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6.05.07 09:54

가시고기의 사랑

조회 수 7778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부자.jpg

 

 

 오래전 조창인의 소설 ‘가시고기’가 많은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가시고기는 특이한 고기이다. 엄마 고기가 알을 낳고 그냥 떠나 버리면 아빠 고기가 생명을 걸고 알을 지킨다. 그 후 새끼가 깨어나면 새끼는 아빠의 고생도 모르고 훌쩍 떠나버린다. 결국 아빠 가시고기는 스스로 바위에 머리를 박고 죽는데 그런 가시고기의 모습이 소설 속에 잘 나타나 있다. “가시고기?” 겉표지에 적혀있는 제목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도 특이했기 때문이다. 그 막연한 의문은 책을 읽어가며 ‘감동’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아버지 정호연에게는 백혈병에 시달리는 10살 된 ‘다움이’가 있다. <가시고기>는 천진난만한 소년 “다움이”와 그 아들을 놓지 못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정호연은 ‘다움이’의 담당 의사로부터 “약물과 방사선치료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고, 유일한 방법은 골수이식 밖에 없다.”는 말을 듣는다. 그는 가난한 시인으로 아들의 치료비와 입원비를 감당하기에는 모든 것이 버겁다. 아들의 차도를 바라던 아버지는 포기하는 단계에 빠지게 된다.

 

 결국 아버지와 아들은 ‘사락골’이라는 산골짜기에서 기나긴 휴식에 들어간다. 희한하게 다움의 병세는 호전된다. 다움이는 병이 완쾌된 줄 알고 마냥 즐거워한다. 그것은 강한 항암제 투여 효과였다. 자식을 속이고 있는 아버지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아픔들을 억지로 삼키고 만다. 기뻐하며 행복해하는 다움이에게 진실을 이야기해 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다움이는 건강을 되찾는 듯 보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한 달간에 행복을 가슴속에 지닌 채 다움이는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아들의 병은 더욱 심해졌다. 다행히 다움이에게 맞는 골수 이식자인 일본여인을 만나게 되었지만 문제는 엄청난 수술비였다. 고민 끝에 자식 살릴 욕심으로 아빠는 신장을 팔아 수술비를 마련키로 했다. 병원비 4000만원 중 1000만원은 아픈 아이를 주제로 시집창간을 권했던 출판사에서 해결해 주었고, 3000만원은 자신의 ‘신장’을 팔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병원에서 검사를 받다가 이미 ‘간암 말기’로 6개월밖에 살수 없다는 뜻밖에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하지만 그는 각막을 팔아 병원비를 충당하고 한쪽 눈을 실명한다.

 

 우여곡절 끝에 다움이는 완치된다. 다움이는 결국 엄마를 따라 프랑스로 가게 된다. 반면 점점 쇠약해져가는 아버지의 증세. 다움이는 “떠나기 전에 아빠를 만나야 한다.”고 떼를 쓴다. 만남을 허락하지만 그는 흉한 몸을 감추려 했다. 자식에게 처진 어깨를 보여주기 싫어서였을까? 정호연은 가로등 불빛을 등지고 앉아 다움이가 오기를 기다린다. 마침내 다움이가 찾아온다. 으스러지도록 안아주고 싶은 아들에게 아버지는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소리친다. 그리고는 모진말로 “아버지를 잊으라!”고 말한다. 결국 다움이는 울며 뛰쳐나가고 시야에서 이내 멀어졌다. 아이를 떠나보내고 ‘다움이가 잘 도착했는지? 비행기에서 멀미는 안했는지?’ 걱정하며 시간을 보내는 장면에서 참았던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참 세상에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불행이 겹쳐지면 체념보다는 분노가 올라온다는 것을 겪어본 사람은 안다. 아들을 병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주인공 정호연의 헌신적인 사랑과 노력이 삶을 깊이 돌아보게 한다. 그 고통 속에서도 아버지의 아픔은 그것이었다. ‘다움이 대신에 나였더라면…’ 이것은 정호연 뿐 아니라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부모들의 심정이리라. 보통 소설에는 모성애가 모토를 이룬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절절한 부성애가 시냇물처럼 흐른다.

 

 프랑스로 자식을 보낸 가시고기 아빠 정호연, 그는 병세가 악화되고 시골 한 폐교에서 아름다웠던 삶의 막을 내리며 숨을 거둔다. 프랑스에 있는 다움이는 아빠가 하늘나라로 간지도 모르고 늘 아빠를 기다리는 것이 이 책에 마지막 장면이다. 아버지가 마지막 남긴 말 “사람은 말이야. 그 아이를 남겨 놓은 이상 죽어도 아주 죽는 게 아니래…”


  1. 그것만이 내 세상

    우리 밀알선교단에는 다수의 장애인들과 장애아동들이 있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아울러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는 것도 삶이 평탄하지 않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18년 전, 밀알선교단 단장으로 부임하였을때에 전신마비 장애인이 ...
    Views17290
    Read More
  2. 그 애와 나랑은

    갑자기 그 애가 생각났다. 아무것도 모른 채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진학의 꿈을 향해 달리던 그때, 그 애가 나타났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서 전근을 자주 다니던 아버지(경찰)는 4살 위 누이와 자취를 하게 했다. 그 시대는 중학교도 시험을 쳐서 들어가던...
    Views17416
    Read More
  3. 창문과 거울

    집의 경관을 창문이 좌우한다. 창문의 모양과 방향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장면은 시야로 흡수되고 느낌을 풍성히 움직인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통유리가 있는 집에 살고 싶었다. 창을 통해 시원하게 펼쳐진 정원을 바라보는 것이 ...
    Views17971
    Read More
  4. 나무야, 나무야

    초등학교 1학년. 당시 아버지는 경기도 양평 지제(지평)지서에 근무중이셨다. 이제 겨우 입학을 하고 학교생활에 흥미를 가지게 될 5월초였다. 방과 후 집에 돌아와 친구랑 자치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나타나셨다. 그 시간이면 한창 근무할 때인...
    Views18048
    Read More
  5. 컵라면 하나 때문에 파혼

    팬데믹으로 인해 결혼식을 당초 예정일보다 5개월 늦게 치르게 된 예비 신부와 신랑. 결혼식 한 달을 앞두고 두 사람은 신혼집에 거주하면서 가구와 짐을 정리하며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주말에 신혼집을 찾은 예비 신부가 집 정리를 끝낸 시간은 자...
    Views18051
    Read More
  6. 우리 애가 장애래, 정말 낳을 거야?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 것은 모든 부부의 바램이다. 임신소식을 접하며 당사자 부부는 물론이요,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이 다 축하하며 즐거워한다. 그런데 태아에게 장애가 발견되었을때에 부부는 당황하게 된다. ‘낳아야 하나? 아니면 다른 선택을 ...
    Views17918
    Read More
  7. 반 고흐의 자화상

    누구나 숨가쁘게 삶을 달려가다가 어느 한순간 묻는 질문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애를 쓰며 살아왔을까?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화가들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면 자화상을 그린다. 뒤...
    Views18056
    Read More
  8. 버거운 이민의 삶

    교과서에서 처음 배운 미국, 스펙터클 한 허리우드 영화, ‘나성에 가면’이라는 노래로 그리던 L.A. ‘평생 한번 가볼 수나 있을까?’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뒹굴던 친구가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떠나버린 날, 강주와 나는 자취방에서 ...
    Views18132
    Read More
  9. 기찻길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자란 동네에서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접하는 것이 있다. 바닷가 근처에 살았다면 푸른 바다와 그 위를 유유히 가르며 다니는 크고 작은 배들. 비행장 근처에 살았다면 헬리콥터로부터 갖가지 모양과 크기에 비행기를 보며 살게 된다. 나...
    Views24617
    Read More
  10. “안돼” 코로나가 만든 돌봄 감옥

    코로나 19-바이러스가 덮치면서 우리 밀알선교단은 물론이요, 장애학교, 특수기관까지 문을 열지 못함으로 장애아동을 둔 가정은 날마다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복지관과 보호센터가 문을 닫은 몇 달간 발달장애인 돌봄 공백이 생기면서 ...
    Views18878
    Read More
  11. 인생은 집 짓는 것

    어쩌다 한국에 가면 좋기는 한데 불안하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정든 일가친척들이 살고 있는 곳, 그리운 친구와 지인들이 즐비한 곳, 내가 태어나고 자라나며 곳곳에 추억이 서려있는 고국이지만 일정을 감당하고 있을 뿐 편안하지는 않다. 왜일까? 내 ...
    Views19746
    Read More
  12. 그러려니하고 사시게

    대구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절친 목사에게 짧은 톡이 들어왔다. “그려려니하고 사시게”라는 글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형교회를 목회하고 있다. 부친 목사님의 연세가 금년 98세이다. “혹 무슨 화들짝 놀랄만한 일이 생기더라도...
    Views18726
    Read More
  13. 부부는 『사는 나라』가 다르다

    사람들은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 신고만 하면 부부인 줄 안다. 그것은 부부가 되기 위한 법적인 절차일 뿐이다. 오히려 결혼식 이후가 더 중요하다. 결혼식은 엄청나게 화려했는데 몇 년 살지 못해 이혼하는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가? 왜 그럴까? 남편과 아내는...
    Views19246
    Read More
  14. 다시 태어나도 어머니는 안 되고 싶다

    장애를 가지고 생(生)을 산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일이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 살아도 힘든데 장애를 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지를 당사자가 아니면 짐작하지 못한다. 나는 장애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한다. “목사님은 장애도 아니지요? ...
    Views18664
    Read More
  15. 지금 뭘 먹고 싶으세요?

    갑자기 어떤 음식이 땡길 때가 있다. 치킨, 자장면, 장터국수, 얼큰한 육개장, 국밥등. 어린 시절 방학만 하면 포천 고향 큰댁으로 향했다. 나이 차이가 나는 사촌큰형은 군 복무 중 의무병 생활을 했다. 그래서인지 동네에서 응급환자가 생기면 큰댁으로 달...
    Views19086
    Read More
  16. 인내는 기회를 만나게 된다

    건강도 기회가 있다. 젊을 때야 돌을 씹어 먹어도 소화가 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만 과식을 해도 속이 부대낀다. 그렇게 맛있던 음식이 땡기질 않는다. 지난 주간 보고 싶었던 지인과 한식당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5개월 만에 외식이었다. 얼굴이 ...
    Views19710
    Read More
  17. 오솔길

    사람은 누구나 길을 간다. 넓은 길, 좁은 길. 곧게 뻗은 길, 구부러진 길. 처음부터 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길이 생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애씀이 있었는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길의 종류는 많기도 많다. 기차가 다니는 ...
    Views20498
    Read More
  18. 백발이 되어 써보는 나의 이야기

    한동안 누구의 입에나 오르내리던 대중가요가 있다. 가수 오승근이 부른 “내 나이가 어때서”이다. “♬어느 날 우연히 거울 속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점점 희어지...
    Views18998
    Read More
  19. 말아톤

    장애아동의 삶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만든 영화제목(2005년)이다. 제목이 “말아톤”인 이유는 초원(조승우)이 일기장에 잘못 쓴 글자 때문이다. 영화 말아톤은 실제 주인공인 자폐장애 배형진이 19세 춘천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서브쓰리...
    Views19487
    Read More
  20. 이제 문이 열리려나?

    어느 건물이나 문이 있다. 문의 용도는 출입이다. 들어가고 나가는 소통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요사이 다녀보면 문이 다 닫혀있다. 상점도, 음식점도, 극장도, 심지어 열려있어야 할 교회 문도 닫힌 지 오래이다. COVID-19 때문이다. 7년 전, 집회 인도 차 ...
    Views1997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