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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1 19:08

당신도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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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론가 홀연히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 간섭도 받지 않고 마냥 생각에 잠기고 아름다운 풍경을 좇아 거닐며 내 삶을 깊이 돌아보고 싶은때가 있다. 한민경 씨. 그녀는 어느 날 김치찌개를 먹다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 광고 카피라이터로 10년을 지냈다. 회사를 다니며 중간중간 디자인 사업도 하고,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본과 호주에서도 살았었지만 그래도 광고 외길만 갈 줄 알았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고 야근하는 삶이 불현듯 싫어졌고 갑자기 제주이민을 선언했다. 쌩뚱맞다.

 

  제주에서 그녀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 나이, 사는 것, 어느 것 하나도 같지 않은 세 사람은 제주에 왔다.”는 하나의 공통점만으로 금세 친해졌다. 그러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그들의 위치는 달랐다. “제주 여행자, 제주 생활자, 제주이민자.” “서미정씨는 서울에서 주로 생활을 하다가 주말이면 훌쩍 제주로 날아와 삶의 에너지를 회복한다. “이신아씨는 앞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지리산을 종주하고 전국 각지를 여행했고, 마지막으로 올레길을 걷다 제주도에 반해 한 달만 살아 보자.”며 배낭을 메고 제주로 온다. 그렇게 세 사람은 한 공간에서 꿈을 나누며 살게 되었다.

 

  그녀들이 그늘진 청춘들을 향해 외친다. “너를 너답지 않게 하는 사람에게서, 문제로부터 멀어지고 싶다면 제주를 권해 줄게. 제주는 그런 조용한 하루를 보내기 좋은 곳이야. 제주는 이별하는 너를 품어주는 재주가 있지. 별거 아니야. ‘모두 지나가는 바람 같은 거야!’ 하며 잠 못 드는 아가를 토닥거려주는 엄마같이, 제주는 그런 재주가 있다니까.” 제주는 이들에게 완벽한 쉼’(서미정)이고, ‘두려움과 희망이 공존하는 길 같은 것’(이신아)이고, ‘20대의 마침표이자 30대의 시작’(한민경)이다.

 

  한민경은 주머니 속에서 엉켜버린 이어폰 줄을 풀기 위해 지하철 계단에서 잠깐 멈췄다. 줄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계단 위를 오르내렸다. 다가왔다 사라지고 가까웠다 멀어지는 사람들 사이에서 민경은 풀리지 않는 이어폰 줄을 어설프게 손에 쥐고 있었다. “‘선바위행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지하철 멘트를 들으며 그녀는 갈등한다. ‘아까 내렸던 열차에 다시 탈까? 귀로는 아는데 눈으로는 모르는 선바위역에 가볼까? 거기 공기라고 여기랑 다를까? 가는 동안에 엉킨 이어폰 줄은 다 풀 수 있겠지.’ 고민만 하다 그대로 열차 두 대를 보냈다. 결국 못 갔다.” 그랬던 그녀가 제주 사람이 된 것이다.

 

  여행하러 간 여자, 거기서 지내려고 간 여자, 아예 뿌리를 내리려고 간 여자. 세 여자가 한 가족이 되었다. 그녀들은 한결같이 대단히 큰 용기는 필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참으로 대범하고 용기 있는 여인들이 아닌가? 도착한 곳이 제주여서가 아니라 떠났다.”는 그 자체가 용기가 아닐 수 없다. 스스로 물어보라! “지금이라도 필라를 떠나서 새로운 곳에서 꿈을 펼치라면 할 수 있겠는가?” “YES!"라고 답을 할 수 있다면 당신은 아직도 청춘이다.

 

  과연 나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한편으로는 냉철하지만 때로는 팽팽한 삶의 무게를 느슨하게 조정하는 것도 지혜가 아닐까? 행동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살아있다는 것은 주저앉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금만 움직여도 답을 만날 수 있다. 어디로 떠나도 좋다. 열차 앞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것보다 일단 열차에 몸을 싣는게 훨씬 좋은 일이다. 제주가 아니어도 좋다. 삶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주며 미소 지을 수 있는 곳이라면 오늘이라도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사람들은 제주를 찾아가 올레길을 걸으며 힐링을 하고, 유채밭에서 신혼의 단꿈을 꾸고 바람을 맞으며 가족과 추억을 만든다. 혼자라면 혼자인대로 둘이라면 둘인대로 여럿이라면 여럿인대로 거기 바람이 토닥토닥 등을 쓸고 지나가며 정겨운 사투리로 인사한다. “홈치 놀게마씀~”(함께 놀자구요~) 한국에 왔다. 신혼여행의 아련한 추억을 더듬으며 제주도에서 며칠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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