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8.06.16 16:27

광화문 연가

조회 수 4445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정동.jpg

 

  나는 아이돌 노래를 좋아한다. 노래에서 풍기는 젊음의 활력, 에너지 넘치는 춤사위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사람의 몸이 저렇게도 유연할 수 있을까? 감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 시대의 가요는 정적이었다. 뭔가 생각하며 들을 수 있는, 듣다보면 젖어드는 매력이 있었다. 요사이 가요는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쉴 새 없이 쏟아내는 그리고 너무 표현이 노골적이고 감각적이다. 역시 노래는 시대의 흐름을 대변하는 것 같다. , 리듬, 편곡 모두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하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아쉬운 것이 철학이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나는 젊다, 고로 표현할 뿐이다.”이다.

 

  우리 시대에는 가요 장르가 공존했다. 보컬그룹과 일반가요가 활시위를 당기듯이 경쟁하며 대중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요란한 락(Pock) 음악을 연주하는 그룹이 있는가하면 트로트, 발라드, 재즈 음악이 한마당에서 어우러졌다. 나는 서울 토박이가 아니다. 고교를 서울로 진학하며 친숙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고교시절에 가장 많이 맴돌았던(?) 곳은 명동이었다. 코스모스 백화점으로 시작하여 중앙극장 옆구리를 돌아 나오는 코스에는 많은 사연이 뿌려져있다.

 

  그런 와중에도 친구들을 만나면 광화문은 늘 동네처럼 편하게 느껴졌다. 처음 서울에 올라와 만난 국제극장의 위용은 대단했다. 1,800석의 극장은 벌린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들었다. 한국에 가서 그곳을 지날때면 광화문 근처에서의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짜장 떡복이가 맛있었던 분식집, 덕수제과, 지금은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책방, 그리고 조금은 저렴하게 LP판을 살 수 있었던 레코드 가게까지 그때 광화문은 7080세대의 허브였다.

 

  광화문을 오른쪽으로 바라보고 올라가면 MBC 방송국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왼쪽으로 타고 돌면 잠시 시간이 멈춘듯한 정동으로 진입한다. 아련하게 파고드는 적막이 왜 그리 좋았던지? 그렇게 한참을 돌아가면 덕수궁 돌담길로 이어지는 정취는 서울에서 보기 드문 명소였다. 그런데 그 추억은 언제나 노래로 인해 가능했던 것 같다. 잊고 있다가도 노래를 듣게 되면 영사기 필름이 돌아가듯 추억이 되살아난다. <광화문 연가>란 노래가 나에게 주는 역사의 선물이다.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해갔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눈덮힌 조그만 교회당.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가슴깊이 그리워지면 눈내린 광화문 네거리 이곳에 이렇게 다시 찾아와요로 이어지는 <광화문 연가> 왜 이리 세월은 빨리 지나갔는지? 교복을 입고 거닐던 그때로 한번만이라도 돌아갈 수 있다면 무척이나 행복 할 텐데.

 

  너무도 변해버린 서울 한켠에서 <광화문 연가>는 그래도 우리 세대의 추억과 아픔을 되새김할 수 있도록 일깨워준다. 내가 처음 서울 생활을 시작했던 때는 조금은 천천히 걸어갈 수 있는 여유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서울은 우리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무섭게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풍속화 그림이 재미있는 것은 역사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혹은 몰랐던 실제의 모습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요 역시 이제는 흰머리가 전혀 낯설지 않은 세대에는 성스러운 추억을 되뇌일수 있는 매개체가 되는 것 같다.

 

  노래란 그저 들어서 좋으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추억을 생각나게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그 가사가 내 인생임을 깨달으며 놀란다. “인생은 미완성, 기타하나 동전 한닢, 하숙생, 만남, 사랑으로주옥같은 가사가 심오하게 가슴을 파고든다. 노래를 들으며 그 시간으로 잠시 생각여행을 떠난다. ‘그래, 나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지? 아팠지만 행복했던 청춘이 나에게도 있었지?’ 허공을 쳐다본다. 헛웃음이 절로 난다. 그래도 멋지게 살았다. 그래도 아직 내게 열정은 있다. 가요의 한 귀절에도 돌아갈 고향이 있는 나는 부자 중에 부자이다. 그 속에 녹아 있는 내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으니 행운아다.

 


  1. No Image

    심(心)이 아니고, 감(感)이다

    사람은 누구나 삶을 지탱해 주는 지렛대가 있다. 삶이 힘들고 어려워도 어느샌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는 힘이 있기에 고통을 견디고 오늘이라는 시간에 우뚝 서있는 것이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이...
    Views37221
    Read More
  2. No Image

    내 나이가 어때서

    30대 젊은 목사는 항상 자신감이 넘쳤고 사역에 대한 의욕이 충만했다. 건의하는 횟수와 강도는 점점 늘어갔다. 하루는 나에게 담임목사님이 말했다. “이 목사님, 뭘 그렇게 자꾸 하려고 하세요. 조금 천천히 갑시다.” 그때는 그 말의 의미를 몰...
    Views39292
    Read More
  3. No Image

    외로운 사람끼리

    인생은 어차피 외로운 것이라고 들 한다. 그 외로움이 때로는 삶을 어두운 데로 끌고 가지만 외롭기에 거기에서 시가 나오고 심금을 울리는 노래가 나오는 것 같다. 사람들은 외로움을 두려워한다. 외로움이 두렵다기보다 그 상황을 더 무서워하는지도 모른다...
    Views39300
    Read More
  4. No Image

    밀알의 밤을 열며

    사람은 언어를 가지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말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사람의 말이 인격이고, 실력이며, 사람됨됨이다. 해서 말 잘하는 사람은 인생성공의 확률이 높아진다. 말을 잘하는 사람을 흔히 ‘언어의 마술사’라고 부른다. &ldq...
    Views39082
    Read More
  5. No Image

    하늘

    가을하면 무엇보다 하늘이 생각난다. 구름 한 점 없는 코발트색 하늘은 사람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든다. 하늘은 여러 가지 색깔을 연출한다. 보통은 파란 색깔을 유지하지만 때로는 회색빛으로, 혹은 검은 색으로 변해간다. 번쩍이는 번갯불로 두려움을 주고 ...
    Views45328
    Read More
  6. No Image

    당신의 성격은?

    사람의 성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외향적이냐? 아니면 내향적이냐?”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에 거리낌이 없고 만나서 에너지를 얻는다면 당신은 ‘외향성이 강한 사람’이다. 반면에 사람을 만나는 것이 버겁고 특별히 새로운 사...
    Views41972
    Read More
  7. No Image

    쇼윈도우 부부를 만나다

    지난 봄 한국 방문 길에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가득히 사람들이 타고 결혼식장인 10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안쪽에 서있던 한 여인이 소리쳤다. “친한 척 하지 마요. 조금 떨어져 와...
    Views39755
    Read More
  8. No Image

    목사님, 세습 잘못된 것 아닌가요?

    요사이 한국을 대표할만한 한 대형교회에서 담임 목사가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준 일을 놓고 설왕설래 말들이 많다. 이미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음에도 그 교회가 속한 교단과 신학대학의 반발이 예사롭지 않다. 정당한 절차를 밟아 교회신자들의 압도적인 지지...
    Views38421
    Read More
  9. No Image

    기회를 잡는 감각

    인생은 어쩌면 기회라는 말로 대신할 수 있다. 신은 평생 사람에게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세 번 허락한다고 한다. 가만히 내 인생을 돌아보라! 기회가 많았다. 기회를 기회로 잡지 못하면 흘러간 시간이 되고 만다. 매사에 앞서가는 사람이 있다. 희한한 사...
    Views43976
    Read More
  10. 낙도전도의 추억

    대학 동기가 병역을 필하고 복학을 하더니 적극적인 총학생회 활동을 펼치기 시작하였다. 그사이 나는 이미 대학원 과정에 있었기에 친구와는 학년차이가 꽤나 나있었다. 어느 날 만나자고 하더니 “총신 <제 2기 낙도전도단>에 총무로 일해 달라.&rdquo...
    Views40596
    Read More
  11. 청춘

    여름은 청춘을 닮았다. 얼어붙은 동토를 뚫고 빼꼼이 고개를 내어밀던 새순은 여름의 비와 바람을 맞으며 단단해져 간다. 따가운 햇살과 공격해 오는 해충의 위협을 의연히 견뎌낸 줄기만이 가을의 넉넉한 열매를 보장받게 된다. 여름은 싱그럽지만 그래서 아...
    Views43577
    Read More
  12. 씨가 살아있는 가정

    가정은 영어로 Family이다. 어원을 살펴보니 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이다. 절묘하다. 실로 부부의 사랑을 먹고 아이들이 구김살 없이 꿈을 펼쳐야 하는 곳이 가정이어야 한다. 젊은이들은 가정을 꾸미면 저절로 행복해 질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는데 심...
    Views40002
    Read More
  13. 밀알 사랑의 캠프

    지난 5월이었다. 밀알선교단 지하교육관에 걸어놓은 달력이 찢겨나가 7월에 와있었다. 다른 방에 걸려있던 달력과 바꿔 걸어놓았는데 나중에 가보니 그것마저 찢겨져 있었다. 누구의 소행인지 수소문해도 범인(?)은 오리무중이었다. ‘누가 저렇게 멀쩡...
    Views38562
    Read More
  14. 소박한 행복 기억하기

    “엄마, 오늘은 제발 보리밥 싸지 마세요.” 학교에 가서 도시락을 열면 널브러져 나를 바라보는 보리밥이 너무 미웠다. 거기다가 단골 반찬은 무말랭이와 콩장이었다. 내 짝꿍 근웅이는 약국집 아들이라 그런지 항상 밥 위에는 노오란 계란이 덮여...
    Views39776
    Read More
  15. 인생의 고비마다 한 뼘씩 자란다

    어린 시절 나는 시골에서 살았다. 여름 이맘때가 되면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며 폭우가 쏟아졌다. 밤새 공포에 떨다가 날이 밝고 화창해진 아침, 들녘에 나가보면 곡식들이 내 키만큼 자라나 있는 것을 발견한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번개가 치면 하늘에서 수...
    Views42884
    Read More
  16. 차카게살자!

    한때 조직폭력배(이하 조폭) 영화가 희화화되어 유행한 적이 있다. 보통 사람은 전혀 상상하지 못할 일들이 그 세계에서는 펼쳐지고 있음이 세상에 조금씩 드러나면서 사람들의 호기심은 발동하기 시작하였다. 실로 어둠의 세계일진대 영화나 소설이 은근히 ...
    Views43875
    Read More
  17. 패럴림픽의 감동

    우리조국 대한민국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을 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을 숨죽이며 시청하던 순간을 평생 잊을 수 없다. 올림픽에 관한 공부를 할 때에는 먼 나라 일로만 생각되었는데 막상 그 올림픽이 내가 살고 있는 땅에서 열린다는 ...
    Views44542
    Read More
  18. 미안하고 부끄럽고

    매일 새벽마다 이런 고백을 하며 기도를 시작한다. “한번도 살아보지 않은 새날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다. 어제 잠자리에 들며 죽었다면 오늘 아침 다시 부활한 것이다. 지난밤에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다시 깨어났으니 이것...
    Views39914
    Read More
  19. 야학 선생

    20대 초반 그러니까 신학대학 2학년 때였다. 같은 교회에서 사역하는 김건영 전도사께서 주일 낮 예배 후 “할 말이 있다.”며 다가왔다. 우리는 비어 있는 유년주일학교 예배 실 뒤편 탁자에 마주 앉았다. 용건은 나에게 “야학 선생을 해 달...
    Views40975
    Read More
  20. 광화문 연가

    나는 아이돌 노래를 좋아한다. 노래에서 풍기는 젊음의 활력, 에너지 넘치는 춤사위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사람의 몸이 저렇게도 유연할 수 있을까? 감탄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 시대의 가요는 정적이었다. 뭔가 생각하며 들을 수 있는, 듣다보면 젖...
    Views4445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