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11.28 06:44

아빠 죽지마 7/3/2015

조회 수 6780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아빠_딸.jpg

 

 

“사랑하는 우리 가족 중에 건강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잠도 좁은 방에서 다 같이 자야 하지만 나는 웃을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있으니까요.” 뇌병변 장애 1급으로 누워계신 아버지, 힘든 간병생활로 얻은 허리 디스크, 자궁근종, 고혈압, 우울증 등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인 어머니, 근육이 점점 약해지는 ‘근이영양증’의 큰 딸, 유전병인 탓에 ‘근이영양증’ 이 의심되는 두 여동생. 다섯 명의 식구가 제각기 하나 이상의 병을 앓고 있는 이 가정을 들여다보면 소망 어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버지가 사고를 당하기 전만 해도 다섯 식구는 남부럽지 않은 유복한 가정이었다. 등산을 좋아했던 아버지 문상영(50) 씨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산에 올랐고 뜻하지 않은 추락사고로 병원신세를 지게 되면서 이 가정의 불행은 시작되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병원비를 대느라 모든 재산을 정리해야 했다. 집도 없이 딸들과 살 곳마저 막막하던 때에 구청에서 마련해준 10평 남짓한 공간에 보금자리를 틀고, 정부보조금으로 살아가게 된 것이다.

“솔직히 남편만 하늘나라 가면 내가 애들 데리고 무슨 짓을 해서라도 살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근데 진짜 좋은 남편이었어요. 15년 동안 나한테 잘해줬는데 5년 동안 고생하는 거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생각지도 못한 사고로 남편이 눕게 된 후 하루에도 몇 번씩 무너지는 심정으로 살던 어머니 유정록(48)씨는 그나마 세 딸을 보며 힘을 내어 살았지만 그것도 잠시, 큰 딸 지연이가 자꾸 다리에 힘이 풀리고 넘어지자 이상해서 검사를 했고, ‘지대성 근이영양증’이라는 근육병을 진단받게 된 것이다.

게다가 유전병인 탓에 다른 두 딸도 같은 증상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아 정밀검사를 앞두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증상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언제 휠체어에 앉게 될지 모르는 상황.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에 어머니는 좌절했지만 세 딸들은 더 힘을 내었다. 스스로 집안일을 돕고, 하루 종일 누워계신 아버지의 말벗이 되어 주며 엄마를 대신해 아버지 간병을 도왔다. 게다가 지연이는 어려운 형편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불편한 다리로 피자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배달과 서빙 일을 했지만 다리에 힘이 없어 자꾸 넘어지자 사장의 배려로 비교적 움직임이 적은 주방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건강한 사람도 하기 힘든 일을 하고 있는 지연이를 생각하면 어머니는 눈시울이 붉어진다. 부모님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아야 할 나이에 오히려 부모를 대신해 가장의 역할까지 해내는 모습을 보면 대견스러움과 동시에 죄스러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 효행이 이웃에 소문이 퍼지면서 지연이는 가천문화재단에서 주는‘심청효행상’을 받았다. “아버지와 같은 장애인들이 살기에 불편하지 않은 집을 만들고 싶어요.” 현대판 효녀심청, 지연이는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이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형편은 아니지만 꿈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아버지를 향한 사랑 때문이다. 지연이는 반드시 아버지를 위해 꿈을 이루겠다는 결심으로 오늘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좁은 방 한 칸에서 공부도 하고, 다섯 식구가 모여 잠도 자야 하는 불편한 일상이지만 가족이 함께 할 보금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지연이네 가족. 겨울이 가장 견디기 힘들다는 이 가정. 하지만 부부가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아이들이 병든 아버지를 극진히 봉양하는 이 가정이야말로 천국이 아닐까? 지금 한창 동부 사랑의 캠프가 진행되는 중이다. 어떤 가정은 세형제가 다 청각장애인이다. 그 형제가 다 목사가 되어 장애인 교회를 섬기고 있다. 어떤 가정은 엄마가 소아마비로 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딸도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한 가정은 두 아이가 다 자폐인 경우도 있다.

세상에는 참 기구한 일들이 많다. 하지만 그 환경에 꺾이지 않고 신앙의 힘으로 서로를 격려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 장애인들이 모여 뒹구는 캠프는 그래서 천국의 모형이다. 장애인들이 무대에 올라 마음껏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곳- 이곳이 밀알이다.


  1. 그 애와 나랑은

    갑자기 그 애가 생각났다. 아무것도 모른 채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진학의 꿈을 향해 달리던 그때, 그 애가 나타났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서 전근을 자주 다니던 아버지(경찰)는 4살 위 누이와 자취를 하게 했다. 그 시대는 중학교도 시험을 쳐서 들어가던...
    Views17401
    Read More
  2. 창문과 거울

    집의 경관을 창문이 좌우한다. 창문의 모양과 방향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장면은 시야로 흡수되고 느낌을 풍성히 움직인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통유리가 있는 집에 살고 싶었다. 창을 통해 시원하게 펼쳐진 정원을 바라보는 것이 ...
    Views17933
    Read More
  3. 나무야, 나무야

    초등학교 1학년. 당시 아버지는 경기도 양평 지제(지평)지서에 근무중이셨다. 이제 겨우 입학을 하고 학교생활에 흥미를 가지게 될 5월초였다. 방과 후 집에 돌아와 친구랑 자치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나타나셨다. 그 시간이면 한창 근무할 때인...
    Views18016
    Read More
  4. 컵라면 하나 때문에 파혼

    팬데믹으로 인해 결혼식을 당초 예정일보다 5개월 늦게 치르게 된 예비 신부와 신랑. 결혼식 한 달을 앞두고 두 사람은 신혼집에 거주하면서 가구와 짐을 정리하며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주말에 신혼집을 찾은 예비 신부가 집 정리를 끝낸 시간은 자...
    Views18018
    Read More
  5. 우리 애가 장애래, 정말 낳을 거야?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 것은 모든 부부의 바램이다. 임신소식을 접하며 당사자 부부는 물론이요,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이 다 축하하며 즐거워한다. 그런데 태아에게 장애가 발견되었을때에 부부는 당황하게 된다. ‘낳아야 하나? 아니면 다른 선택을 ...
    Views17891
    Read More
  6. 반 고흐의 자화상

    누구나 숨가쁘게 삶을 달려가다가 어느 한순간 묻는 질문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애를 쓰며 살아왔을까?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화가들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면 자화상을 그린다. 뒤...
    Views18021
    Read More
  7. 버거운 이민의 삶

    교과서에서 처음 배운 미국, 스펙터클 한 허리우드 영화, ‘나성에 가면’이라는 노래로 그리던 L.A. ‘평생 한번 가볼 수나 있을까?’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뒹굴던 친구가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떠나버린 날, 강주와 나는 자취방에서 ...
    Views18116
    Read More
  8. 기찻길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자란 동네에서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접하는 것이 있다. 바닷가 근처에 살았다면 푸른 바다와 그 위를 유유히 가르며 다니는 크고 작은 배들. 비행장 근처에 살았다면 헬리콥터로부터 갖가지 모양과 크기에 비행기를 보며 살게 된다. 나...
    Views24563
    Read More
  9. “안돼” 코로나가 만든 돌봄 감옥

    코로나 19-바이러스가 덮치면서 우리 밀알선교단은 물론이요, 장애학교, 특수기관까지 문을 열지 못함으로 장애아동을 둔 가정은 날마다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복지관과 보호센터가 문을 닫은 몇 달간 발달장애인 돌봄 공백이 생기면서 ...
    Views18843
    Read More
  10. 인생은 집 짓는 것

    어쩌다 한국에 가면 좋기는 한데 불안하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정든 일가친척들이 살고 있는 곳, 그리운 친구와 지인들이 즐비한 곳, 내가 태어나고 자라나며 곳곳에 추억이 서려있는 고국이지만 일정을 감당하고 있을 뿐 편안하지는 않다. 왜일까? 내 ...
    Views19712
    Read More
  11. 그러려니하고 사시게

    대구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절친 목사에게 짧은 톡이 들어왔다. “그려려니하고 사시게”라는 글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형교회를 목회하고 있다. 부친 목사님의 연세가 금년 98세이다. “혹 무슨 화들짝 놀랄만한 일이 생기더라도...
    Views18691
    Read More
  12. 부부는 『사는 나라』가 다르다

    사람들은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 신고만 하면 부부인 줄 안다. 그것은 부부가 되기 위한 법적인 절차일 뿐이다. 오히려 결혼식 이후가 더 중요하다. 결혼식은 엄청나게 화려했는데 몇 년 살지 못해 이혼하는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가? 왜 그럴까? 남편과 아내는...
    Views19186
    Read More
  13. 다시 태어나도 어머니는 안 되고 싶다

    장애를 가지고 생(生)을 산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일이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 살아도 힘든데 장애를 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지를 당사자가 아니면 짐작하지 못한다. 나는 장애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한다. “목사님은 장애도 아니지요? ...
    Views18613
    Read More
  14. 지금 뭘 먹고 싶으세요?

    갑자기 어떤 음식이 땡길 때가 있다. 치킨, 자장면, 장터국수, 얼큰한 육개장, 국밥등. 어린 시절 방학만 하면 포천 고향 큰댁으로 향했다. 나이 차이가 나는 사촌큰형은 군 복무 중 의무병 생활을 했다. 그래서인지 동네에서 응급환자가 생기면 큰댁으로 달...
    Views19029
    Read More
  15. 인내는 기회를 만나게 된다

    건강도 기회가 있다. 젊을 때야 돌을 씹어 먹어도 소화가 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만 과식을 해도 속이 부대낀다. 그렇게 맛있던 음식이 땡기질 않는다. 지난 주간 보고 싶었던 지인과 한식당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5개월 만에 외식이었다. 얼굴이 ...
    Views19654
    Read More
  16. 오솔길

    사람은 누구나 길을 간다. 넓은 길, 좁은 길. 곧게 뻗은 길, 구부러진 길. 처음부터 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길이 생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애씀이 있었는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길의 종류는 많기도 많다. 기차가 다니는 ...
    Views20453
    Read More
  17. 백발이 되어 써보는 나의 이야기

    한동안 누구의 입에나 오르내리던 대중가요가 있다. 가수 오승근이 부른 “내 나이가 어때서”이다. “♬어느 날 우연히 거울 속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점점 희어지...
    Views18941
    Read More
  18. 말아톤

    장애아동의 삶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만든 영화제목(2005년)이다. 제목이 “말아톤”인 이유는 초원(조승우)이 일기장에 잘못 쓴 글자 때문이다. 영화 말아톤은 실제 주인공인 자폐장애 배형진이 19세 춘천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서브쓰리...
    Views19450
    Read More
  19. 이제 문이 열리려나?

    어느 건물이나 문이 있다. 문의 용도는 출입이다. 들어가고 나가는 소통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요사이 다녀보면 문이 다 닫혀있다. 상점도, 음식점도, 극장도, 심지어 열려있어야 할 교회 문도 닫힌 지 오래이다. COVID-19 때문이다. 7년 전, 집회 인도 차 ...
    Views19967
    Read More
  20. 배캠 30년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안타깝게도 음악을 접할 기회가 쉽지 않았다. TV를 틀면 다양한 음악 채널이 잡히고 유튜브를 통해 듣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듣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대였다. 길가 전파사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Views1931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