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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3 12:06

욕쟁이 할머니 7/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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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쟁이_할멈.jpg

 

 

서울 명동의 한 음식점은 점심때가 되면 만원을 이룬다. 회사원들을 물론이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그 음식점의 사장이자. 주방장은 “욕쟁이 할머니”로 유명하다. 내돈주고 밥 한 그릇을 사먹으면서도 욕 몇 마디를 듣는 것은 보통이다. “야, 이놈아. 뭘 ×먹으려고 왔냐. 이 호랭이가 물어갈 놈아!”부터 시작하여 지면에 차마 표현 할 수조차 없는 욕을 질펀하게 내뱉는다. 그런데 욕을 듣는 사람들의 표정은 행복하다. 아마 욕쟁이 할머니의 본심을 알기에 넉넉한 마음으로 받아 넘기는 듯하다.

 

사람들은 옛날 자라오며 들었던 욕을 기억하며 그 욕쟁이 할머니를 통해 멀리 계시거나 이미 고인이 된 어머니의 체취를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옛날 부모님들은 욕을 참 잘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자식을 향해 어떻게 그런 끔찍하고 저주스러운 욕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그런 욕을 먹고 살았으면서도 이만큼 사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욕을 하는 것이 나쁜 것인 줄 알면서도 욕을 들으며 자란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욕에 익숙해져 가고 무의식중에 욕을 내뱉게 된다.

 

친구와 마주 앉아 식사를 하는 순간에도 할머니의 걸죽한 욕은 귓전에 파고들었고 우린 금방 고향집 사랑방에 온 듯한 정감을 느꼈다. 신세대들이야 그런 욕을 들으면 눈알이 동그라지겠지만 우리 세대들은 어린 시절 많은 욕들을 듣고, 쓰며 살았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욕의 다양성과 욕을 구사할 때에 쾌감을 터득한 바 있다. 모든 아이들이 집안에 들어가면 욕을 못한다. 자식이 욕을 하는데 방관할 부모가 있는가? 그러나 아이들끼리 모여서 구슬치기를 하고, 비석치기, 말 타기 등을 하며 놀다보면 욕으로 범벅이 된다.

 

사실 욕은 생겨나서는 안 되는 언어이다. 해서는 안 될 말이다. 특히 크리스천들이 욕을 입에 담는 다는 것은 커다란 죄악이다. 입에서 내 뱉어지는 말이지만 욕을 함으로 입게 되는 영적 손해는 치명적이다. 이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요. 우리가 기도하는 기도 제목이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욕을 한다. 사람들이 욕을 하는 이유는 욕을 할 때에 일시적으로 주는 쾌감 때문일 것이다.이렇게 표현하면 어떨지 모르지만 욕을 할 때에 카타르시스 효과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이 안 풀려 답답하고 상대방이 너무 미울 때 욕을 해 버리면 속이 시원해진다. 그래서 그런지. 욕은 어느 나라나 있다. 영어의 욕은 그 내용이 섬찟하다. 어느 목사님이 차를 운전하고 가는데 별안간 차가 끼어들었다. 찰나에 대형사고가 날 뻔한 순간이었다. 목사님이 하도 화가 나서 욕을 해버렸다. 그런데 그 차안에는 권사님, 집사님들이 타고 있었다. 함께 심방을 가는 중이었던 것이다.정신을 차리고 나니 얼마나 당황스러웠든지. “아이구 참, 아이구 참!”만 연발하며 갔다나?

 

욕을 안 하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예수님도 성경에 보면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을 향해 무서운 욕을 퍼부으셨다. 그런 자극을 통해서라도 그들이 회개하고 돌아오기를 주님은 간절히 소망하셨다. 예수님이 하신 욕의 의미는 일반 사람들이 하는 욕과 전혀 다른 것은 틀림없다. 어쩌다 화나나서 욕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욕을 습관적으로 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사실 욕에 대한 반응은 상대적이라 할 수 있다. 오랜만에 만난 학교 동창이 욕을 한다고 화를 내는 사람은 없다. 그것은 우정 어린 표현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처럼 내 마음이 넉넉하기만 하면 그 어떤 것도 여유 있게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어차피 세상이라는 흙탕물에 산다면 욕에 대하여 초연 해지는 삶을 터득해야 하지 않을까?

욕 한마디에 회사에 사표를 집어던지고, 무시당했다고 맞받아치다가 인생의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기보다 욕쟁이 할머니의 욕을 반찬 삼아 미소 지으며 맛있게 밥을 먹듯이. 그 어떤 것도 포용하며 용납하고 사랑하며 살 수 있는 넓은 아량의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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