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6.03.04 08:57

아, 결혼 30주년!

조회 수 6215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a5186574d373308141457f90125ccff3 (1).jpg

 

 

 누구에게나 인생을 살다보면 절벽을 만나는 때가 있다. 돌아보면 내게도 크고 작은 시련들이 다가오고 물러갔다. 그중에서도 20대 후반에 접어들며 내 앞에 거대하게 다가온 절벽은 “결혼”이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장애인이라고 결혼을 못하라는 법이 있나? 사람만 바로 되면 되지?” 남의 일이면 된다. 하지만 내 문제면 사람들의 태도는 돌변한다. 딸(아들)을 낳아 고이 길렀다고 하자. 장성한 딸(아들)이 “결혼 상대자”라고 데려온 당사자가 장애인이라면 선뜻 받아들일 부모가 얼마나 있을까?

 

 나도 그랬다. 나는 중 3때부터 이성교제를 했다. 그 세월이 20대 까지 이어졌으니까 참 많은 연륜(?)을 쌓은 격이 된다. 하지만 결혼은 달랐다. 결혼적령기가 다가오며 자연스럽게 연애는 결혼을 전제로 진행된다. 그 무게는 짐작했던 것보다 무거웠다. 아니 그 벽은 너무도 높았다. 누구나 자녀들의 배우자는 건강한 사람을 원한다. 그것은 부모라면 당연한 기대이다. 그 기대 때문에 장애인들은 결혼상대자로서 예외 부류이다. 나도 그 과정을 겪어야만하였다. 될 듯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나이 서른이 넘어서며 그 아픔은 더해갔다. 신학생들은 대개 결혼을 일찍 한다. 이성의 유혹에서 벗어나 성직에 일념하기 위함인 것 같다. 친구 전도사들이 하나둘 가정을 꾸려 갈 때에 나는 축가를 부르며 다닐 뿐이었다. 그래도 위로가 되는 것은 대학 때부터 항상 붙어 다니던 송 전도사가 미혼이라는 사실이었다. 신대원 졸업반 가을이었다. 나를 캠퍼스 잔디밭으로 불러낸 친구는 먼 산을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재철아, 나 결혼한다.” “엉, 누구랑?”(누구는 여자랑 하겠지!) 입에서는 “축하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정작 내 머리에는 수 만가지의 생각이 스쳐갔다. 워낙 속이 깊은 친구여서 자신이 ‘결혼상대자를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게 상처를 줄까봐 이제야 고백을 한 것이다.

 

 하지만 세상사는 모를 일이다. 절친인 ‘송 전도사’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르고 신랑, 신부 친구들끼리 뒷풀이를 하는 자리에서 나는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된다. 내가 축가를 부르는 모습에 호감을 보이던 자매는 첫눈에 반해 대시한 나의 진심을 받아들이고 나와의 교제를 허락했다. 긴 생머리에 훤칠한 키. 하얀 피부의 자매는 내게 그렇게 다가와 주었다. 짧은 연애기간이었지만 우리는 순식간에 가까워졌고 마음을 공유했다. 그래서인지 그해 가을을 유난히 따뜻했다.

 

 덕수궁 미술관이 바라다 보이는 분수대에서 은행잎이 눈처럼 흩날리던 가을날 나는 과감하게 자매에게 청혼을 했다. 그 자리에서 ‘OK!'를 받아내지 못한 것도 내 장애 때문이었다. 자매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야만 하는 벽이 가로놓였다. 3일을 함께 금식하며 우리는 양가 부모님의 상견례를 기다렸다. 많은 장애인들이 양가의 축복을 받지 못하고 쓸쓸하게 결혼식을 한다. 하지만 나는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장인, 장모의 열렬한 응원을 힘입으며 1986년 3월 4일(화). 종로 5가에 위치한 <한국기독교 백주년 기념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많은 하객들이 찾아와 우리 결혼을 축복해 주었다.

 

 장애인들에게는 몇가지 두려움이 있다. “나도 결혼할 수 있을까? 나도 자녀를 낳을 수 있을까? 아이를 낳으면 건강할까?” 그 두려움을 말끔히 씻어내며 행복한 가정을 꾸려올 수 있음이 감사할 따름이다. 두 아이는 아빠를 무척이나 존경하고 본받고 싶어 한다. 그것이 다행스럽고 고맙다. 무엇보다 30년의 세월을 동행하며 묵묵히 내조해온 아내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혹여 이글이 내 자랑처럼 느껴지지 않았으면 한다. 모두에게 용기와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애인도 결혼할 수 있다!


  1. 그것만이 내 세상

    우리 밀알선교단에는 다수의 장애인들과 장애아동들이 있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아울러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는 것도 삶이 평탄하지 않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18년 전, 밀알선교단 단장으로 부임하였을때에 전신마비 장애인이 ...
    Views17295
    Read More
  2. 그 애와 나랑은

    갑자기 그 애가 생각났다. 아무것도 모른 채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진학의 꿈을 향해 달리던 그때, 그 애가 나타났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서 전근을 자주 다니던 아버지(경찰)는 4살 위 누이와 자취를 하게 했다. 그 시대는 중학교도 시험을 쳐서 들어가던...
    Views17418
    Read More
  3. 창문과 거울

    집의 경관을 창문이 좌우한다. 창문의 모양과 방향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장면은 시야로 흡수되고 느낌을 풍성히 움직인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통유리가 있는 집에 살고 싶었다. 창을 통해 시원하게 펼쳐진 정원을 바라보는 것이 ...
    Views17973
    Read More
  4. 나무야, 나무야

    초등학교 1학년. 당시 아버지는 경기도 양평 지제(지평)지서에 근무중이셨다. 이제 겨우 입학을 하고 학교생활에 흥미를 가지게 될 5월초였다. 방과 후 집에 돌아와 친구랑 자치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나타나셨다. 그 시간이면 한창 근무할 때인...
    Views18050
    Read More
  5. 컵라면 하나 때문에 파혼

    팬데믹으로 인해 결혼식을 당초 예정일보다 5개월 늦게 치르게 된 예비 신부와 신랑. 결혼식 한 달을 앞두고 두 사람은 신혼집에 거주하면서 가구와 짐을 정리하며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주말에 신혼집을 찾은 예비 신부가 집 정리를 끝낸 시간은 자...
    Views18052
    Read More
  6. 우리 애가 장애래, 정말 낳을 거야?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 것은 모든 부부의 바램이다. 임신소식을 접하며 당사자 부부는 물론이요,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이 다 축하하며 즐거워한다. 그런데 태아에게 장애가 발견되었을때에 부부는 당황하게 된다. ‘낳아야 하나? 아니면 다른 선택을 ...
    Views17920
    Read More
  7. 반 고흐의 자화상

    누구나 숨가쁘게 삶을 달려가다가 어느 한순간 묻는 질문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애를 쓰며 살아왔을까?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화가들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면 자화상을 그린다. 뒤...
    Views18058
    Read More
  8. 버거운 이민의 삶

    교과서에서 처음 배운 미국, 스펙터클 한 허리우드 영화, ‘나성에 가면’이라는 노래로 그리던 L.A. ‘평생 한번 가볼 수나 있을까?’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뒹굴던 친구가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떠나버린 날, 강주와 나는 자취방에서 ...
    Views18143
    Read More
  9. 기찻길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자란 동네에서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접하는 것이 있다. 바닷가 근처에 살았다면 푸른 바다와 그 위를 유유히 가르며 다니는 크고 작은 배들. 비행장 근처에 살았다면 헬리콥터로부터 갖가지 모양과 크기에 비행기를 보며 살게 된다. 나...
    Views24623
    Read More
  10. “안돼” 코로나가 만든 돌봄 감옥

    코로나 19-바이러스가 덮치면서 우리 밀알선교단은 물론이요, 장애학교, 특수기관까지 문을 열지 못함으로 장애아동을 둔 가정은 날마다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복지관과 보호센터가 문을 닫은 몇 달간 발달장애인 돌봄 공백이 생기면서 ...
    Views18885
    Read More
  11. 인생은 집 짓는 것

    어쩌다 한국에 가면 좋기는 한데 불안하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정든 일가친척들이 살고 있는 곳, 그리운 친구와 지인들이 즐비한 곳, 내가 태어나고 자라나며 곳곳에 추억이 서려있는 고국이지만 일정을 감당하고 있을 뿐 편안하지는 않다. 왜일까? 내 ...
    Views19746
    Read More
  12. 그러려니하고 사시게

    대구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절친 목사에게 짧은 톡이 들어왔다. “그려려니하고 사시게”라는 글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형교회를 목회하고 있다. 부친 목사님의 연세가 금년 98세이다. “혹 무슨 화들짝 놀랄만한 일이 생기더라도...
    Views18726
    Read More
  13. 부부는 『사는 나라』가 다르다

    사람들은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 신고만 하면 부부인 줄 안다. 그것은 부부가 되기 위한 법적인 절차일 뿐이다. 오히려 결혼식 이후가 더 중요하다. 결혼식은 엄청나게 화려했는데 몇 년 살지 못해 이혼하는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가? 왜 그럴까? 남편과 아내는...
    Views19246
    Read More
  14. 다시 태어나도 어머니는 안 되고 싶다

    장애를 가지고 생(生)을 산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일이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 살아도 힘든데 장애를 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지를 당사자가 아니면 짐작하지 못한다. 나는 장애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한다. “목사님은 장애도 아니지요? ...
    Views18673
    Read More
  15. 지금 뭘 먹고 싶으세요?

    갑자기 어떤 음식이 땡길 때가 있다. 치킨, 자장면, 장터국수, 얼큰한 육개장, 국밥등. 어린 시절 방학만 하면 포천 고향 큰댁으로 향했다. 나이 차이가 나는 사촌큰형은 군 복무 중 의무병 생활을 했다. 그래서인지 동네에서 응급환자가 생기면 큰댁으로 달...
    Views19095
    Read More
  16. 인내는 기회를 만나게 된다

    건강도 기회가 있다. 젊을 때야 돌을 씹어 먹어도 소화가 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만 과식을 해도 속이 부대낀다. 그렇게 맛있던 음식이 땡기질 않는다. 지난 주간 보고 싶었던 지인과 한식당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5개월 만에 외식이었다. 얼굴이 ...
    Views19716
    Read More
  17. 오솔길

    사람은 누구나 길을 간다. 넓은 길, 좁은 길. 곧게 뻗은 길, 구부러진 길. 처음부터 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길이 생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애씀이 있었는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길의 종류는 많기도 많다. 기차가 다니는 ...
    Views20500
    Read More
  18. 백발이 되어 써보는 나의 이야기

    한동안 누구의 입에나 오르내리던 대중가요가 있다. 가수 오승근이 부른 “내 나이가 어때서”이다. “♬어느 날 우연히 거울 속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점점 희어지...
    Views18998
    Read More
  19. 말아톤

    장애아동의 삶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만든 영화제목(2005년)이다. 제목이 “말아톤”인 이유는 초원(조승우)이 일기장에 잘못 쓴 글자 때문이다. 영화 말아톤은 실제 주인공인 자폐장애 배형진이 19세 춘천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서브쓰리...
    Views19493
    Read More
  20. 이제 문이 열리려나?

    어느 건물이나 문이 있다. 문의 용도는 출입이다. 들어가고 나가는 소통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요사이 다녀보면 문이 다 닫혀있다. 상점도, 음식점도, 극장도, 심지어 열려있어야 할 교회 문도 닫힌 지 오래이다. COVID-19 때문이다. 7년 전, 집회 인도 차 ...
    Views1997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