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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물과 함께 태어나 평생 물을 먹고 물에서 살다가 간다. 그래서인지 물에 들어가면 누구나 어린아이가 된다. 물놀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물과 접촉하는 순간부터 사람은 원초적인 행동을 시작한다. 헤엄을 치고 궨시리 물을 때려보고 다른 사람을 향하여 물을 끼얹는 퍼모먼스를 연출한다. 나는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자랐다. 여름에는 동리 앞 냇가에서 하루 종일 살다시피 했다. 지금 생각하면 특별히 한일은 없었던 것 같다. 아이들과 물장구를 치고 실력도 없는 주제에 고기를 잡는다고 풀숲을 뒤졌다. 이상했다. 물에서 놀다보면 하루가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전혀 지루함을 몰랐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때는 수영복도 없었다. 대충(?) 혹은 다 벌거벗은 채로 온몸이 새카맣게 타도록 물놀이(멱)를 했다.

물은 솔직하다. 물은 철저히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계곡을 만나면 소리를 내며 달려가지만 평지를 만나면 너무도 고요히 흘러간다. 물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온갖 물고기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유유자적하게 흘러간다. 물은 싸우지 않는다. 굳이 정면 돌파를 시도하지도 않는다. 수량이 부족하면 친구들이 더 모여들기를 기다리고 서서히 움직이면서도 목적을 변경하지 않는다. 그들이 모이는 곳은 강이다. 강의 신비를 아는가? 나는 강에서 자랐다. 북한강과 남한강을 오가다가 나중에는 두 강이 합쳐지는 양수리에서 살았다. 강가에 앉으면 비릿한 민물 냄새가 코끝을 자극 해 온다. 아침이면 물방개와 방아깨비가 풀숲을 오가며 아침을 알린다.

햇볕이 강가를 비추면 은빛으로 반사되면서 물결이 춤을 추어댄다. 바람의 세기에 따라 강은 노래를 부른다. 바닷가만큼 경쾌한 소리를 내지는 못하지만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가 강가의 모래를 다정하게 쓰다듬는다. 강가에 펼쳐지는 모래사장을 맨발로 디디면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지며 행복감에 사로잡힌다. 태양이 중앙에 떠오르면 강물은 서서히 달아오르고 석양이 질 때면 강물 속에 숨어있던 온갖 물고기들이 다양한 점프로 실력을 뽐내며 참았던 숨을 몰아쉬기 시작한다. 석양빛을 받은 강 물결과 그 위로 튀어 오르는 고기들의 비늘이 함께 반사되면 분별이 불가능해지면서 하늘과 강물이 하나가 된다.

저만치 뱃사공이 노를 저으며 배가 다가온다. 약간은 뾰족한 뱃머리에 살결이 에이면서도 물은 “철퍼덕” 소리만 낼뿐 배를 끌어안으며 길을 열어준다. 강물은 흐른다. 소리도 없이 위에서 아래로 조용히 흐른다. 넓게 퍼져 흐르기도 하고 산을 만나면 등선을 돌아 천천히 휘감으며 돌아간다. 때로는 새떼들이 강이 안고 있는 고기를 잡아먹으려고 날카로운 부리를 내리 꽂으며 파고들어 온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물은 잠시 파장을 열어줄 뿐 갈 길을 재촉한다.

사람도 불같은 사람과 물 같은 사람이 있다. 불은 열정이다. 그 당시는 시원시원해서 좋다. 하지만 불이 지나가고 나면 반드시 재를 남기게 된다. 물은 느리다. 물 같은 사람을 우리는 우유부단하다고 한다. 한때 물에 대한 별명을 가진 지도자도 있었다. 얼굴표정도 바뀌지 않은 채 사건에 대처하는 태도가 물르기 그지없다. 답답하다. 무능력해 보인다. 하지만 묵묵히 갈 길을 가는 사람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확연한 평가가 나타난다.

강물의 목적은 바다이다. 바다에 다다르기에는 아직도 길이 멀다. 하지만 강물은 오늘도 서두르지 않고 흘러간다. 사람들이 댐을 막아 강물의 발목을 잡는다. 강물은 전혀 화를 내지 않는다. 묵묵히 댐 위에서 수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어떨 때는 하늘에서 “비”라고 이름하는 생각지 않은 친구가 찾아와주고 그들 덕분에 수개월 닫혀있던 수문이 ‘활짝’ 열어젖혀 진다. 강물은 괴성을 지르며 흘러가기 시작한다. 쉬었던 시간을 보상이나 하듯이 미끄러지듯 달려 내려간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내 삶의 바다는 어디인가? 무엇인가? 강물도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데 왜 당신은 그리 빨리 바다를 포기하고 사는가? 당신의 바다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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