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3954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다정한 부부.jpg

 

  처음 L.A.에 이민을 와서 유학생 가족과 가까이 지낸 적이 있다. 신랑은 남가주대학(U.S.C.)공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고, 세 살 된 아들이 하나 있었다. 아이 엄마는 연신 남편을 향해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지금과 달라서 그때는 아주 그 말이 귀에 거슬렸다. 하루는 조용히 물었다. “현주 자매! 자매에게 영준 형제가 오빠이면, 아들과는 어떤 관계가 되는 거야?” 심각하게 물었는데 자매는 웃으며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대수롭지 않게 대답을 한다. 워낙 쿨한 성격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오히려 내가 머쓱해졌다.

 

  이제는 그 호칭이 일반화되어 버린 것 같다. 내가 대학을 다닐 때는 여학생들이 !”이라고 부르는 것이 유행이었다. “이라는 호칭은 말 그대로 남자 형제끼리의 호칭인데 자매가 선배 남학생을 부를 때 이라고 불렀다. 다시 돌아와서 아내가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면 촌수가 상당히 복잡 해 진다. 그런데 신세대들은 당연 한 듯 남편을 향해 오빠라고 부르며 살고 있다. 남편하고 살아야 하는데 오빠하고 사니 사회가 복잡 해 지는 것이 아닐까? 언어에는 우리가 상상 할 수 없는 능력이 숨어있다.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보통 우리는 부부를 부를 때 여보라고 부른다. 나도 아내를 부를 때 여보라는 말을 많이 썼다. 그런데 여보여보세요의 준말이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호칭이다. 한 가정을 이루고 살면서도 여전히 여보세요라고 부르는 것은 제 삼자로 생각하며 산다는 의미가 된다. 너무 극단적인 해석 같지만 한번은 돌아보아야할 필요가 있다. 어떤 사모님은 남편을 계속 목사님이라고 부른다. 어떤 사모님은 평상시에는 여보라고 부르다가 기분이 나쁘면 목사님이라고 부른다나. 목사님은 교회에서나 목사님이지 부부간에 "목사님으로 부른다면 사모님은 평신도 일까? 아니면 사찰일까?

 

  어떤 부부는 자기라고 부른다. 자기? 그것은 어떤 의미일까? 남편과 아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Identity)을 찾는다는 의미일까? 그러니 서로의 관계가 피곤 해 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어떤 분은 남편을 김 서방이라고 부른다. 남편의 안부를 물으면 자연스럽게 우리 김 서방이요? 요즘 너무 바빠요라고 대답한다. 그 분은 서방님하고 사는 모양이다. 어떤 자매는 계속해서 남편을 아빠라고 부른다. 물론 아이들 아빠라는 의미이겠지만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이 호칭은 심각 해 진다. 어떤 남편은 아내를 베이비라고 부른다. 미국 냄새가 나는데 아내가 아닌 베이비하고 살려니 그 고충이 얼마나 심하겠는가?

 

  내가 아는 분은 아예 아내의 이름을 부른다. 민망하리만큼, 마치 대학생 커플처럼 불러댄다. 한편으로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나이가 들어도 서로의 이름을 부른 다는 것은 아름답게 느껴진다. 항상 청년 같은 기분을 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씨자()를 넣으면 회사 같은 기분이 드니까 빼면 좋겠고, 머리에 흰 꽃이 피어도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존경하는 마음으로 산다면 행복한 부부가 아닐까? 하지만 조사에 따르면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부부는 11% 정도란다. 그러니까 열 명중 한명인 셈이다.

 

  우리 부부도 10여 년 전부터 호칭을 바꿨다. “허니.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다. 그러면 허니달링은 어떻게 다를까? “허니는 보통 자기의 아내나 남편 또는 애인이나 자녀에 대한 호칭이다. 반면 달링은 나이를 묻지 않고 가장 사랑하거나 귀여워하는 사람을 부를 때에 사용한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나 동물까지도 포함해서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우리부부만이 아니라 서로를 “Honey!”라고 부르는 부부가 종종 있는 것 같다.

 

  이글을 읽으시는 분은 남편(아내)를 어떻게 부르시는지 궁금한 마음이 있다. 너무 획기적인 변화는 건강에 해로운 법. 부부간의 호칭을 점검하고 애정이 솟아 날뿐 아니라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호칭으로 바꾸어 보시기를 권해보고 싶다.

 

 

 


  1. 그것만이 내 세상

    우리 밀알선교단에는 다수의 장애인들과 장애아동들이 있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아울러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는 것도 삶이 평탄하지 않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18년 전, 밀알선교단 단장으로 부임하였을때에 전신마비 장애인이 ...
    Views17452
    Read More
  2. 그 애와 나랑은

    갑자기 그 애가 생각났다. 아무것도 모른 채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진학의 꿈을 향해 달리던 그때, 그 애가 나타났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서 전근을 자주 다니던 아버지(경찰)는 4살 위 누이와 자취를 하게 했다. 그 시대는 중학교도 시험을 쳐서 들어가던...
    Views17587
    Read More
  3. 창문과 거울

    집의 경관을 창문이 좌우한다. 창문의 모양과 방향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장면은 시야로 흡수되고 느낌을 풍성히 움직인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통유리가 있는 집에 살고 싶었다. 창을 통해 시원하게 펼쳐진 정원을 바라보는 것이 ...
    Views18065
    Read More
  4. 나무야, 나무야

    초등학교 1학년. 당시 아버지는 경기도 양평 지제(지평)지서에 근무중이셨다. 이제 겨우 입학을 하고 학교생활에 흥미를 가지게 될 5월초였다. 방과 후 집에 돌아와 친구랑 자치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나타나셨다. 그 시간이면 한창 근무할 때인...
    Views18149
    Read More
  5. 컵라면 하나 때문에 파혼

    팬데믹으로 인해 결혼식을 당초 예정일보다 5개월 늦게 치르게 된 예비 신부와 신랑. 결혼식 한 달을 앞두고 두 사람은 신혼집에 거주하면서 가구와 짐을 정리하며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주말에 신혼집을 찾은 예비 신부가 집 정리를 끝낸 시간은 자...
    Views18107
    Read More
  6. 우리 애가 장애래, 정말 낳을 거야?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 것은 모든 부부의 바램이다. 임신소식을 접하며 당사자 부부는 물론이요,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이 다 축하하며 즐거워한다. 그런데 태아에게 장애가 발견되었을때에 부부는 당황하게 된다. ‘낳아야 하나? 아니면 다른 선택을 ...
    Views18090
    Read More
  7. 반 고흐의 자화상

    누구나 숨가쁘게 삶을 달려가다가 어느 한순간 묻는 질문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애를 쓰며 살아왔을까?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화가들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면 자화상을 그린다. 뒤...
    Views18164
    Read More
  8. 버거운 이민의 삶

    교과서에서 처음 배운 미국, 스펙터클 한 허리우드 영화, ‘나성에 가면’이라는 노래로 그리던 L.A. ‘평생 한번 가볼 수나 있을까?’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뒹굴던 친구가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떠나버린 날, 강주와 나는 자취방에서 ...
    Views18222
    Read More
  9. 기찻길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자란 동네에서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접하는 것이 있다. 바닷가 근처에 살았다면 푸른 바다와 그 위를 유유히 가르며 다니는 크고 작은 배들. 비행장 근처에 살았다면 헬리콥터로부터 갖가지 모양과 크기에 비행기를 보며 살게 된다. 나...
    Views24709
    Read More
  10. “안돼” 코로나가 만든 돌봄 감옥

    코로나 19-바이러스가 덮치면서 우리 밀알선교단은 물론이요, 장애학교, 특수기관까지 문을 열지 못함으로 장애아동을 둔 가정은 날마다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복지관과 보호센터가 문을 닫은 몇 달간 발달장애인 돌봄 공백이 생기면서 ...
    Views18956
    Read More
  11. 인생은 집 짓는 것

    어쩌다 한국에 가면 좋기는 한데 불안하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정든 일가친척들이 살고 있는 곳, 그리운 친구와 지인들이 즐비한 곳, 내가 태어나고 자라나며 곳곳에 추억이 서려있는 고국이지만 일정을 감당하고 있을 뿐 편안하지는 않다. 왜일까? 내 ...
    Views19799
    Read More
  12. 그러려니하고 사시게

    대구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절친 목사에게 짧은 톡이 들어왔다. “그려려니하고 사시게”라는 글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형교회를 목회하고 있다. 부친 목사님의 연세가 금년 98세이다. “혹 무슨 화들짝 놀랄만한 일이 생기더라도...
    Views18779
    Read More
  13. 부부는 『사는 나라』가 다르다

    사람들은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 신고만 하면 부부인 줄 안다. 그것은 부부가 되기 위한 법적인 절차일 뿐이다. 오히려 결혼식 이후가 더 중요하다. 결혼식은 엄청나게 화려했는데 몇 년 살지 못해 이혼하는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가? 왜 그럴까? 남편과 아내는...
    Views19328
    Read More
  14. 다시 태어나도 어머니는 안 되고 싶다

    장애를 가지고 생(生)을 산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일이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 살아도 힘든데 장애를 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지를 당사자가 아니면 짐작하지 못한다. 나는 장애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한다. “목사님은 장애도 아니지요? ...
    Views18728
    Read More
  15. 지금 뭘 먹고 싶으세요?

    갑자기 어떤 음식이 땡길 때가 있다. 치킨, 자장면, 장터국수, 얼큰한 육개장, 국밥등. 어린 시절 방학만 하면 포천 고향 큰댁으로 향했다. 나이 차이가 나는 사촌큰형은 군 복무 중 의무병 생활을 했다. 그래서인지 동네에서 응급환자가 생기면 큰댁으로 달...
    Views19136
    Read More
  16. 인내는 기회를 만나게 된다

    건강도 기회가 있다. 젊을 때야 돌을 씹어 먹어도 소화가 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만 과식을 해도 속이 부대낀다. 그렇게 맛있던 음식이 땡기질 않는다. 지난 주간 보고 싶었던 지인과 한식당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5개월 만에 외식이었다. 얼굴이 ...
    Views19753
    Read More
  17. 오솔길

    사람은 누구나 길을 간다. 넓은 길, 좁은 길. 곧게 뻗은 길, 구부러진 길. 처음부터 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길이 생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애씀이 있었는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길의 종류는 많기도 많다. 기차가 다니는 ...
    Views20548
    Read More
  18. 백발이 되어 써보는 나의 이야기

    한동안 누구의 입에나 오르내리던 대중가요가 있다. 가수 오승근이 부른 “내 나이가 어때서”이다. “♬어느 날 우연히 거울 속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점점 희어지...
    Views19031
    Read More
  19. 말아톤

    장애아동의 삶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만든 영화제목(2005년)이다. 제목이 “말아톤”인 이유는 초원(조승우)이 일기장에 잘못 쓴 글자 때문이다. 영화 말아톤은 실제 주인공인 자폐장애 배형진이 19세 춘천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서브쓰리...
    Views19519
    Read More
  20. 이제 문이 열리려나?

    어느 건물이나 문이 있다. 문의 용도는 출입이다. 들어가고 나가는 소통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요사이 다녀보면 문이 다 닫혀있다. 상점도, 음식점도, 극장도, 심지어 열려있어야 할 교회 문도 닫힌 지 오래이다. COVID-19 때문이다. 7년 전, 집회 인도 차 ...
    Views2003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