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3974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김일.jpg

 

 

  “엄마, 오늘은 제발 보리밥 싸지 마세요.” 학교에 가서 도시락을 열면 널브러져 나를 바라보는 보리밥이 너무 미웠다. 거기다가 단골 반찬은 무말랭이와 콩장이었다. 내 짝꿍 근웅이는 약국집 아들이라 그런지 항상 밥 위에는 노오란 계란이 덮여 있었다. 그게 왜 그리 부러웠던지? 바야흐로 풍요의 시대가 열렸다. 이상하다. 어린 시절에는 그렇게 맛있던 음식이 이제는 옛 맛이 느껴지질 않는다. 김도 어릴 때 먹던 맛이 아니고, 계란 맛도 예전 같지 않다.

 

  음식뿐이 아니다. 눈과 귀도 고급화 되어가는 것 같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텔레비전이 없었다. T.V.는 고사하고 변변한 라디오도 없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이던가? 이장 댁에서 방송기계를 구비해 놓고 집집마다 연결 해 스피커를 설치하였다. 하루 종일 KBS만 흘러나왔다. 지금 생각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그 자그마한 스피커에 우리는 울고 웃었다.

 

  아침이면 들려오는 미국의 소리는 잡음이 하도 심해서 들렸다 안 들렸다 했지만 장기범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낭랑하기만 했다. 우리 아이들의 최고 인기 프로는 국군의 방송이었다. 특히 총소리가 많이 나오는 드라마는 우리의 가슴을 들뜨게 하였다. 지게 작대기나 막대기를 들고 아랫입술을 털며 내던 기관총 소리. 이산 저산을 뒹굴며 우리는 총싸움을 했다. 그럴듯한 포즈를 잡으며 마치 용감한 국군 용사라도 된 것처럼 편을 갈라 드라마 흉내를 냈다. 얼마 후 트랜지스터가 나오면서 듣는 방송이 다양화 되었다.

 

  드디어 텔레비전 시대가 도래했다. T.V.는 또 다른 세계였다. 그 당시 텔레비전을 가진 가구는 특수층이었다. 텔레비전을 가지고 있는 아이는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 텔레비전 보여줄까?” 이 한마디에 그에게서는 엄청난 카리스마(?)가 풍겼다. 어른들의 눈치를 보며 시청하던 드라마. 흑백 T.V.에 지금 생각하면 허술한 세트였지만 그때 드라마는 몸의 전율이 일정도로 재미가 있었다. 1970TBC를 통해 방영된 아씨”. 72KBS여로는 아직도 우리세대 가슴에 남아있다.

 

  텔레비전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프로 레슬러 김일이다. 어쩌다 프로레슬링 경기가 열리면 지금 월드컵 축구 경기가 열리듯 온 동네가 술렁거렸다. 그때에는 군청에서 커다란 T.V.를 건물 창으로 보게 하여 군청 마당 응원이 펼쳐졌다. 어린 눈으로 본 김일 선수는 멋이 있었다. 타국 선수들이나 다른 한국 선수들은 인상이 가벼워 보이지만 김일은 언제나 무표정한 얼굴에 믿음직스러웠다.

 

  호랑이와 담뱃대가 그려진 비단 가운을 입고 링에 오르는 김일. 가운을 벗어젖히면 근육질의 몸이 드러난다. 레슬링 경기를 볼 때마다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김일은 금방 상대 선수를 쓰러뜨리지 않는다. 처음에는 일방적으로 당하고, 어떤 경우에는 무참하게 맞기만 한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그의 이마가 상대방의 이마에 작렬한다. 김일의 주무기인 박치기가 작동하는 찰나이다. 김일이 박치기를 하면 안 쓰러지는 선수가 없었다. 통쾌하기 그지없었다.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 김일은 우리의 자존심이었고, 민족의 가슴을 시원하게 하는 치유자였다. 정말 김일은 한국이 낳은 황금이마였다. 그가 박치기로 거구의 서양레슬러들을 쓰러 뜨릴때에 우리도 함께 응원하며 김일의 박치기 흉내를 냈다. 아무것이나 들이받으면서 친구들은 점점 머리가 나빠지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다는 미국 한복판에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풍요 속에 파묻혀 소중한 것들을 다 망각 해 버린 것 같다. 행복 지수는 점점 낮아져만 간다. 까마득한 옛날이야기지만 추억을 가슴에 간직하고 사는 사람이 부자이다. 눈을 감고 생각하면 그때는 모든 것이 소중했다. 이 더운 여름, 잠시 생각의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가자. 그리고 어린 날 마냥 행복 해 했던 그 순간에 머물며 지친 삶을 잠시 추스려 보자. 소박하지만 순수하고 행복했던 날들을 기억 해 보자.

 


  1. 지금 나의 바람은?

    사람은 평생 꿈을 먹고산다. 꿈을 잃어버리는 순간 그는 죽은 사람과 매한가지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꿈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야지요?” “하이고, 내 나이가 지금 몇 살인데요?” “꿈은 무슨 꿈이예요? 다 배부른 소리지?&r...
    Views18933
    Read More
  2. 인생의 나침반 어머니

    5월이다. 싱그럽다. 아름답다. 온갖 꽃들이 피어나 향연을 벌이고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마주 보고 있는 5월. 추웠던 겨울과 다가올 무더운 여름 틈새에 5월은 자리하며 계절의 여왕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그 5월의 한...
    Views18945
    Read More
  3. 왜 남자를 “늑대”라고 하는가?

    나이가 든 여성들은 잘생기고 듬직한 청년을 보면 “우리 사위 삼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든 남성들은 예쁘고 매력적인 자매를 보면 다른 차원에서의 음흉한 생각을 한다고 한다. 물론 점잖은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있으시...
    Views25475
    Read More
  4. 한센병은 과연 천형(天刑)일까?

    병(病)의 종류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의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희귀병은 늘어만 간다. 지금 우리는 듣도보도 못한 바이러스로 인해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 옛날에 가장 무서운 병은 “문둥병”이었다. 표현이 너무 잔인하...
    Views26464
    Read More
  5. 어쩌면 오늘일지도

    전화벨이 울렸다. 뉴욕의 절친 목사 사모였다. “어쩐 일이냐?”고 물을 틈도 없이 긴박한 목소리가 전해져 왔다. “지금 목사님이 코로나바이러스 양성판정을 받고 상태가 악화되어 맨하탄 모 병원 중환자실에 들어가셨어요.” 앞이 하...
    Views24576
    Read More
  6. 인생 참 아이러니하다

    가수 소향, 그녀를 처음 본 것은 한국 양재동 횃불회관에서였다. SBS 관현악 김정택 단장이 친히 사회를 보며 진행되었는데 집회가 한창 무르익어 갈 즈음에 생소한 CCM 가수가 소개된다. 12월이서인지 자매는 “오, 거룩한 밤”을 불렀다. 특이한 ...
    Views23529
    Read More
  7. 모든 것은 밥으로 시작된다

    “식구가 얼마나 되십니까?” 식구(食口)? 직역하면 ‘먹는 입’이다. 너무 노골적인 것 같지만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이 가족이다. 태어나면서부터 함께 밥을 먹고 성장하며 함께 얽혀 추억을 만든다. 그래서 가족은 인류의 가장 소중한...
    Views22302
    Read More
  8. ‘장애우’가 아니라 장애인!

    사람에 대한 호칭이 중요하다. 성도들이 목사님이라고 부르면서 강단에 올라 대표 기도를 할 때에는 그 명칭이 다양해진다. “목사님, 주의 사자, 종”은 이해가 간다. 어떤 분은 “오늘 주의 종님이 말씀을 증거하실때에…”라고 ...
    Views23449
    Read More
  9. 위기는 스승이다

    인생을 살면서 형통과 평안만 계속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연세 드신 분들과 대화를 해보면 공통점이 있다. 다 고생한 얘기뿐이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서 보릿고개의 고통을 겪으며 버틴 일, 6 · 25사변을 만나 피난 갔던 일 등. 인생은 예측불가이다....
    Views23555
    Read More
  10. 평범한 일상이 그립습니다!

    신학대학 2학년이 되면서 교육전도사 임명을 받았다. 그렇게 커보이던 전도사, 바로 내가 그 직함을 받고 누구나 “이 전도사님!”이라 부르는 자리에 선 것이다. 까까머리 고교시절부터 성장해 온 그 교회에서 이제 어린이들에게 설교를 하고 함께...
    Views24184
    Read More
  11. 부모는 영화를 찍는 감독

    남녀는 성장하며 이성을 그리워한다. 어린 마음에 이성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구름 위를 걷는 몽환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그 애만 보면 가슴이 뛴다. 그 애와 우연히 눈만 마주쳐도 밤을 설친다. 그렇게 연민을 품다가 드디어 연(緣)을 맺는다. 내가 좋아할...
    Views22092
    Read More
  12. 소아마비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롭게 느껴지던 어린 시절. 나의 부모님은 어디나 가기를 좋아하던 나를 언제나 데리고 다니셨다. 몸이 온전치 못한 아들, ‘기우뚱’거리며 걸어 다니는 아들이 그분들에게는 조금도 어색하거나 부끄럽지 않으셨나 보다. &lsq...
    Views21759
    Read More
  13. 목사님의 구두뒤축

    세상이 많이 변했다. 내가 신학대학을 다니던 시절. 언론사에서 유명여대생들을 대상으로 결혼 상대자에 대한 직업 선호도를 조사한 바 있다. 물론 상위에는 소위 사字가 들어가는 직업이 랭크되었다. 과연 목사는 몇위였을까? 18위였다. 공교롭게도 17위는 ...
    Views22371
    Read More
  14. 아픔까지 사랑해야 한다

    인생을 고해(苦海)라고 한다. 진정 삶이란 그렇게 풀어내기 힘든 과제일까?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별 어려움 없이 다들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만 힘들고 꼬이는 생을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들어가 보면 나보다 더 허덕거리며 살고 ...
    Views23118
    Read More
  15. 겨울이 전하는 말

    겨울은 춥다, 길다. 지루하다. 하지만 그 겨울이 전해주는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깊은 내면으로 빨려 들어가는 마력이 있다. 겨울은 해를 바꾸는 마술을 부린다. 열심히 살아온 정든 한해를 떠나보내게 하고 신선한 새해를 맞이하는 길목이 겨울이다. 남미...
    Views24852
    Read More
  16. 두 팔 없는 미인대회 우승자

    각 나라마다 미인대회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1957년부터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름다움을 드러내어 뽐내고 싶은 마음은 여성들의 본능인 듯 싶다. 세월이 흘러 이제 그런 대회는 멈추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지만 상업...
    Views22742
    Read More
  17.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그를 재벌로 만든 원동력은 바로 롯데껌이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즐기던 껌 덕분에 그는 국내 재계 순위 5위 재벌이 되었다. 지금이야 껌의 종류도 다양하고, 흔하고 흔한 것이 껌이지만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껌은 ...
    Views24958
    Read More
  18. 다시 태어난다면

    부부는 참 신비하다. 처음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할 때는 못죽고 못사는데 평생 평탄하게 사는 부부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거의 세월의 흐름 속에 데면데면 밋밋한 관계가 된다. 누구 말처럼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고갈되어 그런 것인...
    Views23416
    Read More
  19. 모르는 것이 죄

    소크라테스는 “죄가 있다면 모르는 것이 죄”라고 했다. 의식 지수 400이 이성이다. 우리는 눈만 뜨면 화를 내며 산다. 다 알지 않는가? 화를 자주 내는 사람보다 전혀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것을.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다. 풀리...
    Views22996
    Read More
  20. 월남에서 돌아온 사나이

    2018년 봄. 후배 선교사로부터 집회요청을 받고 베트남을 방문하게 되었다. 베트남 행 비행기 안에서 초등학교 때 추억이 삼삼히 떠올랐다. 베트남?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월남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 월남에서 전쟁이 터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이야기...
    Views2466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