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8.09.28 10:33

하늘

조회 수 4688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Sky.jpg

 

 가을하면 무엇보다 하늘이 생각난다. 구름 한 점 없는 코발트색 하늘은 사람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든다. 하늘은 여러 가지 색깔을 연출한다. 보통은 파란 색깔을 유지하지만 때로는 회색빛으로, 혹은 검은 색으로 변해간다. 번쩍이는 번갯불로 두려움을 주고 이어 터지는 천둥소리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도 만든다. 번개와 천둥이 하늘을 가를 때면 그 앞에 당당할 인생이 이 땅에는 없다. 태양이 하루의 사명을 다하고 서쪽으로 자취를 감추려 할 때 그 해를 끌어안고 하늘은 환상적인 모습으로 그 자태를 뽐내기도 한다. 장마로 인해 사람들이 빗소리에 권태를 느낄 만하면 하늘은 쌍무지개를 그려내며 사람들에게 해맑은 소망을 안기기도 한다. 하늘이 있기에 사람들은 항상 꿈을 꾸고 사는지도 모른다.

 

  하늘은 마음의 고향이다. 일찌기 희랍 사람들은 사람을 안드로포스”(ανδροπος)라 했다. 그 말의 의미는 위를 바라보는 존재이다. 그렇다. 이 땅에 모든 동물들은 네발로 걷는다. 간혹 두발로 재롱을 부리는 동물이 있기는 하지만 급하면 다들 네발로 내뛴다. 네발로 걷는다는 것은 땅을 보고 산다는 의미를 가진다. 아이가 모태에서 태어난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아이는 살아 갈수가 없다. 기어 다니기 시작하던 아이는 드디어 돌이 지나면서 두발로 일어서게 된다. 아이가 걷기 시작하며 인생의 새 역사는 시작된다. 그때부터 아이는 하늘을 본다. 높다랗고 파아란 하늘을 보며 아이는 세상을 품는다. 비로소 만물의 영장으로의 발걸음을 내디디는 것이다. 사람이 땅을 보며 살 때에는 유치하고 천박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하늘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만이 날마다 새롭게 도약하며 진취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사람들은 가슴이 답답해 오면 하늘을 본다. 하늘은 꿈을 준다. 하늘은 냄새를 느끼게 해 준다. 하늘은 넓은 가슴을 갖게 한다. 하늘이 있기에 사람들은 오늘도 소망을 가진다. 지금도 난 계절을 냄새로 느낀다. 새로운 계절의 느낌은 코끝을 통해 전해져 온다. 봄은 상큼한 냄새가 난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느낌이 가슴을 달뜨게 한다. 여름은 풀냄새가 좋다. 어린 시절 풀밭에 누워 맡던 꽃향기, 풀내음은 가끔 현기증을 일으켰다. 가을은 풋풋한 향이다. 아침엔 안개가 있어 좋고 오후엔 낙엽향이 좋다. 겨울은 훈훈한 냄새가 좋다. 저녁 해질 녘- 집집마다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아련함을 느끼게 해 준다.

 

  무더운 여름, 우린 시냇물을 막아놓은 제법 깊은 물에서 멱(수영)을 감았다. 한참 물에서 놀다 바라보는 하늘- 코발트 화판위에 온갖 자태를 뽐내는 구름들의 유희! 바위 위에 올라 하늘을 보며 우린 물로 뛰어 내린다(다이빙?). 물과 하늘이 겹쳐지는 환희를 맛보며 꿈을 노래했다. 그때도 하늘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서울에서의 삶이 시작되었다. 그 세월이 무려 30! 그 순수함이 얼룩져 갔다. 희뿌연 하늘의 색깔이 진짜 인 줄 알고 그렇게 길들여지고 순수함은 서서히 바래갔다. 어느 날 문득 하늘을 잃어버리고 신기루 같은 무엇인가를 찾아 헤매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어린 시절에는 촌스러운 소년의 모습이긴 해도 날마다 하늘을 보며 생동감 있는 삶을 살았건만 서울에 젖어 들며 하늘을 잃어버렸다. 삶의 방향이 목적지향으로 치닫고 있었다. 하늘이 아닌 땅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린 후였다. 하늘을 찾고 싶었다. 아니 하늘이고 싶었다. 그때 놀랍게도 하나님은 새로운 길을 여셨다. 그분이 허락하신 미국에서의 삶. L.A.의 하늘을 거쳐 만난 필라델피아의 하늘! 초록색으로 가득한 필라델피아 숲 가운데 드러나는 하늘! 밤이면 쏟아질듯 하늘을 수놓은 별들의 향연. 반딧불의 현란한 날개짓과 아름다운 빛들. 새벽 기도를 끝내고 만나는 하늘! 그래! 저 하늘이야. 그렇게 꿈을 주던 그 하늘이야. 내 가슴에 순수함의 샘을 터뜨린 하늘이야. 하늘을 보며 하나님의 숨결을 느낀다. 하나님의 환한 미소를 본다.

 

  하늘은 포근한 하나님의 품이다. 하늘이 내게로 온다

 

 

 

 


  1. No Image 23Nov
    by
    Views 37465 

    별들의 고향으로!

  2. No Image 17Nov
    by
    Views 45051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3. No Image 09Nov
    by
    Views 37884 

    어르신∼

  4. No Image 02Nov
    by
    Views 44360 

    가을 한복판에서 만나는 밀밤

  5. No Image 27Oct
    by
    Views 38515 

    심(心)이 아니고, 감(感)이다

  6. No Image 19Oct
    by
    Views 40672 

    내 나이가 어때서

  7. No Image 13Oct
    by
    Views 40693 

    외로운 사람끼리

  8. No Image 06Oct
    by
    Views 40372 

    밀알의 밤을 열며

  9. No Image 28Sep
    by 관리자
    Views 46881 

    하늘

  10. No Image 21Sep
    by
    Views 43522 

    당신의 성격은?

  11. No Image 15Sep
    by
    Views 41128 

    쇼윈도우 부부를 만나다

  12. No Image 07Sep
    by
    Views 39886 

    목사님, 세습 잘못된 것 아닌가요?

  13. No Image 31Aug
    by
    Views 45540 

    기회를 잡는 감각

  14. 낙도전도의 추억

  15. 청춘

  16. 씨가 살아있는 가정

  17. 밀알 사랑의 캠프

  18. 소박한 행복 기억하기

  19. 인생의 고비마다 한 뼘씩 자란다

  20. 차카게살자!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