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80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베데스다.jpg

 

 

  엄마같이 죽자!” 어린 신종호는 면회 온 어머니에게 매달렸다. 엄마의 눈동자가 커지더니 눈이 빨개졌다. 장애가 있어 외할머니 등에 업혀 학교를 다녔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생업에 매달려 바쁜 가족들에게 더 이상 짐이 될 수 없었다. 결국 초등학교 4학년 때 엄마 품을 떠나 대전 <성세재활학교>에 오게 된 어린 마음은 한없이 서러웠다. ‘도대체 나는 뭐가 될 것인가?’ 2살때 소아마비를 앓아 두 다리를 못쓰는 차인홍도 어머니 등에 업혀 졸업은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앞날이 보이지 않았다. 이강일도 돌봐 주는 누나 등에 업혀 졸업했지만 중학시험에 번번이 실패했다. 할 수 없이 <성세재활학교>에 올 수밖에 없었다.

 

  이종현. 그는 부모에 대한 기억이 사라졌다. 나이도, 이름도, 물론 고향까지도. 분명히 가족이 있었고 집 근처에 시장도, 냇가도 있고, 철길도 있었다. ‘그저 기차가 타고 싶어올라탔는데 그게 모든 것과의 이별이었다. 그렇게 장애를 입은 네 아이는 사연을 안고 한곳에 모였다. 60년대 재활학교는 표현하기도 어려운 열악한 환경이었다. 그날도 학교 마당에서 아이들은 옹기종기 햇빛을 쏘이며 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날 그들의 삶에 한줄기 빛이 새어 들어왔다.

 

  강민제 선생님.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그녀는 유성으로 목욕을 가다가 택시 안에서 재활원을 보게 되었다. 핏기없는 창백한 아이들. 어떤 아이는 목발을 의지하고, 어떤 아이는 기어다니다시피 하는 모습을 보며 호기심이 생긴 그녀가 이날 학교를 방문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이 웃음기 없는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 주었으면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에게는 악기연주가 관심을 끌지 못했다. 예민한 사춘기에 장애 때문에 가족들과 생이별을 하고 살아야 하는 상처 때문이기도 하였다.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진정성을 가지고 다가서는 김 교수에게 아이들은 서서히 마음을 열고, 악기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차인홍은 어머니를 졸라 구입한 바이올린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러나 10대 후반 그들은 직업 연수를 위해 일본으로 보내져 인쇄 기술등을 익혀야만 했다. 1년 일본 연수를 마치고 온 그들을 안타깝게 여긴 역시 서울대 음대 출신 고영일 선생님이 결국 그들을 끌어냈다. 1976년 오랜 아픔 끝에 '베데스다'란 이름으로 현악 4중주단이 창단되기에 이른다. ‘은총의 샘물이란 뜻이다.

 

  한옥을 빌려서 연습에 들어간 그때를 몹시 추운 겨울날 연탄광에서 연습을 하라치면 찬바람이 불어 가루가 얼굴을 덮치기도 했어요라고 차인홍은 회고한다.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으면 손이 언다. 손이 곱지 않으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 그래야만 계속 연습할 수가 있었다. 추워도 하루 10시간씩은 연습을 했다. 새벽 6시부터. 무슨 말이 필요하랴?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소년 신종호, 이강일, 이종현, 차인홍은 그런 고된 과정을 거쳐 세계적인 음악가(바이올리스트, 첼리스트)로 우뚝 섰다.

 

 베데스다 중주단이 절묘한 선율을 선사하는 것은 온갖 역경과 아픔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 신시내티 대학을 거쳐 차인홍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립대 박사과정(지휘 전공)을 거쳐 현재 오하이오주 라이트주립대학 종신교수로 재직하며 휠체어에 앉아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다. 나와 특별한 친분을 맺고 있는 차인홍 교수는 인상이 선하고 착하다. 뛰어난 미남이기도 하다. 차인홍은 피아노를 전공한 조성은 씨와 7년 연애를 했고, 부모의 승낙도 얻지 못한 채 어렵게 결혼식을 올린다. 아내 조성은 씨는 잊혀지지 않는 하루하루의 연속이며 감사한 나날이라고 고백한다.

 

  따스한 신앙의 마음을 가진 김민제 교수를 통해 장애에 파묻혀 살던 소년들이 일어났다. 누군가 말했다. “현실에 주저앉지 말고 누구에게든 도움을 청하세요. 다리에 잠시 감기 걸렸다 생각하세요그렇다. 용기를 잃지 않고 오늘의 삶에 최선을 다하다보면 누군가 다가와 내 손을 잡아줄 것이다. 이제 받은 만큼 누군가에게 돌려주며 사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1. 받으면 입장이 달라진다

    사람이 이 땅에 산다는 것은 “관계”를 의미한다. 숙명적인 “가족 관계”로부터 자라나며 “친구 관계” “연인 관계” 장성하여 가정을 꾸미면 “부부관계”가 형성된다. “인생은 곧 관계”...
    Views6229
    Read More
  2. 사랑, 그 아름답고 소중한 얘기들

    우리시대 최고의 락밴드 <송골매>가 “전국 공연을 나선다”는 소식을 들으며 저만치 잊혀졌던 추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송골매가 결성된 것이 1979년이니까 40여년 만에 노장(?)들이 무대에 함께 서는 것이다. 공연 테마가 “열정”이...
    Views6244
    Read More
  3. “밀알의 밤”을 열며

    가을이다. 아직 한낮에는 햇볕이 따갑지만 습도가 낮아 가을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가을은 상념의 계절이다. 여름 열기에 세월 가는 것을 잊고 살다가 스산한 가을바람이 옷깃을 스치면 비로소 삶의 벤치에 걸터앉아 지난날을 돌아보게 된다. 이제 곧 ...
    Views6317
    Read More
  4. 느림의 미학

    얼마 전, 차의 문제가 생겨 공장에 맡기고 2주 동안이나 답답한 시간을 지내야만 하였다.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친구 목사의 전화였다. “내가 데리러 갈테니까 커피를 마시자”는 내용이었다. 친구의 차를 타고 커피숍으로 향했다. 그날따라 대...
    Views6004
    Read More
  5. 내 나잇값

    나는 젊어서부터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철학이 있다. “세부류와는 절대 싸워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불신자, 여자, 연하이다. 목사이다보니 신앙이 없는 사람을 이길 확률이 없다. “당신 목사 맞아” 그러면 끝이다. 여자를 이기려고 ...
    Views6101
    Read More
  6. 또 다른 “우영우”

    지난 23일. 대구에서 30대 엄마가 자폐 증세가 있는 자신의 아이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2살 아들을 흉기로 살해한 뒤 아파트 베란다 아래로 뛰어내려 숨진 것이다. 집 안에서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라는 내용을 담은 유서가 발견되...
    Views5964
    Read More
  7. 시간이 말을 걸어 올 때까지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70년대만 해도 선교사를 파송하면 현지에서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였다. 불타는 열정으로 선교지에 도착하였다 하더라도 6개월은 아무일도 못하게 한다. 답답해도 참아야 한다. 그 기간이 차면 서서히 선교활동을 시작한다. ...
    Views5970
    Read More
  8. 바람길

    무덥던 여름 기운이 기세가 꺾이며 차츰 시원한 바람이 뺨을 스친다. 그렇게 한 계절이 바람을 타고 바뀌어 가고 있다. 무척이나 차가웠던 겨울바람, 그리고 가슴을 달뜨게 하던 봄바람의 기억이 저만치 멀어져 갈 무렵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게 만드...
    Views6191
    Read More
  9. 거울 보고 가위 · 바위 · 보

    거울을 보고 가위, 바위, 보를 해보라! 수백 번을 해도 승부가 나질 않는다. 계속 비길 수밖에. 그런데 평생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부류가 있다. 바로 부부이다. 갈등없이 살아가는 부부가 있다. 모든 것이 너무 잘 맞아서 만족하며 살아가는 부부말이다. ...
    Views6483
    Read More
  10. 영옥 & 영희

    장애아를 둔 학부모들은 일평생 무거운 돌에 짓눌려 있는 듯한 고단한 삶을 살아야 한다. 옆집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자라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기대임을 실감하면서 말이다. 소중한 내 아이에 대한 사랑은 그 누구보다 진하다. 남들 눈에는 어떻게 ...
    Views6274
    Read More
  11. 아이스케키

    한 여름 뙤약볕이 따갑다. 목이 말라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꺼내 마시다가 문득 어린 시절에 추억이 떠올랐다. 나는 초등학교 때 시골에서 살았다. 날씨가 더워지면 냇가로 멱(수영)을 감으러 가서 더위를 식혔다. 배가 고프면 주로 감자나 옥수수를 먹었다...
    Views6447
    Read More
  12. 해방일지 & 우리들의 블루스

    한 교회에서 35년을 목회하고 은퇴하신 목사님이 “이 목사님, 드라마 안에 인생사가 담겨있는 줄 이제야 알겠어요”라고 말해 놀랐다. 일선에서 목회할 때에는 드라마를 볼 겨를도 없었단다. 게다가 그런 것은 할 일이 없는 사람이 보는 것 정도로...
    Views6448
    Read More
  13. 다섯손가락

    얼마 전 피아니스트 임윤찬군의 쾌거 소식을 접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나이로 우승하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그 연주자다. 18살 밖에 안된 소년이 세계적인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나...
    Views6278
    Read More
  14. 행복한 부부생활의 묘약

    세상에 그냥 되는 일은 없다. 남녀가 만나면 feel이 통하고 그래서 사랑을 하고 무르익으며 결혼을 한다. 결혼은 시작이다. 그런데 많은 부부들이 결혼을 하면 다 된 줄 안다. 젊은 부부를 만나면 노파심에 하는 말이 있다. “노력 없이는 부부생활은 어...
    Views6925
    Read More
  15. 은총의 샘가에서 현(絃)을 켜다

    “엄마… 같이 죽자!” 어린 신종호는 면회 온 어머니에게 매달렸다. 엄마의 눈동자가 커지더니 눈이 빨개졌다. 장애가 있어 외할머니 등에 업혀 학교를 다녔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생업에 매달려 바쁜 가족들에게 더 이상 짐이 될 수 없...
    Views6800
    Read More
  16. 나는 괜찮은 사람인가?

    사람들마다 자아상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스스로 느끼는 방향과 다른 사람을 통해 받는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한국에 나가 대학 동창을 만났다. 개척하여 성장한 중형교회를 건실하게 목회해 왔는데 무리를 했는지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어 작년 말....
    Views6163
    Read More
  17. 오디

    날마다 출근하는 아내가 오늘따라 귀가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며 조금 더 기다리다보니 현관문이 열리고 아내가 무언가 잔뜩 담긴 용기를 내어민다. “이거 드셔!” “뭔데?” 들여다보니 ‘오디’였다. &...
    Views6499
    Read More
  18. 파레토 법칙

    <파레토 법칙>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실 이 용어는 개미를 소재로 한 과학실험에서 나온 말이다. 19세기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 1848∼1923)가 개미를 관찰하여 연구하는 중에 개미의 20%만이...
    Views7172
    Read More
  19. 障礙가 長愛가 되려면

    장애를 가지고 평생을 사는 것은 고통이다. 사람은 항상 자신의 수준에서 인생을 생각한다. 건강한 것은 물론 축복이다. 하지만 장애에 대해 절실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장애는 선천성과 후천성이 있다. 사람들은 선천성 장애가 많은것으로 생각한다. 아니...
    Views7984
    Read More
  20. 보내고 돌아오고

    3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고 전국을 다니며 집회를 인도하면서 고국의 향취를 진하게 느끼고 있다. 활기차게 움직이는 인파를 보며 한국은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나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듯하다. 20년 전, 정들었던 성도들과 생이별을 하며 미국 이민 길...
    Views727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