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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jpg

 

 세월은 흐르는 물처럼 빨리도 지나간다. ‘그런 말은 결코 다시 쓰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건만 이맘때가 되면 또다시 되뇌이게 된다. 젊음이 오랜 줄 알고 그냥 저냥 지내던 20살 때에 고향 ‘포천’에서 사촌 형님이 오셨다. 우리 집안에서 그래도 최고로 공부를 많이 하신 형님은 내방에 들어와 이책 저책을 뒤적이더니 한마디 했다. “재철아! 지금은 시간이 안가지? 하지만 조금만 지나봐라, 시간이 엄청 빠르게 지나간단다.” 그때는 그 말의 의미를 깊이 깨닫지 못했다. 항상 나는 20대에 머무를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신앙도 없는 형님의 예언이 들어맞기 시작했다.

 

 달리는 차에서 바라보는 가로수처럼 세월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매정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전도사 시절, 서른이 넘어 가까스로 결혼을 하게 되었다. 하나님도 급하셨던지 아내는 금방 임신을 하게 되었고, 드디어 첫아이를 낳았다. 아이를 낳은 지 ‘3 · 7일’(21일)이 지나며 교인들이 찾아오기 시작하였다. ‘이석관 집사’가 두 딸을 대동하고 축하인사차 방문했다. 이 집사 부부는 “아이가 예쁘다”며 안아주고 어우르고, 잠시 후 즉석 음악회가 벌어졌다. 엄마의 권유에 못 이겨 일어난 이 집사의 3살 된 딸 ‘지은’이가 몸을 흔들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어제 밤에 우리 아빠가 다정하신 모습으로♬” 와! 얼마나 멋있던지, 얼마나 부럽던지. “우리 아인 언제나 저렇게 커서 엄마, 아빠 앞에서 노래를 할까?”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구역 예배를 인도하며 그 이야기를 했더니 권사님이 말씀하신다. “전도사님! 금방이예요. 아이들은 금방 커요.” 나는 코웃음을 쳤다. ‘저런 피덩이가 언제나 클까? 언제나 우리 아이는 재롱을 부릴까?’ 그러나 세월은 빨리도 지나갔다. 어느 날 우리아이도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춤까지 춘다. 유치원 재롱잔치에 가보니 연극까지 하는 게 아닌가? 그렇게 세월은 흘러갔고 두 아이는 이제 성인이 되었다. 키가 ‘훌쩍’ 커버려 나를 내려다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정을 꾸미게 될 것 같다. 그 옛날 권사님의 말씀이 실감이 난다.

 

 어린 시절, 보채는 나에게 어머니는 “한 밤 자고…”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그러나 잠을 자고나면 내가 그리도 집요하게 물었던 질문조차도 잊고 지나갔다. 그러면 지금 나는 시간의 의미를 알고 있을까? ‘오늘은 무엇이며, 내일은 내게 무슨 가치가 있을까?’ 잘 모르겠다. 그런데 나이는 ‘차곡차곡’ 숫자를 더해간다. 나이가 들수록 세월의 흐름에 대한 느낌은 점점 빨라지는 것 같다. “젊은 시절은 길고 노년기는 짧다.”는 명언은 그래서 생겨났나보다. 나는 한국에 가면 초딩부터 대학시절의 친구까지 다양하게 만난다. 희한한 것은 만나는 순간부터 타임머신을 탄 듯 그때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 언어도 느낌도 말이다. 표정까지. 그것은 그 시절에 1년은 지금의 10년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아직은 12월 중순인데 내 마음은 이미 2016년을 떠나보내고 있다. 이제는 알아서 마음이 저만치 앞서서 가는 것 같아 서럽기까지 하다. 공전의 히트를 쳤던 인기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등장했던 노래 가사는 “♬지나간 것은 지나 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로 이어진다. 그렇다. 돌아보면 인생의 순간들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오늘 나를 만들기 위해 그 사람과 그 사건이 다가온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이나마 후배들 앞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 줄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 것이 다행스럽다. 나이를 먹을수록 한해의 비중은 너무도 큰 것을 실감한다.

 

 세월은 항상 서있는 줄만 알았다. 내 젊음은 항상 그 자리에 머무를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어깨의 짐은 점점 더 무거워진다. 문명이 발달 할수록 마음 빼앗길 일은 늘어만 간다. 의미 없는 볼거리와 소음에 본질을 잃어버리고 의미 없는 형식적인 일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다닌다. 세월이 오늘 내게 주는 소리를 듣고 싶다. 매일의 삶속에서 보다 의미 있는 일에 집중 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나이가 들어가는 우리들의 과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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