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12.03 12:33

가을 편지 10/30/15

조회 수 6726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가을 편지.jpg

 

 

우리 집 앞마당에는 커다란 나무 한그루가 자태를 뽐내며 서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이 나무는 희한하게 늦은 봄에 잎사귀를 틔우고 가을만 되면 일찌감치 낙엽을 떨어뜨린다. 남들이 새싹을 드러낼 때에는 느긋하다가 느즈막히 잎을 드러내는 것은 그렇다치더라도 가을엔 왜 그리 급하게 이파리는 털어내는 것인지 서운한 마음까지 든다. 예쁜 색깔의 낙엽을 조금만 더 머금고 있으면 좋으련만 말이다. 하지만 주차장에 차를 대고 수북히 쌓인 낙엽을 밟으며 집에 들어서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한 식구들이 들어오는 소리를 낙엽 밟는 소리로 가늠 할 수 있어 좋다.


지난 금요일 장애인들을 동반하고 포코노로 ‘단풍놀이’를 떠났다. 예년보다 단풍놀이가 여유롭게 느껴지는 것은 밀알의 밤을 일찍 마쳤기 때문이리라! 장애인들과 나들이를 하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부축해 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하는데 평일이다 보니 봉사자들이 시간을 내는 것이 여의치 않다. 작년에는 한 여성 지체장애인이 돌부리에 넘어져 큰 부상을 당할 뻔 했다. 금년에도 여지없이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벌어져 당황을 해야 했다. 이제 장애인들을 동반하고 야외에 나가는 일은 접어야만 할 것 같다.


그런 정도야 장애인 사역을 하며 각오해야 하는 일이고, 모처럼 포코노 한복판에 들어가 가을의 정취를 실감하며 위로를 삼았다. 점심을 먹으며 바라본 하늘. 어쩌면 저토록 파랄수가! “저 하늘을 보세요. 완전 코발트색이네요!” 나의 외침에 모두가 하늘을 쳐다보며 탄성을 질렀다. “와!” 파아란 하늘 한복판에 수리한마리가 창공을 가르며 맴돌더니 어디론가 재빠르게 곤두박질치며 날아간다. 숲속에서의 기분 좋은 현기증을 오랜만에 느끼는 시간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휴게소에서 만난 성조기, 그리고 새파란 하늘과 조화를 이루며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하고 있었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이상하게 가을만 되면 가슴이 스산해 졌다. 가을 냄새가 외로움의 기운을 코밑으로 들이 밀었다. 그 외로움의 정체는 습도가 현저히 낮아짐에서 유발 되었으리라! 끈적거리던 더위가 떠나가며 그 빈자리를 외로움이 찾아든 때문이었으리라! 그런데 금년 가을은 이상하리만큼 덤덤하다. 나이 탓일까? 아니면 내 감정이 말라든 것일까? 그러면서도 외로움 없이 가을을 지나가고 있음이 감사하기도 하다. 가을이면 왠지 모를 설레임으로 가슴앓이를 해야 했던 그 단계를 달관하여 넘어가고 있는 내 모습이 대견스럽기도 하다.


가을이면 숲속을 거닐며 낙엽을 줍던 시절이 있었다. 약간은 색이바래고 벌레가 먹어 예술적으로 구멍이 ‘숭숭’ 뚫린 낙엽을 만나면 진주를 얻은 양 소리를 쳤다. 다양한 색깔의 낙엽을 모으며 소녀처럼 미소 짓던 때가 있었다. 상남자(?)였던 내게 그런 감성이 있었음이 놀랍고 감사했다. 낙엽의 용도는 다양했다. 방송국에 음악신청을 할라치면 낙엽은 한몫을 단단히 해냈다. 방을 장식하는 소품이 되기도 하고 낙엽위에 직접 글을 써서 보내기도 했다. 일단 편지를 쓰고 글의 효과를 살리기 위해 그 편지 한 켠에 낙엽을 밀어 넣어 보내기도 했다.


우리시대에는 펜팔이 유행했다. 유명 학생지에는 펜팔난이 실렸고 이름과 주소만 보고 편지를 날리면 한참 만에 답장이 왔다. 반갑다고 편지를 바로 보내지 않는다. 이를테면 ‘밀당’(밀고 당기기)을 했다고나 할까? 너무 빨리 보내면 헤퍼보이고 너무 늦게 보내면 상대가 지칠까봐 나름대로 타이밍을 재어가며 편지를 발송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상상을 못한다. 학교에서 돌아와서 제일먼저 엄마에게 묻는 말은 “편지 온 것 없어요?”였다. 편지봉투를 개봉할 때에 설레임, 편지를 읽어가다 보면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져갔다. 세월이 지났지만 그 시절로 돌아간 듯 행복하다.


가을은 인생을 생각하게 한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고은 시인의 <가을편지>가 피부에 와 닿는 계절이다.


  1. 지금 나의 바람은?

    사람은 평생 꿈을 먹고산다. 꿈을 잃어버리는 순간 그는 죽은 사람과 매한가지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꿈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야지요?” “하이고, 내 나이가 지금 몇 살인데요?” “꿈은 무슨 꿈이예요? 다 배부른 소리지?&r...
    Views18964
    Read More
  2. 인생의 나침반 어머니

    5월이다. 싱그럽다. 아름답다. 온갖 꽃들이 피어나 향연을 벌이고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마주 보고 있는 5월. 추웠던 겨울과 다가올 무더운 여름 틈새에 5월은 자리하며 계절의 여왕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그 5월의 한...
    Views18963
    Read More
  3. 왜 남자를 “늑대”라고 하는가?

    나이가 든 여성들은 잘생기고 듬직한 청년을 보면 “우리 사위 삼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든 남성들은 예쁘고 매력적인 자매를 보면 다른 차원에서의 음흉한 생각을 한다고 한다. 물론 점잖은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있으시...
    Views25500
    Read More
  4. 한센병은 과연 천형(天刑)일까?

    병(病)의 종류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의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희귀병은 늘어만 간다. 지금 우리는 듣도보도 못한 바이러스로 인해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 옛날에 가장 무서운 병은 “문둥병”이었다. 표현이 너무 잔인하...
    Views26494
    Read More
  5. 어쩌면 오늘일지도

    전화벨이 울렸다. 뉴욕의 절친 목사 사모였다. “어쩐 일이냐?”고 물을 틈도 없이 긴박한 목소리가 전해져 왔다. “지금 목사님이 코로나바이러스 양성판정을 받고 상태가 악화되어 맨하탄 모 병원 중환자실에 들어가셨어요.” 앞이 하...
    Views24611
    Read More
  6. 인생 참 아이러니하다

    가수 소향, 그녀를 처음 본 것은 한국 양재동 횃불회관에서였다. SBS 관현악 김정택 단장이 친히 사회를 보며 진행되었는데 집회가 한창 무르익어 갈 즈음에 생소한 CCM 가수가 소개된다. 12월이서인지 자매는 “오, 거룩한 밤”을 불렀다. 특이한 ...
    Views23561
    Read More
  7. 모든 것은 밥으로 시작된다

    “식구가 얼마나 되십니까?” 식구(食口)? 직역하면 ‘먹는 입’이다. 너무 노골적인 것 같지만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이 가족이다. 태어나면서부터 함께 밥을 먹고 성장하며 함께 얽혀 추억을 만든다. 그래서 가족은 인류의 가장 소중한...
    Views22334
    Read More
  8. ‘장애우’가 아니라 장애인!

    사람에 대한 호칭이 중요하다. 성도들이 목사님이라고 부르면서 강단에 올라 대표 기도를 할 때에는 그 명칭이 다양해진다. “목사님, 주의 사자, 종”은 이해가 간다. 어떤 분은 “오늘 주의 종님이 말씀을 증거하실때에…”라고 ...
    Views23471
    Read More
  9. 위기는 스승이다

    인생을 살면서 형통과 평안만 계속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연세 드신 분들과 대화를 해보면 공통점이 있다. 다 고생한 얘기뿐이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서 보릿고개의 고통을 겪으며 버틴 일, 6 · 25사변을 만나 피난 갔던 일 등. 인생은 예측불가이다....
    Views23580
    Read More
  10. 평범한 일상이 그립습니다!

    신학대학 2학년이 되면서 교육전도사 임명을 받았다. 그렇게 커보이던 전도사, 바로 내가 그 직함을 받고 누구나 “이 전도사님!”이라 부르는 자리에 선 것이다. 까까머리 고교시절부터 성장해 온 그 교회에서 이제 어린이들에게 설교를 하고 함께...
    Views24209
    Read More
  11. 부모는 영화를 찍는 감독

    남녀는 성장하며 이성을 그리워한다. 어린 마음에 이성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구름 위를 걷는 몽환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그 애만 보면 가슴이 뛴다. 그 애와 우연히 눈만 마주쳐도 밤을 설친다. 그렇게 연민을 품다가 드디어 연(緣)을 맺는다. 내가 좋아할...
    Views22117
    Read More
  12. 소아마비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롭게 느껴지던 어린 시절. 나의 부모님은 어디나 가기를 좋아하던 나를 언제나 데리고 다니셨다. 몸이 온전치 못한 아들, ‘기우뚱’거리며 걸어 다니는 아들이 그분들에게는 조금도 어색하거나 부끄럽지 않으셨나 보다. &lsq...
    Views21791
    Read More
  13. 목사님의 구두뒤축

    세상이 많이 변했다. 내가 신학대학을 다니던 시절. 언론사에서 유명여대생들을 대상으로 결혼 상대자에 대한 직업 선호도를 조사한 바 있다. 물론 상위에는 소위 사字가 들어가는 직업이 랭크되었다. 과연 목사는 몇위였을까? 18위였다. 공교롭게도 17위는 ...
    Views22381
    Read More
  14. 아픔까지 사랑해야 한다

    인생을 고해(苦海)라고 한다. 진정 삶이란 그렇게 풀어내기 힘든 과제일까?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별 어려움 없이 다들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만 힘들고 꼬이는 생을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들어가 보면 나보다 더 허덕거리며 살고 ...
    Views23148
    Read More
  15. 겨울이 전하는 말

    겨울은 춥다, 길다. 지루하다. 하지만 그 겨울이 전해주는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깊은 내면으로 빨려 들어가는 마력이 있다. 겨울은 해를 바꾸는 마술을 부린다. 열심히 살아온 정든 한해를 떠나보내게 하고 신선한 새해를 맞이하는 길목이 겨울이다. 남미...
    Views24888
    Read More
  16. 두 팔 없는 미인대회 우승자

    각 나라마다 미인대회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1957년부터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름다움을 드러내어 뽐내고 싶은 마음은 여성들의 본능인 듯 싶다. 세월이 흘러 이제 그런 대회는 멈추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지만 상업...
    Views22774
    Read More
  17.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그를 재벌로 만든 원동력은 바로 롯데껌이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즐기던 껌 덕분에 그는 국내 재계 순위 5위 재벌이 되었다. 지금이야 껌의 종류도 다양하고, 흔하고 흔한 것이 껌이지만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껌은 ...
    Views24994
    Read More
  18. 다시 태어난다면

    부부는 참 신비하다. 처음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할 때는 못죽고 못사는데 평생 평탄하게 사는 부부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거의 세월의 흐름 속에 데면데면 밋밋한 관계가 된다. 누구 말처럼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고갈되어 그런 것인...
    Views23452
    Read More
  19. 모르는 것이 죄

    소크라테스는 “죄가 있다면 모르는 것이 죄”라고 했다. 의식 지수 400이 이성이다. 우리는 눈만 뜨면 화를 내며 산다. 다 알지 않는가? 화를 자주 내는 사람보다 전혀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것을.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다. 풀리...
    Views23014
    Read More
  20. 월남에서 돌아온 사나이

    2018년 봄. 후배 선교사로부터 집회요청을 받고 베트남을 방문하게 되었다. 베트남 행 비행기 안에서 초등학교 때 추억이 삼삼히 떠올랐다. 베트남?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월남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 월남에서 전쟁이 터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이야기...
    Views2470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