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516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바램.jpg

 

 

미당 서정주 선생은 “자화상”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스믈세햇동안 나를 키운건 8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바람’을 안고 산다. 어리디 어린 아이들에게도 바람이 있다.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 하려는 바람부터 남에게 칭찬을 받고 유쾌한 삶을 살기 위한 바람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 바람에 대한 열정이 클수록 이루어지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아이들을 키워본다. “바람”에 억척스러우리만큼 매어달리는 아이가 있다. 반면 “주면 좋고 안주면 그만이고.” 성격의 아이가 있다.어릴 때는 몰랐는데 성장하면서 아이의 삶의 가치관이 극명하게 갈라지는 것을 발견한다. 바람이 지나치면 집착이 되는 위험성도 없지 않아 있지만 내가 원하는 바람(Desire)을 위해 달려가는 인생은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가? 누구에게나 바람이 있다. 하지만 세파에 시달리다보면 바람을 잃어버리고 그날이 그날 같은 맹물 같은 인생을 이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나의 바람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평생 안고 사는 바람은 “건강”인 것 같다. 온전하지 못한 신체가 정상인 아이와 같아지는 것. 하지만 그 바람은 지금도 요원하다. 그것이 장애인의 한계이다. 돌아보면 그래서인지 친구들과 뒹굴며 지내는 놀이를 많이 하며 자랐다. 요사이는 어떤 용어를 쓰는지 모르지만 우리가 어릴 때는 “가이생”을 많이 했다. “가이생”은 “회전(會戰), 즉 대규모 병력들이 격돌하는 것을 뜻”하는 일본말 “가이센”에서 유래되었다. 땅에 선을 그려놓고 편을 갈라 쳐들어가 “만세!”를 부르는 놀이였다.

 

지금 생각하면 치열하게 격돌을 했다. 길목을 막고 아예 땅 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에 상처가 나는 것도 잊은 채 방어를 했다. 무서운 기세로 돌진해 오는 아이들을 막아냈다. 하체는 부실했지만 커다랗고 힘센 두 손이 한몫을 했다. 장애를 가졌지만 아이들은 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격려해 주었다. 행복했다. 성장하면서 나의 바람은 “나도 서울 사람이 되는 것.”으로 바뀌었다.몇 년 전. 한국에 가서 내 어린 추억이 오롯이 담겨있는 경기도 양평에 서울로부터 전철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내가 어릴 때는 서울이 참 멀었다. 아마 비포장 길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양평에서 두 시간은 족히 달려야 ‘신설동 버스터미널’에 당도할 수 있었다. 하도 ‘덜컹’거려서 차멀미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서울은 화려했다. 어쩌다 서울에 오면 많은 차들과 인파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밤을 휘감는 네온사인 불빛은 내 가슴을 달뜨게 만들었다. 3· 1 빌딩, 낭만의 거리 원효로, 한강을 건너 만나는 삼각지 로터리를 지날 때면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를 흥얼거렸다. 그 바람은 고교 1학년. 우리 가족이 서울로 이사를 하면서 성취되었다. 그렇게 30년을 서울에서 살았다. 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장구한 세월이었다. 서울이 어떻게 변해갔는지를 나는 안다. 풋풋하던 서울이 도도한 도시로 변형되는 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하였다. 천덕꾸러기(?) 말죽거리와 잠실 벌판이 “강남”이라는 화려한 이름으로 변신해 가는 역사의 현장에 나는 있었다. 21세기를 살면서 “격세지감!”을 실감하는 세대가 그 시절 서울에 살던 사람들일 것이다.

 

“잘살아 보세!” 어린 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선전 문구이고 노래이다. 우리 부모들은 이런 바람으로 자식을 키웠다. 희생을 각오하고 현세의 영화(榮華)를 일구어냈다. 바람은 어느 정도 이루어 진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의 허기진 영혼은 무엇으로 메꾸어 갈꼬? 바람은 귀한 것이다. 하지만 그 방향이 성취보다 귀한 것임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나보다 우리라는 것을.


  1. 컵라면 하나 때문에 파혼

    팬데믹으로 인해 결혼식을 당초 예정일보다 5개월 늦게 치르게 된 예비 신부와 신랑. 결혼식 한 달을 앞두고 두 사람은 신혼집에 거주하면서 가구와 짐을 정리하며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주말에 신혼집을 찾은 예비 신부가 집 정리를 끝낸 시간은 자...
    Views16750
    Read More
  2. 우리 애가 장애래, 정말 낳을 거야?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 것은 모든 부부의 바램이다. 임신소식을 접하며 당사자 부부는 물론이요,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이 다 축하하며 즐거워한다. 그런데 태아에게 장애가 발견되었을때에 부부는 당황하게 된다. ‘낳아야 하나? 아니면 다른 선택을 ...
    Views16737
    Read More
  3. 반 고흐의 자화상

    누구나 숨가쁘게 삶을 달려가다가 어느 한순간 묻는 질문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애를 쓰며 살아왔을까?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화가들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면 자화상을 그린다. 뒤...
    Views16766
    Read More
  4. 버거운 이민의 삶

    교과서에서 처음 배운 미국, 스펙터클 한 허리우드 영화, ‘나성에 가면’이라는 노래로 그리던 L.A. ‘평생 한번 가볼 수나 있을까?’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뒹굴던 친구가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떠나버린 날, 강주와 나는 자취방에서 ...
    Views16823
    Read More
  5. 기찻길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자란 동네에서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접하는 것이 있다. 바닷가 근처에 살았다면 푸른 바다와 그 위를 유유히 가르며 다니는 크고 작은 배들. 비행장 근처에 살았다면 헬리콥터로부터 갖가지 모양과 크기에 비행기를 보며 살게 된다. 나...
    Views23184
    Read More
  6. “안돼” 코로나가 만든 돌봄 감옥

    코로나 19-바이러스가 덮치면서 우리 밀알선교단은 물론이요, 장애학교, 특수기관까지 문을 열지 못함으로 장애아동을 둔 가정은 날마다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복지관과 보호센터가 문을 닫은 몇 달간 발달장애인 돌봄 공백이 생기면서 ...
    Views17647
    Read More
  7. 인생은 집 짓는 것

    어쩌다 한국에 가면 좋기는 한데 불안하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정든 일가친척들이 살고 있는 곳, 그리운 친구와 지인들이 즐비한 곳, 내가 태어나고 자라나며 곳곳에 추억이 서려있는 고국이지만 일정을 감당하고 있을 뿐 편안하지는 않다. 왜일까? 내 ...
    Views18482
    Read More
  8. 그러려니하고 사시게

    대구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절친 목사에게 짧은 톡이 들어왔다. “그려려니하고 사시게”라는 글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형교회를 목회하고 있다. 부친 목사님의 연세가 금년 98세이다. “혹 무슨 화들짝 놀랄만한 일이 생기더라도...
    Views17596
    Read More
  9. 부부는 『사는 나라』가 다르다

    사람들은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 신고만 하면 부부인 줄 안다. 그것은 부부가 되기 위한 법적인 절차일 뿐이다. 오히려 결혼식 이후가 더 중요하다. 결혼식은 엄청나게 화려했는데 몇 년 살지 못해 이혼하는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가? 왜 그럴까? 남편과 아내는...
    Views18080
    Read More
  10. 다시 태어나도 어머니는 안 되고 싶다

    장애를 가지고 생(生)을 산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일이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 살아도 힘든데 장애를 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지를 당사자가 아니면 짐작하지 못한다. 나는 장애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한다. “목사님은 장애도 아니지요? ...
    Views17545
    Read More
  11. 지금 뭘 먹고 싶으세요?

    갑자기 어떤 음식이 땡길 때가 있다. 치킨, 자장면, 장터국수, 얼큰한 육개장, 국밥등. 어린 시절 방학만 하면 포천 고향 큰댁으로 향했다. 나이 차이가 나는 사촌큰형은 군 복무 중 의무병 생활을 했다. 그래서인지 동네에서 응급환자가 생기면 큰댁으로 달...
    Views17921
    Read More
  12. 인내는 기회를 만나게 된다

    건강도 기회가 있다. 젊을 때야 돌을 씹어 먹어도 소화가 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만 과식을 해도 속이 부대낀다. 그렇게 맛있던 음식이 땡기질 않는다. 지난 주간 보고 싶었던 지인과 한식당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5개월 만에 외식이었다. 얼굴이 ...
    Views18458
    Read More
  13. 오솔길

    사람은 누구나 길을 간다. 넓은 길, 좁은 길. 곧게 뻗은 길, 구부러진 길. 처음부터 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길이 생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애씀이 있었는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길의 종류는 많기도 많다. 기차가 다니는 ...
    Views19318
    Read More
  14. 백발이 되어 써보는 나의 이야기

    한동안 누구의 입에나 오르내리던 대중가요가 있다. 가수 오승근이 부른 “내 나이가 어때서”이다. “♬어느 날 우연히 거울 속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점점 희어지...
    Views18003
    Read More
  15. 말아톤

    장애아동의 삶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만든 영화제목(2005년)이다. 제목이 “말아톤”인 이유는 초원(조승우)이 일기장에 잘못 쓴 글자 때문이다. 영화 말아톤은 실제 주인공인 자폐장애 배형진이 19세 춘천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서브쓰리...
    Views18496
    Read More
  16. 이제 문이 열리려나?

    어느 건물이나 문이 있다. 문의 용도는 출입이다. 들어가고 나가는 소통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요사이 다녀보면 문이 다 닫혀있다. 상점도, 음식점도, 극장도, 심지어 열려있어야 할 교회 문도 닫힌 지 오래이다. COVID-19 때문이다. 7년 전, 집회 인도 차 ...
    Views19043
    Read More
  17. 배캠 30년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안타깝게도 음악을 접할 기회가 쉽지 않았다. TV를 틀면 다양한 음악 채널이 잡히고 유튜브를 통해 듣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듣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대였다. 길가 전파사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Views18345
    Read More
  18. 부부의 세계

    드라마 하나가 이렇게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을까? 종영이 된 지금도 <부부의 세계>는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여운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가족 드라마라 생각하고 시청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미모와 탁월한 연기력을 겸...
    Views18481
    Read More
  19. 학습장애

    사람은 다 똑같을 수 없다. 공동체에 모인 사람들은 나름대로 개성이 있고 장 · 단점이 있다. 어떤 사람은 악보를 전혀 볼 줄 모르는데 음악성이 뛰어난 사람이 있다. 그림을 배워본 적이 없는데 천재적인 작품을 그려내기도 한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
    Views19192
    Read More
  20. Small Wedding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부부의 연을 맺고 가정을 이루게 된다. 우리 세대는 결혼적령기가 일렀다. 여성의 나이가 20대 중반을 넘어서면 노처녀, 남성은 30에 이르르면 노총각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세태가 변했다. 이제는 30이 넘어도 ...
    Views1922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