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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1 16:00

아름다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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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jpg

 

 

  내 주위에는 효자가 많다. 늙으신 부모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그들의 효성(孝誠)에 가슴이 저며온다. 만난지 38년 된 박 목사는 그 시대에 최고 인테리 부모 밑에서 교육을 받고 7남매 속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그래서인지 그는 성격이 푸근하다. 그가 누군가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 실로 순기능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의 롤모델을 본다. 가까이 지내는 김 목사는 구순 모친을 모시고 산다. 알츠하이머로 인해 기억력을 잃어가는 어머니와 2층 방에서 함께 잠을 잔다. 용변을 위해 밤에 자주 일어나는 어머니 때문에 그는 매일 설잠을 잔다. “효자라고 칭찬을 하면 쑥스러워하며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들은 공히 목회자의 아들이다.

 

  그들의 말을 빌리면 부모들이 모두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사셨다고 했다. 목회의 길이 험난했지만 실로 현숙한 사모상을 그들은 목도하며 성장했다. 그래서인지 그들 부부의 모습이 얼마나 정겨운지 모른다. 한마디로 아내에게 모든 것을 맞추며 살아간다. 박 목사의 아내는 커리어우먼이다. 맨하탄에 위치한 은행 중진으로 매일 출근을 한다. 아침이면 아내를 위해 간단한 조식을 준비하고 전철역까지 라이드를 해 준다. 오후 5시가 넘으면 회사가 위치한 건물 앞으로 친히 픽업을 나간다. 김 목사 부부는 월요일이면 둘만의 데이트를 한다. 서로 취미가 같아서 항상 로컬 길을 따라 낯선 곳을 찾아 나선다. 차 안에서, 그리고 탁 트인 정경 속에서 부부만의 대화를 이어간다. 그들을 보며 한 방향으로 동행하는 아름다운 그림을 본다.

 

  2차대전의 영웅이자 불멸의 지도자 중에 한 사람인 영국의 처칠은 아무리 생각해도 장수할 타입이 아니다. 그는 단명의 조건을 모두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불건강한 생활양식의 소유자였다. 폭음과 과도한 흡연, 과식과 운동부족에 따른 비만 등. 여기에다 수상 재임기간 중 '전쟁수행'이라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던 그는 어쨌든 노익장을 과시하며 90세까지 장수했다. 물론 그에게는 낮잠이라는 피로 회복제를 적절히 활용하는 지혜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악조건에서 장수했던 최고의 강점은 아내인 클레멘타인과의 꺼질 줄 모르는 사랑의 불꽃이었다. 한마디로 화목한 가정과 원만한 부부관계가 그의 건강을 지킨 것이다.

 

  영국인들이 최고의 영국인으로 생각하는 처칠의 일화에는 감동적인 것이 많다. 특히, 옥스포드 대학 졸업식에서 했던 "포기하지 말라!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그의 짧은 축사는 지금까지 회자되면서 후대에 많은 이들에게 힘을 주고 있다. 처칠이 영국의 총리로 재직하고 있을 당시에 한 기자가 이런 질문을 했다. “총리께서 만일 다시 태어나신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십니까?” 그때 처칠은 곁에 있는 아내를 바라보며 이런 대답을 했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제 아내의 남편이 될 것입니다한 나라의 총리로서 큰일을 감당하면서 남편으로서도 소홀함이 없었던 처칠은 참 멋있는 남자였다.

 

  흔히 사람들이 공히 그리는 아름다운 그림은 노부부가 벤치에 앉아 기대어 석양을 바라보는 모습과 백발의 노부부가 서로 손을 잡고 거니는 모습이다. 인생을 가늠해보면 은 홀로 살지만 이후 는 부부가 함께 살아야 한다. 잘 맞아서 사는 것도 아니고 안 맞아서 헤어지는 것도 아니다. 젊음을 불태우는 열정으로 시작하여 아이들이 장성하는 모습을 보며 행복해하고, 나이가 들어가면 고맙고 측은지심으로 살아간다. 중간에 관계가 깨어져 갈라서는 부부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인류역사의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이름을 부부인 것 같다.

 

 뉴욕 박 목사의 부모님은 2019년 두달 간격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친구들이 감탄을 했다. 어쩌면 가실때도 그렇게 앞서거니 뒷서거니 가실까? 가족들이 장례를 감당하느라 버겁기는 했지만 말이다. 평생을 보듬어주며 살다가 생을 마감하며 헤어져야 하는 부부의 모습은 안쓰럽기보다 아름답다. 나는 항상 외친다. “행복은 나와 가장 가까지 있는 사람과 잘 지내는데 있다.”.

 ‘사람하면 입술이 닫히지만, ‘사랑을 발음하면 입술이 열린다.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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