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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에서 제일 못난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부모를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일 것이다. 부모는 자식의 뿌리이다. 부모 없이 내가 존재할 수 없다. 묻고 싶다. “과연 나는 나의 부모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학력, 인격, 경제력, 기타 어떤 조건을 넘어서서 그분들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존경받아야 한다. 그분들이 내 삶의 근원임을 새기며 내 부모임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자랑스럽게 여겨야한다. 그가 실로 아름다운 사람이요. 큰 그릇이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온 동네를 헤집고 다니는 여인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여인의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였다. 어느 몹쓸 남정네가 장애를 가진 여인을 범한 것이다. 그렇게 달수가 차서 여인은 예쁜 딸을 낳았다. 이 여인은 동냥으로 아이를 키운다.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아이는 곱고 단아하게 성장을 하였다. 동네 방앗간 가정에 장애인 아들이 있었다. 재력은 있으나 장애가 심하기에 마땅한 혼처도 없고, 결국 그 여인의 딸을 맞아 혼례를 치르게 되었다. 그날부터 그 집은 천국으로 변해갔다.

 

  신랑에게 잘하고, 시부모님을 얼마나 극진히 모시는지 어두운 밤이 지나고 밝은 날이 오듯 웃음꽃이 만발한 가정이 된 것이다. 정신 장애 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이라고는 상상 할 수 없을 정도로 새색시는 예의 바르게 가정을 꾸려 갔다. 오갈 데 없는 친정어머니는 시댁의 배려 속에 한집에 살게 되었다. 그런데 그 어머니가 문제였다. 정신 장애를 가지고 평생을 구걸하며 살았기에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해 무언가 생기면 몰래 감추기 일쑤였고, 음식을 먹을 때도 식구들과 한상에서 먹지 못하고 구석진 곳에서 눈치를 보며 먹는 것이었다.

 

  그러나 딸은 어머니에게 핀잔 한번 주지 않고 극진히 모셨다. 그 모습이 또한 온 동네에 귀감이 되었다. 솔직히 자신의 성장 배경이나 그런 어머니를 둔 것이 수치라면 수치일 텐데 새색시에게는 그림자가 없었다. 자신을 길러준 어머니를 소중히 여기며 어쩌면 그렇게 받듯이 자랐는지! 지금 어느 하늘 아래에선가 행복을 만들어 가고 있을 귀한 자매의 이야기를 들으며 환경이 꼭 사람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끔씩 머리카락이 섞인 도시락을 먹는 중학생이 있었다. 게다가 심심찮게 모래까지 깨물리는 모양이었다. 이상하게도 그 학생은 한 번도 짜증을 내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있으면 다소곳이 그것을 가려내고 모래가 씹히면 조용히 그것을 뱉어낼 뿐이었다. 어떤 때는 머리카락과 돌을 그냥 삼키는 바람에 한동안 목이 메이기도 하였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교실의 다른 아이들은 그 아이를 안쓰럽게 여기면서 위생이 철저하지 못한 학생의 어머니를 비난했다. 어쩌면 계모일지 모른다고까지 생각했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교실에는 그 학생과 매우 다정하게 지내는 친구가 한 명 있었다. 하지만 친구도 그 학생의 집을 몰랐다. 그 학생은 친구에게 한 번도 자기 집을 구경시켜 주지 않았던 것이다. 이해심이 많은 친구는 아마도 가난해서 그런 걸 거야하고 구태여 조르지 않았다. 그러다 졸업을 앞두고 두 친구가 헤어져야 할 상황이 되자 그 학생은 친구를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 친구는 그제야 비로소 모든 의문이 풀릴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면서 학생의 뒤를 따라갔다. 언덕길을 한참 오르자 벽이 군데군데 허물어지고 금이 간 허술한 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학생은 집에 들어서자 어머니! 친구와 함께 왔어요!”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어두운 방안에서 그의 어머니가 더듬거리면서 밖으로 나왔다. “네 얘기 참 많이 들었다. 정말 고맙구나!” 학생의 어머니는 앞을 못 보는 맹인이었던 것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다 똑같은 생각을 한다. “내 자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도 그런 일말의 두려움을 가지고 아이들을 키웠다. 감사한 것은 내 아이들은 부족한 이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아니, 아빠가 장애를 가졌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불현듯 그 사실이 감사하고, 오늘도 아빠를 향해 “Hi!”하며 손을 흔들고 문에 들어서는 아이들이 너무 너무 고맙고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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