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074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눈속에_꽃.jpg

 

 

사계절이 변하는 모습을 느끼며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추운 날씨가 계속되거나, 더운 나날이 지속되지 아니하고 때를 따라 계절이 옷을 갈아입으며 나름대로의 자태를 뽐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인생에게 허락하신 그분의 크신 은총이다. 나는 가을을 좋아한다. 청명하고 먹을 것이 풍성했기 때문이리라! 가을의 하늘은 사나이들의 패기 넘치는 가슴처럼 시원스러워서 좋다. 미국 땅 L.A.로 이민을 왔다. 와! 그곳에 날씨는 매일 가을이었다.

아침과 저녁에 일교차가 너무 크다는 흠은 있지만 코발트 색깔의 하늘을 매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 지구상에 이런 낙원이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열대 기후라 습도도 없고, 30분만 운전하고 나가면 산타모니카 비취가 있는 L.A.에서 오랜 시간을 이국적 향취를 만끽하며 살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시기를 따라 변해가는 4계절이 그리워졌다. 특히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사무치게 그리웠다.

눈도 없고 찬 공기의 어루만짐도 없이 맞이하는 성탄절은 무미건조하기만 했다.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계속 좋은 날씨만 이어지는 것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복된 일이라는 것을! 그러다가 12년 전. 필라 밀알선교단 단장의 임명을 받고 필라델피아에 발을 디뎠다. 오랜 만에 맡아보는 숲 냄새. 가는 곳마다 새들의 노래 소리와 오리와 사슴이 길을 건너는 모습, 그들이 길을 다 건널 때까지 기다려 주는 사람들의 여유∼. 그렇게 나는 필라 사람이 되어갔다.

밤이 없다면 아침에 밝은 태양은 아무 의미도 없을 것이다. 추운 겨울이 없다면 사람들이 봄의 따스함을 그리워할까? 계속 형통하다면 사람들은 자그마한 은총도 감사의 조건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계절을 통해 하나님은 인생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계신다.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봄은 온단다. 봄은 더운 여름의 시작을 알리고, 여름이 더울수록 모든 과일과 곡식은 풍성한 열매를 결실하게 되지. 그리고 찾아온 가을의 청명함 속에 인생들은 고진감래(苦盡甘來)의 기쁨을 누리게 되는 거란다”

금년 겨울은 어느 때보다 눈도 자주 오고 혹독하리만큼 춥다. 그래서 봄이 사무치게 그립다. 애타게 봄을 기다리던 우리에게 난데없는 폭설은 야속하기 이를데없었다. 그러나 봄은 오고 있다. 머지않아 개나리가 봄의 감각을 노오란 꽃잎에 담아 전해주리라! 목련이 수줍은 새악시처럼 하이얀 목덜미를 내어 밀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봄을 사랑한다.

그런데 계절은 봄이지만 아직도 가슴은 겨울인 사람들이 있다. 행복하자고 결혼을 했는데 어느샌가 기초가 흔들려 버리고, 어디에서부터 실마리를 풀지조차 모르는 혼미한 가정이 있다. 이를 악물고 돈을 벌어 미국 땅에서 보란 듯이 살아보리라 다짐을 하며 먹을 것 안 먹고 쓸 것 안 쓰고 애를 썼건만 어느 순간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 방황하는 분들이 있다. 암(癌)은 남의 일로만 여겼는데 이젠 그 암세포가 내 몸을 파고들어 하루하루를 암흑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장애의 아픔을 견디며 오늘도 널싱 홈에서 외로이 고독과 육신적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는 장애우들이 있다.

봄은 왔건만 가슴은 아직 겨울인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어두운 밤이 지나면 찬란한 새벽이 오고, 추운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따스한 봄날이 온다는 것을…. 정녕 모두의 가슴에 봄은 오는가! 머나먼 타향에 살고 있는 동포들의 가슴에 계절의 봄과 함께 마음의 봄도 오기를 기도드린다. “아가야 너는 아니?”(詩/윤동재) “올 봄에도 잎이 나오기에 앞서 개나리꽃이 먼저 활짝 핀 까닭을. 아가야, 너는 아니? 올 봄에도 잎이 나오기에 앞서 진달래꽃이 먼저 활짝 핀 까닭을. 아가야, 너는 아니? 올 봄에도 잎이 나오기에 앞서 복숭아꽃이 먼저 활짝 핀 까닭을. 아가야, 너는 아니? 아가야, 그건 지난 겨울을 이겨낸 너에게 제 아름다움과 어여쁨을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어서이지“


  1. 그 애와 나랑은

    갑자기 그 애가 생각났다. 아무것도 모른 채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진학의 꿈을 향해 달리던 그때, 그 애가 나타났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서 전근을 자주 다니던 아버지(경찰)는 4살 위 누이와 자취를 하게 했다. 그 시대는 중학교도 시험을 쳐서 들어가던...
    Views17326
    Read More
  2. 창문과 거울

    집의 경관을 창문이 좌우한다. 창문의 모양과 방향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장면은 시야로 흡수되고 느낌을 풍성히 움직인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통유리가 있는 집에 살고 싶었다. 창을 통해 시원하게 펼쳐진 정원을 바라보는 것이 ...
    Views17912
    Read More
  3. 나무야, 나무야

    초등학교 1학년. 당시 아버지는 경기도 양평 지제(지평)지서에 근무중이셨다. 이제 겨우 입학을 하고 학교생활에 흥미를 가지게 될 5월초였다. 방과 후 집에 돌아와 친구랑 자치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나타나셨다. 그 시간이면 한창 근무할 때인...
    Views17993
    Read More
  4. 컵라면 하나 때문에 파혼

    팬데믹으로 인해 결혼식을 당초 예정일보다 5개월 늦게 치르게 된 예비 신부와 신랑. 결혼식 한 달을 앞두고 두 사람은 신혼집에 거주하면서 가구와 짐을 정리하며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주말에 신혼집을 찾은 예비 신부가 집 정리를 끝낸 시간은 자...
    Views17821
    Read More
  5. 우리 애가 장애래, 정말 낳을 거야?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 것은 모든 부부의 바램이다. 임신소식을 접하며 당사자 부부는 물론이요,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이 다 축하하며 즐거워한다. 그런데 태아에게 장애가 발견되었을때에 부부는 당황하게 된다. ‘낳아야 하나? 아니면 다른 선택을 ...
    Views17812
    Read More
  6. 반 고흐의 자화상

    누구나 숨가쁘게 삶을 달려가다가 어느 한순간 묻는 질문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애를 쓰며 살아왔을까?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화가들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면 자화상을 그린다. 뒤...
    Views17992
    Read More
  7. 버거운 이민의 삶

    교과서에서 처음 배운 미국, 스펙터클 한 허리우드 영화, ‘나성에 가면’이라는 노래로 그리던 L.A. ‘평생 한번 가볼 수나 있을까?’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뒹굴던 친구가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떠나버린 날, 강주와 나는 자취방에서 ...
    Views18108
    Read More
  8. 기찻길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자란 동네에서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접하는 것이 있다. 바닷가 근처에 살았다면 푸른 바다와 그 위를 유유히 가르며 다니는 크고 작은 배들. 비행장 근처에 살았다면 헬리콥터로부터 갖가지 모양과 크기에 비행기를 보며 살게 된다. 나...
    Views24554
    Read More
  9. “안돼” 코로나가 만든 돌봄 감옥

    코로나 19-바이러스가 덮치면서 우리 밀알선교단은 물론이요, 장애학교, 특수기관까지 문을 열지 못함으로 장애아동을 둔 가정은 날마다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복지관과 보호센터가 문을 닫은 몇 달간 발달장애인 돌봄 공백이 생기면서 ...
    Views18829
    Read More
  10. 인생은 집 짓는 것

    어쩌다 한국에 가면 좋기는 한데 불안하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정든 일가친척들이 살고 있는 곳, 그리운 친구와 지인들이 즐비한 곳, 내가 태어나고 자라나며 곳곳에 추억이 서려있는 고국이지만 일정을 감당하고 있을 뿐 편안하지는 않다. 왜일까? 내 ...
    Views19699
    Read More
  11. 그러려니하고 사시게

    대구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절친 목사에게 짧은 톡이 들어왔다. “그려려니하고 사시게”라는 글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형교회를 목회하고 있다. 부친 목사님의 연세가 금년 98세이다. “혹 무슨 화들짝 놀랄만한 일이 생기더라도...
    Views18594
    Read More
  12. 부부는 『사는 나라』가 다르다

    사람들은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 신고만 하면 부부인 줄 안다. 그것은 부부가 되기 위한 법적인 절차일 뿐이다. 오히려 결혼식 이후가 더 중요하다. 결혼식은 엄청나게 화려했는데 몇 년 살지 못해 이혼하는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가? 왜 그럴까? 남편과 아내는...
    Views19182
    Read More
  13. 다시 태어나도 어머니는 안 되고 싶다

    장애를 가지고 생(生)을 산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일이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 살아도 힘든데 장애를 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지를 당사자가 아니면 짐작하지 못한다. 나는 장애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한다. “목사님은 장애도 아니지요? ...
    Views18606
    Read More
  14. 지금 뭘 먹고 싶으세요?

    갑자기 어떤 음식이 땡길 때가 있다. 치킨, 자장면, 장터국수, 얼큰한 육개장, 국밥등. 어린 시절 방학만 하면 포천 고향 큰댁으로 향했다. 나이 차이가 나는 사촌큰형은 군 복무 중 의무병 생활을 했다. 그래서인지 동네에서 응급환자가 생기면 큰댁으로 달...
    Views19029
    Read More
  15. 인내는 기회를 만나게 된다

    건강도 기회가 있다. 젊을 때야 돌을 씹어 먹어도 소화가 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만 과식을 해도 속이 부대낀다. 그렇게 맛있던 음식이 땡기질 않는다. 지난 주간 보고 싶었던 지인과 한식당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5개월 만에 외식이었다. 얼굴이 ...
    Views19652
    Read More
  16. 오솔길

    사람은 누구나 길을 간다. 넓은 길, 좁은 길. 곧게 뻗은 길, 구부러진 길. 처음부터 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길이 생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애씀이 있었는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길의 종류는 많기도 많다. 기차가 다니는 ...
    Views20449
    Read More
  17. 백발이 되어 써보는 나의 이야기

    한동안 누구의 입에나 오르내리던 대중가요가 있다. 가수 오승근이 부른 “내 나이가 어때서”이다. “♬어느 날 우연히 거울 속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점점 희어지...
    Views18938
    Read More
  18. 말아톤

    장애아동의 삶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만든 영화제목(2005년)이다. 제목이 “말아톤”인 이유는 초원(조승우)이 일기장에 잘못 쓴 글자 때문이다. 영화 말아톤은 실제 주인공인 자폐장애 배형진이 19세 춘천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서브쓰리...
    Views19444
    Read More
  19. 이제 문이 열리려나?

    어느 건물이나 문이 있다. 문의 용도는 출입이다. 들어가고 나가는 소통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요사이 다녀보면 문이 다 닫혀있다. 상점도, 음식점도, 극장도, 심지어 열려있어야 할 교회 문도 닫힌 지 오래이다. COVID-19 때문이다. 7년 전, 집회 인도 차 ...
    Views19967
    Read More
  20. 배캠 30년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안타깝게도 음악을 접할 기회가 쉽지 않았다. TV를 틀면 다양한 음악 채널이 잡히고 유튜브를 통해 듣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듣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대였다. 길가 전파사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Views1930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