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8.12.29 15:23

새벽송을 그리워하며

조회 수 3675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새벽송.jpg

 

  어느새 성탄을 지나 2018년의 끝이 보인다. 기대감을 안고 출발한 금년이 이제는 과거로 돌아갈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22) 첼튼햄 한아름마트 앞에서 구세군남비 모금을 위한 자그마한 단독콘서트를 가졌다. 내가 가진 기타는 12줄이다. 마치 두 대의 기타가 함께하는 것처럼 소리가 웅장하고 청아하다. 크리스마스 캐롤을 시작으로 찬송과 복음성가로 옮겨가다가 청년시절 즐겨 부르던 포크송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장장 5시간동안 공연을 펼쳤다. 마트를 들어서던 지인들이 깜짝 놀라 다가선다. “아니, 목사님, 이런 것도 하세요? 구세군으로 오셨어요?” 이내 이유를 알고 냄비 속에 정성어린 성금을 넣어준다. 그 모습이 정감 넘치고 고맙기 그지없다. 이 귀한 사역에 동참한지도 어느새 10년을 넘어서고 있다.

 

  성탄절이 한해의 끝자락에 있는 것은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이다. 해가 바뀌는 길목에서 누구나 원인모를 서러움에 사로잡힐 수 있건만 성탄이 있기에 사람들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희망으로 새해를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성탄절이 다가올 때마다 기억나는 것은 아스라이 스쳐가는 새벽송이다. · 고등부 전도사 시절부터 나는 새벽 송을 이끄는 선발대에 서야했다.

 

  그 시절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전교인이 교회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기관별로 발표회를 가졌다. 앳된 영 · 유아부 아가들의 재롱잔치로부터 성극이 이어지고 성가대의 칸타타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행사가 끝나면 기관별로 선물교환 시간을 가진다. 그렇게 밤이 깊어가고 자정 무렵 떡국 한 그릇을 먹은 후 새벽송이 시작되었다. 장년, 청년을 중심으로 간간히 학생들이 섞여 팀을 짜고 지역별로 분산되어 가가호호 방문하며 새벽송을 돌았다.

 

  맨 앞에는 새벽송 대원임을 알리는 창호지에 빨간 십자가를 그린 청사초롱이 자리했다. 성도 집에 도착하면 찬송을 부른다. “고요한밤 거룩한밤, 그 어린 주예수, 기쁘다 구주오셨네, 저들밖에 한밤중에” 4곡 중 그때그때마다 2곡을 선정하여 불렀다. 찬송이 시작되면 배시시 문이 열리고 눈을 비비며 나와 함께 서서 합창을 했다. 찬송이 끝나면 메리 크리스마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외친다. 그리고는 내어 민 쌀 포대자루에 차곡차곡 선물이 채워진다. 점점 무거워지는 선물보따리를 지고 따라오던 어린 남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대개 쵸코파이, 과자 사탕종류가 주를 이뤘다. 무거워도 선물 자루를 지는 짐꾼들(?)의 모습은 행복했다. 모아진 선물은 가까운 곳에 있는 고아원이나 어려운 사정의 이웃들에게 배부되어졌다. 그런데 이제 그 새벽송이 서서히 사라져간다. GNP가 올라가고 경제수준이 높아지며 개인주의에 익숙해져가는 세태에서 새벽에 집집을 오가며 부르는 새벽송을 소음으로 간주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70년대에는 새벽이면 교회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땡그랑 땡그랑이후에는 차임벨로 바뀌더니 이제는 새벽종소리가 자취를 감춘 지 오래이다.

 

  무엇보다 새벽송이 사라진 것은 아쉽기 그지없다. 한국 전역이 도시화되면서 이제 새벽송은 설자리가 없게 된 것이다. 주거 환경이 아파트로 변하다 보니 불편하기도 하고 신앙이 없는 분들이 소음으로 신고하는 사태가 빈번해 지면서 슬그머니 새벽송 전통이 사라져 버렸다. 동시에 성탄의 아름다운 추억들도 하나둘 지워져갔다. 새벽송은 오래 되어 겉장이 떨어져 나간 그림책이나 색갈이 바래 누렇게 변해버린 이야기책 안에서만 숨죽이고 있는 것이다.

 

  풍족하지 않았지만 그 시절에는 새벽송이 있었기에 크리스마스가 모든 사람들에게 정겹게 다가갔었다. 가난하고 삶의 환경도 누추했지만 그 당시의 성도들의 마음만은 그래서 부요했었다. 작은 것을 나누면서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감사가 넘쳤다. 새벽송을 돌며 코끝에 마주치던 차가운 공기는 마치 베들레헴 들판에서 양 틈에 자던 목자들이 느꼈던 공기와도 같았다. 성탄의 계절에 그 때 그 시절의 새벽송을 그리워해 본다.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1. 부부의 세계

    드라마 하나가 이렇게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을까? 종영이 된 지금도 <부부의 세계>는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여운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가족 드라마라 생각하고 시청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미모와 탁월한 연기력을 겸...
    Views19563
    Read More
  2. 학습장애

    사람은 다 똑같을 수 없다. 공동체에 모인 사람들은 나름대로 개성이 있고 장 · 단점이 있다. 어떤 사람은 악보를 전혀 볼 줄 모르는데 음악성이 뛰어난 사람이 있다. 그림을 배워본 적이 없는데 천재적인 작품을 그려내기도 한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
    Views20295
    Read More
  3. Small Wedding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부부의 연을 맺고 가정을 이루게 된다. 우리 세대는 결혼적령기가 일렀다. 여성의 나이가 20대 중반을 넘어서면 노처녀, 남성은 30에 이르르면 노총각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세태가 변했다. 이제는 30이 넘어도 ...
    Views20367
    Read More
  4. 지금 나의 바람은?

    사람은 평생 꿈을 먹고산다. 꿈을 잃어버리는 순간 그는 죽은 사람과 매한가지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꿈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야지요?” “하이고, 내 나이가 지금 몇 살인데요?” “꿈은 무슨 꿈이예요? 다 배부른 소리지?&r...
    Views20021
    Read More
  5. 인생의 나침반 어머니

    5월이다. 싱그럽다. 아름답다. 온갖 꽃들이 피어나 향연을 벌이고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마주 보고 있는 5월. 추웠던 겨울과 다가올 무더운 여름 틈새에 5월은 자리하며 계절의 여왕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그 5월의 한...
    Views20169
    Read More
  6. 왜 남자를 “늑대”라고 하는가?

    나이가 든 여성들은 잘생기고 듬직한 청년을 보면 “우리 사위 삼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든 남성들은 예쁘고 매력적인 자매를 보면 다른 차원에서의 음흉한 생각을 한다고 한다. 물론 점잖은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있으시...
    Views26869
    Read More
  7. 한센병은 과연 천형(天刑)일까?

    병(病)의 종류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의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희귀병은 늘어만 간다. 지금 우리는 듣도보도 못한 바이러스로 인해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 옛날에 가장 무서운 병은 “문둥병”이었다. 표현이 너무 잔인하...
    Views27546
    Read More
  8. 어쩌면 오늘일지도

    전화벨이 울렸다. 뉴욕의 절친 목사 사모였다. “어쩐 일이냐?”고 물을 틈도 없이 긴박한 목소리가 전해져 왔다. “지금 목사님이 코로나바이러스 양성판정을 받고 상태가 악화되어 맨하탄 모 병원 중환자실에 들어가셨어요.” 앞이 하...
    Views25877
    Read More
  9. 인생 참 아이러니하다

    가수 소향, 그녀를 처음 본 것은 한국 양재동 횃불회관에서였다. SBS 관현악 김정택 단장이 친히 사회를 보며 진행되었는데 집회가 한창 무르익어 갈 즈음에 생소한 CCM 가수가 소개된다. 12월이서인지 자매는 “오, 거룩한 밤”을 불렀다. 특이한 ...
    Views24818
    Read More
  10. 모든 것은 밥으로 시작된다

    “식구가 얼마나 되십니까?” 식구(食口)? 직역하면 ‘먹는 입’이다. 너무 노골적인 것 같지만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이 가족이다. 태어나면서부터 함께 밥을 먹고 성장하며 함께 얽혀 추억을 만든다. 그래서 가족은 인류의 가장 소중한...
    Views23657
    Read More
  11. ‘장애우’가 아니라 장애인!

    사람에 대한 호칭이 중요하다. 성도들이 목사님이라고 부르면서 강단에 올라 대표 기도를 할 때에는 그 명칭이 다양해진다. “목사님, 주의 사자, 종”은 이해가 간다. 어떤 분은 “오늘 주의 종님이 말씀을 증거하실때에…”라고 ...
    Views24747
    Read More
  12. 위기는 스승이다

    인생을 살면서 형통과 평안만 계속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연세 드신 분들과 대화를 해보면 공통점이 있다. 다 고생한 얘기뿐이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서 보릿고개의 고통을 겪으며 버틴 일, 6 · 25사변을 만나 피난 갔던 일 등. 인생은 예측불가이다....
    Views24894
    Read More
  13. 평범한 일상이 그립습니다!

    신학대학 2학년이 되면서 교육전도사 임명을 받았다. 그렇게 커보이던 전도사, 바로 내가 그 직함을 받고 누구나 “이 전도사님!”이라 부르는 자리에 선 것이다. 까까머리 고교시절부터 성장해 온 그 교회에서 이제 어린이들에게 설교를 하고 함께...
    Views25618
    Read More
  14. 부모는 영화를 찍는 감독

    남녀는 성장하며 이성을 그리워한다. 어린 마음에 이성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구름 위를 걷는 몽환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그 애만 보면 가슴이 뛴다. 그 애와 우연히 눈만 마주쳐도 밤을 설친다. 그렇게 연민을 품다가 드디어 연(緣)을 맺는다. 내가 좋아할...
    Views23510
    Read More
  15. 소아마비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롭게 느껴지던 어린 시절. 나의 부모님은 어디나 가기를 좋아하던 나를 언제나 데리고 다니셨다. 몸이 온전치 못한 아들, ‘기우뚱’거리며 걸어 다니는 아들이 그분들에게는 조금도 어색하거나 부끄럽지 않으셨나 보다. &lsq...
    Views23120
    Read More
  16. 목사님의 구두뒤축

    세상이 많이 변했다. 내가 신학대학을 다니던 시절. 언론사에서 유명여대생들을 대상으로 결혼 상대자에 대한 직업 선호도를 조사한 바 있다. 물론 상위에는 소위 사字가 들어가는 직업이 랭크되었다. 과연 목사는 몇위였을까? 18위였다. 공교롭게도 17위는 ...
    Views23814
    Read More
  17. 아픔까지 사랑해야 한다

    인생을 고해(苦海)라고 한다. 진정 삶이란 그렇게 풀어내기 힘든 과제일까?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별 어려움 없이 다들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만 힘들고 꼬이는 생을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들어가 보면 나보다 더 허덕거리며 살고 ...
    Views24461
    Read More
  18. 겨울이 전하는 말

    겨울은 춥다, 길다. 지루하다. 하지만 그 겨울이 전해주는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깊은 내면으로 빨려 들어가는 마력이 있다. 겨울은 해를 바꾸는 마술을 부린다. 열심히 살아온 정든 한해를 떠나보내게 하고 신선한 새해를 맞이하는 길목이 겨울이다. 남미...
    Views26229
    Read More
  19. 두 팔 없는 미인대회 우승자

    각 나라마다 미인대회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1957년부터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름다움을 드러내어 뽐내고 싶은 마음은 여성들의 본능인 듯 싶다. 세월이 흘러 이제 그런 대회는 멈추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지만 상업...
    Views23972
    Read More
  20.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그를 재벌로 만든 원동력은 바로 롯데껌이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즐기던 껌 덕분에 그는 국내 재계 순위 5위 재벌이 되었다. 지금이야 껌의 종류도 다양하고, 흔하고 흔한 것이 껌이지만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껌은 ...
    Views2624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