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4452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폭우.jpg

 

  어린 시절 나는 시골에서 살았다. 여름 이맘때가 되면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며 폭우가 쏟아졌다. 밤새 공포에 떨다가 날이 밝고 화창해진 아침, 들녘에 나가보면 곡식들이 내 키만큼 자라나 있는 것을 발견한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번개가 치면 하늘에서 수은이 쏟아지며 식물의 성장을 돕는다고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때로는 천둥번개 치는 밤처럼 견디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 때가 있지만 그 고비를 넘어서면 한 뼘씩 자라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돌아보면 삶의 고비가 많았다. 신앙을 가지게 해 준 본 교회를 떠나 교육전도사 자리를 알아보았으나 쉽게 사역의 길은 열리지 않았다. 장애를 가진 신학생을 스스럼없이 받아주는 목사와 교회는 없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고 넉넉한 환경의 교회에서 성장하기를 기대하며 본 교회를 떠났건만 아무 곳도 나를 불러주지 않았다. 그 시간이 일 년을 넘어서며 지치기 시작했다. 소명감까지 희석되어지며 포기라는 글자가 내 앞에 어른거렸다.

 

  나이 서른이 다되어가도 나는 여전히 혼자였다. 신학대학원 3년 동안 동료들은 하나둘 결혼을 하며 가정을 꾸며갔다. 나는 그 누구도 사랑할 여유도 환경도 조성되질 않았다. 그때 동요 개구리노총각의 가사가 자꾸 맴돌았다. “삼십이 다되도록 장가를 못가 안간건지 못간건지 나도 몰라 몰라 몰라가장 친한 친구가 갑자기 결혼 발표를 했을 때 뜻 모를 배신감에 잠을 못 이루기도 했다. 몸이 건강한 사람의 결혼이 늦어지는 것은 흠이 되지 않는다. 장애를 가진 나에게는 결혼의 중압감이 점점 더해갔다.

 

  그런데 어느 날, 귀한 교회 중 · 고등부 교육전도사 책무가 주어졌다. 좋았다. 행복했다. 정말 열심히 했다. 그토록 갈망하던 일이었기에 특유의 열정을 불살랐다. 30살 가을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매를 만나 뜨겁게 연애를 하고 이듬해 봄에 결혼식을 올렸다. 신혼의 풋풋함은 세월이 지난 지금도 삶의 에너지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기다리면 된다는 것을. 쉼표 없이 계속 달렸다면 더 깊은 수렁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쉽게 결혼을 했다면 귀한 줄을 몰랐을 수도 있다. 그 고비를 넘어가며 내 신앙도 인격도 한 뼘씩 자라난 것을 깊이 깨닫는다.

 

  살아야 한다. 살아 있는 한 희망의 꽃은 핀다. 힘들다고 생각하는 순간, 기회는 다시 찾아온다. 헤밍웨이는 세상은 우리 모두를 파괴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많은 사람들이 그 폐허 속에서 더욱 강하게 성장한다.”고 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라도 거대한 폭풍을 한번쯤 만나게 된다. ‘폭풍에 휩쓸려 가느냐? 폭풍을 이용해 앞으로 더 빨리 전진하느냐?’는 나의 몫이다.

 

  인생에 닥친 시련을 받아들이고, 딛고 일어서면 오히려 새로운 삶, 새로운 꿈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내 앞을 가로막고 나를 주저앉히는 것을 장벽이 아닌 도약의 발판으로 활용한다면 지금의 인생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말이다. 건강한 사람은 장애의 아픔을 모른다. 장애를 가지고 한평생을 산다는 것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하지만 그 장애로 인하여 겸손할 수밖에 없고 오직 기도와 신앙에 전념해 온 삶이 축복인 것을 이제는 당당히 고백할 수 있다.

 

  사람들은 오늘 내가 당하는 고통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돌아보면 처절하게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 그런 사람이 당신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오늘 밀가루 알러지로 고통 받는 사람을 만났다. 세상에! 그분이 말하기를 형광등알러지도 있단다. 내게 주어진 것을 축복으로 아는 사람이 대인이다. 길거리를 떠돌던 노숙자 카디자 윌리엄스는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공부를 하면 꿈을 이루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열심히 노력해 하버드대학교 학생이 되었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시련을 당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그 상황 속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삶은 죽을 만큼 괴롭지만 살아갈 만큼 아름답다.

 


  1. No Image

    상처는 스승이다

    인생은 철모르는 어린아이 때 기대했던 것처럼 그리 녹록지 않았다. 굽이굽이 고비를 넘어야 했고, ‘이제 편한 세상이 되었나보다!’하면 어느새 무엇인가 꿈틀거리며 다가와 찔러 댔다. 생존은 마치 전쟁터 같은 느낌이 든다. 게다가 우리는 이민...
    Views1065
    Read More
  2. No Image

    아버지를 만나야 한다

    그의 아버지는 항상 완고했다. 때로는 가정폭력을 행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가 싫었다. 나이가 들어가며 아들로 기본예의는 갖추었지만 누구처럼 아버지에게 살갑게 다가가지 못했다. 결국 그는 상담을 받게 되었고, 조언을 받아들여 아버지와의 ...
    Views1280
    Read More
  3. 아, 정겨운 봄날이여!

    “어느 계절을 가장 좋아하세요?”라고 물으면 취향은 다양하다. 하지만 춥고 지루하고 변덕스러운 겨울을 지나 맞이하는 봄은 누구나에게 포근함을 안겨준다. 봄은 희망이다. 봄은 말 그대로 봄(view)이다. 죽은 듯 보이던 대지에서 파아란 새싹이...
    Views1575
    Read More
  4. No Image

    ‘호꾸’와 ‘모난 돌’

    갑자기 중 · 고 시절 입던 교복이 생각났다. 까만색 교복에 모자까지 눌러쓰고 다녀야 하는 세월이 무려 6년이었다. 하복은 그렇다치고 동복에는 ‘호꾸’라는 것이 있었다. 하얀색 얇은 플라스틱으로 된 칼라를 목 안쪽에 장착하고 채워야...
    Views1583
    Read More
  5. No Image

    데이모스의 법칙

    삶은 생각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은 잠에서 깨어나면서 하루 종일 생각하며 산다. 과연 내 삶을 스치는 생각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말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난다”는 표현이 있다. 그렇다. 묘하게도 사람은 하루에 5만~6만 가지 생각을 한다. ...
    Views2282
    Read More
  6. No Image

    결혼하고는 완전 다른 사람이예요!

    결혼 3년 차에 접어든 새댁이라면 새댁이 내뱉은 말이다. 연애할 때는 그렇게 친절하고 매너가 좋았는데. 그래서 ‘이 남자하고 살면 마냥 행복할 줄 알았는데’ 결혼해 살아보니 “말짱 꽝”이다. 연애 할 때는 이벤트로 깜짝깜짝 놀라...
    Views2755
    Read More
  7. No Image

    H-MART에서 울다

    희한하다. 딸은 나이가 들어가며 엄마를 닮아간다. 사춘기 시절 엄마가 다그칠때면 “난 엄마처럼 안 살거야” 외쳐댔다. 그런데 지금 내 모습이 엄마를 너무도 닮았다. 아이들을 야단치며, 거친 말을 내뱉을 때 스스로 놀란다. 그렇게 듣기 싫은 ...
    Views2881
    Read More
  8. No Image

    이런 인생도 있다

    지극히 평범한, 아니 처절하리만큼 모진 삶을 살다가 미국 한복판에서 미군 고급장교로 인생을 마무리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서진규 씨의 기사를 접하고 혀를 내둘렀다. 학력이 뛰어났다든가? 어릴때부터 머리가 명석했다든가? 명문가문에서 태어난 분이 ...
    Views2412
    Read More
  9. No Image

    하트♡

    우리가 사용하는 말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사랑”이다. 사람을 사랑속에 태어나 사랑을 받고 사랑으로 양육되어진다. 간혹 어떤 분들은 “자신은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면밀히 삶을 돌이켜보면...
    Views2476
    Read More
  10. No Image

    있을 수 없는 일?

    가끔 정신이 ‘멍’해지는 뉴스를 접할때가 있다. 상상이 안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있을 수 없는일이 벌어졌다”고 말한다. 밀알선교단 창립 45주년 행사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지인과 서울을 오가다가 성수대교를...
    Views2672
    Read More
  11. No Image

    “자식”이란 이름 앞에서

    누구나 태어나면 자녀로 산다. 부모가 능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 그늘 아래에 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나이가 들어서야 깨닫게 된다. 철없이 투정을 부리고 때로는 부모의 마음을 속타게 하며 자라난다. 장성하여 부모가 되고 나면 그분들의 노고와 ...
    Views2546
    Read More
  12. No Image

    오체불만족

    일본인 ‘오토다케’는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없이 태어났다. 산모가 충격을 받을까봐 낳은 뒤 한 달 후에야 어머니와 첫 만남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그의 어머니는 놀라지도 않고 “귀여운 우리 아기”라고 말하며 아가를 끌어안는다...
    Views2533
    Read More
  13. No Image

    화장은 하루도 못가지만

    낯선 사람과 마주치며 느끼는 감정이 첫인상이다. 어떤 실험 결과에 의하면 첫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①복장(服裝) ②헤어스타일 ③얼굴 표정 ④목소리 톤, 말투 ⑤자세로 밝혀졌다. 첫인상과 관련해서 ‘6초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겨우 6...
    Views2258
    Read More
  14. No Image

    '무’(無)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한 왕이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무’(無)라고도 하고 ‘영’(靈)이라도 했다. ‘그’라고 부르기는 하겠지만 그는 남자도 여자도 아니었다. 형체도 모양도 없었다. 실제는 그의 이름도 없었다. &ls...
    Views2553
    Read More
  15. No Image

    이제, 희망을 노래하자!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펼쳐질 미지의 세계에 대해 기대감을 가진다. 더 나아지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연초에 쏟아지는 예측은 사람들의 희망을 앗아간다. 무엇보다 예민한 것은 경제전망이다. 꼭 맞아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그...
    Views2784
    Read More
  16. 윤슬 =2024년 첫 칼럼=

    아버지는 낚시를 즐기셨다. 공직생활의 여유가 생길때마다 도구를 챙겨 강을 찾았다. 지금처럼 세련된 낚시가 아닌 미끼를 끼워 힘껏 강으로 던져놓고 신호를 기다리는 “방울낚시”였다. 고기가 물리면 방울이 세차게 울린다. 아버지는 잽싸게 낚...
    Views2881
    Read More
  17. No Image

    무슨 “띠”세요?

    2023년이 가고 2024년이 밝아온다.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다가 나이를 물으면 바로 “몇살입니다.”라고 대답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대개 “저는 몇 년생입니다.”로부터 “저요? ○○ 띠입니다.”라고 해서 한참을 계산해야...
    Views2524
    Read More
  18. No Image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어느새 세월이 흘러 2023년의 끝자락이 보인다. 한해가 저물어감에 아쉬움이 밀려오지만 마음이 서럽지 않은 것은 “크리스마스”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의 축제날이다.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하나님의 아들 예...
    Views2443
    Read More
  19. No Image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

    나는 어린 시절을 시골(양평)에서 자랐다. 집 앞에 흐르는 실개천에 한여름 장마가 찾아오면 물의 깊이와 흐름이 멱감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물이 불어난 그곳에서 온 종일 아이들과 고기를 잡고 물장구를 치며 놀았다. 동네 뒤편에는 병풍을 두른 듯 동산이 ...
    Views2513
    Read More
  20. No Image

    숙명, 운명, 사명

    살아있는 사람은 다 생명을 가지고 있다. 생명, 영어로는 Life. 한문으로는 生命-분석하면 살 ‘生’ 명령 ‘命’ 풀어보면 “살아야 할 명령”이 된다. 엄마의 태로부터 태어난 그 순간부터 우리는 “살라는” 명을...
    Views262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