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12.08 20:18

아버지의 시선 11/13/15

조회 수 6938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아버지.jpg

 

나의 아버지는 엄한 분이였고 항상 어려웠다. 동리 분들과 어울리실 때는 퍽 다정다감한 것 같은데 자식들 앞에서는 무표정이셨다. 그것이 사춘기시절에는 못 마땅했다. 이유 없는 반항을 하며 대들어보기도 했지만 아버지는 요지부동이셨다. 나이가 들어가며 아버지가 결코 아들을 소홀히 한분이 아님을 알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내 나이 20대 초반, 아버지는 그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으신 채 먼 길을 떠나셨다.

 

희한하게 그때부터 ‘새록새록’ 기억나는 아버지의 시선을 되새기며 눈물을 훔쳐야 했다. 표현을 안 하셨을 뿐이지 장애를 가진 아들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끼셨던 분이었음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깨달았던 것이다. 엄마는 눈에 보이게 자식을 사랑한다. 아버지는 저만치에서 지긋이 자식을 바라보며 사랑한다. 세월이 지나며 깨닫는 것은 아버지의 사랑이 엄마의 사랑보다 더 깊고 지극하다는 사실이다.

 

“김한석”이란 개그맨이 있다. 오래전에 “이상아”라는 유명 배우와 결혼을 해서 행복했는데 어찌어찌 일이 꼬여 두 사람의 갈등은 깊어지고 결국 이혼을 하게 된다. 그 와중에 매스컴을 통해 “김한석”은 파렴치한 사람으로 매도된다. 공인이 온갖 추문에 몰려 이혼을 했으니 딱히 할 일이 없는 백수신세가 되었다. 김한석은 아버지에게 “배추장사를 하려니 트럭을 하나 사 주세요.”라고 청을 하게 된다. 아버지는 아들의 말을 들으셨는지 못 들으셨는지 아들에게 중고차를 내어주며 “네가 수십년 쌓아놓은 연예계 생활을 이렇게 포기하려 하느냐? 나가서 네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을 해봐라.” 말씀하셨다.

 

김한석은 차를 몰고 1주일을 쏘다니게 된다. 친분이 있는 방송국 PD를 만나 부탁을 하지만 이미지가 실추한 그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돌아올 뿐이었다. 그런 와중에 마지막으로 “밤무대에 출연해 달라.”는 연락이 오게 된다. 기름 값도 없이 궁핍해진 그에게는 희소식이었다. 드디어 첫무대에 올라 “안녕하세요. 김한석입니다. 즐거운 시간을 가지십시오.”라는 첫 멘트를 하자마자 아줌마 부대들이 다 일어나서 나온다. 안주, 과일, 컵을 들고 나와 무대에 선 김한석에게 던지면서 “너는 나쁜 놈이다. 죽인다.”며 난리가 났다. 옷은 이미 엉망진창이 되었다.

 

낙심하고 집에 박혀있는데 밤업소 사장에게서 3일 만에 다시 전화가 걸려온다. “계속 나와 달라.”는 부탁이었다. 가보니 “김한석이 온다.”고 손님이 미어졌다. 김한석이 봉변을 당하던 말건 매상과 매출이 오르니 사장은 ‘좋아라!’ 했던 것이다. 여전히 무대에 오르면 오물이 날아왔다. 손님들이 던진 과일에 맞아 와이셔츠가 더럽혀 지는 수모는 여전히 계속되었다. ‘이러면서 꼭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다다르자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결심을 하고 차를 몰아 한강 쪽으로 내달렸다. 액셀레이터를 밟아 강으로 처박혀 자살을 하려고 결심한 것이다. 그 찰라에 김한석의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한석아! 왜 안 들어 오냐? 지금 어디 있냐? 아들아 어디에 있니? 보고 싶다.” 아버지의 음성이 한석의 마음을 고쳐먹게 한다. 그때부터 적극적인 삶을 살기 시작한다.무대에서 죽기로 결심을 한다. 여전히 무대에 서면 오물이 날아왔다. “자∽ 던지세요. 지금은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입니다.” 어떨 때는 컵이 날아온다. 컵에 맞으면 아팠지만 “잘 던져주세요”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게 노력을 한 결과 1년 만에 통장에 돈이 모여 일산에 있는 아파트를 사게 된다. 김한석은 부모님을 새로 산 집에 모시고 간다. “아버님, 어머님. 이 아파트가 제가 일년동안 고생해서 모아 산집입니다.” 평소에 표현력이 없는 아버지가 조용히 아들에게 다가선다. 아들을 안아주며 “아들아,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한석은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한참을 울었다.

 

김한석은 지금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왕성한 연예활동을 하고 있다. 인생은 고비를 넘어가면 밝은 빛이 찾아온다. 아버지는 지금도 기대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계시다. 아버지의 따뜻한 시선을 받으며 사는 사람은 복된 인생이다.


  1. 컵라면 하나 때문에 파혼

    팬데믹으로 인해 결혼식을 당초 예정일보다 5개월 늦게 치르게 된 예비 신부와 신랑. 결혼식 한 달을 앞두고 두 사람은 신혼집에 거주하면서 가구와 짐을 정리하며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주말에 신혼집을 찾은 예비 신부가 집 정리를 끝낸 시간은 자...
    Views16781
    Read More
  2. 우리 애가 장애래, 정말 낳을 거야?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 것은 모든 부부의 바램이다. 임신소식을 접하며 당사자 부부는 물론이요,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이 다 축하하며 즐거워한다. 그런데 태아에게 장애가 발견되었을때에 부부는 당황하게 된다. ‘낳아야 하나? 아니면 다른 선택을 ...
    Views16789
    Read More
  3. 반 고흐의 자화상

    누구나 숨가쁘게 삶을 달려가다가 어느 한순간 묻는 질문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애를 쓰며 살아왔을까?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화가들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면 자화상을 그린다. 뒤...
    Views16814
    Read More
  4. 버거운 이민의 삶

    교과서에서 처음 배운 미국, 스펙터클 한 허리우드 영화, ‘나성에 가면’이라는 노래로 그리던 L.A. ‘평생 한번 가볼 수나 있을까?’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뒹굴던 친구가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떠나버린 날, 강주와 나는 자취방에서 ...
    Views16856
    Read More
  5. 기찻길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자란 동네에서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접하는 것이 있다. 바닷가 근처에 살았다면 푸른 바다와 그 위를 유유히 가르며 다니는 크고 작은 배들. 비행장 근처에 살았다면 헬리콥터로부터 갖가지 모양과 크기에 비행기를 보며 살게 된다. 나...
    Views23214
    Read More
  6. “안돼” 코로나가 만든 돌봄 감옥

    코로나 19-바이러스가 덮치면서 우리 밀알선교단은 물론이요, 장애학교, 특수기관까지 문을 열지 못함으로 장애아동을 둔 가정은 날마다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복지관과 보호센터가 문을 닫은 몇 달간 발달장애인 돌봄 공백이 생기면서 ...
    Views17670
    Read More
  7. 인생은 집 짓는 것

    어쩌다 한국에 가면 좋기는 한데 불안하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정든 일가친척들이 살고 있는 곳, 그리운 친구와 지인들이 즐비한 곳, 내가 태어나고 자라나며 곳곳에 추억이 서려있는 고국이지만 일정을 감당하고 있을 뿐 편안하지는 않다. 왜일까? 내 ...
    Views18504
    Read More
  8. 그러려니하고 사시게

    대구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절친 목사에게 짧은 톡이 들어왔다. “그려려니하고 사시게”라는 글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형교회를 목회하고 있다. 부친 목사님의 연세가 금년 98세이다. “혹 무슨 화들짝 놀랄만한 일이 생기더라도...
    Views17631
    Read More
  9. 부부는 『사는 나라』가 다르다

    사람들은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 신고만 하면 부부인 줄 안다. 그것은 부부가 되기 위한 법적인 절차일 뿐이다. 오히려 결혼식 이후가 더 중요하다. 결혼식은 엄청나게 화려했는데 몇 년 살지 못해 이혼하는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가? 왜 그럴까? 남편과 아내는...
    Views18112
    Read More
  10. 다시 태어나도 어머니는 안 되고 싶다

    장애를 가지고 생(生)을 산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일이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 살아도 힘든데 장애를 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지를 당사자가 아니면 짐작하지 못한다. 나는 장애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한다. “목사님은 장애도 아니지요? ...
    Views17566
    Read More
  11. 지금 뭘 먹고 싶으세요?

    갑자기 어떤 음식이 땡길 때가 있다. 치킨, 자장면, 장터국수, 얼큰한 육개장, 국밥등. 어린 시절 방학만 하면 포천 고향 큰댁으로 향했다. 나이 차이가 나는 사촌큰형은 군 복무 중 의무병 생활을 했다. 그래서인지 동네에서 응급환자가 생기면 큰댁으로 달...
    Views17951
    Read More
  12. 인내는 기회를 만나게 된다

    건강도 기회가 있다. 젊을 때야 돌을 씹어 먹어도 소화가 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만 과식을 해도 속이 부대낀다. 그렇게 맛있던 음식이 땡기질 않는다. 지난 주간 보고 싶었던 지인과 한식당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5개월 만에 외식이었다. 얼굴이 ...
    Views18490
    Read More
  13. 오솔길

    사람은 누구나 길을 간다. 넓은 길, 좁은 길. 곧게 뻗은 길, 구부러진 길. 처음부터 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길이 생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애씀이 있었는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길의 종류는 많기도 많다. 기차가 다니는 ...
    Views19360
    Read More
  14. 백발이 되어 써보는 나의 이야기

    한동안 누구의 입에나 오르내리던 대중가요가 있다. 가수 오승근이 부른 “내 나이가 어때서”이다. “♬어느 날 우연히 거울 속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점점 희어지...
    Views18021
    Read More
  15. 말아톤

    장애아동의 삶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만든 영화제목(2005년)이다. 제목이 “말아톤”인 이유는 초원(조승우)이 일기장에 잘못 쓴 글자 때문이다. 영화 말아톤은 실제 주인공인 자폐장애 배형진이 19세 춘천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서브쓰리...
    Views18521
    Read More
  16. 이제 문이 열리려나?

    어느 건물이나 문이 있다. 문의 용도는 출입이다. 들어가고 나가는 소통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요사이 다녀보면 문이 다 닫혀있다. 상점도, 음식점도, 극장도, 심지어 열려있어야 할 교회 문도 닫힌 지 오래이다. COVID-19 때문이다. 7년 전, 집회 인도 차 ...
    Views19066
    Read More
  17. 배캠 30년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안타깝게도 음악을 접할 기회가 쉽지 않았다. TV를 틀면 다양한 음악 채널이 잡히고 유튜브를 통해 듣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듣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대였다. 길가 전파사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Views18371
    Read More
  18. 부부의 세계

    드라마 하나가 이렇게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을까? 종영이 된 지금도 <부부의 세계>는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여운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가족 드라마라 생각하고 시청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미모와 탁월한 연기력을 겸...
    Views18500
    Read More
  19. 학습장애

    사람은 다 똑같을 수 없다. 공동체에 모인 사람들은 나름대로 개성이 있고 장 · 단점이 있다. 어떤 사람은 악보를 전혀 볼 줄 모르는데 음악성이 뛰어난 사람이 있다. 그림을 배워본 적이 없는데 천재적인 작품을 그려내기도 한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
    Views19225
    Read More
  20. Small Wedding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부부의 연을 맺고 가정을 이루게 된다. 우리 세대는 결혼적령기가 일렀다. 여성의 나이가 20대 중반을 넘어서면 노처녀, 남성은 30에 이르르면 노총각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세태가 변했다. 이제는 30이 넘어도 ...
    Views1925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