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161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장애우.jpg

 

 

 

장애인 호칭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혼돈을 일으킨다. 내가 어릴 때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들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장애자”에서 다듬어진 호칭은 이제는 “장애인”이라는 말로 정착을 했다. 한때는 “장애우”라는 말을 쓰기도 했다. 고상하고 정감 있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의외로 “장애우”로 부르는 것을 싫어하는 장애인들이 많다. “장애우”는 장애인이 아닌 사람이 ‘자신의 친구’라는 의미로 운동론 관점에서 붙인 말이었다. “나는 장애인이다”라고 할 수 있지만, “나는 장애우다.”라고 쓰기에는 어색한 말이다. 거기다가 한국 정서에서 손자가 할머니 장애인에게 ‘장애우’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는 지적도 상당했다.

 

그러면 장애인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소위 장애가 없는(아무 장애가 없는 사람은 없지만) 사람들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 한때는“정상인”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말은 장애인을 비정상인으로 만들어 버린다. 정상의 기준이 장애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장애인의 반대말은 비정상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이라는 단어가 훨씬 자연스럽다. 결국 이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말로 상용하고 있다.

 

그럼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눈이 안 보이는 ‘시각 장애인’의 경우 보통 “눈이 멀어 안 보인다.”는 표현을 쓴다. 이때 ‘눈이 멀다’라는 표현을 시각 장애인들이 바람직하게 생각할리 없다. 그럼에도 새 번역 성경에는 시각장애인을 “맹인”으로 기록한다. 결국“눈이 먼”이라는 표현보다는 “눈이 안 보이는”이 더 나을 듯하다. 눈뿐만 아니라 귀가 안 들리는 경우에도 “귀가 먹었다.”가 아니라 “귀가 안 들리는 청각 장애인”이라는 단어를 쓰는 게 훨씬 낫다. 사람은 누구나 장애가 있다. 눈이 잘 보이고 안 보이고의 차이,귀가 잘 들리고 안 들리고의 차이일 뿐이다.

 

이러한 단어뿐만 아니라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장면이 있다.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하는 장애인들은 한결같이 ‘착하게’ 나온다는 사실이다. 아주 거북하다. 왜 그럴까? 이것은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왜곡을 낳기 때문이었다. 장애인도 사람이다. 화가 날 때 화를 내고 짜증이 나면 짜증도 낸다. 정말 성격이 표독한 사람도 있다. 그런데 대중문화 작품에서는 항상 ‘천사표’ 같이 웃는 얼굴만 그리니 현실과는 괴리감이 느껴진다. 이해를 전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장애인은 항상 동정과 연민의 대상이 되기에 착하고 선하게만 그려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강박관념 때문이다. 그렇게 해야 비난을 피할 수 있다고 여기는지도 모른다.

 

또한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항상 장애인을 감동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종종 장애인이 역경을 극복하는 인물로 등장한다.그러나 장애인들은 역경을 항상 극복하는 존재가 아니다. 장애인에게는 늘상 장애가 있기 때문에 불편한 줄 모르고 살고 있으며,그것 자체에 이미 극복의 여지가 없다. 이 역시 장애인이 항상 연민과 시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심리에서 비롯하는 점이다.

 

상품화도 영원한 문제다. 요컨대, 장애인은 언제나 있는데,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것은 장애인의 날, 혹은 연말연시이며 다시 봄이 되면서 시들해진다. 영화 <말아톤> 성공 이후에 많은 드라마와 영화들이 장애인을 등장시켰다. 그러나 호평을 받은 작품은 적다. <맨발의 기봉이>나 <허브>도 감동의 상품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공익적이라는 <사랑의 리퀘스트>같은 프로그램은 여전히 질병, 장애, 고통을 감동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영화나 드라마속의 장애인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데 반해 현실의 장애인에게서는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해 뭐라고 해석해야 하는가?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장애인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지 모른다. 이것 또한 무서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편견처럼 무서운 것이 있을까? 그렇지 않은데 그렇게 간주하고 반응을 한다면 비극이다. 장애인은 평범한 사람이다. 모양이 다를 뿐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주고 그가 한 인격체로 살아가도록 지켜보는 것, 이것이 진정한 장애인 사랑인 것이다.


  1. 컵라면 하나 때문에 파혼

    팬데믹으로 인해 결혼식을 당초 예정일보다 5개월 늦게 치르게 된 예비 신부와 신랑. 결혼식 한 달을 앞두고 두 사람은 신혼집에 거주하면서 가구와 짐을 정리하며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주말에 신혼집을 찾은 예비 신부가 집 정리를 끝낸 시간은 자...
    Views16749
    Read More
  2. 우리 애가 장애래, 정말 낳을 거야?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 것은 모든 부부의 바램이다. 임신소식을 접하며 당사자 부부는 물론이요,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이 다 축하하며 즐거워한다. 그런데 태아에게 장애가 발견되었을때에 부부는 당황하게 된다. ‘낳아야 하나? 아니면 다른 선택을 ...
    Views16737
    Read More
  3. 반 고흐의 자화상

    누구나 숨가쁘게 삶을 달려가다가 어느 한순간 묻는 질문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애를 쓰며 살아왔을까?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화가들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면 자화상을 그린다. 뒤...
    Views16766
    Read More
  4. 버거운 이민의 삶

    교과서에서 처음 배운 미국, 스펙터클 한 허리우드 영화, ‘나성에 가면’이라는 노래로 그리던 L.A. ‘평생 한번 가볼 수나 있을까?’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뒹굴던 친구가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떠나버린 날, 강주와 나는 자취방에서 ...
    Views16823
    Read More
  5. 기찻길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자란 동네에서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접하는 것이 있다. 바닷가 근처에 살았다면 푸른 바다와 그 위를 유유히 가르며 다니는 크고 작은 배들. 비행장 근처에 살았다면 헬리콥터로부터 갖가지 모양과 크기에 비행기를 보며 살게 된다. 나...
    Views23183
    Read More
  6. “안돼” 코로나가 만든 돌봄 감옥

    코로나 19-바이러스가 덮치면서 우리 밀알선교단은 물론이요, 장애학교, 특수기관까지 문을 열지 못함으로 장애아동을 둔 가정은 날마다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복지관과 보호센터가 문을 닫은 몇 달간 발달장애인 돌봄 공백이 생기면서 ...
    Views17645
    Read More
  7. 인생은 집 짓는 것

    어쩌다 한국에 가면 좋기는 한데 불안하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정든 일가친척들이 살고 있는 곳, 그리운 친구와 지인들이 즐비한 곳, 내가 태어나고 자라나며 곳곳에 추억이 서려있는 고국이지만 일정을 감당하고 있을 뿐 편안하지는 않다. 왜일까? 내 ...
    Views18481
    Read More
  8. 그러려니하고 사시게

    대구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절친 목사에게 짧은 톡이 들어왔다. “그려려니하고 사시게”라는 글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형교회를 목회하고 있다. 부친 목사님의 연세가 금년 98세이다. “혹 무슨 화들짝 놀랄만한 일이 생기더라도...
    Views17596
    Read More
  9. 부부는 『사는 나라』가 다르다

    사람들은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 신고만 하면 부부인 줄 안다. 그것은 부부가 되기 위한 법적인 절차일 뿐이다. 오히려 결혼식 이후가 더 중요하다. 결혼식은 엄청나게 화려했는데 몇 년 살지 못해 이혼하는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가? 왜 그럴까? 남편과 아내는...
    Views18080
    Read More
  10. 다시 태어나도 어머니는 안 되고 싶다

    장애를 가지고 생(生)을 산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일이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 살아도 힘든데 장애를 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지를 당사자가 아니면 짐작하지 못한다. 나는 장애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한다. “목사님은 장애도 아니지요? ...
    Views17545
    Read More
  11. 지금 뭘 먹고 싶으세요?

    갑자기 어떤 음식이 땡길 때가 있다. 치킨, 자장면, 장터국수, 얼큰한 육개장, 국밥등. 어린 시절 방학만 하면 포천 고향 큰댁으로 향했다. 나이 차이가 나는 사촌큰형은 군 복무 중 의무병 생활을 했다. 그래서인지 동네에서 응급환자가 생기면 큰댁으로 달...
    Views17921
    Read More
  12. 인내는 기회를 만나게 된다

    건강도 기회가 있다. 젊을 때야 돌을 씹어 먹어도 소화가 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만 과식을 해도 속이 부대낀다. 그렇게 맛있던 음식이 땡기질 않는다. 지난 주간 보고 싶었던 지인과 한식당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5개월 만에 외식이었다. 얼굴이 ...
    Views18458
    Read More
  13. 오솔길

    사람은 누구나 길을 간다. 넓은 길, 좁은 길. 곧게 뻗은 길, 구부러진 길. 처음부터 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길이 생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애씀이 있었는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길의 종류는 많기도 많다. 기차가 다니는 ...
    Views19316
    Read More
  14. 백발이 되어 써보는 나의 이야기

    한동안 누구의 입에나 오르내리던 대중가요가 있다. 가수 오승근이 부른 “내 나이가 어때서”이다. “♬어느 날 우연히 거울 속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점점 희어지...
    Views18002
    Read More
  15. 말아톤

    장애아동의 삶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만든 영화제목(2005년)이다. 제목이 “말아톤”인 이유는 초원(조승우)이 일기장에 잘못 쓴 글자 때문이다. 영화 말아톤은 실제 주인공인 자폐장애 배형진이 19세 춘천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서브쓰리...
    Views18495
    Read More
  16. 이제 문이 열리려나?

    어느 건물이나 문이 있다. 문의 용도는 출입이다. 들어가고 나가는 소통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요사이 다녀보면 문이 다 닫혀있다. 상점도, 음식점도, 극장도, 심지어 열려있어야 할 교회 문도 닫힌 지 오래이다. COVID-19 때문이다. 7년 전, 집회 인도 차 ...
    Views19043
    Read More
  17. 배캠 30년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안타깝게도 음악을 접할 기회가 쉽지 않았다. TV를 틀면 다양한 음악 채널이 잡히고 유튜브를 통해 듣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듣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대였다. 길가 전파사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Views18345
    Read More
  18. 부부의 세계

    드라마 하나가 이렇게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을까? 종영이 된 지금도 <부부의 세계>는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여운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가족 드라마라 생각하고 시청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미모와 탁월한 연기력을 겸...
    Views18479
    Read More
  19. 학습장애

    사람은 다 똑같을 수 없다. 공동체에 모인 사람들은 나름대로 개성이 있고 장 · 단점이 있다. 어떤 사람은 악보를 전혀 볼 줄 모르는데 음악성이 뛰어난 사람이 있다. 그림을 배워본 적이 없는데 천재적인 작품을 그려내기도 한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
    Views19192
    Read More
  20. Small Wedding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부부의 연을 맺고 가정을 이루게 된다. 우리 세대는 결혼적령기가 일렀다. 여성의 나이가 20대 중반을 넘어서면 노처녀, 남성은 30에 이르르면 노총각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세태가 변했다. 이제는 30이 넘어도 ...
    Views1922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