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616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팔베개.jpg

 

 

한국의 격동기 시절. 경남 고성에 18살 먹은 철없는 아가씨가 있었다. 시절이 어려운지라 친정아버지는 ‘부랴부랴’ 혼처를 알아보고 딸을 출가시킨다. 엄처시하의 환경 속에서도 해맑은 신부는 철없는 행동을 하지만 시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효를 다한다. 가슴이 넓은 신랑은 그 신부가 마냥 예쁘기만 하다. 해가 바뀌어 어여쁜 딸이 태어나고 가문에는 웃음꽃이 피어난다. 그런데 갑자기 영장이 날라오고 신랑은 군대에 입대를 한다. 군대에 소집된 신랑이 갑자기 다시 나타난다. “내가 신혼이라고 집에 가서 하룻밤 쉬었다가 오라네.”

 

생이별을 할 뻔 했던 부부는 그렇게 꿈같은 하룻밤을 함께 지내게 된다. 신부는 시부모님의 눈치를 살피느라 어쩔 줄 모르는데 신랑은 “자꾸 방으로 빨리 들어오라.”고 보챈다. 다시 군대에 들어가야 하는 신랑과 그를 보내야 하는 신부는 그렇게 만리장성을 쌓는다. 한참이 지나야 볼 수 있기에 신랑은 신부에게 팔베개를 해주며 ‘토닥’여 준다. 그 와중에도 신부는 피곤했던지 잠이 쏟아졌고 이내 깊은 잠에 빠지고 만다. 새벽녘 신부가 눈을 떠보니 신랑이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신랑이 신부에게 핀잔 섞인 한마디를 한다. “니, 우째 잠이 오노?” 신부는 쑥스러워 신랑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아침을 먹고 먼 길을 떠나가는 신랑을 향해 귀여운 딸과 함께 두 손을 흔들며 석별의 정을 나눈다. 군대생활을 잘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말이다. 그런데 그것이 영영 마지막 길이 될 줄이야! 신랑이 군대에 간지 석달만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된다. 전쟁 통이었던 시절. 신랑의 전사통지서가 날아든 것이다. 신랑의 “니, 우째 잠이 오노?”라는 한마디가 귓전을 때린다. 신랑이 군대 가기 전날 밤에 ‘쿨쿨’ 잠만 잤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고 미워서 울다가 기절을 하고 만다.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못나보이던지?

 

겨우 3년의 신혼을 뒤로하고 세월은 유수와 같이 흘러갔다. 아빠가 군대에 갈 때 아장아장 걷던 딸이 내년이면 예순에 접어든다.그때 그 신부는 이제 8순의 나이가 된 것이다. 장성해 버린 손주들, 그리고 증손주들을 바라보며 꿋꿋하게 살아온 자신의 삶이 대견스럽게 느껴진다. 할머니는 기도를 드리다가 하늘나라에 남편에게 말을 건넨다. “여보, 많이 그리웠지요? 얼마 있지 않으면 내가 당신 곁으로 가리이다. 그때까지 기다려 주구려!” 기구한 생을 산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다가 가슴이 먹먹해 졌다.

 

사람마다 사연도 많고 역경도 많다. 인생은 너무도 짧다. 그런데 겪어야 하는 시간은 길기도 길다. 어느 교회보다 긴 시간동안 주일마다 설교를 하며 강단을 지켰다. 주일 아침에 그 교회를 찾아가는 것은 내 삶의 기쁨이요, 보람이었다. 말씀을 증거 하다 보면 성도들의 얼굴이 환하게 변한다. 행복하다. 아마 그것은 나뿐 아니라 목회를 하는 모든 목사님들이 느끼는 행복일 것이다. 목회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강단을 섬기며 한 주간 힘들게 살아온 성도들이 말씀을 통하여 위로와 힘을 얻는 모습을 보며 목회의 시름을 잊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느 주일이던가? 예배 시간마다 표정이 우울한 한 자매가 다가왔다. 대화 중에 들은 말은 충격적이었다. “목사님, 저는 몸도 너무 아프고 사는 것이 고달파서 주님께 ‘빨리 나를 데려가 달라!’ 기도하고 있습니다.” 정신이 ‘버쩍’ 났다. 그 자매의 한마디는 나를 깊은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모든 성도들이 말씀에 은혜를 받고 있는 것에 자긍심을 느끼던 나를 겸손의 골짜기로 데려간 것이다. “자매님, 그래도 희망을 놓지 마세요. 분명히 좋은 날이 올 것입니다.” 절망 속에 허덕이는 성도를 온전히 끌어올리지 못한 내 나약한 영성에 깊은 자책감을 느꼈다.

 

사람마다 사연을 안고 인생을 산다. 특별히 먼 미국 땅에 살고 있는 이민자들은 복잡다단한 아픔을 안고 오늘 하루를 살고 있다.신혼에 남편을 떠나보내고도 딸 하나를 귀하게 키운 한 인생을 바라보며 삶은 진정 풀어야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할 신비인 것을 깨닫는다. 살자. 힘써 살자! 깊어가는 가을처럼 인생도 그렇게 깊어가고 있다.


  1. 배캠 30년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안타깝게도 음악을 접할 기회가 쉽지 않았다. TV를 틀면 다양한 음악 채널이 잡히고 유튜브를 통해 듣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듣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대였다. 길가 전파사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Views19345
    Read More
  2. 부부의 세계

    드라마 하나가 이렇게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을까? 종영이 된 지금도 <부부의 세계>는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여운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가족 드라마라 생각하고 시청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미모와 탁월한 연기력을 겸...
    Views19570
    Read More
  3. 학습장애

    사람은 다 똑같을 수 없다. 공동체에 모인 사람들은 나름대로 개성이 있고 장 · 단점이 있다. 어떤 사람은 악보를 전혀 볼 줄 모르는데 음악성이 뛰어난 사람이 있다. 그림을 배워본 적이 없는데 천재적인 작품을 그려내기도 한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
    Views20297
    Read More
  4. Small Wedding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부부의 연을 맺고 가정을 이루게 된다. 우리 세대는 결혼적령기가 일렀다. 여성의 나이가 20대 중반을 넘어서면 노처녀, 남성은 30에 이르르면 노총각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세태가 변했다. 이제는 30이 넘어도 ...
    Views20370
    Read More
  5. 지금 나의 바람은?

    사람은 평생 꿈을 먹고산다. 꿈을 잃어버리는 순간 그는 죽은 사람과 매한가지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꿈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야지요?” “하이고, 내 나이가 지금 몇 살인데요?” “꿈은 무슨 꿈이예요? 다 배부른 소리지?&r...
    Views20023
    Read More
  6. 인생의 나침반 어머니

    5월이다. 싱그럽다. 아름답다. 온갖 꽃들이 피어나 향연을 벌이고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마주 보고 있는 5월. 추웠던 겨울과 다가올 무더운 여름 틈새에 5월은 자리하며 계절의 여왕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그 5월의 한...
    Views20169
    Read More
  7. 왜 남자를 “늑대”라고 하는가?

    나이가 든 여성들은 잘생기고 듬직한 청년을 보면 “우리 사위 삼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든 남성들은 예쁘고 매력적인 자매를 보면 다른 차원에서의 음흉한 생각을 한다고 한다. 물론 점잖은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있으시...
    Views26870
    Read More
  8. 한센병은 과연 천형(天刑)일까?

    병(病)의 종류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의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희귀병은 늘어만 간다. 지금 우리는 듣도보도 못한 바이러스로 인해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 옛날에 가장 무서운 병은 “문둥병”이었다. 표현이 너무 잔인하...
    Views27547
    Read More
  9. 어쩌면 오늘일지도

    전화벨이 울렸다. 뉴욕의 절친 목사 사모였다. “어쩐 일이냐?”고 물을 틈도 없이 긴박한 목소리가 전해져 왔다. “지금 목사님이 코로나바이러스 양성판정을 받고 상태가 악화되어 맨하탄 모 병원 중환자실에 들어가셨어요.” 앞이 하...
    Views25877
    Read More
  10. 인생 참 아이러니하다

    가수 소향, 그녀를 처음 본 것은 한국 양재동 횃불회관에서였다. SBS 관현악 김정택 단장이 친히 사회를 보며 진행되었는데 집회가 한창 무르익어 갈 즈음에 생소한 CCM 가수가 소개된다. 12월이서인지 자매는 “오, 거룩한 밤”을 불렀다. 특이한 ...
    Views24823
    Read More
  11. 모든 것은 밥으로 시작된다

    “식구가 얼마나 되십니까?” 식구(食口)? 직역하면 ‘먹는 입’이다. 너무 노골적인 것 같지만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이 가족이다. 태어나면서부터 함께 밥을 먹고 성장하며 함께 얽혀 추억을 만든다. 그래서 가족은 인류의 가장 소중한...
    Views23658
    Read More
  12. ‘장애우’가 아니라 장애인!

    사람에 대한 호칭이 중요하다. 성도들이 목사님이라고 부르면서 강단에 올라 대표 기도를 할 때에는 그 명칭이 다양해진다. “목사님, 주의 사자, 종”은 이해가 간다. 어떤 분은 “오늘 주의 종님이 말씀을 증거하실때에…”라고 ...
    Views24751
    Read More
  13. 위기는 스승이다

    인생을 살면서 형통과 평안만 계속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연세 드신 분들과 대화를 해보면 공통점이 있다. 다 고생한 얘기뿐이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서 보릿고개의 고통을 겪으며 버틴 일, 6 · 25사변을 만나 피난 갔던 일 등. 인생은 예측불가이다....
    Views24899
    Read More
  14. 평범한 일상이 그립습니다!

    신학대학 2학년이 되면서 교육전도사 임명을 받았다. 그렇게 커보이던 전도사, 바로 내가 그 직함을 받고 누구나 “이 전도사님!”이라 부르는 자리에 선 것이다. 까까머리 고교시절부터 성장해 온 그 교회에서 이제 어린이들에게 설교를 하고 함께...
    Views25624
    Read More
  15. 부모는 영화를 찍는 감독

    남녀는 성장하며 이성을 그리워한다. 어린 마음에 이성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구름 위를 걷는 몽환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그 애만 보면 가슴이 뛴다. 그 애와 우연히 눈만 마주쳐도 밤을 설친다. 그렇게 연민을 품다가 드디어 연(緣)을 맺는다. 내가 좋아할...
    Views23520
    Read More
  16. 소아마비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롭게 느껴지던 어린 시절. 나의 부모님은 어디나 가기를 좋아하던 나를 언제나 데리고 다니셨다. 몸이 온전치 못한 아들, ‘기우뚱’거리며 걸어 다니는 아들이 그분들에게는 조금도 어색하거나 부끄럽지 않으셨나 보다. &lsq...
    Views23137
    Read More
  17. 목사님의 구두뒤축

    세상이 많이 변했다. 내가 신학대학을 다니던 시절. 언론사에서 유명여대생들을 대상으로 결혼 상대자에 대한 직업 선호도를 조사한 바 있다. 물론 상위에는 소위 사字가 들어가는 직업이 랭크되었다. 과연 목사는 몇위였을까? 18위였다. 공교롭게도 17위는 ...
    Views23823
    Read More
  18. 아픔까지 사랑해야 한다

    인생을 고해(苦海)라고 한다. 진정 삶이란 그렇게 풀어내기 힘든 과제일까?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별 어려움 없이 다들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만 힘들고 꼬이는 생을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들어가 보면 나보다 더 허덕거리며 살고 ...
    Views24467
    Read More
  19. 겨울이 전하는 말

    겨울은 춥다, 길다. 지루하다. 하지만 그 겨울이 전해주는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깊은 내면으로 빨려 들어가는 마력이 있다. 겨울은 해를 바꾸는 마술을 부린다. 열심히 살아온 정든 한해를 떠나보내게 하고 신선한 새해를 맞이하는 길목이 겨울이다. 남미...
    Views26232
    Read More
  20. 두 팔 없는 미인대회 우승자

    각 나라마다 미인대회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1957년부터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름다움을 드러내어 뽐내고 싶은 마음은 여성들의 본능인 듯 싶다. 세월이 흘러 이제 그런 대회는 멈추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지만 상업...
    Views2397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