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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는 어머니가 있다. “어머니!” 그 한마디에 사람들은 지그시 눈을 감는다. 가난, 외로움, 버려짐에 사각지대에서 오직 자식만을 바라보며 살던 여인들이 우리시대에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맛있는 것을 자식들 앞에 갖다놓으며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었다. “엄마는 입이 써서 못 먹는 단다. 너희들이나 먹어라!” 그 말을 곶이 들었다. 그래서 엄마의 표정은 살펴보지도 앉고 열심히 먹었다. 세월이 지나서야 어머니의 마음을 읽었다. 철이 없어도 너무 없었음을 이제야 안다. 어머니의 마음은 자식에게 있다. 자식이 잘되면 ‘저러다가 실수는 하지 않을까?’ 걱정하시고 자식이 기대에 못 미치면 못내 아쉬워 한숨 지며 사셨다.

지난 주간에 한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 장애를 가진 아들을 무척이나 사랑하시던 어머니는 마지막 순간까지 편하게 눈을 감지 못하고 몇 고비를 넘기며 힘들어 하셨다. 밀알선교단에 없어서는 안 될 귀한 김 형제는 태어나면서 뇌 손상을 입어 장애인이 되었다. 외모가 준수하고 남자다운 기풍이 있어 겉모습을 보아서는 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기가 어렵다. 내가 7년 전에 단장으로 부임 하였을 때에도 ‘과연 저 친구가 장애인인가?’ 할 정도로 구분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형제에게 다가가 대화를 하면서 말을 더듬는 것과 손을 많이 떠는 모습을 보며 장애가 심각함을 감지할 수 있었다.

형제의 어머니는 사남매를 낳으셨다. 차남으로 태어난 형제를 위한 어머니의 눈물겨운 노고는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아들을 학교에 보내 놓고 쉬는 시간마다 학교에 드나들며 아들을 돌보았다. 아이들이 아들을 심하게 놀리고 괴롭혔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아들을 지켜보기 위해 곁에 있는 다른 학교에 청소원으로 취직을 하기까지 하였다. 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기 위해서 였다. 가족들은 미국에 이미 왔지만 비자 문제가 얽혀 형제는 한국에서 형의 신세를 지며 따로 살게 된다. 그 아들을 미국에 데려오기 위해 어머니는 애끓는 노력을 다했지만 정작 형제가 미국에 오게 되기까지는 8년의 세월이 필요하였다.

그렇게 애를 써서인지 어머니는 신장이 다 망가져 버렸다. 3년 전에 가까스로 신장이식 수술을 하였지만 부작용이 생겨 병원을 자주 드나들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어머니는 남자대장부 같이 성격이 화통하셨다. 음식을 만들어 밀알선교단에 보내오시면 솜씨가 좋아 모두의 식욕을 돋구워 주었다. 시간이 지나며 병세는 악화되었고 몸이 자주 부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그렇게 빨리 가실 줄은 몰랐다. 힘은 들지만 잘 견뎌내시고 나중에는 모든 것을 ‘훨훨’ 털어버리고 일어나실 줄 알았다.

지난 금요일(18일)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장애를 가진 김 형제의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목사님, 어머니가 위급 하시 다는데 어떻게 하죠?” ‘부랴부랴’ 병원으로 향했다. ‘왜 그리 빨간 신호는 자주 걸리는지’ 병원으로 향하는 동안 마음은 더욱 조급해 왔다. 아인쉬타인 병실에는 이미 섬기는 교회 담임 목사님과 성도님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어머니는 이미 의식불명 상태였고 연결 해 놓은 산소호흡기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지 계속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지켜만 볼뿐 아무 도움이 되어 주지 못하는 상황이 인간의 한계를 절감케 하였다.

주일 아침 예배를 드리자마자 아내와 함께 병실을 다시 찾았다. 지극정성으로 아내의 병수발을 들어왔던 형제의 아버지만이 홀로 병실을 지키고 있었다. ‘아내를 저렇게 사랑하는 남편이 있을까?’ 감동이 밀려왔다. 연신 아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아내에게 말을 걸지만 어머니는 서서히 기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귀에 대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어머니, 이재철 목사가 왔어요. 눈을 좀 떠 보세요” 말을 알아 듣으셨는지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버지가 조용히 말씀하신다. “목사님, 말을 알아듣나 봐요. 아까부터 이야기를 하면 눈물만 흘리네요” 안타까운 표정으로 내 얼굴을 올려 다 보신다. “그럼요, 움직임이 없어서 그렇지. 의식은 있으실 겁니다. 자꾸 이야기를 해 보세요”

조금 후에 딸과 사위가 병실에 도착하였고 다시 “임종 예배”를 드렸다. 드리는 찬송에 어머니는 평온한 표정을 유지했고 ‘깜박’이던 눈의 움직임은 더욱 둔해져 갔다. 그렇게 병원을 나와 저녁에는 “조국사랑 특별기도회”(서울 장로교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다른 때에는 아예 전화기를 차에 두고 들어갔지만 혹시나 해서 기도회 중에도 전화기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전화가 걸려 왔다. 급하게 밖으로 나오자 형제 아버지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목사님, 아내가 숨을 거두었습니다.” 온몸에 다가오는 무더운 여름 기운이 매정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가셨군요.” 하늘은 왜 그리 파란지. 여기저기 연락을 하고 기도회에 다시 들어왔지만 알지 못하는 무거운 것이 마음을 눌러왔다.

그렇게 형제의 어머니는 70년의 생애를 마감하였다. 지난 주간 진행 된 장례절차는 많은 분들이 함께하여 은혜롭게 마쳐졌다. 장례식장을 흔들어대던 남편의 울음소리와 마지막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딸의 애절한 울음소리가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남자라서일까? 아니면 장애인이라서 표현을 자유롭게 못하는 것일까? 형제는 눈에 눈물을 가득 담고도 울지 못하고 서있었다. 차라리 “어머니”를 외치며 울어주었으며 좋겠건만 형제는 내어 미는 내 손을 꼭 쥐어왔다. 다가가 조용히 안아주며 등을 두드려 주었다. 기둥처럼 의지해 왔던 어머니를 여의고 형제와 아버지는 어떻게 살아갈지 염려가 밀려왔다. 하지만 가족들을 대표하여 인사말을 하던 사위(형제의 매제)의 한마디가 마음을 든든하게 해 주었다. “아버님, 형님! 제가 잘 모시겠습니다.” 그래, 가족이 있었다.

장애인 자식을 둔 부모님들의 소원은 동일하다. “내 아이보다 하루를 더 사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아이가 자신보다 하루 먼저 가는 것”이다. “부모는 돌아가시면 산에 묻고, 자식은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그런데 가슴에 묻어서라도 먼저가기를 소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장애인 자녀를 둔 어머니의 심정이다. 그 어머니의 마음은 저리도록 슬픈 그 이상이다. 연약한 중에도 살림을 도맡아 하시고 장애를 가진 아들을 위해 온몸과 마음을 주시던 그분은 그렇게 한줌의 재로 돌아갔다. 마지막까지 ‘깜빡’이던 어머니의 눈꺼풀은 장애아들을 두고 떠나야 하는 안타까움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떠나도 모든 것을 책임 질 수 있는 복지시설을 갖추고 떠나는 부모님들에게 “걱정마세요. 밀알이 있잖아요!”라고 말해 줄 수 없는 현실이 나를 초라하게 만든다. “어머니, 이제는 편히 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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