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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8 17:26

보내고 돌아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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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양간.jpg

 

 

  3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고 전국을 다니며 집회를 인도하면서 고국의 향취를 진하게 느끼고 있다. 활기차게 움직이는 인파를 보며 한국은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나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듯하다. 20년 전, 정들었던 성도들과 생이별을 하며 미국 이민 길에 올랐다. 교회 청년들은 복음성가 파송의 노래를 부르며 우리 가족을 축복해 주었다. 그 기도와 사랑으로 길다면 긴세월동안 밀알사역을 전개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오직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한다.

 

  서울과 수원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를 거쳐 전주로 향하면서 목사의 직분이 더욱 귀하게 느껴졌다. 사람을 만나고 용무수행을 하는 것을 넘어서 교회 강단에서 설교를 하고 성도들에게 영적 영향력을 줄 수 있음이 감사하기만하다. 전주에서 목회하는 다섯 목사들이 팀을 짜서 나를 영접하고 강단에서 말씀을 전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부산, 대구에서는 경상도 억양의 매력에 빠지고, 며칠 만에 전주에 들어서자마자 특유의 전라도 말투가 친근하게 다가왔다. 설교를 하는 동안 어두웠던 성도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큰 위로와 힘을 얻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 인정 많은 전주 목사님들의 배려와 사랑에 감동한 한주간이었다.

 

  대전, 경산, 청도를 거쳐 경북 영양서부교회에 당도하였다. 오랜 친구인 박 목사 가정에 경사가 났다. 어렵사리 분양받아 키워오던 어미 풍산개가 6마리를 순산한 것이다. 정읍에서 목회하는 김 목사가 나도 만날 겸 영양을 방문했다가 강아지 한 마리를 선물로 받았다. 얼마나 순하고 영특한지 주인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듯 마치 오래 키워 온 애견처럼 적응하며 설교 후 먼 길로 떠나갔다. 이미 내가 오면 주기로 약속을 한 바 있지만 강아지를 떠나보내기 전에 샴푸목욕을 시키고 김 목사의 품에 안긴 강아지를 보는 박 목사의 표정은 딸을 시집 보낸듯한 애비처럼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보람과 서운함이랄까?

 

  지난 3월 울진을 중심으로 대형산불이 발생하였다. 꺼질 듯 안꺼지는 불길을 잡기 위해 소방대원들이 안간힘을 썼지만 화마는 국토를 초토화시켰다. 지난 35일 밤 1230분 쯤. 울진읍 정림2리 야산 인근에 사는 남계순(72)씨는 휴대 전화벨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울진읍사무소 한 공무원이 산불이 집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다. 빨리 대피하라고 다급하게 외쳤다. 남씨는 먼저 부인 송병자(71)씨를 황급히 깨웠다. 부부는 화마가 집과 우사를 덮칠 기세라 귀중품도 챙기지 못한 채 옷가지만 걸치고 나서야 했다. “삽작(대문의 경상도 사투리) 밖으로 나가려는데 우사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집과 우사가 산불에 휘감겨 불이 붙기 시작할 찰라 남씨 부부는 소 20마리를 풀어줬다. 부인 송씨는 나만 살자고 자식처럼 키운 소를 그냥 두고 갈 순 없었습니다. 끈을 풀고 우사 문도 활짝 연 뒤 야들아, 여기 있으면 죽는다. 빨리 나가거라고 외쳤더니 소들도 눈치를 챘는지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지더라구요소들이 시야에서 사라진 뒤 화마를 피해 울진군이 마련한 대피소에 도착한 이들 부부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남씨 부부는 당시 공무원이 잠을 깨우지 않았으면 큰 화를 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날이 밝자 남씨 부부는 자신의 집을 찾았다. 2층 집은 폭격을 맞은 듯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마당에 세워둔 트랙터도 불에 타 앙상한 뼈대만 남아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풀어주었던 소들이 돌아와 있었다. 사료통 등 타다 남은 우사 터에 소들이 모여 있었다. “하나, , 어미 소 14마리에 송아지 6마리. 세고 또 세어봐도 일부 소들은 그을려 있었지만 누렁이들이 모두 살아 있었다. 기적이었다. “하룻밤 사이 집도 우사도 마카(모두) 새까맣게 탔지요. 지금 살아있는 게 용합니다.” 환난 중에도 돌아온 20마리의 소를 보고 노부부는 감격했다. 산불의 피해는 끔찍했지만 그래도 제집이라고 모두 살아 돌아온 소들이 기특했고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그렇다. 인생은 보내고 돌아오는 것의 반복이다. 보내는 것은 아쉽지만 돌아오는 시간이 있기에 힘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친구의 집으로 보내진 풍산개, 화마중에도 돌아온 소 20마리. 그곳에서 인생의 묘미를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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