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7.06.02 14:11

미라클 벨리에

조회 수 5113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폴라 벨리에.jpg

 

  이 영화의 스크린이 열리면 주인공인 “폴라 벨리에”(루안 에머라 扮)가 자전거를 타고 한적한 프랑스 시골마을을 달린다. 분홍색 헤드폰이 인상적이다. 16세 소녀의 모습이 마냥 싱그럽다. 젊음의 강점은 바로 “건강함과 아름다움”이다. 생동감이 넘치고 ‘아, 정말 예쁘다!’는 느낌을 끌어내며 첫 장면부터 매력발산으로 화면을 압도한다. 왜 자전거일까? 젊음의 강점은 자전거의 두 바퀴 같지 않을까? “호기심과 자신감” 그래서 청춘이다. 하지만 “폴라 벨리에”는 자신감 대신 “책임감”의 바퀴를 달고 살아간다.

 

 그녀의 부모는 모두 청각장애인(농인)이다. 게다가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까지. “폴라 벨리에”는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 젖소가 송아지를 낳을 때에도 벨리에가 수화통역을 하며 돕는다. 치즈를 팔 때에도 벨리에가 없으면 손님이 원하는 치즈를 보여줄 수도 팔수도 없다. 그런 벨리에가 학교 합창단에 선발된다. 벨리에는 그때에서야 그토록 좋아하는 음악에 재능이 있음을 발견한다. 그 와중에 만난 남친 “가브리엘 세브뇽”을 통해 사랑의 눈을 뜬다. 결국 합창발표회에서 듀엣을 하게 된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프랑스 영화다운 약간은 농염한 대사와 장면이 있지만 결코 거북하지 않다. 청춘은 아름다우니까!

 

 이 영화의 신선한 매력은 장애인 가족을 묘사하는 방법이다. 벨리엘을 제외한 온 가족이 청각장애인이지만 결코 주눅 들지 않는다. 비리를 일삼는 시장을 맞서서 아빠는 시장 출마를 결심한다. 장애를 결코 장애로 보지 않는다. 그 사람의 개성으로 해석한다. 영화에 나오는 대사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피부가 검은 것은 ‘검다’는 개성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라고 해석한다. 시장에 출마를 만류하는 딸에게 “내게 장애는 나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당당히 대답한다.

 

 드디어 “폴라 벨리에”가 “오디션을 보기위해 파리로 떠난다.”는 소식을 알린다. 온 가족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인다. 가족들은 “우리를 버리고 도망을 가려 한다.”고 역정을 낸다. 딸이 없으면 모든 것은 ‘올 스톱’되기 때문이다. 거기서부터 가족 간의 노골적인 갈등은 시작된다. 엄마, 아빠는 “폴라 벨리에”가 처음 태어났을 때를 회상한다. 자신들이 둘 다 청각장애인이기에 딸도 당연히 청각장애인이 태어 날 줄 알았다.(참고로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부모가 선천청각장애인일 경우 자녀는 거의 청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런데 비장애아가 태어난다.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이 부부는 달랐다. 딸이 청각장애인으로 태어나 “당당히 가족의 일원‘이 되길 바랬던 것이다. 언뜻 이해가 안가는 장면이다. 이 영화에서 방해물은 ”가족“이다. “폴라 벨리에”는 밤잠을 설치며 고뇌한다. ‘과연 가족을 등지고 꿈을 향해 파리로 가야하는 것인지?’ 아니면 ‘청각장애를 가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꿈을 과감히 접어야 하는 것일까?’ 드디어 학교 합창단 공연이 열린다. 초대를 받아가지만 오직 세 식구만 무감동이다. 영화는 그 효과를 느끼게 하기위해 잠시 소리를 꺼버린다. ‘느끼지 못하고 감동하지 못하는’ 이 상황이 가장 큰 두려움이었으리라! 멀뚱히 앉아 있다가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하는 모습을 보고 함께 일어나 열광하는 모습이 애처롭다.

 

 고민하며 생각에 잠겨있는 딸에게 다가가 아빠는 “공연에서 불렀던 노래를 다시 한번 들려 줄 수 있겠냐?”고 요청하고 “폴라 벨리에”의 목을 감싸고 울림을 통해 그 감동을 느껴보려 한다.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자식 이길 부모 없다.”고 결국 가족들은 딸이 오디션하는 파리까지 동행하게 된다. 가족들을 향해 “폴라 벨리에”는 오디션에서 “비상”이라는 곡을 부르며 마음을 표현한다. <♬사랑하는 부모님 저는 떠나요. 사랑하지만 가야만해요. 도망치는 게 아니라 날개를 편 것뿐. 부디 알아주세요. 비상(飛上)하는 거예요> 선율이 아름답다.

 

 이 영화는 “부모가 자녀를 안아야 할 때와 밖으로 내보내야할 시기를 예민하게 알라차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또한 장애는 개성이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님을 가르친다.


  1. 새해 2020

    새해가 밝았다. 2020.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신선한 이름이다. 사람은 언제 행복할까? 우선 주어진 기본욕구가 채워지면 행복하다. 문제는 그 욕구충족이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것이요, 나이가 들수록 그 한계가 점점 넓어지고 높아진다는 것이다. 다...
    Views23650
    Read More
  2. 연날리기

    바람이 분다. 겨울이라 그런지 바람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앙상한 나뭇가지를 훑어대며 내는 소리는 ‘앙칼지다’라고 밖에는 표현이 안된다. 내가 어릴 때는 집이 다 창호지 문이었다. 어쩌다 자그마한 구멍이라도 생기면 파고드는 칼바람의 위력...
    Views25882
    Read More
  3. 나를 잃는 병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고 무서운 병은 어떤 것일까? 알츠하이머? 치매가 아닐까? 자신은 행복할지 모르지만 가족들과 지인들을 안타깝고 힘들게 만드는 병. 얼마 전 명배우 윤정희 씨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그의 부군이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
    Views25777
    Read More
  4.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

    정신과 창구에 비친 한국 가족 위기의 실상은 몇 가지 특징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려병원 신경정신과 이시형 박사가 “우리 가족 이대로 좋은가?”라는 발표를 들여다보며 그 사실을 실감한다. 먼저는 남편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가 어릴 ...
    Views28830
    Read More
  5. 삶은 경험해야 할 신비

    어느새 2019년의 끝이 보인다. 금년에도 다들 열심히 살아왔다. 수많은 위기를 미소로 넘기며 당도한 12월이다. 이제 달랑 한 장 남은 캘린더 너머에 숨어있는 2020년을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참 신비한 일이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갈수록 사람들은 ‘...
    Views26219
    Read More
  6. 고통의 의미

    지난 주간 충격적인 소식을 접해야 했다. 고교시절부터 우정을 나누는 죽마고우 임 목사가 뇌졸증으로 쓰러졌다는 급보였다. 앞이 캄캄했다. 지난 여름 한국에서 만나 함께 뒹굴며 지내다 왔는데. 워낙 키와 덩치가 커서 고교 시절부터 씨름을 하던 친구여서 ...
    Views27598
    Read More
  7. 민들레 식당

    민들레의 꽃말은 ‘사랑’과 ‘행복’이다. 민들레는 담장 밑이나 길가 등 어디에서나 잘 핀다. 늘 옆에 있고 친숙하며, 높은 곳보다 항상 낮은 지대에 자생한다. 잎이 필 때도 낮게 옆으로 핀다. '낮고 겸손한 꽃’ 민들레처럼...
    Views26401
    Read More
  8. 노년의 행복

    요사이 노년을 나이로 나누려는 것은 촌스러운(?)일이다. 워낙 건강한 분들이 많아 노인이라는 말을 사용하기가 송구스럽다. 굳이 인생을 계절로 표현하자면 늦가을에 해당되는 시기이다. 늙는 것이 서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삶의 수확을 거두는 시기가 노...
    Views26874
    Read More
  9. 최초 장애인 대학총장 이재서

    지난봄. 밀알선교단을 창립하고 이끌어오는 이재서 박사가 총신대학교 총장에 출마하였다는 소식에 접하게 되었다.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대학교 총장?” 이제 은퇴를 하고 물러나는 시점인데 난데없이 총장 출마라니? 함께 사역하는 단장들도 다...
    Views27316
    Read More
  10. 그래도 살아야 한다

    지난 14일. 배우 겸 가수인 설리(최진리)가 자택에서 사체로 발견되었다. 그녀의 나이 겨우 25살.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청춘은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청순하고 빼어난 미모, 평소 밝은 성격의 그녀가 자살한 것은 커다란 충...
    Views28450
    Read More
  11. 가을, 밀알의 밤

    어느새 가을이다. 낯선 2019년과 친해지려 애쓰던 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겨울을 거쳐 봄, 여름이 지나가고 어느새 초록이 지쳐가고 있다. 여기저기 온갖 자태를 뽐내며 물들어 가는 단풍이 매혹적이기는 한데 애처로워 보이는 것은 내 기분 탓일까? 가을은 ...
    Views28710
    Read More
  12. 생각이 있기는 하니?

    생각? 사람들은 오늘도 생각을 한다. 아니 지금도 생각중이다. 그런데 정작 삶에는 철학도, 일관성도 없다. 그래서 누군가가 “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냐?”라고 핀잔을 주면 “나도 나를 모르겠다.”고 대답을 한다. '나는 ...
    Views26477
    Read More
  13. 침묵 속에 버려진 청각장애인들

    “숨을 내쉬면서 혀로 목구멍을 막는 거야. ‘학’ 해 봐.” 6살 “별이”는 엄마와 ‘말 연습’을 하고 있다. 마주 앉은 엄마가 입을 크게 벌리고 “학”이라고 말하면 별이는 ‘하’ 아니면 &...
    Views30289
    Read More
  14. 사랑이란 무엇일까?

    오늘 우리는 왜 살고 있는가? 사랑 때문이다. 사랑을 하고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고,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은 죽지 못해 살아가게 된다. 사람은 사랑으로 태어난다. 한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
    Views26321
    Read More
  15. No Image

    이름이 무엇인고?

    사람은 물론 사물에는 이름이 다 붙는다. 10년 전 고교선배로부터 요크샤테리아 한 마리를 선물 받았다. 원래 지어진 이름이 있었지만 온 가족이 마주 앉아 새로운 이름을 지어 주기로 하였다. 갑론을박 끝에 “쵸코”라는 이름이 나왔다. “...
    Views27481
    Read More
  16. 이혼 지뢰밭

    어린 시절에 명절은 우리의 꿈이었고 긴긴날 잠못자게 하는 로망이었다. 가을 풍경이 짙어진 고향산천을 찾아가는 기쁨, 집안사람들을 모두 만나는 자리, 또래 친척 아이들을 만나 추억을 만드는 동산, 모처럼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
    Views27412
    Read More
  17. 시각장애인의 찬양

    장애 중에 눈이 안 보이는 어려움은 가장 극한 고통일 것이다. 그러나 시각장애인 중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존경의 대상이 될 만한 인물들이 속속 배출된 것을 보면 고난은 오히려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끈질긴 내성을 키워내는 것 같다. 한국이...
    Views27673
    Read More
  18. 칭찬에 배가 고팠다

    어린 시절 가장 부러운 것이 있었다. 부친을 “아빠”라고 부르는 친구와 아빠에게 칭찬을 듣는 아이들이었다. 라디오 드라마(당시에는 TV가 없었음)에서는 분명 “아빠”라고 하는데 우리 집에서는 항상 “아부지”라고 불러...
    Views28671
    Read More
  19. 늘 푸른 인생

    한국 방송을 보다보면 나이가 지긋한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것을 본다. 부부가 출연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때로는 홀로 나오기도 한다. “인생살이”에 대한 진솔한 대담은 현실적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나이 드신 ...
    Views28368
    Read More
  20. 핸드폰 없이는 못살아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 있는 시대가 되었다. 모든 세대를 초월하여 핸드폰 없이는 사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세상이 된 것 같다. 눈을 뜨면서부터 곁에 두고 사는 새로운 가족기기가 탄생한 것이다. 이제는 기능도 다양해져서 통화영역...
    Views3206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