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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3 12:29

반말 & 존댓말 9/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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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말 & 존댓말.jpg

 

 

사람은 만나면 말을 한다. 말을 많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과할 정도로 말수가 적은 사람이 있다. 그래서 대화가 되는 것 같다. 말 많은 사람끼리 만나면 서로 말을 잘라버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말이 없는 사람끼리 만나면 분위기 조성이 어렵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정말 말이 없다. 특별히 처음 만나는 사람 앞에서는 아예 입에 지퍼를 단 듯 입을 열지 않는다. 결혼을 한 후에 처갓집에 가게 되었다. 하도 말이 없으니까 장모님이 신부에게 묻더란다. “얘야, 송 서방은 왜 저리 화가 났냐?” 당황한 신부가 “아냐, 엄마. 저 사람은 원래 저렇게 말이 없어요!” 말이 너무 없으면 마치 뭔가 불만이 있는 것처럼 오해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친구가 나를 만나면 봇물 터지듯 이야기를 쏟아낸다. 결국 사람은 말을 안 하고는 못사는 존재라는 것이다. 말은 너무 많아도 탈이고 적어도 문제다. 성경은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와 성내기도 더디 하라!”(약 1:19)고 충고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꾸로 산다. 사람들은 마음에 담겨있는 말을 끄집어내느라 오늘도 바쁘다. 미혼 자매들 중에 말 많은 남자를 좋아하는 자매는 거의 없다. 듬직하고 필요한 말만하는 남자에게 끌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말없는 사나이가 ‘얼마나 속을 터지게 한다.’는 것을 막상 결혼을 하고야 깨닫게 된다.

 

우리나라 속담에 “말은 해야 맛이고, 고기는 씹어야 맛이다.”가 있다. 의사표현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기에 비겨 표현한다. 입의 대표적 기능은 말을 하는 것이다. 지난 여름, 공교롭게도 아주 가까이 지내는 두 분이 뇌졸중으로 입원해 계시다. 한분은 팔다리는 제대로 쓰지 못하시지만 말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심방을 가도 예배를 드리고 대화를 나누면 마음이 편하다. 그런데 한분은 거동은 가능하신데 말씀을 못하신다. “저, 이재철 목사예요. 알아보시겠어요?” 물어도 가만히 쳐다만 보실 뿐 말이 없다. 안타깝다. 속히 말문이 열리기를 기도하고 있다.

 

말을 하는 것과 음식물을 섭취하는 기능이 입이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미국의 정치가들은 말을 잘한다. 특히 역대 대통령 중에 위기의 순간에 연설 하나로 국민들의 의식을 바꾸어 상황을 역전시킨 명장들이 수두룩하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어떤가? 참 말을 못한다. 누구 하나 국민의 심금을 울리는 언어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없다. “말하는 것과 먹는 것” 이 두 가지 기능을 제대로 해야 사람 노릇을 할 수 있다. 침묵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표현력이 개인과 나라의 운명을 바꾸어 놓는 것이다.

 

말에는 반말과 존댓말이 있다. 물론 존댓말을 쓰는 것이 좋다. 그런데 기분 좋은 반말이 있고, 기분 나쁜 존댓말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내게 상담을 가르치신 은사 “정태기 교수님”은 나를 만나면 반말을 하신다. 너무 좋다. 목사 호칭도 안하신다. 게다가 성도 빼고 내 이름만 부르신다. “재철이!” 전라도 말투의 그 음성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반면, 꼭 존댓말을 하는 대학 선배 목사님이 있다. 함께 밀알사역을 하는데 그분은 절대 어린 단장에게도 말을 놓는 법이 없다. 인품이 훌륭해 보인다. 그런데 어떨 때는 거부감이 느껴진다. ‘거기까지만 오라’는 묵시적 경고처럼 느껴져서 이다.

 

내가 아는 젊은 부부는 서로 존댓말을 쓴다. 의아해서 물었더니 “우리는 동갑내기라.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서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참 지혜로워 보였다. 그러고 보면 말을 많이 하고 적게 하는 것처럼 반말과 존댓말을 조화롭게 쓰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문제는 나다. 나는 조금만 친해지면 반말이 절로 나온다. 나이와 관계가 없다. 그래서 나는 결코 인격적인 목사가 아님을 안다. 매일 기도를 하는데 이것은 생각처럼 안 된다.

 

‘소향’을 만났을 때도, ‘바다’를 만났을 때도 여전히 반말이었다. 헤어질 때에 말했다. “미안해. 나는 인격적이질 못한가봐” 그들은 말했다. “아녜요. 절대 고치지 마세요. 그게 목사님 매력이예요.” 으잉! 그래서 나는 오늘도 주로 반말을 한다. 도대체 나는 어째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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