 가정을 먼저 만드셨다. 그 속에는 가정이 첫 교회라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하나님은 가정을 통해 참교회의 모습을 계시하셨고 파라다이스를 경험하게 하셨다. 하나님이 아담을 지으신 후 “독처하는 것...
    Views414
    Read More
  4. 그것만이 내 세상

    우리 밀알선교단에는 다수의 장애인들과 장애아동들이 있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아울러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는 것도 삶이 평탄하지 않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18년 전, 밀알선교단 단장으로 부임하였을때에 전신마비 장애인이 ...
    Views678
    Read More
  5. 그 애와 나랑은

    갑자기 그 애가 생각났다. 아무것도 모른 채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진학의 꿈을 향해 달리던 그때, 그 애가 나타났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서 전근을 자주 다니던 아버지(경찰)는 4살 위 누이와 자취를 하게 했다. 그 시대는 중학교도 시험을 쳐서 들어가던...
    Views820
    Read More
  6. 창문과 거울

    집의 경관을 창문이 좌우한다. 창문의 모양과 방향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장면은 시야로 흡수되고 느낌을 풍성히 움직인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통유리가 있는 집에 살고 싶었다. 창을 통해 시원하게 펼쳐진 정원을 바라보는 것이 ...
    Views979
    Read More
  7. 나무야, 나무야

    초등학교 1학년. 당시 아버지는 경기도 양평 지제(지평)지서에 근무중이셨다. 이제 겨우 입학을 하고 학교생활에 흥미를 가지게 될 5월초였다. 방과 후 집에 돌아와 친구랑 자치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나타나셨다. 그 시간이면 한창 근무할 때인...
    Views975
    Read More
  8. 컵라면 하나 때문에 파혼

    팬데믹으로 인해 결혼식을 당초 예정일보다 5개월 늦게 치르게 된 예비 신부와 신랑. 결혼식 한 달을 앞두고 두 사람은 신혼집에 거주하면서 가구와 짐을 정리하며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주말에 신혼집을 찾은 예비 신부가 집 정리를 끝낸 시간은 자...
    Views1068
    Read More
  9. 우리 애가 장애래, 정말 낳을 거야?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 것은 모든 부부의 바램이다. 임신소식을 접하며 당사자 부부는 물론이요,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이 다 축하하며 즐거워한다. 그런데 태아에게 장애가 발견되었을때에 부부는 당황하게 된다. ‘낳아야 하나? 아니면 다른 선택을 ...
    Views1145
    Read More
  10. 반 고흐의 자화상

    누구나 숨가쁘게 삶을 달려가다가 어느 한순간 묻는 질문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애를 쓰며 살아왔을까?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화가들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면 자화상을 그린다. 뒤...
    Views1254
    Read More
  11. 버거운 이민의 삶

    교과서에서 처음 배운 미국, 스펙터클 한 허리우드 영화, ‘나성에 가면’이라는 노래로 그리던 L.A. ‘평생 한번 가볼 수나 있을까?’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뒹굴던 친구가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떠나버린 날, 강주와 나는 자취방에서 ...
    Views1390
    Read More
  12. 기찻길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자란 동네에서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접하는 것이 있다. 바닷가 근처에 살았다면 푸른 바다와 그 위를 유유히 가르며 다니는 크고 작은 배들. 비행장 근처에 살았다면 헬리콥터로부터 갖가지 모양과 크기에 비행기를 보며 살게 된다. 나...
    Views1604
    Read More
  13. “안돼” 코로나가 만든 돌봄 감옥

    코로나 19-바이러스가 덮치면서 우리 밀알선교단은 물론이요, 장애학교, 특수기관까지 문을 열지 못함으로 장애아동을 둔 가정은 날마다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복지관과 보호센터가 문을 닫은 몇 달간 발달장애인 돌봄 공백이 생기면서 ...
    Views1756
    Read More
  14. 인생은 집 짓는 것

    어쩌다 한국에 가면 좋기는 한데 불안하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정든 일가친척들이 살고 있는 곳, 그리운 친구와 지인들이 즐비한 곳, 내가 태어나고 자라나며 곳곳에 추억이 서려있는 고국이지만 일정을 감당하고 있을 뿐 편안하지는 않다. 왜일까? 내 ...
    Views1857
    Read More
  15. 그러려니하고 사시게

    대구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절친 목사에게 짧은 톡이 들어왔다. “그려려니하고 사시게”라는 글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형교회를 목회하고 있다. 부친 목사님의 연세가 금년 98세이다. “혹 무슨 화들짝 놀랄만한 일이 생기더라도...
    Views1945
    Read More
  16. 부부는 『사는 나라』가 다르다

    사람들은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 신고만 하면 부부인 줄 안다. 그것은 부부가 되기 위한 법적인 절차일 뿐이다. 오히려 결혼식 이후가 더 중요하다. 결혼식은 엄청나게 화려했는데 몇 년 살지 못해 이혼하는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가? 왜 그럴까? 남편과 아내는...
    Views1954
    Read More
  17. 다시 태어나도 어머니는 안 되고 싶다

    장애를 가지고 생(生)을 산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일이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 살아도 힘든데 장애를 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지를 당사자가 아니면 짐작하지 못한다. 나는 장애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한다. “목사님은 장애도 아니지요? ...
    Views1926
    Read More
  18. 지금 뭘 먹고 싶으세요?

    갑자기 어떤 음식이 땡길 때가 있다. 치킨, 자장면, 장터국수, 얼큰한 육개장, 국밥등. 어린 시절 방학만 하면 포천 고향 큰댁으로 향했다. 나이 차이가 나는 사촌큰형은 군 복무 중 의무병 생활을 했다. 그래서인지 동네에서 응급환자가 생기면 큰댁으로 달...
    Views1979
    Read More
  19. 인내는 기회를 만나게 된다

    건강도 기회가 있다. 젊을 때야 돌을 씹어 먹어도 소화가 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만 과식을 해도 속이 부대낀다. 그렇게 맛있던 음식이 땡기질 않는다. 지난 주간 보고 싶었던 지인과 한식당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5개월 만에 외식이었다. 얼굴이 ...
    Views2102
    Read More
  20. 오솔길

    사람은 누구나 길을 간다. 넓은 길, 좁은 길. 곧게 뻗은 길, 구부러진 길. 처음부터 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길이 생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애씀이 있었는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길의 종류는 많기도 많다. 기차가 다니는 ...
    Views225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7 Next
/ 27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