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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외모.jpg

 

 

  카메라가 흔하지 않던 시절에는 사진을 찍는 것이 너무도 소중하고 귀했다. 사진관에 가서 카메라를 빌리고 촬영한 필름을 다시 맡겼다가 나온 사진을 찾으러 가는 날은 가슴이 퉁탕거렸다. 흑백사진이었지만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기에 정말 행복했다. 이제는 휴대폰 화상도가 워낙 좋아 어느 때든지 마음만 먹으면 사진을 찍는 즐거움을 누린다. 하지만 앨범에 차곡차곡 사진을 붙여 넣으며 간혹 꺼내 보는 아날로그 행복은 사라진지 오래이다. 저장된 사진은 많고 많은데 정작 감흥을 주는 작품은 없는 것 같다. 버튼만 누르면 지워지는 기능이 있어 추억마저 순간적으로 없애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어느 날부터 사진 찍는 것이 두려워졌다. 나는 난데 내가 생각하는 내 얼굴이 아니다. 사진에 나타나는 내 얼굴을 보며 감탄하던 때가 있었는데 말이다. 세월은 사람의 얼굴을 변하게 한다. 한때 열렬히 좋아했던 배우들의 노안은 인생의 허무를 느끼게 한다. 같은 남자가 보아도 멋지던 그가, 빼어난 미모로 바라만 보아도 기분을 좋게 하던 여배우가 세월을 피해가지 못하고 보톡스로 주름을 커버하려는 모습이 애처롭기만 하다. 10대 후반에는 빨리 대학생이 되고 싶었다. 세상이 너무 좁아보였다. 나이 스무살이 되던 해 얼마나 기뻤던지? 자신만만하게 피워물던 솔담배 연기 속에서 스스로 대견함을 느꼈다. 그러나 20대가 되면서 삶은 현실이라는 사실이 옥죄어오기 시작하였다.

 

  만나면 좋기만 하던 친구들, 그냥 얼굴만 마주 보고 있어도 웃음이 피어나던 동창 녀석들! 그런데, 그들이 변하기 시작하였다. 군대가 그들을 성숙시켰다. 장애가 있었기에 징집 면제를 받았지만 친구들이 군입대를 할때마다 송별회를 챙기느라 바빴다. 서울역까지 나가 손을 흔들며 그들을 떠나보냈다. 그때 사진들이 앨범에 수북하다. 3년 동안 친구들을 기다리며 지냈다. 가장 친했던 봉채와 떠났던 말년 휴가 여행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여행지는 경상북도 풍기였다. 천일사에서 나온 대형 카셋트를 들고 떠났던 여행. 그때 다니며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가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였다. 단둘이 떠난 여행이었지만 수채화처럼 가슴에 남아있다. 지금도 봉채를 만나면 그때 이야기를 한다.

 

  친구들이 군대에서 제대한다는 기쁨도 잠시, 그들이 개구리복(예비군복의 별칭)을 입는 순간부터 무섭게 변해갔다. 나는 여전히 순수한(?) 심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 그들은 군대에 가서 극한 훈련과 기합을 받으면서 삶이 고교 시절의 낭만으로 버티는 현장이 아니라는 것을 터득한 것이다. 언제까지나 함께 할 것 같은 의리(?)는 서서히 색이 바래갔고, 어느 순간 우리는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며 멀어져만 갔다. 내가 신학생이 된 것도 원인일 수 있었다.

 

  신학대학 2학년 때였다. 학생 심방을 가느라 134번 버스(경희대에서 만리동) 뒷자리에 앉아있었다. 어느 정류장에서 누군가 커다란 백을 서너개 들고 차에 올랐다. 처음에는 무심히보다가 안면이 익숙해 자세히 보니 고교 동창인 연우였다. 너무 반가워 소리를 지르며 이름을 불렀는데, 정작 친구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내가 무안할 정도로 어쩔 줄 모르더니 다음에 보자며 친구는 다음 정류장에서 하차하고 말았다. 나중에 생각 해 보니 보따리 장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교시절 학도호국단 연대장을 맡았던 연우는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다고 느꼈던 모양이다. 그렇게 10대 때 순수한 우정을 나누던 친구들은 삶의 늪에 빠져(?) 서서히 소식이 끊어져 갔다.

 

  세월따라 얼굴이 변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성격도 특별히 순수한 감성까지 삶의 무게에 눌려 변해가는 모습은 서글프지 않은가? 40대 초반에 만난 고교동창들의 모습은 한낮 중년의 군상이었다. 한 교회에서 성장하여 철없이 뒹굴던 친구 최 목사가 분당에 교회를 개척하자마자 대형교회로 성장하며 변해가는 모습이 무섭기까지 했다. 철이 들어가는 것, 성숙해가는 모습- 그것은 아름답다. 하지만 나이에 눌려 허덕거리고 오랜 세월 이어오던 관계가 변질되는 것은 가슴을 아리게 한다. 제발 변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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