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9.01.12 17:26

백년을 살다보니

조회 수 3529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김형석 교수.jpg

 

  새해 첫 KBS 인간극장에 철학교수 김형석 교수가 등장했다. 평상시 즐겨보는 영상은 아니지만 제목이 눈에 들어왔고, 평소 흠모하던 분의 다큐멘터리이기에 집중해서 보았다. 김 교수는 이미 백년을 살다보니라는 책을 97세에 집필하였다. 이런 책을 쓰기위해서는 정신적, 육체적인 건강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그럴만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분이 드디어 백세가 되었다. 100? 장수시대라 하지만 한 세기를 사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책을 통해 만나던 분을 영상을 통해 또렷이 만났다.

 

  김형석 교수는 김태길(서울대), 안병욱(숭실대) 교수와 더불어 철학계의 삼총사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세 사람은 절친으로 모두 수준급의 철학 강의를 통해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김태길 교수는 11년 전 88, 안병욱 교수는 6년 전 93세로 세상을 떠났고 김 교수 홀로 백세를 맞이한 것이다. 세분이 다 장수한 것을 보면 철학은 장수의 비결일까? 100세 나이에도 귀와 눈이 어둡지 않은데다 지팡이 없이 가볍게 걷는 모습부터 연 160회 이상 곳곳에 강연을 다니는 노익장이 나를 놀라게 했다.

 

  우선 크리스천의 아름다운 향기가 나서 좋았고 환한 미소가 가득한 얼굴, 천천히 말하면서도 자신의 언어에 찔릴까 배려하는 자세, 고단함에 대한 위로, 산책과 절제를 통한 몸가짐 등에서 배어나오는 그의 인품에 감동했다. “우리가 젊은 나이로 돌아가 사랑하는 사람과 무얼 하고 싶은가 물었을 때 80% 가까이가 그 사람과 식사하고 싶다고 답한다. 음식을 같이 먹는 게 하나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먼저 간 아내를 추억하며 꺼낸 말이다. 홀로 살아가는 노교수는 결코 외로워 보이지 않았고 그 모습자체가 철학이었다.

 

  스무 살에 몰랐던 것을 서른이 넘으면 알게 될 때가 있다. 마흔을 넘기면 인생이 또 달리 보인다. 만약 백년을 산다면 인생은 또 우리에게 어떤 무늬로 그려질까? 그 지혜를 미리 안다면 우리 삶이 조금 더 향기로워지지 않을까?” 모든 말이 명언이다. 그는 사랑 있는 고생이 최고의 행복이었으며, 그것을 깨닫는데 90년이 넘게 걸렸다.”고 고백한다. 사람들은 삶을 살수록 버거워한다. 그러면서도 쉽게 이 세상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사실 장수는 모든 이의 숨은 소원이다. 하지만 오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삶의 목적이며 여운이다.

 

  100세를 산다는 것은 설레이고 기대되는 일이다. ? 세상은 점점 더 신기하고 편리해 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이미 100년을 살아온 노교수의 행보와 말은 절로 믿음이 가는 모습이다. 그는 평생 50권의 책을 저술하였다. 작년에 나온 그의 에세이 <영원과 사랑의 대화>(2017)는 스스로 살아본 인생을 돌이켜 깨달은 삶의 비밀들을 인생 후배들에게 다정하고 나지막한 소리로 들려준다. 가정, 사회생활, 그리고 인생의 의미와 죽음에 대한 관심까지 지혜롭게 판단하고 처리하는 삶의 지혜를 제시한다. 그리고 '인생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고 선언한다.

 

  김형석 교수의 책에서 공통적으로 다루는 것은 행복론이다. 보통 사람들은 '성공하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성공한 사람은 행복을 누린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김형석 교수는 '성공과 행복의 함수 관계'는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과 가능성을 유감없이 달성한 사람만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양 숭실 중학교에서 윤동주시인을, 대학에서는 김수환 추기경을 만나며 젊은 날에도 그는 사색이 일상화되었고 금싸라기 같은 저서를 집필할 수 있었다.

 

  칸트나 슈바이처처럼 김 교수는 일을 통해 100세를 멋지게 향유하고 있다. 늙어서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반면, 후배와 후손들의 존경을 받아야 할 의무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늙으면 이렇게 사는 것이 좋겠다'는 모범을 보여주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 100살을 살아도 여전히 자신을 가꾸며 귀감이 되는 노교수의 모습이 가슴에 잔영으로 남아있다.

 


  1. 그 애와 나랑은

    갑자기 그 애가 생각났다. 아무것도 모른 채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진학의 꿈을 향해 달리던 그때, 그 애가 나타났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서 전근을 자주 다니던 아버지(경찰)는 4살 위 누이와 자취를 하게 했다. 그 시대는 중학교도 시험을 쳐서 들어가던...
    Views17284
    Read More
  2. 창문과 거울

    집의 경관을 창문이 좌우한다. 창문의 모양과 방향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장면은 시야로 흡수되고 느낌을 풍성히 움직인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통유리가 있는 집에 살고 싶었다. 창을 통해 시원하게 펼쳐진 정원을 바라보는 것이 ...
    Views17833
    Read More
  3. 나무야, 나무야

    초등학교 1학년. 당시 아버지는 경기도 양평 지제(지평)지서에 근무중이셨다. 이제 겨우 입학을 하고 학교생활에 흥미를 가지게 될 5월초였다. 방과 후 집에 돌아와 친구랑 자치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나타나셨다. 그 시간이면 한창 근무할 때인...
    Views17910
    Read More
  4. 컵라면 하나 때문에 파혼

    팬데믹으로 인해 결혼식을 당초 예정일보다 5개월 늦게 치르게 된 예비 신부와 신랑. 결혼식 한 달을 앞두고 두 사람은 신혼집에 거주하면서 가구와 짐을 정리하며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주말에 신혼집을 찾은 예비 신부가 집 정리를 끝낸 시간은 자...
    Views17749
    Read More
  5. 우리 애가 장애래, 정말 낳을 거야?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 것은 모든 부부의 바램이다. 임신소식을 접하며 당사자 부부는 물론이요,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이 다 축하하며 즐거워한다. 그런데 태아에게 장애가 발견되었을때에 부부는 당황하게 된다. ‘낳아야 하나? 아니면 다른 선택을 ...
    Views17653
    Read More
  6. 반 고흐의 자화상

    누구나 숨가쁘게 삶을 달려가다가 어느 한순간 묻는 질문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애를 쓰며 살아왔을까?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화가들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면 자화상을 그린다. 뒤...
    Views17920
    Read More
  7. 버거운 이민의 삶

    교과서에서 처음 배운 미국, 스펙터클 한 허리우드 영화, ‘나성에 가면’이라는 노래로 그리던 L.A. ‘평생 한번 가볼 수나 있을까?’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뒹굴던 친구가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떠나버린 날, 강주와 나는 자취방에서 ...
    Views18051
    Read More
  8. 기찻길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자란 동네에서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접하는 것이 있다. 바닷가 근처에 살았다면 푸른 바다와 그 위를 유유히 가르며 다니는 크고 작은 배들. 비행장 근처에 살았다면 헬리콥터로부터 갖가지 모양과 크기에 비행기를 보며 살게 된다. 나...
    Views24381
    Read More
  9. “안돼” 코로나가 만든 돌봄 감옥

    코로나 19-바이러스가 덮치면서 우리 밀알선교단은 물론이요, 장애학교, 특수기관까지 문을 열지 못함으로 장애아동을 둔 가정은 날마다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복지관과 보호센터가 문을 닫은 몇 달간 발달장애인 돌봄 공백이 생기면서 ...
    Views18773
    Read More
  10. 인생은 집 짓는 것

    어쩌다 한국에 가면 좋기는 한데 불안하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정든 일가친척들이 살고 있는 곳, 그리운 친구와 지인들이 즐비한 곳, 내가 태어나고 자라나며 곳곳에 추억이 서려있는 고국이지만 일정을 감당하고 있을 뿐 편안하지는 않다. 왜일까? 내 ...
    Views19637
    Read More
  11. 그러려니하고 사시게

    대구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절친 목사에게 짧은 톡이 들어왔다. “그려려니하고 사시게”라는 글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형교회를 목회하고 있다. 부친 목사님의 연세가 금년 98세이다. “혹 무슨 화들짝 놀랄만한 일이 생기더라도...
    Views18544
    Read More
  12. 부부는 『사는 나라』가 다르다

    사람들은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 신고만 하면 부부인 줄 안다. 그것은 부부가 되기 위한 법적인 절차일 뿐이다. 오히려 결혼식 이후가 더 중요하다. 결혼식은 엄청나게 화려했는데 몇 년 살지 못해 이혼하는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가? 왜 그럴까? 남편과 아내는...
    Views19135
    Read More
  13. 다시 태어나도 어머니는 안 되고 싶다

    장애를 가지고 생(生)을 산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일이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 살아도 힘든데 장애를 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지를 당사자가 아니면 짐작하지 못한다. 나는 장애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한다. “목사님은 장애도 아니지요? ...
    Views18554
    Read More
  14. 지금 뭘 먹고 싶으세요?

    갑자기 어떤 음식이 땡길 때가 있다. 치킨, 자장면, 장터국수, 얼큰한 육개장, 국밥등. 어린 시절 방학만 하면 포천 고향 큰댁으로 향했다. 나이 차이가 나는 사촌큰형은 군 복무 중 의무병 생활을 했다. 그래서인지 동네에서 응급환자가 생기면 큰댁으로 달...
    Views18864
    Read More
  15. 인내는 기회를 만나게 된다

    건강도 기회가 있다. 젊을 때야 돌을 씹어 먹어도 소화가 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만 과식을 해도 속이 부대낀다. 그렇게 맛있던 음식이 땡기질 않는다. 지난 주간 보고 싶었던 지인과 한식당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5개월 만에 외식이었다. 얼굴이 ...
    Views19579
    Read More
  16. 오솔길

    사람은 누구나 길을 간다. 넓은 길, 좁은 길. 곧게 뻗은 길, 구부러진 길. 처음부터 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길이 생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애씀이 있었는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길의 종류는 많기도 많다. 기차가 다니는 ...
    Views20414
    Read More
  17. 백발이 되어 써보는 나의 이야기

    한동안 누구의 입에나 오르내리던 대중가요가 있다. 가수 오승근이 부른 “내 나이가 어때서”이다. “♬어느 날 우연히 거울 속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점점 희어지...
    Views18893
    Read More
  18. 말아톤

    장애아동의 삶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만든 영화제목(2005년)이다. 제목이 “말아톤”인 이유는 초원(조승우)이 일기장에 잘못 쓴 글자 때문이다. 영화 말아톤은 실제 주인공인 자폐장애 배형진이 19세 춘천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서브쓰리...
    Views19394
    Read More
  19. 이제 문이 열리려나?

    어느 건물이나 문이 있다. 문의 용도는 출입이다. 들어가고 나가는 소통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요사이 다녀보면 문이 다 닫혀있다. 상점도, 음식점도, 극장도, 심지어 열려있어야 할 교회 문도 닫힌 지 오래이다. COVID-19 때문이다. 7년 전, 집회 인도 차 ...
    Views19930
    Read More
  20. 배캠 30년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안타깝게도 음악을 접할 기회가 쉽지 않았다. TV를 틀면 다양한 음악 채널이 잡히고 유튜브를 통해 듣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듣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대였다. 길가 전파사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Views1926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